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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85

“공부해라”로 쓰고, “시험 기술 연습해라”로 읽습니다. “공부해라”로 쓰고, “시험 기술 연습해라”로 읽습니다. 이에 대해 적으며 하니 무수한 자기검열의 숲이 나의 시야를, 나의 글이 나아갈 길을 가로막는다. 심지어는 그것이 가슴 속에 들끓는 그 무엇을 해소시키기 위함이었음에도 불구하고.우선 그 이전에 내가 또 다른 무엇인가를 해소하기 위해 글을 적고 있는 것을 엄마가 목격한 것이 모든 것의 화근이었겠다. 얼른 한 페이지를 꾸역꾸역 채워 넣은 나는 내 나름대로 공부를, 아니 시험 기술 훈련을 하겠다고 그것 했다. 그런 내게 어머니는 “공부 좀 해라(시험 기술 연습 좀 해라)”라고 던졌다. 참 이상하지. 사실은 별것도 아닌데, 왜 그 말은 그토록 날카롭게 날아와서 그토록 정확하게 박히는 것일까. 나는 생각한다. 그 말이 왜 그리 내게 치명적인 것인지. 어떻게 .. 2013. 7. 8.
윤시현 윤시현 박범신 작가의 『은교』를 읽던 도중에 서지우가 은교를 성추행 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발생한 부분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성추행이라는 것은 강제로 하는 키스를 의미한다. 그 문장이 만들어 내는 심상에 나는 그만 도망칠 수 없는 기억을 깨워 버렸다.그러니까 16세의 나는 그 무엇인가에 한 없이 목이 말라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애당초 연애가 시작된 것 자체가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어서 기적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할 만한 것이었다. 지금의 나에게는 그 연애의 시작 보다는 끝이 더욱 자연스럽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로 그 꿈의 순간에서 나는 서지우처럼 키스를 시도했다. 그리고 똑같이 실패했다. 미수에 그친 것이다. 호불호와 다행의 여부를 떠나 그것은 나에게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그 즈음.. 2013. 6. 17.
간신과 군자 어차피 세상에 완벽한 위인은 존재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때로 유난히 비겁하고 비열하다. 그러면서도 평소에 대내외적으로는 법과 도를 읊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 나의 성격은 이따금은 나로서도 그야말로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그것은 내 안에 자리 잡은 간신과 군자가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 내는 현상이 아닌가 하게 된다.이런 성향은 내가 뱉는 독설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나는 내 범주 안의 사람에 대하여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며 그것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상대방의 수용능력은 고려하지 않는다. 고려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것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할 수 있는 말은 점점 줄어들게 마련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일거함구 하는 게 낫지 않겠나. 혀를 천천히 뽑느냐 일시에 .. 2013. 6. 17.
‘그러니까’의 세계 ‘그러니까’의 세계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이따금 뜬금없이 라는 접속사를 내세워 문장을 시작하는 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나 역시 부지불식간에 그들을 닮아 노상 문장의 앞에 를 붙이기 시작했다. 하나의 글에서 주장의 핵심을 꺼내 보일 써도 참 유용한 단어였지만 내가 주목하는 용처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마치 라도 짓들이 그냥 한 문장을 툭, 하고 던질 때 그 말의 머리에 를 붙이는 행위였다. 내게 그것은 모종의 금단에 휘두르는 어린아이의 장난감 같이 느껴졌고, 그래서 무척 아슬아슬하고 고혹적이었다.우리에게 친숙한 외국어인 영어에도 와 같은 뜻을 가진 낱말이 있는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에는 생각이 나질 않는다. 사전을 찾아보니 , 등의 단어가 검색된다. 나는 수긍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이려나 .. 2013.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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