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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시23

[시쓰기]우리는 모두 기억을 빚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김정환 최초의 기억은 네 살태어났을 때의 기억은 전혀 없다출생 전날 나는 대체 몇 병이나 마셨던 걸까어머니 뱃속 어디에 그 많은 술이 있었나유년시절에서 그 이야기만 쏙 빼주신 부모님의 배려란. 사랑하는 당신이 서운함이라고 써내놓은 것들왜 이렇게 생소하게 보이는 걸까이제야 좀 눈에 익어가는구만고장 난 카메라 같은 내 얼굴 앞에서당신은 그만 한숨을 푹 내쉰다. 오랜 추억을 돌아 나오는 길끝까지 붙잡지 못하고결국 마지막에 기억을 놓쳐버린 이는아마도 남들보다 유난히 많은 기억을 짊어져야 했던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누군가를 배웅해야 하는 날우리는 기억할 수 없는 시간도 함께 떠나보내지만그들을 닮은 또 다른 누군가를 기억하면서마침내 조금씩 갚아나가게 된다.우리는 모두 기억을 빚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2013. 11. 27.
[시쓰기]파리의 해탈 김정환 도서관 열람실에서 내가 손사래 쳐서 날려 보내고, 그녀가 다시 스매시해서 내 콧잔등에 영면하게 된 이 파리는 전생에 큐피드나 뭐 그런 존재였을까 그 큐피드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파리로 환생했으며 얼마나 더 선업을 쌓아야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녀는?옷깃이 스치는 것은 몇 만 번의 인연이라는데 파리를 주고받은 인연은 대체 무슨 인연을 핑퐁 거리며 살아온 것일까 놀라운 속도로 날아가는 내 시선을 피해 황급히 은폐, 엄폐하는 그녀는 마치 죽은 듯 조용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파리는 어느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 날개에 묻은 내 콧잔등의 개기름을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었다 아 해탈이여 열반이여 그 눈부신 후광이여 2013. 11. 27.
[집들이 축시]친구네 집 친구네 집에 갔다 눈 한 번 깜박 술 한 잔 꿀걱 이상하다 우리의 서른에 영하 20도의 바람이 스치우고 늙으신 부모님 보폭에 몇 번 고개 떨굴 틈도 없이 신기하다 내 친구네 집에 갔더니 예쁜 딸이 있어 내 친구가 언제 자식을 낳았나 어둔 골목에서 하나 둘 염초롱한 20대 막차들을 타고 그러니까 그렇게 친구네 집에 갔더니 가라앉는 시선 그 어린 것의 발가락 하나에 멈춰 박하게 베푸는 웃음 한 올에 심장이 저려 송구하고 피가 아려 눈물을 더듬지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친구네 집에 갔더니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딛고 있는 시간이 무뎌질만큼 예쁜 가족이 있었다. 친구네 집에.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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