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생 영화감상문
목차 1.소개 2.줄거리 3.시대의 반영과 개연성 4.배우 최승현과 한예리의 발견 5.우리의 간첩 |
1.소개
이 글은 영화 <동창생>을 시청하고 작성한 영화감상문이다. 본 영화는 2013년 11월 6일에 개봉했으며, 고지전(2011), 의형제(2010)를 연출한 박홍수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인기 아이돌 그룹의 ‘빅뱅’의 멤버인 최승현(T.O.P),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한예리, 윤제문, 조성하, 김유정 등이 캐스팅됐다. 이 영화는 김정일 사후 북한 정치권력계가 김정은 체제로 전환되면서 남파간첩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을 현란한 액션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2.줄거리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북한 체제 내에서도 정치구도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김정일 계열의 정치세력과, 그 후계자인 김정은 계열의 정치세력 간의 세력다툼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남파간첩 리영호는 자신의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북한으로 귀환한다. 하지만 귀환하는 과정에서 국정원에 의해 포위되는 사태에 처한 그는 조국이 자신이 버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결한다. 체제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그 역시도 제거의 대상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북에 남아있는 리영호의 가족들은 수용소로 옮겨졌다. 그 와중에 김정일 계열의 군간부인 문상철은 리영호의 아들 리명훈에게 남파 간첩이 될 것을 제안하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리명훈은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여동생 리혜인을 북에 남겨둔 채로 탈북자로 위장하여 리명훈은 남파된다.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조국으로 돌아오면 동생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탈북자가 받게 되는 조사과정을 거친 그는 탈북자 가정에 입양되어 고등학교에 다니게 됐다. 이 탈북자 가족들 역시도 남파간첩 집단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렇게 들어간 학교에서 리명훈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리혜인의 옆자리에 앉게 되었다. 자신의 여동생과 이름이 같은 여학생에게 그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위장 부모들은 그에게 눈에 띄는 행동은 삼가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결국 그는 혜인을 괴롭히는 아이들에게 응징을 가했다. 하지만 그 충격으로 혜인은 학교를 그만두고 자신이 꿈꾸는 댄서의 일을 위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 명훈은 또 명훈대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하지만 그의 존재에 위협을 느낀 상대편 남파간첩 세력에서도 손을 쓰기 시작했다. 그들은 명훈의 가짜 부모를 모두 죽이고 명훈도 죽이려 했다. 하지만 명훈은 간신히 그를 물리치고 살아남을 수 있었고, 임무도 무사히 수행할 수 있었다. 임무를 완수한 명훈은 북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자신의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 역시도 버려졌음을 깨닫게 된다. 남과 북 어느 쪽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그가 찾은 것은 혜인이었다. 부상을 입은 그를 혜인은 정성껏 간호한다. 명훈은 북의 체제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그래서 자신은 이제 정말로 돌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다.
그 즈음에 북한에서는 리명훈을 남파한 문상철이 자신의 손으로 리명훈을 제거하기 위해 명훈의 동생인 혜인을 데리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들은 서로 접선하여 끝장을 보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국정원이 개입하게 되었다. 치열한 혈투 끝에 결국 문상철도 리명훈도 모두 죽게 된다. 남은 것은 결국 두 명의 혜인 뿐이었다.
3.시대의 반영과 개연성
영화 <쉬리> 이후로 북한의 남파공작원을 다룬 영화는 제법 지속적으로 제작되어 왔다. <이중간첩>, <간첩 리철진>, <의형제>, <풍산개>, <스파이>, <은밀하게 위대하게>, <간첩> 등 당장 생각나는 영화들만 나열해봐도 그 수가 결코 적지 않다. 국내 영화판에서 이렇듯 간첩이라는 것이 영화의 주된 소재로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이유는 북한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구체화된 형태로 매우 밀접하게 나타나는 하나의 방식이 바로 간첩이라는 대상들이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기실 간첩이라는 존재가 국민들의 뇌리에 각인된 것은 아주 오래되었다. 한국전쟁으로 남북이 갈라진 이후로 1960~70년대를 기점으로 남과 북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이 자신들의 공작원을 상대방의 영토 안으로 침투시켰다. 그리고 북한의 사정이야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있어서 간첩이라는 것은 우리가 반드시 안보의식을 고취해야만 하는 궁극적인 이유로 작용하게 되었고, 언제나 주의 깊게 상대방을 살피며, 상대방을 의심해봐야만 하는 태도과 습관을 기르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계와 두려움의 대상이었지 결코 단순한 흥미의 대상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영화의 소재로 사용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국가보안법의 불분명한 잣대라는 것이 크게 한 몫을 담당했으리라는 생각이다. 책이든 영화든 간첩을 소재로, 더욱이 그러한 간첩의 입장이 되어서 이야기를 진행하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될지도 모르니 애당초 간첩이라는 것을 소재로 채용하는 일을 꺼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일성 사후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고 새로운 체제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면서 영화 <쉬리>가 개봉을 하자 이어서 기다렸다는 듯이 간섭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는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동창생>이라는 두 개의 영화가 제작되었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젊은 아이돌 청춘 스타를 주연 배우로 캐스팅 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간첩 영화들 중에서 <동창생>이 갖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시대적 상황의 디테일을 매우 섬세하게 반영했다는 점이다. 