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단상

2014.04.30 KH

by 통합메일 2014. 4. 30.
반응형

KH

전화기를 들고 당신의 번호를 찾다가 이내 그만 두었다. 왜냐하면 실로 지금의, 지금 상태의 내가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당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부끄럽고, 문득 당신에게 무척이나 미안하다는 생각이, 생각이 아니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한때는 이런 자제력을 가지는 것이 어른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자제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자제력을 가진다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돌이켜 보니, 어쩌면 나는 또 한 번의 비겁한 일을 저질러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대로 고백을 했다는 기분이 드는 연애가 있었는가, 하고 한 번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그런 일이 있던 적은 없었지 않은가.

하지만 또 한편으로 돌이켜보니 "가만히"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거대한 작업인지에 대하여 나는 크나큰 교훈을 가지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슬프다. 슬프다. 슬픈가 한다.

생각을, 계획을 어쩌면 사랑을 하면서 좀처럼 실행하지 못하는 내가 한없이 속상한 밤이다.

연락을 하든, 고백을 하든 간에 나는 할 수 없다. 지금은 하나의 세상이 그렇게 연명을 했다. 연명을 했다.

생각이 좀처럼 끊이지를 않는 측면이 있다.

KH 나는 많은 어리광을 잉태하고 있는 인간이다.

나는 용케 당신을 잃지 않았다. 잃지 않았다.

과연 나는 당신을 잃지 않은 인간인가?

생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교수님께서는 먹고 사는 일의 어려움을 이야기 하셨지만, 나는 그 이전에 <존재> 그 자체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학교에 오는 길에는 독서를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는 할 수가 없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