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원재 돌잔치

by 통합메일 2015. 4. 20.
반응형

원재 돌잔치


땀이 흥건하지 않길 빌면서 걸어왔는데 날 듯 말듯 할 때에 도착을 했던 것 같다.


원재는 많이 늙어 나는 가슴이 아프면서도 안도했다. 그리고 다시 가슴이 아팠다. 다들 전쟁의 전리품 마냥 아들이나 딸, 하여튼 아이들을 껴안고 나타났다. 친구도 연인도 아이도 없는 나는 계영이의 치맛자락을 잡았던 모양이다.


그마저도 그녀의 가족과 함께. 그래 그러고보니 이것 참 지독한 민폐가 아닌가. 지독하기 이를 데 없다. 남기태를 원망하고 싶은 마음 따위는 조금도 없다. 아니 사실 그럴 정신이 없다.


꿈은 언제나 다짐했던 나의 마음을 배신하곤 한다. 일상이 꿈에 의해 침식되는 풍경이 시리도록 푸르다. 새벽의 푸르름이 생경하다. 돌아온 일상은 한없이 구차할 뿐이다. 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자아를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꿈에 불과하다고 치부하며 뻔뻔하게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시금 그들을 욕구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꿈 속에서의 타락이 얼마든지 레떼의 강을 건널 수 있음을 알고 있으며 병든 나의 마음이 다시는 낫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


자러 가자.


오늘도 끝이다.


2014.07.13. 약 20:00


이원재 아들 돌잔치에서

반응형

'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러고보면 때로는 로맨스  (0) 2015.04.20
대용형이 다녀갔고, 경희와의 통화  (0) 2015.04.20
마음의 문을 닫는 일  (0) 2015.04.20
권태 혹은 겁  (0) 2015.04.20
내일은  (0) 2015.04.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