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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 1일. 청주-상주(낙동강에 합류하다)

by 통합메일 2015.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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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521

 

지지부진하게 일어났다.

 

이틀 전부터 자전거는 거실에 들여놓고

 

한 개, 두 개 여행짐을 붙이고 쌓고.. 완성을 거의 다 해 둔 상태였다.

 

리스트도 사용을 했고, 몇 번이나 다른 여행기들도 참고를 하면서

 

꼼꼼하게 준비물을 챙기고 또 확인을 했는데

 

아무리 확인을 해도 뭔가 빠진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디론가 떠나기 전에 늘 느꼈던 기분이었다.

 

몇 번씩이나 경험했지만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기분.

 

출근하는 가족들을 한 명, 두 명 내보내면서도 그런 기분은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고,

 

그러한 기분에 더해서 '가기 싫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자리를 잡았다.


2007년 여행을 떠날 때도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내 발로 그 먼 곳을 향해 떠나는 기분,


좋든 싫든 나와 내 가족과 우리들의 일상이었던


순환의 고리 속에서 나만이 오롯이 훌쩍 잠시 걸어 나오게 되는 순간에 느끼게 되는


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편안하고 안락하고 조용한 우리집


당분간은 안녕이구나.



짐을 실은 채로는 엘리베이터에 실을 수가 업어서 분리해서 내려갔다.


짐 따로 자전거 따로



조립 시작


처음이라 역시 많이 어색하다.


여행의 중반 정도는 되어야 최고의 배치를 알게 될 것이고..


짐 싸는 스킬도 늘어나게 되겠지.






자전거 세우는 것도 스킬이다.


핸들바를 달았더니


잘못 세우면 핸들이 휙 돌아가버린다.


세울 때마다 심혈을 기울이지 않으면 킥 스탠드를 오래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여행 중에 킥스탠드가 부러진 사람들을 제법 많이 봤다.






떠나기 전에 어머니를 보러 왔다.


대견하다 생각하시는 듯 웃으며 보내주셨다.


하지만 걱정이 지워지지 않는 표정이었다.


꼭 살아 돌아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리어 드레일러 교정을 받고


스페어 브레이크슈를 구입하기 위해


샵을 방문했다.



청주 지니바이크!






여행의 시작이니 말끔하게 깨끗한 자전거로 출발.


어머니 뵙느랴, 샵 들리느랴.. 늑장을 부리다 보니 벌써 시간이 10시 45분이었다.


오늘은 상주에 있는 자전거민박까지 가야 하는데..


과거 여행 했던 경험상 시간이 상당히 빠듯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상.당.히 빠듯했다.






청주에서 보은 쪽으로 나가는 국도


횡단보도를 건너니 꼴이 말이 아닌 강아지 한마리가 지나갔다.


털을 보니 가정집에서 귀여움 꽤나 받고 살던 녀석 같은데


집 떠나니 저렇게 천하의 똥개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장차 미래의 내 모습을 미리 보는 것 같았다.




공군사관학교 정문을 지나



고은 삼거리에 있는 마트에 들렀다.




초정 탄산수와 물을 샀다.


청주에는 초정약수가 있는데 이게 탄산수라.. 탄산수 온천이 있다.


이 물을 이용한 천연사이다를 즐겨 마시고..


청주 토박이인 친구들은 목욕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할 때면 늘 초정탄산수를 마신다.


나도 탄산수를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고향 떠나면 당분간 다시 마시기 힘들 것 같아서


눈에 띄는대로 사먹기로 했다.




로드바이크 탈 때 주로 달리는 한적한 마을길을 따라 달렸다.



그리고 머지 않아 다시 큰 길로 나왔다.



너무 더워서 커피를 사마시기로 했다.




국도변에 있는 카페치고는 나름 구색을 갖추고 있었다.



아이스아메리카노 3,300원




밖에 나와서 커피를 마시는데, 화단일을 하시던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이것저것 물어보셨다.


여행길에서 만난 첫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원래 청주 살다가 은퇴하고 교외로 나와서 한적하게 지내시는 듯 했다.


집이 청주 어디냐고 물으시길래 말씀드리니 바로 아시는 눈치였다.



헐 근데 여기까지 오는데 2시간이나 걸렸다.


아직 미원도 못 왔는데 점심이라니..


일단 점심 식사는 포기해야 할 것 같고..


죽어라 달려야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미원 삼거리에 도착했다.


여기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날이 상당히 더웠다.



삼각김밥과 탄산수를 샀다.


삼각김밥 두 개를 먹고, 한 개를 랙팩에 짱박아두기로 했다.






