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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결혼전야 영화감상문

by 통합메일 201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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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야 (2013)

7.4
감독
홍지영
출연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택연, 마동석
정보
로맨스/멜로 | 한국 | 118 분 |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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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전야 영화감상문


목차

1.소개

2.줄거리

 1)태규, 주영 커플

 2)소미, 원철 커플

 3)건호, 비카 커플

 4)대복, 이라 커플

3.구성

4.결혼 전의 불안

5.대단한 유부남

6.결혼 그리고 사랑

1.소개

이 글은 <인터뷰>,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키친>을 연출한 홍지영 감독의 영화 <결혼전야>를 시청하고 작성한 영화감상문이다. 이 영화는 김강우, 김효진, 이연희, 택연, 마동석, 구잘, 이희준, 고준희, 주지훈 등이 주연으로 출연으며, 네 쌍의 커플들이 결혼을 앞에 두고 경험하게 되는 고뇌와 갈등 그리고 해프닝 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시나리오의 원초적 토대가 되는 모티브는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매우 중요한 사건들 중의 하나인 ‘결혼’이라는 것을 앞두고 필연적으로 마주하지 않을 수 없는 ‘불안감’으로부터 착안된 듯 보인다. 이것은 예전부터 많은 작품에서 다뤄져 왔던 소재이긴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러한 소재를 옴니버스식 구성을 통하여 연출함으로써 결혼이라는 사건이 인간에게 선사하는 불안과 의미에 대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2.줄거리

1)태규, 주영 커플

태규는 잘 나가던 프로야구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인해 현재는 은퇴한 상태다. 주영은 비뇨기과 개업의사다. 두 사람은 과거에 연애를 하다가 헤어지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만나 연애를 하게 됐다. 그리고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한다. 하지만 아이를 갖는 문제로 인해 두 사람의 갈등은 시작된다. 태규는 빨리 아이를 갖길 원했지만, 이상하게도 주영은 아이를 원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혼인신고를 하던 태규는 주영의 결혼 및 이혼 내력을 발견하고 크게 분노한다. 자신과 결혼 전에 결혼생활을 했다는 사실에, 그리고 그런 사실을 자신에게 숨겼다는 사실에 그는 분노한다. 두 사람은 밀고 당기며 서로에게 상처 주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태규는 주영의 또다른 비밀을 알게 된다. 과거 두 사람이 연애할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생겼었지만, 태규의 외도에 분노한 주영은 태규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결국 주영은 유산을 했고, 다른 남자와 함께 외국으로 나갔다 들어온 것이다. 그 사실을 알게된 태규는 매우 큰 충격을 받는다. 용서를 구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넋놓고 배팅연습을 하던 태규는 다른 사람이 친 공을 맞고는 기절한다. 기절한 태규의 소지품으로 나온 지갑을 주영은 발견한다. 그 속에는 과거 두 사람이 연애하던 시절의 사진이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어찌어찌 두 사람은 화해를 하고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2)소미, 원철 커플

소미와 원철은 오래된 커플이다. 소미는 능력 있는 네일 아티스트고, 원철은 역시 능력 있는 레스토랑 쉐프다. 오랜 연애의 끝에 두 사람은 결혼을 결심한다. 소미는 자신이 하는 네일아트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원철은 그녀가 일을 그만하기를 바란다. 소미는 그런 원철이 내심 서운하지만 굳이 표현하지는 않았다. 대신 친척을 만난다는 핑계를 대고, 결혼 전에 마지막으로 제주도에서 열리는 네일아트 대회에 참가하러 간다. 제주도에 도착한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그것은 여행사 직원이었다. 그런데 이 여행사 직원이라는 사람 어딘가 좀 이상하다. 여행사 직원증은 있지만 행동이라든지 가이드가 서툴고 엉성하다. 게다가 사사건건 그녀에게 짓궂은 장난만 일삼았다. 그런 일로 소미는 화가 나서 차에서 뛰쳐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여행을 하는 도중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그의 장난은 짓궂었지만 알게 모르게 어느새 그에게 깊이 빠져있는 소미였다. 하지만 결국 여행은 끝나고 그녀는 다시 서울로 돌아가야만 했다. 그는 다시 만나기를 바랐지만 그녀는 자신은 이제 곧 결혼한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서울로 돌아온 그녀는 그야말로 결혼전야에 들어간다. 드레스를 고르고 결혼식 준비에 바쁘지만 틈틈이 제주도에서 만난 그게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어떤 것이 옳은 선택일까. 고민하던 그녀는 결국 제주도에서 만난 그를 선택한다.


