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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언젠가 누군가가 나의 잇몸에서 돋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날

by 통합메일 201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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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가 나의 잇몸에서 돋아나지 않았을까 하는 날>

 

김정환

 

빠질 것을 예감하고 불안불안 흔들리는 이처럼 나는 힘겹게 당신을 지켜나갔다 그대가 걷힌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면 눅눅한 이불을 덮고 잠을 청했다 양치감에 익숙해져 가노라면 처음 어머니가 내 이에 굵은 명주실을 감았을 때처럼 떨리는 턱을 다문 채로 울먹이며 잠으로 가라앉았고 이가 빠지는 꿈을 꾸지 않을까 초조해 하는 꿈을 꾸었다 이가 빠지는 꿈은 소중한 사람을 잃는 꿈이라는데 언젠가 내게 그런 얘길 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은 친구는 어느 날 몇 번이고 이가 다시 날 수 있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떼돈을 벌거라고, 어쩌면 이미 기술을 있는데 치과업계에서 돈을 벌려고 공개하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는 비밀을 털어놨다 이름 없는 미스 코리아의 앞니를 훔치다 들킨 사람처럼 나는 지나치게 크게 맞장구쳤다 입 속의 혀로 몰래 내 이들을 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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