원래는 GIRO에서 나온 에어어택쉴드라는 헬멧을 쓰는지라 쪽모자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그 헬멧이 여행에는 적합하질 않아서 3만원 중반대의 cancoon 헬멧을 구입하고,


샵에서 쪽모자를 구입했다. 쪽모자는 1만 얼마였던가, 2만 얼마였던가..


여행 내내 정말 요긴했던 쪽모자였다.



강변을 따라서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길래 한 번 달려보기로 했다.





꽃철에는 참 볼만하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길이 좋아서 삼각대를 펴고 셀카를 찍어보기로 했다.

여행 때문에 삼각대도 새로 샀다.


호루스벤누 FX-5523TTA FX-30DL




카메라는 D800과 D70 중에서 고민하다가 조금이라도 더 가벼운 D70으로 들고 갔다.


렌즈는 토키나 ATX 12-24mm F4랑 니콘 35mm F2.0D로 챙겼다.


결과적으로는.. 렌즈 갈아끼울 틈이 없어서 사진의 95%이상이 그냥 12-24mm 광각이었다.




셀카를 찍을 때는 D70용 리모콘을 이용했다.






보정 따윈 없음.




미원을 나와서 부지런히 달렸다.


보은이 6km 남았다.




보은 읍 들어가는 길



마음 같아서는 읍내에 들러서 김밥나라 제육덮밥이라도 먹고 싶어지만,


도저히 시간이 너무 없어서.. 그냥 상주 쪽으로 좌회전!



저 멀리 속리산이 보인다.


맞나 속리산;


아마 맞을 것 같다.



벌써 3시다 똥줄이 타들어간다.



그냥 말티재나 찍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굴뚝


청주 라이더들 중에는 '피수말수피'라고 해서..


'피반령-수리티재-말티재-수리티재-피반령'을 넘는 코스를 즐기는 굇수 분들이 꽤 계신라고 한다. 



보은군 장안면..


이 길로 들어가면


2012년에 1년 동안 지낸 고시원이 나온다.


추울 떈 엄청 춥고, 비 올 땐 비가 엄청 왔으면, 사시사철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 밤마다 숙소 뒤에 산이 우는 소리가 일품이었다.


또 여름엔 또 얼마나 더운지 하하하..


1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스타크래프트1을 제법 잘 하게 되었다.


NATE에서 해주는 스타리그와 스타프로리그를 보는 게 삶의 낙이었다.


그리고 그 해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인 메이저 스타리그는 역사의 종언을 맞이했다.


인기가 한창일 때는 다른 일에 바빠서 별로 그렇게 관심도 없었는데


집 떠나서 산 기슭 고시원에 들어와 스타리그 중계에 맛을 들이고, 그게 마지막이었다니


뭔가 좀 묘한 기분이었다.



시간이 있으면 한 번 들어가봤을텐데..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직진이다.



셀카 한 번 찍고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물을 샀다.



좋은 길을 따라서 달렸다.


고라니 한마리가 산산조각이 나서 흩어져 있었다.


고어함이 극에 달했던지라.. 다른 곳을 쳐다 보고 얼른 지나갔다.



좋은 풍경..


축사 냄새는 not good



속리산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좋은 풍경이기는 하지만, 가야할 길의 끝에 산이 있는 모습은 그다지 마음 편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산을 알리는 표지판은 정말이지 반갑지가 않다.


시간은 4시


슬슬 해가 눕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2007 전국반주에서는 이 길을 통해서 집으로 돌아왔었다.


집에 너무나도 오고 싶은 마음에 대구 가산에서 상주를 거쳐서 보은을 지나 청주까지 160km를 하루만에 달렸더랬다.


그때는 이렇게 태양광 발전 패널은 없고 대형 안테나만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다.


돌아왔던 길을 다시 돌아서 어디론가로 떠나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었다.


무엇보다.. 그때 돌아오던 길에 어마어마하게 무식한 업힐이 몇 개 있었던 것 같은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게..



모르겠다 계속 달린다.



굿바이 충북..


이제부터는 경북이다..


한동안 충북 땅을 밟을 수 없겠구나!



벌써 스마트폰 배터리가 반절을 찍어서,


오르트립 얼티메이트6 L 사이즈 핸들바백에 넣어둔 샤오미 10400 보조배터리를 써서 충전하면서 갔다.


처음에는 가방 뒷쪽 벽면에 폰을 끼워서 갔는데..


가방의 마그네틱자석의 자력 때문에 폰 내장 나침반이 오작동을 하는 것 같길래..


