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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23

[시쓰기]시차 시차 김정환안녕그렇게 웃었다웃음이 어색했나보다땅은 수줍지도 않은지조금도 붉어지지 않고여전히 흙빛이었다되려 하얗게 질렸달까 반기지 않는 땅을 디디며,알아 알아나를 반겨주는 것은 앞서 걸어간 시차의 발자국뿐이란 걸 보고 싶었어요 그리웠어요하고 싶던 말시차가 먼저 했었다사랑한다는 말도,네 곁에 있고 싶다는 말도,으스러지도록 안아주고 싶다는 말도 안녕내 방에 누워있던 시차가나를 반겼다나보다 먼저 아파한 시차가나를 반겼다애꿎은 시차를 앞에 놓고나는 조용히 울었다 달력의 끝에 시차를 보내두고잠시 나는다섯 시간 전의 세상을 살았다다섯 시간 전의 슬픔과다섯 사간 전의 그리움과다섯 시간 전의 기쁨과 다섯 시간 전의 내 삶을부둥켜안았다 잘 있었냐고물었다그들이 대답했다잘 다녀왔냐고,다섯 시간이나 기다렸다고,얼마나 힘들었냐고.. 2013. 11. 26.
[집들이 축시]친구네 집 친구네 집에 갔다 눈 한 번 깜박 술 한 잔 꿀걱 이상하다 우리의 서른에 영하 20도의 바람이 스치우고 늙으신 부모님 보폭에 몇 번 고개 떨굴 틈도 없이 신기하다 내 친구네 집에 갔더니 예쁜 딸이 있어 내 친구가 언제 자식을 낳았나 어둔 골목에서 하나 둘 염초롱한 20대 막차들을 타고 그러니까 그렇게 친구네 집에 갔더니 가라앉는 시선 그 어린 것의 발가락 하나에 멈춰 박하게 베푸는 웃음 한 올에 심장이 저려 송구하고 피가 아려 눈물을 더듬지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오랜만에 친구네 집에 갔더니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다 딛고 있는 시간이 무뎌질만큼 예쁜 가족이 있었다. 친구네 집에. 2013. 11. 26.
[시쓰기]하얀 나비의 도시 하얀 나비의 도시 밤이 사산한 도시에서 나비는 가장 크고 아름답다 체크무늬 남방을 입은 농부는 도시의 자갈밭에 잘게 갈린 발바닥을 끌며 하얀 하늘 밑을 헤멘다 잃어버린 어둠과 축축한 불안을 찾아낸 고양이들은 다른 무리가 냄새를 맡을 틈도 없이 모든 것을 살라버린다 그 붉은 혓바닥은 도시에서 가장 귀한 것이다 간디의 옥수수를 꿈꾸는 아이는 창 밖의 허연 하늘이 움직이는 것을 봤다 그것이 꿈인지 생시인지는 시간조차 알지 못했다 위에서부터 탈색되는 도시는 이윽고 꾸벅꾸벅 졸음에 기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아지랑이로 피어오를 때 분명 나비는 그때서야 서서히 날아오른다 2013.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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