3)건호, 비카 커플

건호는 꽃집을 운영하는 노총각이다. 그런 그에게 찾아온 아리따운 우즈베키스탄 색시가 있으니 바로 비카다. 늙고 초라한 건호에 비하면 비카는 모든 남자들이 쳐다보는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자신의 약혼자에게 쏟아지는 뭇 남성들의 시선을 아는 건호는 그녀가 불안해서 참을 수가 없다. 더욱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기부전 증상까지 찾아왔다. 비뇨기과를 찾았지만 상태는 호전되질 않았고, 비카는 젊은 요리사(원철)에게 요리 강습을 받는답시고 나돌아다니고, 어떤 날은 비자발급을 위한 국제결혼 문제로 시위하는 모습이 TV 카메라에 잡혀 그것이 건호에게 목격되기도 했다. 건호의 불안은 더욱 심각해져갔다. 그는 그녀가 한국 국정이나 비자의 취득을 위하여 자신과 위장 결혼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는 그녀를 몰아붙이게 된다. 비카는 자신을 의심하는 건호에게 매우 실망해서 그녀를 떠난다. 뒤늦게 비카의 진심을 깨달은 건호는 우여곡절 끝에 그녀를 찾아가서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고 두 사람은 결국 행복한 결혼을 맞이하게 된다.


4)대복, 이라 커플

대복은 비뇨기과에서 카운터 업무를 맡고 있는 총각이고, 이라는 엄격한 목사 집안의 딸이다. 두 사람은 클럽에서 눈이 맞아서 원나잇 잠자리를 갖게 되고 덜컥 임신을 해버렸다. 다행히 낙태 같은 걸 생각하는 대신 결혼을 결심한 두 사람이었지만, 연애기간도 없이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당연히 불만과 갈등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서로에 대한 무지는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사소한 갈등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매우 취약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라의 이별요구에 못 이긴 대복이 그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두 사람은 잠정적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를 포기할 수 없는 대복은 이라의 아버지를 찾아가서 그녀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허락해 달라고 무릎 꿇고 간청하고, 이라는 또 이라 나름대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그동안 감춰왔던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고백함으로써 두 사람의 결혼이 다시 부활할 수 있는 활로를 찾게 된다.



3.구성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다. 즉,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전근시켜 나감으로써 해당 주제에 대하여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다각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영화에서의 이러한 구성을 시도하는 것은 다양한 소재를 채용함으로써 시나리오 전개에 편의성이 증진되고, 다수의 배우들을 출연시킴으로써 다양한 관객들의 기호를 만족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것이다. 다만 자칫 남용하게 되면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는 옴니버스식 구성을 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연출과 전개가 탐탁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관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중첩되어 있고, 그렇게 중첩된 부분들을 통해서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매끄럽게 넘나들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중첩을 위한 설정에 매우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이를테면 등장인물들이 가장 중첩되는 장소가 바로 주영이 운영하는 비뇨기과 의원이라 할 것인데, 그 장소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건호를 발기부전증에 걸리게 한 작가의 의도가 뻔히 드러나 보였다. 물론 병원, 그것도 비뇨기과를 그런 주요한 중첩적 장소로 채용한 것 그 자체는 매우 신선하다고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지만, 그로인한 설정으로 인해서 발기부전이나 성생활을 희화하고 강조하게 되는 것은 가뜩이나 이 영화에 팽배해 있는 섹슈얼리즘에 대한 집착을 재확인하게 만드는 기분이다.

