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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인간의 자격(일베 초등교사에 대하여)

by 통합메일 2013.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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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자격(일베 초등교사에 대하여)


초등교사가 일베에 남긴 글이 화제다. 어린아이들을 '로린'이라는 성모욕적인 명사로 지칭하고 성매매 업소 비교 분석기를 작성한 것이다. 물론 엄청난 비난이 가해졌다. 임용합격취소의 주장들이 무수히 많은 댓글로 달렸다.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분노에 공감하지 못했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린이를 성적 대상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그가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그 성적 취향에 간섭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가 사용한 단어가 특정 인격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면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나쁜 것은 성매매 행위에 별로 충격을 받아보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교사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에 갑자기 없던 충격이 발생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분명 사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개중에는 성매매에 대한 어떤 도덕적 충격이나 거부감 없이 희희덕 거리기를 잘하는 인간이 참 많다는 사실을 익히 알 것이다. 그리고 그 중에 교사가 포함되는 것이 그렇게 큰 충격이 아니라는 것도 알 것이다. 하지만 막상 여타의 인간들과 함께 그런 추악함을 공유하고 있는 교사를 마주할 때면 그들은 새삼 충격과 분노를 느끼게 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기존의 사회가 부여한 교사의 이미지에 따라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해 그의 직업을 멱살 삼아 잡고 떄리는 비겁한 행위다. 사람들은 사실 그가 부도덕한 교사여서라기 보다는 일베인이라서 공격하고 싶던게 아닐까? 그리고 알고보니 교사라는 그의 직업이 그의 부도덕성을 손쉽게 증폭시켜주는 매개체가 되는바 그를 공격함에 있어서 기꺼이 그것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아닌가?

가치의 문제를 따져볼 때 중요한 것은 그의 표현과 행위는 꼭 교사가 아니더라도 비도덕적인 것으로써 충분히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교사라는 그의 직업을 고려할 때 더 강한 비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그에 대하여 사람들이 행하는 비난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반 이의를 제기할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볼 떄 사람들은 자신이 행하는 비난에 대한 구체적 인식을 결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대체 그들은 왜 그를 비난하는 것인가. 교사이기 때문인가, 인간이기 때문인가, 일베인이기 때문인가.


2013.05.28 '인간이라는 존재가 꼭 하나의 역할만 가지고 그 정체성을 구성해야 하는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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