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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문장연습]쫓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by 통합메일 201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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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연습]쫓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래. 어느새 너는 못 생겼구나.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어쩌면 나도 원래부터 너를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무엇인가에 이끌리면서 너의 외모마저도 눈부시게 받아들였던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척 뻔한 이야기지만 너는 이미 나의 안에 들어와 있어. 내가 앞으로 누구를 만나든 만나지 않든 나의 존재는 너를 일부로 하여 구성돼있는 것이지. 부정할 수 없어. 또한 지금의 내 텁텁한 감정과도 상관없이 내가 한 때, 특히 2011년 4월 3일의 밤과 다음날 아침에 특히나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아. 사랑이 의지의 문제라는 것과 별도로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여기에는 굳이 ‘괜찮다’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괜찮겠지?

어느새 이렇게 나는 너를 서서히 또 포기하고 있어. 현실적 불가능성을 완전히 부정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마음에도 영향을 주는 모양이야. 이렇게 될 줄을 나는 알았을까. 너의 연락이 끊어진 후로 제한된 단서를 가지고 너의 생사와 너의 심경을 추측해야 했던 날들은 무척 괴로웠어. 예상하고 바라던 일이기는 했지만 그런 방식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 어쨌든 너도 그게 최선의 방법이었으리라고 생각을 해. 사랑하고 있다고 나는 생각을 하니까 그 정도는 아주 쉬운 일이야.

몇 번이나 사랑에 질리면서, 어차피 또 질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또다시 운명적인 사랑을 갈구하는 인간은 참 신기하고도 가련한 존재야. 물론 그것은 희망이나 행복의 한 부분을 이루고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 아마 영원히 쫓아가야만 할 거야. 하늘에 떠있는 달처럼 그것은 아무리 쫓아가도 결코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것일 테니까. 그러니 결국 간단해. 나는 너를 사랑했고, 네 존재의 일부는 어느새 나를 이루며 계속 살아가게 되겠지. 네게도 같은 사정일 테니까 억울하진 않아. 다만 나는 조금 더 할 수 있는 한 너를 오래 더 사랑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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