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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영화]창수를 보고

by 통합메일 2013.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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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창수를 보고




창수 (2013)

7.2
감독
이덕희
출연
임창정, 안내상, 정성화, 손은서, 태성
정보
드라마 | 한국 | 104 분 | 201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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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대

친구 중에 창수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처음 봤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친구가 포함된 카카오톡 대화방에 그 포스터 사진을 공유한 일이었다. 우리 친구들은 임창정이 스크린 속에서 17 대 1의 싸움을 외쳐대던 시절에 중학생이었다. 참으로 어설펐던 학창시절의 초입에 영화 ‘비트’는 청소년이 지향하되 겪어서는 안 될 방향을 일러주는 등대와도 같은 영화였다. 이후로도 임창정은 정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영화는 물론이고 가수 활동도 정말 활발했다. 잔뜩 허세가 깃든 그 어설픔이 참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된 그의 영화가 역시 참으로 기대됐다. 무엇보다도 포스터가 너무 잘 나왔다. 기대를 하지 않고는 배겨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인상적인 포스터였다. 어딘가 크롬빛깔이 감도는 색감에 비참하게 유린당하는 임창정의 모습이 노골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포스터였다. 더군다나 포스터 한 켠에 영화 제목을 뜻풀이 해주는 글귀가 있었는데, 슬플 창(愴)에 목숨 수(壽)라고 했다. 슬픈 목숨이라니 그 의미심장함에 기대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2.줄거리

영화의 주인공 창수는 다른 사람의 징역을 대시 살아주는 일을 전문으로 하면서 먹고 살아가는 동네 양아치다. 그는 고아이며, 그의 곁에는 고아원에서 만난 동생 상태가 있다. 두 사람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마치 친형제처럼 살아간다.

어김없이 다른 사람의 징역살이를 대신 살고 다시 사회로 나온 창수는 어느 날 밤 우연히 한 쌍의 남녀가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그 싸움에 휘말리게 된다. 괜한 호기로 개입하게 된 것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유명한 조직 폭력배의 부두목이었다. 그리고 여자는 해당 조직폭력배의 두목의 여자였다. 조직의 보스가 구속된 사이에 두 사람은 서로 금단의 사랑에 빠졌다가 불화가 생겼던 것이다. 괜한 오지랖에 봉변만 당한 창수에게 보스의 여자인 미연은 이유 모를 호감을 느꼈다. 아주 잠깐 동안이지만 두 사람은 달콤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평생을 외롭고 비참하게 그리고 비굴하게 살아온 창수였지만 이제는 정말로 ‘사랑’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매우 설렜다. 피붙이 하나 없던 그에게는 딱히 열심히 의미 있는 생을 추구할 동기가 없었는데, 이제는 열심히 살아갈 동기가 부여되는 것 같았다. 자신을 좋아해주는 여자가 생겼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했던 창수는 징역살이의 대가로 받은 돈을 고스란히 반지를 사는데 쓴다. 그리고 그 반지를 들고 미연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는 칼에 찔려 잔인하게 살해당한 그녀를 발견하게 된다. 조직의 부두목이 기어이 그녀를 찾아내 죽여 버린 것이다. 예기치 않은 실연으로 인한 충격이나 복수 같은 것은 둘째 치고 창수는 당장 살인자의 누명을 뒤집어쓰게 되었다.

동생 상태와 필사적으로 도망을 치고, 누명을 풀기 위해 애쓰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생 상태의 밀고로 조직의 손에 붙잡혀 엄청난 고초를 치르고, 불구의 몸이 된 다음에 경찰로 넘겨져 10년의 징역을 살게 되었다. 이번에도 다른 사람의 징역을 대신해서 살게 된 것이었지만, 아무런 보상도 없다는 점이 이전과 달랐다. 창수는 그렇게 감옥으로 가고, 조직의 부두목은 두목을 죽이고 조직의 1인자가 된다.

선하디 선한 창수는 자신을 팔아넘긴 상태를 감옥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용서한다. 오히려 그는 자신을 팔아넘긴 동생에게 나중에 집을 사주겠다며 호언장담까지 한다. 아무래도 자신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동생을 버리기에는 창수에게는 남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어떤 짓을 하든 간에 버리지 못하고 그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비참한 삶을 이어나가는 것 이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거라는 짐작을 해본다.

이후로 어찌어찌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창수는 출소를 하게 되고, 이제는 조직의 두목이 된 김도석을 찾아간다. 창수는 그에게 살인사건의 증거물을 들이대며 징역살이의 대가로 10억을 요구한다. 하지만 김도석은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돈과 권력을 이용해서 오히려 창수를 몰아붙인다. 결국 창수는 다시 한 번 비참하게 무너지고 유린당한다. 하지만 그는 최후의 기지를 발휘하여 김도석에게 복수를 하는데 성공하고, 죽은 미연의 납골당으로 찾아서 숨을 거둔다.