저렇게 대강 위에 올려서 뚜겅 덮고 달렸다.



배가 고파 이쯤에서 아까 짱박아둔 삼각김밥을 먹기로 했다.



햇빛 열기에 아주 잘 익었다.


따땃따닷하고, 밥은 질어도 너무 질다.



상주 29km 남았다고..


그렇게 부담스러운 거리는 아닌데..


뉘엇뉘엇 기우는 태양이 부담스럽다.


야간 라이딩 무섭다.



포도밭인가..


아직 제철이 오려면 멀었지만..


아까부터 슬슬 계속 오르막이고..


낮은 햇볕이 너무 뜨거워 포도가 엄청 먹고 싶었다.



요래조래 기어를 바꾸면서 업힐을 올라왔는데..


백두대간 화령이란다


그렇구나.. 내가 그때 넘었던 게 화령이었구나..


그때 진짜 힘들었는데..


엄청난 언덕을 넘어서 올라와보니 언덕 정상에서 웬 공사를 하고 있었다.


그게 저 표지석을 세우는 공사였던 모양이다.



업힐이 끝났으니 그 다음은 당연히


엄청난 다운힐인데..


가벼운 자전거였으면 참 신났겠지만


풍뎅이처럼 무거운 엉덩이를 가진 자전거를 타고 다운힐을 내려가려니..


새가슴에 엄청나게 부담이 느껴진다.


아마도 보은-상주간 고속도로 밑을 지나고..


지나면서 '아아 자동차로 저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아아아아까 전에 상주에 도착했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오후 5시


90km 정도 달렸다.


아직 상주는 보이질 않는다.



볕이 강해서 쪽모자의 챙을 내렸다.




또다시 업힐


먹은 게 없다보니 봉크가 날랑말랑 했다.


몸 사려야 할 것 같아서 올라가다가 쉬었다.


대구는 107km가 남았고, 상주는 17km가 남았다.



지난 여행에서는 이런 시골 마을 학교에서 잠을 잤다.


여행 중반기에 들어가면서 거의 항상 이런 학교에서 잤던 것 같다.


그때 기억이 나면서 학교에 들어가서 자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는 했으나..


그때와 지금 사이에 웬 몹쓸 놈이 학교에 들어가 극악무도한 짓을 저지르는 바람에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가는 게 참 쉽지 않아졌다.


물론 방과후이기는 하지만.. 무리무리..


그런 점을 고려해서 이번 여행에서는 학교 노숙은 제외시켰다.


일해서 번 돈도 제법 있으니 캠핑은 가급적 제대로 된 캠핑장에서 하자는 계획이었다.



아 정말 좋은 학교였는데!



5:35


마을을 지나 계속 달린다.


쭉 뻗은 것이 길은 참 좋다.


다만 또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불길하다.


아주 숭악하다. 



상주로 상주로..



해는 저물고, 마음만 조급해져간다.



상주 시내로 들어가려면 아직 제법 남았다.


부지런히 가는 수밖에는 없다.


더군다나 오늘 묵기로 한 상주자저거민박은 상주시내를 뚫고 10km 정도 더 가야하는데..



길가에서 옥수수와 생수를 파는 아저씨가 자리를 접고 계시길래 생수를 샀다.


1천원..


쌌던 짐을 뒤져 굳이 차가운 물로 건네주셨다.



코너를 돌았는데..


뭘 묻었는지


'임시포장' 구간이 나왔다.


꽤 길었는데..


와 진짜 짜증 이빠이..



1m 전진할 때마다 뒤에 실은 짐들이 난리 부르스를 떤다.


짐 떨어질까.. 패니어랙 부러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우겨우 구간을 통과했는데.. 땅거미가..



6:20


드디어 상주 시내 도착



이런건물 하나까지도 반갑긴 한데..



개가 참 순했다.


자전거 보고 짖지 않는 개는 참 좋은 개다.



쑤안마을이라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




미리 조사해 둔 상주보 자전거 민박에 전화를 걸어 픽업이 되는지 물었다.


전화를 받은 주인 아주머니께서는


지금 내 위치에서는 픽업비가 3만원이라고 했다.


그냥 알아서 가보겠다고 했다.



자전거의 도시를 표방하고


자전거 박물관까지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들어가는 입구가 참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 있었다.



그런데 떡하니 자전거 도로를 차지하고 있는 트럭..


차 안 올 때 차도로 내려갔는데


저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가 불편해 하는 게 온몸으로 전해진다.



차도를 달리다 인도를 달리다 하면서 상주 시내를 통과했다.


