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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맞이(2015)

by 통합메일 2015.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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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맞이(2015)

봄, 하고
비가 왔습니다.
지난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
웅크려 변명이라도 하려 하니
또 억지로 이렇게 커튼을 젖히네요
그래요 또, 올해도 애서 태연하게
미세한 입자로 걸어들어오는 당신을 마주합니다.

말하자면, 그날도 이렇게 비가 내려서,
갑자기 열리는 봄에
나는 너무나도 철이 없어서,
어제로 돌아가면, 내년의 오늘까지 잠이 들면
다시 마음껏 당신을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때로 나이라는 것은 제법 큰 편안함을 제공하더군요
누군가에게 초연한 뒷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이래저래 적잖이 감사한 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의 마음은 조금도 늙지 않는 것인지
올해도 어김없이
봄,하고
비가 오니
무수한 당신이 잔뜩 뭉뚱그려집니다

허튼 생각,
땅을 적셔
좀처럼 마르지도 않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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