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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

아침잠-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by 통합메일 2012.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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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다. 태어난 이후 몇 번이나 맞이하는 아침이지만 그것이 즐거웠던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언제나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 숙명의 예고편과도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라도 해서 일단 살아내고 나면 그 삶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제법 괜찮은 것이었다고 말하는 것과는 별개의 일임에 불명하다.

빛이 있다. 마치 태초처럼. 본의 아니게 신의 의하여 창조된 세상처럼. 짐작도 가지 않을만큼 여러 각도로부터 찔러 들어와 난반사되는 빛들에 나는 울컥 당황한다. 꿈의 수면에서 머리채가 잡혀 억지로 끄집어 올려진 것 같다. 꿈에 들어가는 발걸음과는 달리 나오는 과정은 대부분의 경우 험난하기 이를 데 없다. 아마도 나는 언제나 잘 알고 있었다. 아침잠에서 곤혹을 겪는 이유는 혼자됨으로 인한 두려움과 혼자됨으로 인한 안도감에 중독된 밤을 아낌없이 먹어치운 이가 받아들여야할 인과응보라는 것을. 그래서 아마도 나는 아무것도 불평할 수 없음 역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은, 아침의 잠은 언제나 참을 수 없는 불쾌함으로 다가온다. 탈출구가 없는 세상. 그곳은 딱히 하얗게 눈부시거나 하지 않다. 되려 그것은 핏빛이고, 눈을 감아도 완벽한 암흑을 허용하지 않는 무수한 빛의 소용돌이다. 그 소용돌이 속에 들여다보이는 것은 하루와 앞날의 예감이다. 물론 그것을 마주하고 있을 당시에는 그런 것들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다. 현실에 엄존하는 나의 육체, 그것이 존재하는 이유, 소멸하지 않은 이유, 불만과 안도가 날카롭게 나를 할퀴고 지나간다. 몇 번씩이나 아프게. 거기에 얹어서 무엇보다 강렬한 것은 현실과 다를 바 없는 무게로 내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꿈의 잔재들이다. 저 세상에서 통용되는 감각들이 증발하는 것이 느껴진다. 방금 전까지 살아냈던 세상이 거의 완전히 사라져가는 동안 나는 정신없이 바쁘다. 이쪽 세상에 대한 정보(시간, 장소, 날짜, 일정, 소지품)를 확인하는 동시에, 잊고 싶지 않은 꿈의 내용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다. 꿈을 기억하는 일은 쉽지 않다. 기억이 쉽지 않아 기록에 의지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머리맡에 수첩을 두었고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한다. 기억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제법 많은 내용을 건질 수 있지만 건지면 건질수록 얼마나 많은 내용들이 침몰하는지 더욱 여실히 보인다. 깊은 눈동자로 나를 응시하면서 꿈은 그렇게 천천히 심해로 침전해 들어간다. 망망해대 위의 작은 배 위에 웅크려 나는 작게 훌쩍이며 울었다.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이 듣지 못하도록.


더 많은 불쾌와 증오를 담고 싶었지만 슬픔만이 쓰여진다.

생처럼


20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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