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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감상

영화 감상문 <안경(めがね)>

by 통합메일 2013. 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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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문 <안경(めがね)>


1.소개

2.줄거리

3.고즈넉함과 정물감

4.여유


1.소개

<안경(めがね)>은 2007년 11월 29일 개봉했으며, ‘오기가미 나오코’가 감독을 맡은 일본 영화다. 장르는 코미디/드라마이다. 휴대전화도 터지지 않아 속세와 상당히 단절된 섬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에 대한 고찰, 그리고 진정한 여유의 의미를 일본 영화 특유의 고즈넉함과 정물감을 통하여 고찰해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것이었다.


2.줄거리

대학 교수인 ‘타에코’는 찌든 도시의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적한 남쪽 섬마을을 찾아갔다. 미리 예약한 민박집에서 그녀는 주인인 ‘유지’, 마을 여교사인 ‘하루나’, 그녀와 마찬가지로 여행객인 ‘사쿠라’를 만나게 됐다. 몸은 속세를 떠났지만 마음이나 사고방식은 여전히 도시의 그것인 그녀의 눈으로 볼 때 민박집에서 만난 그들은 모두 세상의 기준과는 다소 떨어진 방식으로 자신들의 공고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었다. 그것은 신기하게 보이고 그래서 그녀로 하여금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었지만, 또 한편으로 그녀는 지금까지 그녀가 몸 담고 있었던,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현재 등지고 도망쳐 온 속세의 사고를 완전히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쉽사리 그들의 방식에 동조하거나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결국 그녀는 민박집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녀가 새롭게 찾아간 민박집은 속세를 떠난 공간에서 여전히 철저한 부지런함을 통해서 그 무엇인가를 추구하고자 하는 곳이었다. 그 또한 영 아니라고 생각한 그녀는 결국 다시 원래의 민박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그 때부터 그녀는 조금씩 그곳의 사람들이 보여주는 생활 방식에 조화해 나가기 시작했다.


3.고즈넉함과 정물감

이 영화의 내용이 가지고 있는 함의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우선 이 영화와 여타의 일본 드라마 장르 영화들이 공유하고 있는 모종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는 일은 제법 가치가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살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본의 드라마 장르 영화를 자주 접하게 됐던 것 같다. 그에 대한 이해가 깊질 못하여 일본의 드라마 장르 영화들이 그러한 특성을 공유하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히 지적해 낼 수는 없겠으나 분명히 개인적으로 그러한 공통점이 상존하고 있음을 느꼈음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특성이라는 것은 롱테이크 기법과 여백을 살리는 프레이밍을 통하여 고즈넉함과 정물감을 강조하는 경향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드라마라는 장르가 화려한 퍼포먼스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경향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오히려 그렇게 때문에 배우들의 외모나 연기 역량에 기대게 되면 위에서 언급한 특성들을 찾아보기 힘들게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때문에 이러한 특성들은 드라마 장르이기 때문임으로부터 필연적으로 귀결된다기 보다는 모종의 의도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할 여지가 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감히 말하기를, 필자가 지금까지 봤던 일본 영화중에서도 그러한 정물감이나 고즈넉함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 씬에 있어서 카메라가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그리고 우리가 보게 되는 영화의 배경을 보면 상당히 단조롭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들을 빼면 우리의 시선을 끌만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관객은 프레임 상에서 놓여진 인물들의 위치나 거리 등을 통하여 인물들의 관계나 갈등 혹은 심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아가 그러한 롱테이크의 상황에서 심심찮게 들려오는 것이 있다. 바로 파도 소리다. 영화 후반부로 갈 수록 해변에 설치된 ‘사쿠라’의 빙수 가게가 자주 등장하게 된다. 인물들은 이곳 해변에 모여 빙수를 한 그릇씩 들고는 바다를 마주한다. 우리는 바다의 편에 서서 인물을 바라보고 있다. 바다는 보이지 않고 인물들만이 보일 뿐이다 하지만 바다는 분명히 그곳에 있다. 노골적인 파도소리로 우리의 눈에 비치는 인물들과 완벽한 하나 되어서 말이다. 그것도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우리의 눈과 귀에 깊이깊이 진하게 각인되고자 하는 것처럼 오래오래 말이다.


4.여유

아무래도 이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소제라고 한다면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여유’라는 것이 아닐까. 극중에서 주인공인 ‘타에코’는 속세에 대한 환멸로 인하여 그러한 속세를 (잠시) 떠난 인간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러한 속세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고 민박집 사람들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으로 비춰진다. 앞서 고즈넉한 영화라고 평했지만 사실 이 영화는 주인공 ‘타에코’가 취하는 탈속세의 방법을 상당히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으로도 판단될 여지가 있다. 우선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늦잠에 집착하는 그녀의 모습이다. 매일 아침 머리맡에서 “아침입니다.”하고 알리며 그녀를 깨우는 ‘사쿠라’의 행동에 놀라던 그녀는 결국 어느 날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더 이상 아침에 자신을 깨우지 말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장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원래의 일상과는 전혀 동떨어진 모습의 일과(이를테면 늦잠)를 영위함으로써 속세로부터 도망치고자 하는 인간이다. 이러한 인간형은 ‘광광’을 시도하는 ‘타에코’의 모습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그리고 속세를 살아가는 우리가 이따금 휴식의 시간을 갖게 되면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자동적 사고와도 매우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마음껏 늦잠을 잔다거나, 시간을 내어 열심히 관광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일종의 집착으로 여겨진 여지가 있는 행위가 아니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러한 집착으로는 결국 그토록 환멸하던 원래의 일상이 더욱 진하게 다가올 뿐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이 영화는 넌지시 건네고 있다는 인상이다.

그렇다면 속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 혹은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고자 하는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영화를 본 사람이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사색’이다. 하지만 사색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무엇에 대한 사색이란 말인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유로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속세로부터 자유로워짐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점에 대해서 까지는 영화도 자세한 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저 불립문자 직지인심의 뉘앙스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인이 공유하는 무한한 다양성에 입각할 그에 대하여 일률적인 대답을 내려줄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아니 어쩌면 필자 나름대로의 방식에서 그런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풀어본다면 이렇다. 영화에서 ‘타에코’에게 ‘사색’이라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는 것은 말 그대로 ‘타에코’와 같은 부류의 인간은 평소에 진정한 의미의 ‘사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설명하기에 다소 오묘함이 배어나오기는 하지만, 그것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의도와 집착을 버려야 하는 것인 동시에 낮잠처럼 그저 무의식 속으로 도망쳐서도 안 되는 그 어딘가에 위치하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즉 이 영화는 현대인들이 습관적으로 취하는 휴식의 방법인 관광, 여행, 여가 혹은 수면 등의 방법이 아니라 진정한 여유를 통한 사색으로 진실 되게 자기 자신을 천천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기를 조언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들여다보는 내 안에는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잠을 통해 추구해야 하는 도피의 대상도 아니며 치열한 여가로 추구해야 하는 집착의 대상도 아니다. 차라리 그것은 정물이 된 여유 속에서 끊임없이 밀려오는 파도와 같은 응시의 대상일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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