워낙 작아서 통과는 금방했다.


어우 근데 상주 자전거 타기 좋은 동네라고 기대했는데..


시내 환경은 영 아니올시다였다.


갓길을 넓게 잡아서 자전거 달리기 좋게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갓길 주차가 워낙 많고..


자전거 도로가 이어지나 끊어지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힘들었다.



그렇게 나쁜 길은 아니었는데, 짐을 잔뜩 실은 하이브리드 자전거가 가기엔 좀 울퉁불퉁했다.



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가..



여행을 앞두고, 시골 모내기는 다 끝내고 왔다.



해가 거의 다 떨어졌다.



상주가 곶감이 유명한 곳이구나 했다.



와 진짜 첫날부터 이렇게 표정이 썩을 줄은 몰랐다.



멀쩡한 도시를 버리고, 다시 지방도로 올라갔다.


조금 가다 서기를 반복하면서.. 지도를 본다.


한참 내려가다 마을길로 살짝 올라가는 길이 있고,


진작에 마을길로 빠져서 가는 길이 있는데..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갓길에서 지도를 보고 있으니.. 시끄러운 포터 한 대가 옆에 와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지만 내가 태워다 줄 수 있다,고


피부가 시커멓게 탄 아저씨가 경상도 사투리로 말씀하셨다.


참 감사했지만, 나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라고 사양했다.


진짜 거의 다 왔다고 생각했고..


내 발로 가고 싶었다랄까.....


지금 생각하면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이었을 것 같기도 하고..





지방도에서 국도로 내려간다.



시끄러운 차 소리가 사라지니 참 좋다.



미소가 절로 나온다.


해가 지고 있지만 거의 다 왔으니 마음이 놓이는 것 같다.



중동 쪽으로 좌회전



좌우 패니어..


가운데 틈새에 마운트리버 컴포트 체어를 끼우고


그 위에 마운트리버 랙팩을 올린다.


출렁이는 느낌이 좀 있기는 했지만 괜찮은 배치인 것 같았다.



마을 언덕을 넘어..


강을 만났다.




개고생을 한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만에 이렇게 큰 물을 만나다니.


사방이 땅으로 막힌 고장에 살다보니 큰 물을 만나면 무섭고 설렌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이 다리를 건너자마자 종주길 라인에 합류할 수 있는데.. 그때 합류를 했으면 고생을 좀 덜했지 않을까 싶다.>



연거푸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로맨스는 여기까지.


다리를 건너자 곧이어 바로 해가 저물었고..


마음이 급하다보니.. 라이트 장착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정신 없이 드문드문 지도만 보며 달렸다.


그런데 해가 지기가 뭡게 여기저기서 벌레들이 엄청 달려들었다.


깔떼기인지.. 모기인지..


몸과 얼굴을 때리는 타격감이..


이 곤충들의 무게와 덩치가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오싹함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밀려들어오고..


그래서 페달링을 서두르면 또 곤충들이...


버프가 아니었으면 단백질 섭취 제법 했을 것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무슨 바퀴벌레 같은 것들이 옷 속에 들어가 있기도 해서 소름이 끼쳤다.


그러다 보니 자전거를 세우고..


짐 깊숙히 들어있는 라이트를 꺼내기가 더욱 꺼려지고..


그래도 눈 똑바로 뜨면 길의 윤곽이 대강 보이긴 하니까..


달빛에 의지해서 언덕도 하나 넘고..


그러다 마을길을 벗어나 국도로 나왔는데


차가 다니는 길이다 보니 하는 수 없이 갓길에 서서 후미등을 켜고


라이트를 부착해서 불을 밝혔다.


하루 종일 삼각김밥 3개만 먹고 달렸더니..


정신이 헤롱헤롱했다.


빠르게 달린 게 아니라 봉크가 오는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뱃가죽이 등에 달라붙는 느낌이었다.




지도 어플리케이셔에 표시된 대로 찾아 가는데..


민박집이 큰 길가에서 제법 깊숙히 들어가 있어서 어느 길로 들어가야 할지 잘 감이 안 왔다.


대강 맞는 길 같아서 들어가서 아마도 저멀리 보이는 저 집 같다고 생각해서 달려갔다.


그래도 불켜진 인가가 보이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마을로 들어가다 보니 당최 어느 집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다시 지도를 보고 내 앞의 풍경과 비교를 해보고 있는데..


거친 운전으로 지나가던 트럭 하나가 내 앞에 멈춰서더니


운전석에 앉은 젊은 남자가 "자전거 민박 가시는 거죠?"라고 했다.


