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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기억해라, 술이 선사하는 의기소침함을

by 통합메일 2013.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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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해라, 술이 선사하는 의기소침함을


나는 그토록 내가 술이 마시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막상 마셔보니 또 별로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는지. 그래 그것 참 그냥 그랬다네. 술의 뒤에는 작은 이삭 같은 보람이라도 남아야 그나마 할 만할 터인데 찐득거리는 잠에서 꺠어 정신을 추스르니 나에게는 한없이 쓰린 속과 의기소침함이랄지 외로움이랄지 소외감이랄지 죄책감이랄지 할 수 있는 그런게 남아있었다. 실로 많은 기억들이 휘발되었던 것이다. 낯설지는 않지만 익숙해질 수 없는 경험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대체 왜 그렇게 마시고 싶었던 것일까. 이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방향과 질을 달리하는 우리들의 삶을 확인하매 나는 소외감을 느끼는 것이고,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고, 그로인한 분노를 참는데, 열등감을... 표출되지 못하는 우월감을 꾹꾹 억누르기 위해서 또 다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는데, 그게 또 분노가 되는 것이고, 굳이 당최 정리되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나는 일. 이럴 줄을 알았으면 나는 왜 그렇게 기어나갔을까. 그래 그렇다. 아무래도 의뢰가 있었으니까 뭔가를 쌓을만 했던 것이니까. 그러니까. 그나마 정당화가 가능해지매 나는 목숨줄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다.

말실수도 문제인데 그것 참.. 이건 고질적인 문제인지라 나름대로의 트레이닝 덕분으로 그래도 심각하게 큰 실수를 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다. 돈도 좀 아깝기는 하고, 무엇보다 밀려오는 불안에 근거하는 의기소침함이 있다. 몸의 고장에 기가 죽었고, 기억의 상실에 불안했다. 선행했던 호언장담에 비추어 볼 떄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 세상을 살아하기는커녕 세상을 경멸할만한 힘조차도 남아있질 않았다. 정신은 흐릿했다.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쥐어짜는 것 같기도 했다. 하루를 온전히 날렸다. 실은 생존 자체가 일단의 급선무였다. 몸이 아프니 자꾸만 잠이 왔다. 좋은 말과 좋은 생각만 하다가 딱 기분 좋을 정도로만 마시고 오면 되겠거니 생각을 했건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가 못했다. 하루 종일 물만 마시고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간신히, 힘겹게 밥 몇 알을 삼켰다. 숙취는 자초를 원인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동정의 대상이 되지 못해 슬프다. 하여간에 자초는 자초니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억압, 왜곡된 금욕 역시도 함께 초래한 요인이라는 점은 분명히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도 귀신을 보지는 않은 모양이니 다행이라 하겠는가.

실수도 그닥이고, 그도 아마 다른 이들의 술기운과 실수 위에 대부분 가려졌을 것이다. 괜찮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괜찮지 않다. 완벽을 추구해서도 아니고, 이건 불완전도 너무 불완전하다. 때문에 나는 기억하기 위해 기록한다. 나의 실수를 세상은 잊어도 나는 결코 이정서는 안된다.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는 기억되지 않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이다. 기억하자 이 의기소침함을, 나는 근 이틀을 패배감에 푹 빠져 살았다. 실로 나의 삶에 패색이 짙었다. 패색이 짙었다. 정말로 진한 패배감에 나는 직면했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20130706 이렇게 다시 천천히 원점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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