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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2014.05.31 사전투표 인증샷 완료-"하지만 투표는 칭찬받을 행위는 아니다."

by 통합메일 2014.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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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31일 


2014년 64지방선거 두번째 날의 아침에 사전투표를 완료했다.


사실 전날 선거공보물을 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잠이 들어버렸고;;


다행히 우리나라는 정당민주주의를 채택/표방/운용하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후보의 소속 정당을 고려해서 투표를 했다.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 밝히고 싶어 입과  손가락이 근질근질하지만


투표 당일에 자신이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공연히 적시하게 되면 선거법에 저촉되기 때문에


두고두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투표 인증샷이라는 것을 찍고, 또 이렇게 공개하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이 있는데


뭐냐하면, 최근 요 몇 년 사이 투표를 하는 것이 세간에 있어서 정치적으로 매우 도덕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파급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 요즘인데, 나는 이렇게 투표 인증샷을 올리면서도 그런 생각들에는 좀처럼 동의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민주주의 정체 하에서 투표를 하는 행위는 자신이 살고 있는 정체가 제대로의 본성을 가지고 구성/운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행위이다. 하지만 그런 행위는 딱 거기까지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그 이상의 결과, 즉 이를테면 좋은 결과라거나 혹은 누군가가 바라는 특정한 결과를 야기할 것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아무리 투표율이 높아도 그 투표의 결과 사회가 더욱 더 악해지고 부정의해질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는 것이고, 나아가 또 동시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 작금의 상황에서 투표 인증샷에 대해 극찬을 마다않는 이들 중에서 그 인증샷의 주체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와 경쟁적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도 그 직전까지 표했던 시인의 감정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투표라는 행위는 칭찬받을 만한 행위가 아니며, 그 누구도 그것을 칭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투표라는 행위에 대하여 잘못된 교육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 왜 투표라는 행위를 '착한' 행위로 배워버린 것일까? 내가 보기에 그 행위는 착한 행위, 즉 이를테면 '이타적인 행위'라기 보다는 지극히 '이해타산적이며 합리적인 행위'에 가깝다. 하지만 그러한 합리성을 밑도 끝도 없이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는 않으려는 것이 나의 의도다. 그런 이해타산적이며 합리적인 행위가 오히려 결과적으로 선을 낳을 여지도 앞서 제시한 예와 마찬가지로 얼마든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그것은 '나도 역시 이렇게 링 위에 올랐다.'는 표현에 다름 아니어야 한다. 그것이 '나도 이렇게 투표를 했으니까 착한 사람이고 개념인이다.'라는 의사의 표현이 되는 순간 투표는 그 본 의미를 상실한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그것은 '나도 이렇게 링 위에 올라서 싸울 준비를 할 수 있는, 너희들과 평등한 인간이다.'라는 의사의 표현이 되어야 하고 또 그렇게 읽혀야 한다.


그것이 덕이 되는 것은, 그것이 선이 되는 것은 혹은 그러한 투표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인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단순히 투표율이 높고 낮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교육을 통한 국민의식에서의 문제다. 그런 맥락에서 나는 단순히 투표율이 높다는 이유로 어떤 나라의 시민의식을 높이 평가하는 세태에 적잖은 거부감을 느낀다. 투표율이 높은 것은 기본이고 그때에서야 비로소 시민교육이나 시민의식이나 국민의식을 논할 수 있다. 그 이전의 의식이라면 정말이지 '미개'라는 단어를 써도 모자람이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투표라는 것이 칭찬받을 만한 행위가 아니라고 해서 그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행위 역시 아님은 마찬가지로 동일하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06247


투표독려라는 것에 대하여 나와 비슷한 영감을 느꼈던 것인지는 몰라도 그 영감을 잘못 싹 틔우다 보니 저런 의견을 펼치는 이도 있는 모양인데, 나는 투표가 칭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서 끝맺고 있을 뿐이지, 그것을 투표 혹은 투표 독려가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데에까지 확장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글의 서두에서도 투표라는 행위는 민주정체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으로서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민주주의 정체를 그 본성에 걸맞게 구성/운영할 수 있는 데 일조하기 위한 시민의 최소한의 행위라고 밝히고 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요새는 문장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이가 원체 많아서 또 이렇게 단서를 달아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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