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927회 01.25(토)|두 얼굴의 여인 - 15년간의 거짓말
얼마 전에 15년 전의 살인사건이 공소시효를 겨우 25일 남겨두고 경찰의 재조사에 의하여 새로운 실마리를 찾게 되었습니다. 저도 공중파 뉴스에서 이 사건에 대한 보도를 본 기억이 납니다.
한 여자가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남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은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후 다시 만난 새로운 남편 역시도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두번째 남편은 구치소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 두 명의 죽음 사이에 그녀는 이름과 얼굴을 완벽하게 바꾸고 각각 다른 삶을 살아갔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과 제작진은 의문을 제기합니다.
첫번째 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차는 외딴 도로변의 논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사고현장을 발견한 경찰은 사고가 발생할 수 없는 장소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사망한 피해자의 몸 상태 역시도 의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신은 충돌에 의한 교통사고에서 발견되는 것과는 상이한 유형의 부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죽은 남편은 머리에 치명상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뒤통수에 뭔가에 찍힌 듯한 치명적인 상처가 다섯개 정도 겹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라 완벽하게 계획된 살인이었습니다.
사망한 남편은 살아 생전 주변사람들로부터 평이 매우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남편이 사망한 즈음하여 사라진 남자가 있었습니다. 그는 남편의 지인이던 김씨였다고 합니다. 어디 머리 식히러 간다는 말을 뒤로 하고 그는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사라진 그는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는데 이상하게도 그는 또 갑자기 나타나서 경찰에 출두했습니다. 김씨는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했고, 그와 함께 했던 참고인들의 진술 역시 그의 알리바이를 뒷받침해줬습니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유력 용의자인 김씨와 피해자의 아내 사이에 이상한 관계가 발견되었습니다. 그녀는 김씨와 내연의 관계에 있었습니다. 중국 보따리상을 하던 그녀는 남자관계가 다소 복잡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물론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알리바이를 주장하고 김씨와의 내연 관계를 부정했습니다.
죽은 남편 박씨의 친지들은 아내 백씨가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남편 사망 얼마 전에 남편 앞으로 보험을 들거나 이전의 보험들을 되살렸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증만 있지 확증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내 백씨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친지들은 박씨를 수사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고, 한편 죽은 박씨와 그의 아내 백씨의 자녀들은 자신의 엄마는 범인이 아니라며 수사를 종결해 달라는 탄원서를 냈습니다. 그녀는 남편의 죽음으로 9천여 만원의 보험금을 수령했습니다.
제작진은 그 자녀들을 찾아갔습니다. 죽은 박 씨의 딸은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궁금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럼 왜 자녀들을 수사를 종결해달라고 탄원서를 제출했던 것일까요? 그것은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서둘러 받기 위해서 그랬다고 합니다. 딸은 어머니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제작진은 백 씨의 두 번째 남편 최씨의 가족들을 찾아갔습니다. 첫번째 남편 박 씨의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조사가 한창이던 때에 아내 백 씨는 서울로 올라갔고, 최 씨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최 씨의 돈으로 가게를 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새로 만난 새로운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범죄를 암시하는 고백을 합니다. 어떤 남자와 함께 남편이 탄 차를 비탈로 밀어버렸다고 말입니다. 일종의 범죄자백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작진은 그녀의 고향을 찾아갔습니다. 그녀는 오남매의 막내였다고 합니다. 그녀의 아버지는 매우 엄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가족들은 모두 이사를 가버렸다고 합니다. 고향 사람들이 들려주는 그녀에 대한 소식은 전 남편이 죽고 혼자가 되어 살고 있다는 것 뿐이었습니다.
