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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기록435

[짧은글]돌아가는 배 쌓여가는 빈 맥주 캔들.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지는 사람이 사오는 것으로 하자고 했으나 영준은 막내로서의 역할에 충실 하려는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다. 여전히 배는 이따금 출렁이며 자신이 바다 위를 달리는 저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음을 우리에게 알려왔다. 희미한 조명 밑으로 낡은 카펫 깔린 바닥이 유난히 분위기 있었다. 운치라고 하기엔 너무 구려서 그냥 분위기라고 해두는 게 적당할 것 같았다. 맥주 캔을 세어보니 열 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영준은 금방 새로운 맥주를 한 아름 사들고 돌아왔다. 선내 매점은 여전히 라운지의 바로 밑에 있었고 역시 비쌌으며, 별로 파는 것이 없었다.“수고했다.”병선의 한 마디에 길지 않은 적막이 깨졌다. 나는 슬쩍 문에 달린 유리창으로 바깥을 내다봤다. 달로 뜨지 않은 밤... 2012. 8. 26.
똥과 함께, 똥을 향하여, 똥을 위하여 1.음모론이른바 ‘똥의 누명’이라는 키워드에 착안하여 똥이라는 존재나 관념에 대하여 지나침 혐오의 감정이 인간에게 주어져 있다는 발상. 그 경로는 행동주의적으로든 사회문화적으로든 다양할 것이나 선천적이지 않고 후천적으로 습득되는 반응이라는 것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여타의 동물이나 유아기의 인간이 똥에 대한 적극적 거부반응을 가지지 않는다고 할 떄 그러한 반응은 후천적인 것이라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지인 중에는 영아시절 부모가 한 눈을 판 사이에 자신의 똥을 식변했다는 이가 존재함.) 다만 여기서 역시 문제가 되는 것은 똥에 그렇게 적극적 혐오의 감정이 부여된 이유나 의도라고 할 것인데 『똥오줌의 역사』(Monestier, Martin / 문학동네 / 2005 ).. 2012. 8. 26.
[문장연습]쫓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문장연습]쫓아가는 존재로서의 인간 그래. 어느새 너는 못 생겼구나.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을 나는 알았을까 몰랐을까. 어쩌면 나도 원래부터 너를 예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무엇인가에 이끌리면서 너의 외모마저도 눈부시게 받아들였던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다.무척 뻔한 이야기지만 너는 이미 나의 안에 들어와 있어. 내가 앞으로 누구를 만나든 만나지 않든 나의 존재는 너를 일부로 하여 구성돼있는 것이지. 부정할 수 없어. 또한 지금의 내 텁텁한 감정과도 상관없이 내가 한 때, 특히 2011년 4월 3일의 밤과 다음날 아침에 특히나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아. 사랑이 의지의 문제라는 것과 별도로 그것은 나에게 있어서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는 사실이야. 그러니까 여기에는 굳이 ‘괜찮다’라.. 2012. 6. 26.
2012년 6월 21일 2012년 6월 21일시험은 11월 10일이지. 몇 달이나 남았을까. 며칠이나 남은 것일까. 얼마가 되건 간에 나에게는 길고도 짧을 것이 분명하다. 내일은 3주 만에 집에 가는데 문득 불안이 엄습했다. 이번에도 떨어진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가까스로 서양을 끝내가는데 정치, 통일, 교과교육, 동양, 한국, 교육학을 생각하니 참 너무도 많구나 읽을 책은 너무 많고, 계획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뒤돌아서면 많은 것들이 잊혀지고, 읽기 시작하는 것과 진득하게 읽어나가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내가 직면한 나의 문제일 것이다.필요한 것은 스피드인가.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언제나 어렵게만 느껴지던 애링턴과 김태길이 요즘에는 참 이해가 잘 된다는 것이.. 2012.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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