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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23

[시쓰기]파리의 해탈 김정환 도서관 열람실에서 내가 손사래 쳐서 날려 보내고, 그녀가 다시 스매시해서 내 콧잔등에 영면하게 된 이 파리는 전생에 큐피드나 뭐 그런 존재였을까 그 큐피드는 무슨 죄를 지었길래 파리로 환생했으며 얼마나 더 선업을 쌓아야 다시 신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나는 그녀는?옷깃이 스치는 것은 몇 만 번의 인연이라는데 파리를 주고받은 인연은 대체 무슨 인연을 핑퐁 거리며 살아온 것일까 놀라운 속도로 날아가는 내 시선을 피해 황급히 은폐, 엄폐하는 그녀는 마치 죽은 듯 조용하고 죽은 줄로만 알았던 파리는 어느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제 날개에 묻은 내 콧잔등의 개기름을 정성스럽게 닦아내고 있었다 아 해탈이여 열반이여 그 눈부신 후광이여 2013. 11. 27.
[시쓰기]언젠가 누군가가 나의 잇몸에서 돋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날 김정환 빠질 것을 예감하고 불안불안 흔들리는 이처럼 나는 힘겹게 당신을 지켜나갔다 그대가 걷힌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면 눅눅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양치감에 익숙해져 가노라면 처음 어머니가 내 이에 굵은 명주실을 감았을 때처럼 떨리는 턱을 다문 채로 울먹이며 잠으로 가라앉았고 이가 빠지는 꿈을 꾸지 않을까 초조해 하는 꿈을 꾸었다 이가 빠지는 꿈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꿈이라는데 언젠가 내게 그런 얘길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친구는 어느 날 몇 번이고 이가 다시 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떼돈을 벌거라고, 어쩌면 이미 기술을 있는데 치과업계에서 돈을 벌려고 공개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는 비밀을 털어놨다 이름 없는 미스 코리아의 앞니를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지나치게 크게 맞장구쳤다 입 속의.. 2013. 11. 27.
[결혼식 축시]잘 늙을 수 있을까 땅이 도처에 봄을 뿜어 올린다기억해 이 순간우리의 생에 깊이 팰 운명의 전환점을몇 번이고 쓰다듬어질 우리의 모습을 이렇듯 특별한 하루의 꼬리를 물며물끄럼한 시선, 봄의 그림자를 낚고당신이 담긴 눈동자에 부연 떨림이 일 때가 있었다 여보언젠가 이렇게 불러볼 텐데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까한 겹씩 늘어나는 생의 턱을 딛을 때마다오늘과 같은 광명과 재회할 수 있을까 여보사실은 무척 쑥스러운데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까삶에 고인 투명함에 허우적거릴 때마다우리는 서로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여보이젠 정말 용기 내어 불러본다우리는 잘 늙을 수 있을 거야괜찮다는 말, 힘내라는 말이질량을 잃고 우주의 미아가 된다 하여도 언제든 손을 뻗어 서로의 꿈을 맞잡고하염없이 그리운 나날의 추억,그날의 볕들에 문득 고개를 들면눈이 .. 2013. 11. 26.
[시쓰기]신을 만났다 신을 만났다 때로 신을 만난다 신을 만났다 신은 늘 그곳에 있다 그가 오는 모습과 그가 가는 모습을 보지 못하니 본적이 없으니 신은 늘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 나는 그곳을 알지만 알지 않으며 알지 못하는 외줄 위에 나를 놓아둔 채로 이 생을 어루만져 왔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외줄이 무한의 우주로 확장되는 순간은 내가 온전한 나를 마주할 때라는 것이다 모든 것의 원인과 결과가 나라는 존재에로 수렴될 때 비로소 신은 드러나며 내가 곧 신이라는 것과 신이 곧 나라는 것을 부스러지는 입꼬리로 부여잡게 된다 시계 초침에 시선을 매단 채로 삶을 음미하는 때가 있었다 쪼개지는 순간이 영원히 회귀하고 회귀해도 좋을만한 것임을 문득 기억해내는 날에 뒤돌아보자 생이 하나의 거울이 되도록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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