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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쓰기]계란

by 통합메일 201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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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김정환

 

처음 보거나참으로 오랜만에 보거나

혹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몽달귀신처럼,

앙상한 목 위에

커다란 찐 계란을 얹고 다녔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참 쓸데없이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기도 한데

또 그것은 참으로 많은 찐 계란들 위에

감동과 감정을 그려내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부활절을 싫어하던 어린이는

계란에 무언갈 그리는 데에는

여전히 영 서툰 어른이 되었다.

 

매끈한 계란을 앞에 두고

쩔쩔매고 있으면

어린이에게는 놀림과 꾸지람이,

어른에게는 사회적 불이익과 빠따가

비교적 친절하게 수여되었다.

 

사실은 못 그린다기 보다는

많이 망설이는 것이다.

한 번 그려버린 이목구비는

결코 다시 그릴 수가 없으니까.

 

감동이고 감정이고

억지로 무심한 척 벗겨내서는

한 입에 콱

깨물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러면

너무나

목이 메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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