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반응형

창작시30

[시쓰기]나는 봄비 김정환 따스한 봄날엔 해변으로 가야하는데그냥 술만 마셨어이슬이 되려고 했는데그만 봄비가 됐어유난히 정직한 계절에달콤한 물방울이 되어 세상을 적셔 소리도 없이 나는 기름칠을 해머리하러 가는 버드나무와흐느끼는 아스팔트즐겨찾기해 놓은 버스 타이어에까지 말야 어김없이 돌아온 봄은내 몸과 마음 사이의어디쯤엔가 있어서으스러지도록 껴안아도결코 터뜨릴 수 없는 것이란다 화가 나서 노래를 하지만이미 젖은 봄 위엔아무것도 쓰여지질 않아터벅터벅 황홀한밤길을 걸어꿈으로 갈 뿐이야 그렇게 인주 묻지 않은밤이 지나면결국 시큼함만 남기고나는뚝 껄떡임이 멈추기도 전에땅은 표정을 잃고벚꽃은 이슬마저 털겠지 하루 종일 사랑했으니고지식한 하늘에도작은 떨림 정도는 남을게야요동치는 봄을 덮고나는 이제 눈을 감아 다음 추억에서는누구의 가슴에서.. 2013. 11. 28.
[시쓰기]뽀득뽀득 월요일 김정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겸손하고,아프지 않은 날에도금욕해야 할텐데 지각한 벚꽃처럼반가운 것이세상에 또 있을까 죄송하지만담배를 피우는 심정으로시를 읽고 베낀다.내 안에 거하다무엇도 남기지 말고 떠나시라고 엄마가 사준 총명탕은 졸음만 옹알대서몽롱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나는오늘도 취하셨을 당신을뽀득뽀득 문지른다. 내일은 꼭 산책을 해야지이내 곧 뿌예지지만. 2013. 11. 28.
[시쓰기]무대 위의 저녁 SE 김정환 태양을 거세당한 극장나는 무대 위에 뿌리 내린 한 그루 저녁이 되었다.서로의 사타구니를 쓰다듬는 관객들 앞에서부릅뜬 조명에 의해 곱게 박제되어 있는 것.방백도 독백도 모든 대사가 다 끝났는데일렁이는 이곳을 내려갈 수가 없다.누군가는 나를 봐주리라는 생각인가.저기 극장을 나서는 연인의 권태 정도는나를 주인공으로 생각해 줄 것인가.가지를 구부려 밑동의 여명을 잘라내고 싶지만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오직 무위(無爲) 뿐이니저 태양 같은 걸 직시하여 내 눈을 태우리찢어진 시간의 틈으로 눈부신 저녁이 흘러들어왔고벙어리 별처럼 나뭇잎 한 장이 소리도 없이 떨어졌다. 2013. 11. 28.
[시쓰기]감옥 김정환 겨울의 햇살에언 창살이 녹아내린다. 닭이 투명한 울림을 토하기도 전에죄수들은 머리를 감고오늘도 어김없이 석방됐다.아니 석방 당했다. 모두가 떠난, 여전히 몽롱한 감옥에는살비듬 묻은 마음만이 남아서쉼 없이 날이 서 가는 햇살을찡그린 채 바라본다. 2013. 11. 28.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