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내가 쓴 시23

[시쓰기]형상기억시간(形象記憶時間 김정환 이상하게도 적어두었던 이상한 시들을 파일로 만드는 이상한 짓으로 이상한 기분을 해소해보려는 이상한 시도는 참으로 이상하게도 아무런 성과도 가져다주지 못했다. 세상의 아픔을 끌어안는 거인이 되지는 못 하더라도 내 썩은 몸뚱이의 지방 한 조각이 깨어져 나가는 소리 정도는 제법 명쾌하게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던 젬병아리 포부는 총총총거리며 나의 등 어딘가를 찔러대는 만성적인 질병에 의해서 여리고성이 무너지듯이 “엄마”하면서 붕괴되었다. 이따금씩은 저 멀리 몇 만 걸음이나 떨어져 있는 것 같은 빨래 건조대나, 몇 만 광년 정도가 걸릴 것 같은 냉장고에 드리운 시간의 이름을 중얼거림으로써 나의 목소리를 확인한다. 눈금 하나 없는 시간을 정확히 12등분하고 24등분하는 낮과 밤이 행여나 나의 성대마저 도려내.. 2013. 11. 27.
[시쓰기]없는 편지 김정환 푸르른 네게 쓴다.하지만 이것은 없는 편지다. 깊이 팬 나에게 쓴다.하지만 이것은 없는 편지다. 너에게 쓰는 편지에는 내가 없다.도서관에서 풀어본 사랑의 계산식과내 안에서 순식간에 기화하는 그 모습이,꿈속에서 떠난 여행지와그 아래 함께 머물고 싶던 여명과우주에 그려진 너의 궤적이한 획도 담기질 않았다. 나에게 쓰는 편지에는 네가 없다.내가 죽어야 할 이유와세상을 긍정하게 하는 거짓말,모든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 고귀함,이성의 분장을 하고 춤추는 감성,부끄러운 줄 모르고 길기만 하던 밤이꾹꾹 말라붙어 있을 뿐이다. 언제쯤 나는너에게 나를,나에게 너를적을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는같은 편지에서 만날 수 있을까. 2013. 11. 27.
[시쓰기]수상소감 김정환 쉽게 부패하는 글처럼곧잘 부끄러워지는 인생을꾸역꾸역 살아가는 이유는아마도 그 순간을 적어나가던 당시에는한없이 어여뻐 보이기 때문일까. 눈먼 당신에게피가 말라붙은 심장을상큼한 표정으로 내미는 이유는분명히 당신만이 그 앞에서태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나에게 상을 주었고,나로부터 상을 받았다. 그럼 그렇지결국,나의 소감은애써 겸손하다. 2013. 11. 27.
[시쓰기]청순한 시집 김정환 문득 시가 말라도서관 서가를 헤맸다죽은 시인의 이름 한 점 붙은앙상한 시집을 집었다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학자들의 책과 함께한 손에 움켜쥐고 다니다가오늘의 외로움이 부화하는 순간에펼쳤다책을그 시집을한 번도 읽힌 적 없어 보이는그 팽팽한 살결을 읽으며어느 시집의 순결로눈 먼 기다림을 달래는 기분은실로 너무 멀다달싹이는 내 입술에서는누군가의 숨결이끊어지지 않는 수평선을수시로 넘나드는 소리가 들렸다먼 곳에서 보내온이 편지들을 다 읽었을 때는당신의 기억도 웃으며 잠들까시를 읽는 것은멀어져가는 이의 숨결을자신의 몸속에조용히 접붙이는 사람들의 일이다. 2013. 11. 27.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