너무 반가워서 "네네!!" 했더니..


"이 길로 쭉 올라가시면 저기 밝게 붙켜진 집입니다."라고 알려주셨다.


반가운 마음에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한 50m를 달렸던 것 같다.



오른편에 보이는 하얗게 불이 밝혀진 집이었다.


마치 등대처럼.. 여행자들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나름의 배려를 한 느낌이었다.



이때 시간이 8시 48분..


너무 배가 고프다보니..


들어가자마자 접시를 들고.. 밥부터 먹었다.


매일매일 제육덮밥을 제공한다는 것을 매리트로 홍보하고 있는 집이었는데..


사실 고기의 질을 그리 좋지는 않았고.. 고기에 곁들여진 김치가 굉장히 맛있었는데


이 김치가 중국산인지 아닌지 알고 싶어 원산지 표시가 적히 게 어디있나 찾아봤는데 못 찾았다.



하여간


워낙 배가 고프다보니 게눈 감추듯 다 먹어치웠다.




온갖 짐들 정신 없이 부려놓고..


사람들이 꽤 많았다.


15~20명 정도 되는 듯 했다.


다들 4대강 자전거길 종주를 하는 사람들 같았다.


요즘 우리 동네 예체능에 나오는 연예인 김혜성도 방문했던 집이라고 한다.




밤도 늦고 정신이 없다 보니 미처 사진은 못 찍었다.


밥을 먹고 2층을 올라가면 2층 침대가 여기저기에 놓여있다.


나는 거실 문 앞에 있는 침대의 2층에 자리를 잡았다.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해야 하는데..


일단 첫날이다 보니 짐 추단이 안 되서..


다른 사람들 시끄럽지 않게 살곰살곰 세면도구와 빨래 세제를 꺼내는 게 일이었다.


정말 하루라도 빨리 짐 싸고 푸는 일에 적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자리는 그냥저냥 괜찮았다.


휴대폰 충전을 위한 멀티포트도 이어 인상적이었다.


다들 최소한의 짐으로 이런 종주길 민박에서 머무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냥 휴대폰 충전기만 있으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콘센트가 넉넉하게 남아서 카메라며 보조배터리며 휴대폰이며 18650배터리며 다 충전할 수 있었다.




충전기를 꼽아두고.. 씻을 곳을 찾았는데..


씻을 곳은 2층에.. 실내에 한 곳..


실외에 한 곳이 있다.


실내가 시설이 좋다. 실외는 임시로 만들어 놓은 샤워장 같은 느낌.


숙소 주변이 다 논인데다가.. 건물 외벽에 밝게 LED를 발라놔서 그런지


샤워장 안에 날파리랑 모기가 상.당.히 바글바글거렸다.


하지만 지금 찬물 더운물 가릴 처지는 아니지 않은가.




실외 샤워장에서 경상도 아저씨와 같이 샤워를 했다.


친구분들이랑 같이 인천 아라뱃길에서부터 부산 낙동강 하구둑까지 종주하신다고..


부산에 가서는 부인들과 자갈치 시장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했다.


자고로 남자는 여자들 비위를 잘 맞춰야 편한 법이라고 하셨다.


나는 일본까지 간다고 하니까 적잖이 놀라시는 눈치였다.


샴푸를 싸왔기 때문에 샴푸로 머리를 감고 샤워까지 한방에 했다.




이제 빨래가 문젠데..


세탁기로 모든 과정을 다 진행하면 너무 오래 걸릴 거 같아서


샤워장에 있는 대야에, 리큐 액체세제를 풀어서 손빨래를 하고


한참을 기다리다가 실내 욕실이 비었길래


거기 있는 탈수기에 넣고 탈수해서 바깥 베란다에 널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지라 금방금방 말랐다.




안에 들어오니 사람들이 하나둘 잠에 들고 있었다.


수다를 떠는 팀도 있었고,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는 팀도 있었고..


지금까지 달린 길 중에서 어디가 제일 힘들었는지 영웅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나는 딱히 종주 여행자가 아니다 보니.. 대화에 끼질 못하고..


벽에 붙은 낙동강 종주길 안내 포스터를 유심히 들여다 봤다.


가로로 그려놔서 알아보기가 좀 힘들었지만


차분히 들여다보니.. 대구까지는 길이 참 괜찮고..


대구 다음부터 부산까지는 빡쎈 구간이 중간중간 있다는 것 같았다.


길이 좋다고 하니.. 어쩐지 나도 종주길 한 번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일은 나도 종주길을 타보기로 했다.


어맹뿌가 만든 4대강 자전거길이 과연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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