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작

[시쓰기]발톱

by 통합메일 2013. 11. 28.
반응형

<발톱>

 

김정환

 

깎아야지 하고서는 차일피일

아무래도 발톱은 손톱보다는 멀다

손톱깎이를 쥘 수 없어 서로에게 유세도 못 부리는 발톱은

작은 빙하 몇 개가 더 녹고 나서야 손톱의 세례를 받았다

 

깎는 건지 분지르는 건지

쇠를 닮은 꼬랑내가 스멀스멀

하얗게 앉은 때가 문득 나와 눈을 맞춘다

 

그리고 근처에 노략질 나온 불개미 몇 마리

한 놈이 자기 몸뚱이만한 내 발톱을 번쩍 물어올렸다

저게 엄지 발톱이었나 새끼 발톱이었나

생각하는 사이 벌써 몇 발자국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중간엔 친구도 만났다

좋은걸 구했다고 자랑이라도 하는가

발톱은 생전 처음 부러운 시선으로 올려다봐졌다

 

그나저나 턱이 아프지 않겠니

뭐 이런 쓸데없는 걸 구해왔냐고

아버지에게 따귀라도 맞지 않을는지

반응형

'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쓰기]별명을 짓는 저녁  (0) 2013.11.28
[시쓰기]무대 위의 저녁 SE  (0) 2013.11.28
[시쓰기]항이루호르몬  (1) 2013.11.27
[시쓰기]형상기억시간(形象記憶時間  (0) 2013.11.27
[시쓰기]없는 편지  (0) 2013.11.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