나아가 마동석과 구잘이 연기한 건호와 비카 커플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지루함과 낯 뜨거움으로 일관되는 내용이었고, 따라서 생략되어도 무방한 내용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물론 구잘이라는 아름다운 인간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지 않느냐고 되물어 온다면 그도 그렇다고 하겠으나 이 영화가 엄연히 ‘결혼’이라는 주제에 대한 나름의 접근과 고찰을 시도하고 있는 영화라고 할 때 이 커플들이 보여준 것은 그리 많지 않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전체적인 옴니버스의 설정을 위하여 영화의 분위기가 지나치게 어두워지거나 진지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파제의 역할로 삽입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4.결혼 전의 불안

이 영화의 주된 소재는 결혼 전에 커플들이 겪게 되는 모종의 불안과 불신의 문제들이다. 따라서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힘은 그러한 문제들로 인해 야기되는 갈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태규와 주영 커플에게 있어서는 지나간 과거가 그런 갈등을 촉발시키게 하는 원인이었고, 소미와 원철 커플들에게 있어서는 너무 오래 사귐으로써 생기는 권태가 그랬으며, 건호와 비카 커플에게 있어서는 소통의 장벽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신과 질투가 그러했으며, 대복과 이라 커플에게 있어서는 부분적으로라도 포기해야만 하는 자신들의 정체성들 간의 충돌이 주된 원인이었다.

물론 이러한 소재들은 충분한 개연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치명적인 문제는 이런 소재들이 이미 예전부터 여러 작품들에서 다뤄져 온 소재들로써 ‘진부함’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한 것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주지훈이 개입하는 소미, 원철 커플들 이야기를 보다보면 이 감독이 예전에 연출했던 영화, 그러니까 주지훈과 김태우와 신민아가 주연한 영화 <키친>과 그 레퍼토리가 무척이나 닮아있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이 영화는 어떤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기 보다는 이전에 이미 시도되었던 해당 소재에 대한 접근을 모양만 바꿔서 병렬적으로 구성해 놓고 있는 혐의를 받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결국 쟁쟁한 배우들을 모아서 배우 이름값으로 장사하는 영화라는 오명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 전의 싱숭생숭한 마음과 그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폭넓게 고찰하고 소재를 수집한 실적은 인정해야만 할 것이다. 나아가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언젠가는 결혼을 하리라고 꿈꾸는 많은 청춘들에게 있어서 스스로의 인생을 미리 내다보고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할 수 있는 그럭저럭 괜찮은 예습서가 되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5.대단한 유부남

이 영화에는 아름다운 여배우들이 한꺼번에 많이 출연했다. 따라서 이연희랑 키스하는 주지훈, 구잘이랑 키스하는 마동석, 고준희랑 키스하는 이희준이 정말로 부럽기는 많이 부러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와 장면은 “유부남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라는 명제에 대하여 이희준과 마동석이 공히 공감하는 대목이었다. 그들은 남녀 간의 성차와 그로인해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대하여 동병상련의 감정을 나누는 것이었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 다른 의미에서 그 대사를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 그래 이 땅의 유부남들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 글이 작성되고 있는 2013~2014년을 기준으로 <삼포세대(三抛世代)>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글자 그대로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다. 그 세 가지가 뭔고 하니, 연애, 결혼, 출산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어쩌면 인간이 생에서 당연스럽게 궁극적인 목표로 지향할지도 모르는 ‘사랑’과 관련된 사건들이고, 그 일련의 사건들의 한 가운데 있는 것이 바로 ‘결혼’이다. 오늘날 이 대한민국이라는 땅에서는 ‘삼포세대’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확산될 정도로 젊은 청춘들에게 연애, 결혼, 출산이라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사치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오늘날의 젊은 세대들이 결혼을 꺼리고, 나아가 출산 역시도 꺼리게 되면서 그게 사회적 문제가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지만, 그에 대하여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경제적인 문제’다.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돈이 지속적으로 필요하게 되는데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은 그러한 경제적 여건을 젊은 세대들에게 허용하고 있지 않다. 물론 예전의 아버지 세대였더라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일단 사랑이라는 감정을 믿고 결혼을 해서 아등바등 살아갔겠지만, 오늘날의 세대는 다르다. 오늘날의 세대는 그러한 부모의 결정, 즉 부족한 경제적 여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해서 출산을 하고 육아를 했던 그런 결정의 결과로 태어나서 부족하게 살아온 세대이고, 혹 비교적 유복하게 자라났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주위에 있는 어려운 이들을 관찰하게 자라온 바, 충분하고 풍족한 경제적 조건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혼과 출산을 다짐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닌가 한다.