이전의 간첩 영화들이 북한의 구체적인 정세와는 독립적으로 간첩이라는 대상을 다소 추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비하여 이 영화는 북한의 현 정세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그로부터 간첩이라는 주체의 정체성을 도출해 내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김정일이 죽고 그 후계자로 김정은이 추대되면서 거기로부터 파생되는 각종 변화와 갈등을 한 간첩 소년의 시점에서 그려내고 있는 시도는 이전의 영화들이 간첩에 대한 추상적 묘사에만 그쳤던 점을 고려할 때 제법 의미있고 세련된 시도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간첩을 비춤으로써 영화는 보다 현실적인 개연성과 디테일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다른 점들에서 개연성을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애써 쌓아놓은 그런 장점을 퇴색시켜 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일단은 남파된 리명훈이 국정원의 검증을 통과하는 과정이 지나치게 간략하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 나는 불만이다. 탈북자들은 일단 국내에 들어오고 나면 국정원의 매우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탈북자로 위장해서 들어오는 간첩을 색출해 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그런 과정이 지나치게 생략되어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또 영화의 큰 흐름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면 모르겠는데, 이 영화는 남파된 간첩이 겪는 갈등의 과정을 그리는 것으로써 그런 갈등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정원의 검증 과정은 멋대로 디테일을 포기할 수 있을 만큼 그렇게 가벼운 내용이 아니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나아가 주인공의 맞은편에 존재하는 국정원이라는 조직에 대한 묘사 역시도 불만이다. 아무리 현실 세계의 국정이라는 존재가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고 무능한 조직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더라도, 이 영화에서는 그러한 묘사 자체에 성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무능하다면 그러한 무능을 성의있게 묘사해야만 하는데 이 영화는 스스로가 아이돌 배우의 캐스팅에 전적으로 기대고 있다는 점을 자인이라도 하듯이 오직 주연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들에만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국정원이나 북한 간부들이 등장하면 장면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그것이 영화의 현실적 개연성을 훼손하고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저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4.배우 최승현과 한예리의 발견
사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결국 아이돌 스타에 기대어 소녀 팬들을 겨냥하는 영화가 만들어지겠다고 예상을 했고, 막상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을 때도 그 이상의 기대를 갖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배우 캐스팅에 기대어 제작된 영화는 연출에 충분히 힘을 쏟지 못함으로써 그냥 별 볼일 없는 영화가 만들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감상하면서 나는 기존의 입장을 다소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코리아>를 통해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검증받은 한예리는 물론이거니와 이 영화로 처음 데뷔한 최승현의 연기 역시 제법 봐줄만 했던 것이다. 물론 그가 맡은 배역시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행동하는 배역이긴 했으나 이따금 삽입되는 서정적 장면에서도 큰 어색함 없이 무난한 연기를 보여줬던 것 같다. 특히 액션씬은 매우 일품이었다. 연기 초년생이 그 정도의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는지 쉽게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한편 한예리라는 배우를 재발견한 것도 개인적으로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듣기로는 일찍이 그녀는 배두나가 주연한 영화 <코리아>에 조연으로 출연하여 배우로서의 가능성은 검증받았다고 한다. 나는 영화 <코리아>를 미리 보지 못했기 때문에 영화 <동창생>을 감상하면서 처음 한예리라는 배우가 이혜인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을 때 그녀가 이 영화에서 주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도 나는 그녀의 얼굴을 처음으로 접하는 것이었고, 그녀의 얼굴이라는 것이 여배우라고 하기엔 비교적 평범했으며, 이 영화의 포스터에 등장하는 것도 주연인 그녀의 모습이 아니라 조연이지만 인지도가 높은 배우 김유정이었기 때문이다. 실로 그녀는 평범한 마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외모로만 따지면 그녀는 절세무림고수들처럼 활약하는 다른 여배우들의 미모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를 보는 내내 나는 그 평범한 얼굴에 대해서 어떤 매력을 느끼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평범한 얼굴이었지만 매력을 주는 얼굴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얼굴 같으면서도 동시에 매력적인 얼굴이었다. 무용을 전공한 것 때문에 영화의 시나리오에서 그녀가 무용을 위해서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설정으로 방향이 수정되었을 것이라고 짐작해보는 것인지 그러한 시나리오의 무리한 수정 자체는 유감스러운 일이겠지만, 영화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그 역시 또 하나의 볼거리/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그 또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자산이며 능력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5.우리의 간첩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 영화를 다룸에 있어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남북의 관계와 그 사이에 존재하는 감첩이라는 존재들이다. 