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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시34

[시쓰기]뽀득뽀득 월요일 김정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겸손하고,아프지 않은 날에도금욕해야 할텐데 지각한 벚꽃처럼반가운 것이세상에 또 있을까 죄송하지만담배를 피우는 심정으로시를 읽고 베낀다.내 안에 거하다무엇도 남기지 말고 떠나시라고 엄마가 사준 총명탕은 졸음만 옹알대서몽롱하게 울리는 종소리를 들으며나는오늘도 취하셨을 당신을뽀득뽀득 문지른다. 내일은 꼭 산책을 해야지이내 곧 뿌예지지만. 2013. 11. 28.
[시쓰기]계란 김정환 처음 보거나, 참으로 오랜만에 보거나혹은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몽달귀신처럼,앙상한 목 위에커다란 찐 계란을 얹고 다녔다. 그러고 보니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참 쓸데없이 많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기도 한데또 그것은 참으로 많은 찐 계란들 위에감동과 감정을 그려내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부활절을 싫어하던 어린이는계란에 무언갈 그리는 데에는여전히 영 서툰 어른이 되었다. 매끈한 계란을 앞에 두고쩔쩔매고 있으면어린이에게는 놀림과 꾸지람이,어른에게는 사회적 불이익과 빠따가비교적 친절하게 수여되었다. 사실은 못 그린다기 보다는많이 망설이는 것이다.한 번 그려버린 이목구비는결코 다시 그릴 수가 없으니까. 감동이고 감정이고억지로 무심한 척 벗겨내서는한 입에 콱깨물어야 하니까. 그리고 그러면곧너무나목.. 2013. 11. 28.
[시쓰기]발톱 김정환 깎아야지 하고서는 차일피일아무래도 발톱은 손톱보다는 멀다손톱깎이를 쥘 수 없어 서로에게 유세도 못 부리는 발톱은작은 빙하 몇 개가 더 녹고 나서야 손톱의 세례를 받았다 깎는 건지 분지르는 건지쇠를 닮은 꼬랑내가 스멀스멀하얗게 앉은 때가 문득 나와 눈을 맞춘다 그리고 근처에 노략질 나온 불개미 몇 마리한 놈이 자기 몸뚱이만한 내 발톱을 번쩍 물어올렸다저게 엄지 발톱이었나 새끼 발톱이었나생각하는 사이 벌써 몇 발자국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중간엔 친구도 만났다좋은걸 구했다고 자랑이라도 하는가발톱은 생전 처음 부러운 시선으로 올려다봐졌다 그나저나 턱이 아프지 않겠니뭐 이런 쓸데없는 걸 구해왔냐고아버지에게 따귀라도 맞지 않을는지 2013. 11. 28.
[시쓰기]밤의 버스 김정환 밤의 지방도로를 버스는 달린다잔뜩 힘 준 라이트엔 엉겨 붙는 눈발이김 서린 차창에는 누군가의 손바닥이흔들리던 모습 그대로 얼어붙어 있지그리고 그 뒤로는휑한 돌아봄이 긴 꼬리처럼 달라붙었다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진 않았지잊지는 않을게야내일도 도시는 반짝반짝 숨을 쉴 테고엎드린 눈 위로 아스라한 빛을 향해밤의 버스는 달려갈 테니까 201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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