그런데 그런 맥락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그러한 현실을 좀처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을 갈등하게 만드는 문제들 중에서 경제적인 것을 찾기한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느 커플 하나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을 주저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뿐이다. 이 영화는 결혼은 그저 사랑과 서로에 대한 믿음, 배려, 양보 같은 것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생각과 현실에서의 결혼 사이에는 아뜩할 정도로 먼 거리가 상존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마도 제작자들은 아름다운 로맨틱 코미디를 기획했기에 이 영화는 그렇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전적으로 관객들의 취향에 달린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취향’이라는 미명 아래 ‘정의’의 영역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는 산업이며, 그것도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산업이고, 나아가 대중들의 정서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다. 그런 것을 특징으로 하는 매체 산업이 윤리와 도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아가 그것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웃기 위해서, 그리고 단순히 웃기기 위해서, 아름답고 예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보여주고 싶어서 그토록 많은 사회적 자원이 소비되는 일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그러한 사회적 자원이 부족해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하면 한번쯤은 쓴 입 맛을 다시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부는 아니더라도, 개중에 한 명의 커플 정도는 구질구질하고 그다지 아름답지 않아서 돈 때문에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오늘날의 세태를 반영해 주었더라면 좀 더 좋은 영화가 되었으리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6.결혼 그리고 사랑

다만 한 가지 크게 살 것은, 결혼에 대해서 나름대로 성찰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는 앞서 이 영화가 결혼을 그저 아름답고 예쁜 것으로만 그리려고 했다고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향에 이르는 과정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가혹하게 팔을 걷어 부친 노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결혼을 그저 이상향 혹은 낙원 같은 것으로만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따르는 희생과 장단점, 그리고 그로 인해 빚어질 수 있는 수많은 고통과 갈등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의의가 아닐까 한다.

필자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고, 언제 할지도 모르겠으며,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어질 테니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정서적으로 딱히 결혼을 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인 돈은 앞서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이 단락에서는 ‘정체성’ 혹은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필자는 일반적인 청춘남녀들과 비슷한 수준의 연애를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내가 해 온 연애는 철저하게 결혼에 대한 예습과 비슷한 것이었다. 과연 이 사람과 같이 살 수 있을까? 그것도 ‘평생을’. 그 질문에 대해서 끊임없이 대답을 이어 나가야 하는 것이 연애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그러한 질문에 대해 ‘YES’라는 대답을 힘들게 한 것은 상대방에 대하여 나의 것을 포기해야만 하는 순간들이었던 것 같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혼상대로 자신과 꼭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상호평등성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아주 바람직한 건전한 접근을 시작한다 하더라도 취향이나 각종 신념에 있어서 언젠가는 결국 부딪히게 되어있다. 그리고 그러한 충돌에서 내가 근본적으로 직면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딛고 있는 신념과 고집을 놓아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그것들을 존중하는 일이었다. 매우 간단하고 모범적인 말로 들리지만 사실 그것은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일단 그러한 충돌이 빚어지게 되면 가장 먼저 발생하는 것이 서로의 취향과 신념과 생활방식에 대한 무시와 경멸 혹은 폄하와 같은 것들이다. 일단 그런 사건으로 인해서 한 번 기분이 상하게 되면 관계는 좀처럼 회복되기가 어렵다. 개미지옥과도 같은 수렁에 빠진 커플들은 더욱더 자기 자신의 세계과 신념과 환경에 대해서 집착하게 마련이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그리고 참담한 일이다. 그러한 참담함은 쉽게 인정하고 수용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더 참담하다. 혹자는 그런 참담함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할 것이고, 그런 참담함 때문에 결혼을 다시 생각할 것이다.

나는 그러한 참담함을 어떻게 소화시키고 극복하고 해결하고 승화시키느냐가 연애과 결혼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근본적인 힘이 되고 해결책이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솔직함이라고 생각했으며, 그런 솔직함 사이에서도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예의라고 생각했고, 알게 모르게 피어나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는 유대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는 연애를 거듭하면 할수록 더 잘 하게 되었던 것 같고, 그 모든 연애에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는 생각이다. 물론 지금은 돈이 없어서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어엿한 삼포세대의 주류로 자리 잡은 인생이 되어버렸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젠가는 결혼이 하고 싶고, 종족번식의 꿈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주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그 참담함들에 대해서 의연히, 솔직하게, 정의롭게 대처하리라. 내게 이 영화는 다시 한 번 그럼 다짐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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