그것은 간첩이 존재하는 방식의 존재론에 대한 문제이며, 그러한 사실로서의 존재와 독립적으로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인지하느냐 하는 인식론의 문제를 함께 끌어안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과거 영화 <쉬리>에 이어서 영화 <의형제>가 개봉했을 때 그 홍모 멘트가 생각한다. 영화 <의형제>는 스스로를 <쉬리>의 연장선 위에 위치시키고, <쉬리>가 남북의 대결의 구도였다면, <의형제>는 남북이 서로에 대한 민족의식을 자각하고 화해의 역사를 시작해 나가는 것으로 규정하고자 시도한바 있었다. 영화 자체의 성패 여부와는 무관하게 나는 영화 <의형제>의 그러한 자기규정이 매우 의미 있는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규정의 정확성 여부와는 별도로 그것은 우리가 간첩 영화를 바라봄에 있어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예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서 그 영화는 관객들이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서 간첩을단순히 하나의 공작원이라는 규정적 틀 안에 가두지 말고 그 인식의 개념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영화와 관객이 함께 해나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마도 해당 영화는 스스로가 시대적 현실과 이상을 전적으로든 혹은 부분적으로든 반영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한 영향이었는지 내게 있어서도 <의형제>라는 영화는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어떠한가? 영화 <의형제>가 <쉬리>의 연장선상에서 스스로를 <쉬리>의 발전된 버전으로 규정했다면, 그러한 가속력이 보존되었다면 영화 <동창생>에서는 적어도 <의형제>에서보다는 더 발전된 현실이나 비전을 보여줘야 할 것이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에서 그러한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실 영화가 그렇게 별반 발전된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고 뻔한 결말로 끝나버리게 된 것은 앞에서 말했듯 이 영화가 북한의 정세 변화라는 사실적 맥락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의형제>가 만들어질 당시 남과 북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통일에 대한 밝은 비전과 희망을 바라보고 있는 상태였다면, <동창생>이 제작되는 현재의 남북정세라는 것은 북한이 3대 세습 체제를 공고히 하고, 북한의 무력 도발과 남북의 상호비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에 잠시 찾아왔던 비전과 희망은 온데 간데없이 사라져버리고, 결국 또다시 이전의 비참했던 남북 상황으로 완벽하게 되돌아가버린 상황인바,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다보니 <의형제>에서 더 발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로부터 퇴보하여 <쉬리>와 같이 남북이 지난하고 끝이 보이지 않는 대결의 구도를 취하고 있는 수준으로 되돌아가게 된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여 스스로의 내용을 전개해 나가고, 관객은 그러한 영화를 통해서 현실을 다시 재확인하게 되는 것이니 이 영화는 현실과 관객을 매개해 주는 나름의 역할에는 충실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단순히 현실에만 천착하여 어떤 빛나는 미래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어김없이 비판이 가능하리라는 생각이다. 물론 장성택이 처형되는 작금의 북한의 실태를 바라볼 때 북한에 대해서 어떤 개혁이나 개방에 대한, 그리고 나아가 통일에 대한 희망이나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힘든 실정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다큐멘터리 영화나 기록영화가 아닌 이상에야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희망을 보여줘도 괜찮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물론 마지막 장면에서 두 명의 혜인이 서로 손을 잡고 나아가는 것을 남북의 협력과 화해를 기대하는 메시지로 읽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고 아마 제작진도 관객들이 그렇게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그 장면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영화의 전개상 그때까지 이어온 급박한 상황전개를 생각해보면 신나게 한참동안 싸우다가 갑자기 남북으로 상징되는 두 명의 혜인이 다정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 이게 남북 협력과 화해의 상징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어쩐지 좀 궁색해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죽어간 리명훈의 존재는 뭐가 되는 것이며, 자신의 오빠를 잃은 여동생 혜인이나, 그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남한의 혜인 역시 리명훈의 죽음이라는 충격을 그렇게 쉽게 극복하고 마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정하게 서로를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그런 점에 대해 아무래도 관객으로서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숙제로 남는 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러한 남북의 관계에 있어서 과연 간첩이라는 존재들은 무엇으로 남는가 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기조처럼 그들은 음지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했던 사람들로 남는 것으로 족한 것인가? 아니면 더욱 심하게 말해서 통일을 위한 일종의 희생양으로 간주해도 괜찮은 것인가? 이것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다. 아이돌을 영화의 주연으로 캐스팅해서 간첩이라는 존재 특유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영웅적 서사를 그에게 주입함으로써 모종의 정의를 표현해 내다보니 그 주연배우가 연기해내는 인물로서의 간첩이 갖게 되는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결과를 낳게 되고 나아가 그 정체성을 통해서 상징되는 그 무엇이 대체 무엇인지를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라는 게 나의 총평이라 하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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