제작진은 백씨의 딸을 다시 찾아갔는데, 딸은 제작진에게 어머니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을 들려줬습니다. 그녀는 갑자기 경찰에 체포됐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교소도에 수감된 그녀를 인터뷰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지금 첫번째 남편의 죽음과 관련해서 억울한 느명을 뒤집어 쓰게 됐다고 외쳤습니다. 그녀는 모든 것이 그녀의 내연남 김씨의 음모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작진은 그 사건에 있어서 참고인인 '황'씨를 찾아갑니다. 그는 자신이 과거 경찰 조사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부탁을 받고 경찰에 거짓 진술을 해서 김씨의 알리바이를 확립하는 데 조력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거짓진술을 해서 김씨에게 협력한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김씨가 자신으 알리바이를 위해서 동원한 모든 사람들이 거짓진술을 했고, 그러한 거짓진술이 드러나면서 이제 김씨의 알리바이가 붕괴되었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 가려져 있던 진실이 이렇게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을 만난 김씨는 백씨와는 반대로 모든 것은 백씨의 음모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모든 것은 백씨가 계획이고 그녀가 저지른 것이며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자백에 따르면 남편 박 씨의 머리를 공격한 흉기는 '절구'입니다. 집에서 마늘 빻는데 사용되는 절구였습니다. 그렇게 김씨와 백씨는 합심해서 박 씨를 죽이고, 죽은 박 씨를 차에 태워서 비탈로 밀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은 경찰에 의해서 체포되어 살인죄로 기소되었습니다. 그녀의 알리바이 역시 자녀들의 거짓말이 만들어낸 거짓말이었습니다. 자녀들은 자신들이 어머니를 위해서 거짓 증언을 했음을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현장검증에서 그녀는 김씨와는 다른 진술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그 사건에서 발을 빼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애당초 범행을 계획하지도 않았고, 남편을 죽일 생각도 없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우연히 김씨가 남편을 죽여버린 상황에서 김씨가 자신을 협박함에 따라서 마지 못해 그의 협박에 따랐던 것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은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죽은 박 씨를 차에 싣고 공터로 이동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그녀는 김씨가 남편을 태운 차를 밀어버리는 장소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두번째 시어머니에게 했던 고백을 미루어 보면 그녀는 분명 그 장소에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던 것입니다. 그녀의 주장대로 그녀가 그 장소에 없었다고 한다면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실감나게 묘사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녀는 두번째 남편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 말하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그것 역시 자신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첫번째 남편에 이어서 구치소에서 자살한 두번째 남편, 그녀는 두번째 남편의 죽음으로 역시 보험금을 수령합니다. 종적을 감췄다가 다시 나타나서 보험금만 수령한 것입니다. 구치소에서 자살한 그녀의 남편은 살인미수죄로 징역 4년을 선곱다고 구치소에 수감되었습니다. 그는 유서에서 자신의 사후에라도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죽은 두번째 남편 최씨가 죽이려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백씨였습니다. 그는 아내를 죽이려다가 실패했다는 살인미수의 죄목으로 형을 선고받았고, 억울함을 이유로 자살했던 것입니다. 아내 백 씨는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고 경찰에 주장했습니다. 한편 두번째 남편 최씨는 경찰조사에서 그는 자신이 결코 아내를 칼이나 망치로 위협하거나 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묵살되고 그는 결국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목수였던 최씨는 산업재해로 왼손의 손가락 세 개를 잃어서 무거운 곡괭이나 망치를 휘두르지 못한다고 그의 가족들은 주장했습니다. 이야기는 점점 의심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합니다. 과연 정말로 그는 아내를 죽이려고 했을까? 혹시 이것은 아내 백씨에 의해서 조작된 사건이 아닐까? 그리고 아내 백씨가 입은 부상 역시도 그녀의 진술에 비해서 터무니 없이 가벼운 것이었다고 합니다. 제작진은 그녀를 진료한 병원의 진단서를 확인하고 정형외과 전문의에게 그 의견을 요청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그 진단서의 기록만 봐서는 실제로 그녀가 입은 부상이 그렇게 심한 것은 아니었다고, 적어도 칼에 의해 베인다던가 하는 것은 아니었을 거라고 진술했습니다. 그녀는 기어서 옆 집에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지만 목격자에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자기 발로 걸어서 가더랍니다. 그리고 목격자의 진술에 의하면 사건이 일어난 시각은 남편이 말한 시각에 더욱 가까웠습니다. 그녀의 증언은 갈수록 신빙성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수사가 전적으로 피해자의 진술에 의존하여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그렇게 허술한 수사를 사악한 여자가 악용해서 자신의 사욕을 채웠던 것입니다.
가족들은 이 사건 자체도 참 안타깝고 통탄스럽지만, 그와 함께 그 동안 사람의 탈을 쓴 악마 같은 백 씨의 거짓말이 수얼하게 통용되던 이 세상이 더욱 원망스럽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첫번째 남편을 죽인 사건 때 거짓 증언을 했던 사람들 역시도 자신의 그러한 과오를 깊이 후회하고 있었습니다. 하나의 거짓말이 수없이 많은 거짓말을 낳고 낳고 또 낳으면서 이렇게 비극적인 결과를 야기했던 것입니다. 만일 첫번째 사건에서 그들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내 백 씨는 체포가 되었을 것이고, 두번째 남편 최씨도 그렇게 억울한 죽음을 맞지 않아도 되었을 것입니다.
심리학에 <썩은 사과 이론>이라는 게 있답니다. 상자 안에 단 한 개의 썩은 사과가 나머지 사과들을 모두 썩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과들처럼 이 사회 역시도 최초의 거짓말이 무수히 많은 거짓말을 만들고, 하나의 오점이나 간과가 수많은 과오와 빈큼을 양산해 내는 것 같습니다. 그런 특징을 본질로 포함하고 있는 세상인 만큼 우리 모두가 매사에 신중하게, 그리고 책임감이 있는 자세로 각종의 사건들을 바라봐야 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도덕적 양심을 지키고 더욱 닦으면서 살아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서운 세상이다."라는 자백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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