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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의대생 국시 거부를 시민불복종으로 간주할 수 있을까

by 통합메일 2021.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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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국시 거부' 의대생에 추가 시험 기회 부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정부가 내년 하반기로 예정된 의사 국가고시(국시) 실기 시험을 상·하반기로 나눠 2차례로 치르기로 했다. 이는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news.v.daum.net

2020년 이루어진 공공의대 신설과 관련해 이루어진 의대생들의 의사국시 거부 사건과 관련하여 정부가 결국 악수를 두었다. 위의 기사를 참고해본다면 정부는 2021년 의사 국시를 상반기과 하반기로 나누어 시행하는 꼼수를 시행하기로 했음을 알 수 있다.

 

재응시 기회를 줬다기 보다는.. 그냥 새로운 해에 치러지는 시험을 둘로 쪼개서, 그 중 하나를 최대한 상반기에 서둘러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인데, 사실 눈 가리고 아웅에 그친다. 실질적으로는 국시를 거부한 의대생들에게 몇 달 늦게 시험을 볼 수 있게 배려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도 거세다.

 

- 이게 말이 되냐? 국가가 나서서 오히려 원칙을 깨고 있네........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한다....진짜 믿음 안가네

- 오늘부로 지지 철회합니다. 공정한 사회? 공평한 기회? 개나 줘 버리세요.

- 이건 정부가 호구되는길. 힘들어도 정도를 걸어가는게 맞지 않나

- 아.. 기회의 공정성, 형평성이 무너지는 발표네요..

- 전라남도 여수출신. 유년시절을 여수 순천 목포에서 보냈고 대통령 선거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왔다. 이제 공정과 원칙을 스스로 짓밟는 민주당을 더이상 지지하지 않겠다. 역시 정치인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다 똑같이 구역질난다.

- 정말 실망이네요. 원칙대로 밀고 나가는걸 기대한 내가 바보인가.

 

네티즌들의 반응을 정리하면 대략 저 정도가 되는 듯 하다. 나 역시도 제도권 내에서 제한된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경쟁의 틈바구니에 놓여져 있는 인간으로서 정부가 의대생들에게만 저런 특혜를 부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도 최대한 한 번 정부를 이해해보기로 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한 행위를 [시민 불복종]으로 간주할 수 있지 않나? 하고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시민불복종]이라 함은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서, 공개적인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처벌을 감수하고, 특정 법을 어기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시민불복종의 정의는 이것으로부터 어느 정도의 변이가 가능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이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에 비추어 봤을 때 의대생들의 행위를 [시민불복종]으로 간주할 수 있는 여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시종일관 자신들의 결의가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함이라는 것을 줄곧 강조해왔다. 이권집단의 이기적인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의료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합리적 예측으로부터 기인하는 우려에서 나오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일견 일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판 또한 없는 게 아니다. 즉 결국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일부러 의사들에게 불이익을 주려하기 보다는, 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사회의 의료 자원을 보강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하지만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의사들의 전반적인 이익 감소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아무래도 사적 이익을 위한 투쟁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드는 것이다.

 

하여간 위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데, 이런 경우에는 의사들이 순수하고 결백하다고 전제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전문적인 견지에서 볼 때 당사자들의 말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지. 그래서 시민들에게 정책의 위당함을 알려고자 하는 행위라고 간주할 수 있겠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과연 의사들의 불복종 방식은 비폭력적이었는가?

과연 그들은 처벌을 감수하고자 했는가?

 

근데 여기서는 현직 의사와, 의대생을 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의사들의 파업은 논란의 여지가 있고 현재의 논점에서 벗어나기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외하기로 한다. 여기서는 의대생만 따지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의대생들이 감행한 [국시 거부]라는 행위가 비폭력적이었는지가 관건인데..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견의 여지가 있다. 현재적 측면에서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누군가에게 위해를 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비폭력이라고 볼 수있다. 하지만 좀 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그들의 행위는 결국 우리 사회의 의료 공백으로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 대해 적지 않은 위험을 불러오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렇게 본다면 의대생들의 국시거부를 온전히 비폭력적인 행위라고 보기는 어려워진다. 이는 시민불복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인질극에 가까운 행위가 되어 버린다.

 

현재 정부의 입장에서 의대생이라는 존재가 결코 예뻐 보일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꼼수를 써가면서까지 그들에게 국시 응시 기회를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우리 사회가 감수해야 할 의료 위기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관점에 따라 정반대로 읽힐 수 있다.

 

어떤 입장에서는 정당한 대의명분을 등에 업은 의대생들이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템 붕괴를 걱정하여, 시민들에게 정책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자신들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국시를 거부해서 정부를 설득해냈고, 그 결과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에 도달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사로운 이익을 지키고자하는 의대생들이 우리 사회의 의료 시스템을 인질로 잡고 정부를 협박해서 결국 거의 아무 것도 손해보지 않고 자신들이 원하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켜낸 것으로, 그러니까 그래서 결국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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