3.호평

이 글은 결국 혹평으로 마무리를 짓게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평거리를 찾지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다.

첫 번째로 이 영화는 돈을 많이 안 들였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조직 폭력배가 등장하는 영화는 다수의 조직원들을 동원해야 하고, 액션씬 등을 위해 많은 소품과 특수효과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제작비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들을 과감하게 포기함으로써 제작비를 파격적으로 깎았다는 점을 감상하는 내내 생각했다. 조직폭력배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설명되고 있는 것처럼 엄청나게 거대한 조직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만한 ‘엄청나게 많은’ 조직원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부족한 인원을 최대한 커버하기 위하여 인물들의 배치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두 번째로 이 영화에서는 소품이나 특수효과가 필요한 액션씬을 찾아볼 수가 없다. 칼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미연의 시체는 순간적으로 멀리서 보여줌으로써 디테일을 차단했고, 차량이 사람에게 돌진하는 장면에서는 사람이 가까스로 차의 돌진을 피해냄으로써 스턴트의 리스크를 최소화시켰다. 이처럼 제작비 절감에 대한 피눈물 나는 노력은 투자자들의 부담을 줄이고, 투자자들의 간섭을 최소화시키며, 영화 흥행 실패로 인한 부담 역시도 가볍게 할 수 있다는 이로움을 산출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차라리 제작비를 제대로 투입해서 시나리오와 배우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았겠냐는 반론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며, 필자 또한 사실은 그런 아쉬움을 담아서 보내는 호평 아닌 호평이다.

두 번째로는 주연인 임창정의 뛰어난 연기력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임창정이라는 배우는 1990년 ‘남부군’으로 데뷔했고, 그가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것은 1997년의 ‘비트’였다. 그로부터 어언 17년의 시간이 지났고, 데뷔 때부터 따지자면 20년이 넘었다. 물론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는 대중들에게 그 특유의 연기력을 가지고 영화의 흥행과 실패의 굴곡과는 독립적으로 안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때문에 이번에도 대중은 그의 연기력에 대해 적잖은 기대를 가졌던 것이고, 그런 연기력만을 놓고 봤을 때 그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큰 실망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를테면, 영화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비열함’이라든지 혹은 ‘비굴함’이라는 소재를 정말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고 있었고, 고문당하는 장면에서는 오직 연기력만 가지고 고문의 감각을 실감나게 표현해 냄으로써 제작비 절감에 톡톡히 이바지 했다는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조금 과장되게 표현한다면 이 영화는 임창정이라는 배우의 네임밸류와 그 연기력에 상당부분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사료된다.


