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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을 짓는 저녁>
김정환
고양이를 만나는 것은 역시
저녁이다
별명을 지어달라고
녀석은 그렇게 말했다
뭐가 좋을까, 라고
내가 운을 떼니
그건 정답이 아니에요, 라고
첫 실연을 당한 이처럼 돌아서 버렸다
아니 아니 왜 토라지는 거니, 라고
달래보려 했지만
고양이는 그만
깊숙한 골목길이 되어버렸다
저만치에서 가로등과
이만치에서 내가 마주하고
빛나는 것은 별명 없는
골목과 추억 뿐
오늘도 나는 저녁을 품고
별명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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