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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30

[시쓰기]없는 편지 김정환 푸르른 네게 쓴다.하지만 이것은 없는 편지다. 깊이 팬 나에게 쓴다.하지만 이것은 없는 편지다. 너에게 쓰는 편지에는 내가 없다.도서관에서 풀어본 사랑의 계산식과내 안에서 순식간에 기화하는 그 모습이,꿈속에서 떠난 여행지와그 아래 함께 머물고 싶던 여명과우주에 그려진 너의 궤적이한 획도 담기질 않았다. 나에게 쓰는 편지에는 네가 없다.내가 죽어야 할 이유와세상을 긍정하게 하는 거짓말,모든 존재를 하찮게 만드는 고귀함,이성의 분장을 하고 춤추는 감성,부끄러운 줄 모르고 길기만 하던 밤이꾹꾹 말라붙어 있을 뿐이다. 언제쯤 나는너에게 나를,나에게 너를적을 수 있을까 언제쯤 우리는같은 편지에서 만날 수 있을까. 2013. 11. 27.
[시쓰기]수상소감 김정환 쉽게 부패하는 글처럼곧잘 부끄러워지는 인생을꾸역꾸역 살아가는 이유는아마도 그 순간을 적어나가던 당시에는한없이 어여뻐 보이기 때문일까. 눈먼 당신에게피가 말라붙은 심장을상큼한 표정으로 내미는 이유는분명히 당신만이 그 앞에서태연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나에게 상을 주었고,나로부터 상을 받았다. 그럼 그렇지결국,나의 소감은애써 겸손하다. 2013. 11. 27.
[시쓰기]청순한 시집 김정환 문득 시가 말라도서관 서가를 헤맸다죽은 시인의 이름 한 점 붙은앙상한 시집을 집었다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학자들의 책과 함께한 손에 움켜쥐고 다니다가오늘의 외로움이 부화하는 순간에펼쳤다책을그 시집을한 번도 읽힌 적 없어 보이는그 팽팽한 살결을 읽으며어느 시집의 순결로눈 먼 기다림을 달래는 기분은실로 너무 멀다달싹이는 내 입술에서는누군가의 숨결이끊어지지 않는 수평선을수시로 넘나드는 소리가 들렸다먼 곳에서 보내온이 편지들을 다 읽었을 때는당신의 기억도 웃으며 잠들까시를 읽는 것은멀어져가는 이의 숨결을자신의 몸속에조용히 접붙이는 사람들의 일이다. 2013. 11. 27.
[시쓰기]구원의 연애 김정환 비가 내린다 비가 오는 날에는 막걸리처럼 연인이 아쉽다 사실 꼭 막걸리가 아니라도 동동주 같이 곡주기만 하면 된다 아니 하다못해 소주라도 좋겠다 그렇게, 기억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술집에 마주 앉아 흘러내리는 세상을 바라보다 불현듯 여관으로 스며들어 최후의 섹스를 하고 싶다 그 한 모금의 공존과 하룻밤의 꿈으로 이 세상과 60 몇 억 쯤 된다고 하는 인류를 구하고 싶다. 비가 내린다 따박따박대는 비가 멈추지 않는다 그 비를 맞은 육신이나마 부지하고 있음이 다행인 것을 나는 나의 연인에게 나직하게 고백했다 여전히 고개를 돌린 채 무너짐을 바라보는 연인 뭉개지는 세상의 눈동자에 어떤 표정이 비칠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래도 연인이 있으면 좋겠다 나는 연인의 손을 꼭 잡고 어느새 빗물이 되어버린 나의 혀.. 2013.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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