4.혹평

첫째,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제작비 절감에 집착한 나머지 영화의 잠재력을 상당히 거세해버린 감이 있다. 굳이 장르를 따지자면 이 영화는 액션 스릴러에 속한다고 할 것이다. 러브라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극히 잠깐의 일부분에 불과하고, 메인을 이루는 스토리라인은 누명을 쓴 비열한 한 남자와 그를 쫓는 거대 조직 세력이라는 구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영화는 필연적으로 대중에게 액션으로 어필을 해야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창수가 고문당하는 장면과, 창수와 김도석이 주먹다짐을 하는 장면을 제외하면 딱히 그렇다할 액션이 등장하지 않는다. 위에서 나열한 액션들로 충분하지 않냐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오늘날 액션장르로 소개되는 상업영화들을 보면 위와 같은 액션으로는 그렇다한 흥행을 기대하기가 힘들다. 더욱이 미숙한 필자의 눈으로 봐도 장면 장면마다 돈이 없어 난감해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바, 그러한 제작비의 절감이 시나리오와 배우의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같은 이유로 임창정이라는 배우를 가지고 이정도의 영화밖에 못 찍었다는 사실에 통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덕희 감독은 두사부일체와 파이란의 조감독을 맡았던 인물이다. 그 정도면 멜로와 액션에 나름대로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리라는 기대가 가능할 것 같은데, 양자를 한 번에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친 것 같은 기분이다. 액션을 위한 제작비가 부족하다면 차라리 액션을 상당부분 포기하는 대신 애정라인에 집중해서, 여주인공을 그렇게 일찌감치 죽여버리지 말고 최후의 순간까지 절절한 최루성 효과를 노리는 것이 더 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셋째, 이 영화는 큰 틀에서 볼 때 임창정을 제외한 다른 모든 배우들은 전부 다 미스 캐스팅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아, 한 명 더 제외한다면 조직의 보스 역할을 맡은 ‘전국환’은 그나마 괜찮았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엄밀히 말해서 이 사람도 이런 역할을 하도 맡아서 이 사람이 조직의 보스라고 나왔을 때는 좀 지겹다는 생각도 들었다. 조직의 부두목인 김도덕의 역할을 맡은 ‘안내상’은 어떤가. 아무리 캐스팅에 대한 평이 개인의 취향에 상당히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아니 암만 그래도 안내상을 주연급 악역에 배치하는 것이, 그것도 조직폭력배로 배치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는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역할을 맡으려면 치열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2인자의 자리에 까리 올랐을만한 인물을 골랐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여주인공을 때리는 찌질한 인상의 남자 배우를 고르다보니 그가 낙점되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본다. 그리고 창수의 동생으로 나오는 정성화는 열연을 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코믹한 분위기가 제대로 씻겨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극중에서 웃기려는 것도 아니요, 울리려는 것도 아니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하려고 하다 보니 역부족이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며, 여주인공을 맡았던 손은서는 일단 그 인공미는 논외로 한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보여주는 왈가닥 스타일의 러브라인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옵션으로 조연 ‘재욱’역으로 나오는 ‘태성’이라는 배우는 그냥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 없어도 별 상관이 없었지 않은가? 그냥 창수네 동네 패거리에 그런 똘마니 하나 있다는 측면에서 끼워 넣었는지는 도무지 모를 일이다. 더군다나 창수에게 지극정성으로 대하는 식당 아줌마 역할의 백수련은 원빈이 주연한 영화 ‘아저씨’에서 아이들을 부려먹다가 장기 브로커에게 팔아먹는 아주 최고의 악역을 맡았던 인물인지라 그런 이미지의 배우가 갑자기 그런 풋풋하고 후덕한 배역을 맡으니 아무래도 이질감이 크게 느껴졌다.

넷째, 이제 이 혹평의 결정타를 날리겠다. 그것은 바로 스토리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한 것이다. 일단 이 스토리는 모든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사건이 지극히 우연히 발생했다는 점에 있어서 그 창작의 견고함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즉, 미연과 김도석이 실랑이를 벌이는 그 시간과 장소가 하필이면 창수가 노상방뇨를 하는 장소였다는 점에서 여타의 액션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실망을 느꼈다. 물론 징역살이라는 모티브를 절정의 장면에 다시 대입하여 살려낸 것과, 창수 동생 상태가 보여주는 사제담배 제조라는 모티브 역시 절정의 순간이 사용하기 위하여 복선으로 미리 깔아놨던 것이라는 점 등의 시도는 또 그것대로 나름의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이 영화는 뭔가를 해보려고는 했지만 그 뭔가를 해내지 못함으로써 전형적인 ‘조폭’영화라는 개미귀신의 함정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는 인상을 준다. 다시 말해서 러브라인이 시작되려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갑자기 여주인공이 죽어버리고, 살인누명을 쓴 창수가 순순히 곧바로 잡히지 않고 도피생활을 하는 것을 보면서 어떤 반항을 하는가 싶은 찰나에 맥없이 동생의 밀고로 잡혀 들어간다. 나아가 결말에서는 진부함을 피하려는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는데 이 반전이 결과적으로는 그냥 밋밋함과 찝찝함으로 귀결되었다는 점에 있어서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할 것 같다. 특히 창수와 상태가 도피생활을 하는 과정은 이들이 상황파악을 하는 것으로 채워지게 되는데, 미연을 죽인 것이 누구인지를 알아내는 일이 꼭 그렇게 탐정 수사를 하듯이 해야만 알아낼 수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이전의 장면에서 김도석이 미연에게 전화해서 죽여 버린다고 협박을 하는 장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죽인 범인이 누구인지 그렇게 해서야만 깨닫는다는 것이 좀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필자에게 있어서 그 장면은 그냥 감독이 시간을 끌기 위해서 배우들을 이리저리로 뛰어다니게 만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5.입맛을 다시다

사실 영화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치열하게 만들어지는지를 모르는 것도 아닌 입장에서 그것을 그냥 편안하게 보면서 이런 식으로 혹평을 늘어놓는 것이 조금은 겸연쩍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미디어 컨텐츠라는 것은 솔직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라고 믿는바 필자의 이런 불평이 약이 되길 바란다. 전체적으로 임창정이라는 배우를 다시 볼 수 있어서 반갑기는 했지만, 어느새 많이 늙어버린 그의 모습에 조금은 더불어 쓸쓸했고, 부족한 제작비의 문제가 엿보여 아쉬움도 많이 든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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