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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경희의 문자

by 통합메일 2015.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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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의 문자>


긴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경희가 문자를 보내왔다. 교육과정을 묻기에 어떤 것을 봐야할지 묻기에 김병찬이나 보라고 해주었다.


나름대로 제법 즐거운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생각이다. 불안을 달래 주면서 나도 나의 불안을 확인하면서 책을 보는데 기분이 좋아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역시 알량함을 알기에 여유와 우월감에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전라도로 시험을 치러 가게 될 경우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꾸만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몇 번이나 털어내고 마스터베이션을 하고 나서야 침착해지는 마음이 있었다.


덕분에 얻은 것은 나름의 설레임과 공부에의 충동 같은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허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했다.


허깨비 놀음에 ‘음을 빼앗기고 뒤늦게 공허함에 방황하는 내가 생각난다.


다행인 것은 그녀에게 전한 말이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던 말이었고 그것을 내가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김병찬부터 속도를 내서 열심히 돌리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절박함이었다.


월급도 받았고, 오랜만에 포근한 마음. 좋은 날이었다. 열심히 하자. 그리고 빠르게 빠르게 오늘 내가 했던 말들이 부끄럽지 않도록.


2014.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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