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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영화]가족의 나라(かぞくのくに, Our Homeland, 2012)

by 통합메일 2013.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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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나라 (2013)

Our Homeland 
9
감독
양영희
출연
안도 사쿠라, 이우라 아라타, 양익준, 미야자키 요시코, 츠카야마 마사네
정보
드라마 | 일본 | 100 분 | 2013-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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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참 좋은 영화를 봤다.

이런 영화는 꼭 재미없을 것 같이 생겨서 자꾸만 보기를 미루게 되는 게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필요할 듯.



재일조선인 집안의 아들 성호는 16세에 '귀국인'의 대열에 합류하여 북한으로 보내졌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나 뇌에 종양이 생겨 치료를 목적으로 일본에 3개월 동안 돌아오게 되었다.



감격의 재회



이들은 일본어를 쓰지만, '아버지', '어머니', '오빠' 등의 우리말 명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어머니와의 재회



뇌종양 진단.

이 역시도 쉽지는 않은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현실이 도와주질 않는다.

3개월만에 뇌종양을 고치고 돌아오라니;



똥파리를 연출한 양익준 감독이 출연한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 출연진을 보고 나서야 그가 양익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북한 공작원으로서 이번에 치료를 목적으로 방일한 이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았다.

더불어 그는 성호에게 동생을 회유하여 공작원으로 포섭할 것을 명령하기도 한다.



성호는 오랜만에 동창들을 만났다.

그들 역시도 재일조선인이었지만, 성호와는 달리 일본인과 유사한 삶을 살아간다.

그들 역시도 어중간한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들이지만, 그래도 성호에 비하면 불평을 할 수는 없는 그런 처지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는 하겠지만,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헤메다가, 우연히 꺼낸 옛 노래에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다 같이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간다.



길을 걷다 여행용 트렁크 가게 들어간 성호와 여동생.

매우 비싼 가방이라서 살 엄두를 내지 못하지만, 성호는 동생에게 이런 가방을 들고 자유롭게 세계를 다니면서 많은 것을 보고 들으라고 조언한다.



그날 밤 성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마지못해 여동생에게 공작원이 되지 않겠냐는 말을 꺼낸다.

물론 여동생은 거절을 하고, 서럽게 울어버린다. 스크린은 조용히 몸으로만 우는 그녀의 모습을 비춰준다. 그 소리 없는 울음에 관객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성호와 동생의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가 그에게 공작원 같은 일은 좀 그렇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런 일은 하지 말라고. 그 말에 성호는 그만 감정이 폭발하고 만다. 자신은 아버지에게 도움이 되고자 북조선으로 가는 길을 선택했는데, 결국은 자신이 아버지에게 폐가 되는 결과가, 아버지에게 거부당하는 결과가 되어버리니 그는 정체성의 혼란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동생은 공작원에게 분풀이를 하지만, 그는 마지 거대한 벽과도 같다.

"당신도, 당신네 나라도 정말 싫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공작원은 이렇게 말한다.

"동생분이 싫어하는 그 나라에서 오빠도 저도같이 살고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사는 겁니다."



그 말을 뒤로 공작원은 떠나버리고, 텅 빈 골목에서 동생은 서러움을 풀 곳이 없어 자신의 몸을 때린다.

나는 이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한을 해소하는 방식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그녀의 몸 속에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한의 정서가 흐르고 있지만, 일본이라는 사회에서 살다보니 저런 식의 해소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니고, 영화는 그런 면에 집중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은 과연 분단된 한반도의 현실을 비춰주는 엄연한 또 하나의 거울이라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




3개월만에 병을 치료하라는 북한의 방침에 분노하는 삼촌.

그의 발언에서 성호가 북으로 가게 되었던 과거의 일들이 밝혀진다.



그런데 그날 밤 북으로부터 지령이 내려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해외로 나간 이들은 즉시 귀국조치하도록 한 것.



갑작스런 지령에 일본에 적을 둔 사람들은 끊임없이 "왜?"라는 물음을 던지지만, 성호나 공작원이나 그런 물음에는 무기력하다. 그런 방식으로 이 영화는 북한이라는 곳을 그런 "왜?"라는 물음이 아무런 힘도 가지지 못하고, 동시에 그런 물음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곳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하는 듯 했다.



갑작스런 귀국지시는 다른 가족들에게 청천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돌아가기 전 날, 마지막 밤을 함께 하면서 성호는 동생에게 다시 한 번 말한다. 나는 비록 "왜"라는 물음을 가지고 살 수 없지만, 너는 여러 세계를 보고 경험하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인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 번 왁칵 눈물이 터졌다.



미운 사람이었을텐데, 어머니는 공작원을 위해 옷을 준비해줬다.



독재자들의 사진이 그곳에도 걸려있다.



성호의 가슴에 다시 독재자의 사진이 달린다.



떠나는 성호를 여동생은 쉽사리 보내주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떨어져 나간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창문을 열고, 성호는 동창들과 만나서 불렀던 노래를 흥얼 거린다.

자신이 태어나서 자란 고향에게 보내는 이별의 노래,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추억에게 보내는 이별의 노래가 아닐까 싶다. 아마도 그 노래를 부르면서 그는 자신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올 수 없으리라는 것을 깨달았으리라.



평점 9점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다. 잔잔하고, 소리 없는 울음과 자학으로만 자신의 한을 서러움을 표출할 수 있는 모습이 분단된 땅을 밟은 채로 그러한 분단의 본질을 숱하게 망각하는 우리들에게 잔잔한 파동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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