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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8일. 후루유 온천-오무타(일본에서의 첫 캠핑)

by 통합메일 2015.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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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28일 목요일


6신가 7신가에 일어났다.


역시 일어나자마자 온천에 들어갔다.


온천만 보면 그냥 여기서 살고 싶었다.


방도 너무 좋고.. 음악도 은은하게 흐르는 것이 아주 그냥... ㅉㅉㅉ




어제 널어둔 빨래도 뽀송뽀송 아주 잘 말라 있었다.





아침 식사는 8시..


말이 안 통하니까 어제 저녁 먹는 틈에 이불 깔아주시면서 테이블 위에 메모를 적어두셨더란..


breakfast is 8 am이라고..





아침밥도 굿~


역시 밥 인심이 너무 좋다.


일본밥은 우리나라 밥이랑 뭐 그냥 똑같은 거 같다. 차이가 없다.


아침 밥수발은 미도리 아주머니께서 직접 하셨는데..


이런저런 반찬들을 소개하고 설명하고 하는 중에


'도부'라고 하면서 두부를 말씀하시기에..


내가 한국에도 두부가 있다고 말씀드리니


작년인가 한국에 다녀오셨다고 한다.


신기한게 나는 못 알아듣는 일본어를 가끔 노블 형이 더 잘 알아들을 때가 있다.



밥 먹고 나와서 복도에서


"죵환 are you OK? aren't you tired?"


"헤헤 yes I'm OK. 이래봬도 제가 I have ride bike so long time"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였다. 아직 배가 덜 고파. 고생을 한참 덜했어.)





와이파이 비밀번호였는데 상당히 복잡했던 기억..


일본의 와이파이들은 비밀번호가 다들 만만치가 않다.


기본적으로 되게 길다



어제 세탁기 돌려서 이렇게 예쁘게 널어놨더니


형이 좋아하면서 사진을 찍어서 여자친구에게 보냈다.


멋진 파트너를 만났다고 자랑했단다.



밤 늦도록 대화를 나누던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계곡물..


연인이랑 와도 정말 좋을 것 같고..


가족이랑 와도 좋을 것 같았다..



형의 성경책과 일기장



고요하고 호젓한 마을 풍경



우리가 묵은 건물의 앞마당



정말 만족스러웠던 곳이라 크게 한 번 웃어봤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이렇게 리뷰도 남겼다.


지나온 장소들 즐겨찾기 해두고 리뷰 남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


근데 사실 내 경우에 있어서는.. 리뷰 좋은 장소들은 그냥.. 그랬다.


내 취향이 보편적인 기준과 좀 먼 모양인지..



영어로 된 형의 성경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지.. 여기저기 밑줄도 많이 쳐져있고.. 책이 말랑말랑하다.





밥을 먹고.. 방을 대강 정리하고..


떠날 채비를 했다, 뭐 놓고가는 것은 없는지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나는 책상에 앉아 어제 만난 아주머니, 아저씨, 미도리 아주머니에께 편지를 썼다.


내용은 덕분에 내 친구를 지킬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한 대여섯 줄 쓴 것 같은데.. 읽고 이해를 했을지.. 편지를 발견했을지는 의문이다.







그러고보니 이 료칸 이름이 '천곡장'이었구나..


아주 나중에 구글에서 이 료칸을 찾기 위해서 료칸 메모지를 찾아서야 알 수 있었다.


집을 챙겨서 밖으로 나왔고, 어제 쇼부 친 대로 5천엔 + 5천엔 + 400엔(사케 값)을 계산했다.


료칸 주인인 미도리 아주머니께서 사진을 찍어주셨다.


아이패드로 우리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리겠다고 하셨는데 어느 페이스북인지 찾질 못했다.


체크아웃을 하는데 어제 잃어버린 형을 찾는데 결정적으로 가장 크게 노력해주신 맨 처음 아주머니께서 찾아오셨다.


SOS라고 하시며 어제 통화했던 통역회사의 번호를 종이에 적어서 우리에게 주셨다.


제대로 이해했는지 계속 신신당부를 하시길래


웃으며 "아 오네상 와까루요 와까루요ㅎㅎ" 하니까 웃으셨다.






그러고보니 무한도전 하하의 어머님이신 옥정여사랑 꽤 닮으셨던 것 같다.



그나저나 일본인들의 습관 중에.. 묘..한 게 있는데..


배웅문화다..


이건 뭐 우리나라도 있는 거긴 하지만..


짐 싸는 내내 우리 옆에서 계속 가만히 기다려서 좀 부담스러웠다랄까..


잠깐 어디 들어갔다 오시면 우리가 가면서 인사를 드릴텐데..


번개 같은 속도로 짐을 싸고.. 그 동안 아주머니 두 분은 계속 우리를 보며 기다리셨다.


그리고 인사를 드리고.. 마을을 빠져나갔다.


인사를 드리는데 아 정말 헤어지기 아쉬웠다.


이 사람들은 말만 일본어를 쓰지 그냥.. 우리나라 동네에 있는 아주머니들과 똑같았던 것 같다.



마을을 빠져나가는 길..


형은 직진,


나는 좌회전이다.



그 와중에도 뭘 발견하고는 사진을 찍는 형


대단데스요



9시 30분


마지막으로 셀카를 찍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당신은 정말 최고의 파트너였다.'고 덕담을 했다.


"I have learned so many things from you. so thank you."


(특히 구글맵 보는 법)


우리는 서로에게 헤어지게 되서 참 슬프다고 아쉬운 작별의 말을 했다.





형이 먼저 떠난다.




형의 모습이 보이는 동안 나는 한참을 손을 쳐들고 흔들었다.


뒤돌아 나를 본 형도 하늘 높이 손을 치켜 올렸다.



나는 이제 나의 길을 간다.


어젯밤에 지도를 보면서 곰곰히 생각을 해봤는데..


어제 넘어온 산을 다시 넘기는 때려 죽여도 싫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이 길로 남쪽으로 내려가서..


큐슈를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면 그냥 내가 미리 공부해서 온 '레이 게바라'님의 여행기 루트를 따라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일단은 남쪽으로 간다!


당분간은 물을 따라 쭈욱 내려가면 될 것이다.





터널을 만났다.



하지만 이런 경우 대부분 우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왔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았다.


구글맵을 열어서 우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돌아 나갔다.


(이런 점에서 구글맵은 진짜 짱짱맨이다. 저런 가느다란 길도 다 표시가 되어 있다. )


터널지나기 전에 한 컷..


전혀 살이 빠진 기색이 없다.



터널을 지나왔다.


확실히 돌아서 오니까 멀기도 좀 멀고..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바닥에 이끼 같은 것도 좀 껴있어서


약간 호러블하긴 한데.. 딱히 힘든 건 없었다.



뭔가 어마어마해보이는 시설물


길은 계속해서 은근한 내리막이다.


참 편하다.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기는 하다.



시간은 10시 16분


스타트가 살짝 늦긴 했기 때문에 오늘 어디까지 달릴 수 있을지 아리까리했다.






일단의 계획은 오무타 바로 아래에 있는 '나가스'라는 곳까지 가서 내일 아침 일찍 페리를 타는 것.


근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길이 그냥 저냥 괜찮다.


이거 아마도 가로수 때문에 찍은 사진 같다.


우리나라의 국도는 길가에 거의 반드시 가로수가 심어져 있는데


일본은 그렇지 않은 구간이 훨씬 많다.


하긴 땅 없어서 국도들이 다 1차선인데.. 가로수 심을 공간이 어디 있간디..



내리막만 달렸더니 벌써 8km를 달렸다.


와우 좋다 좋아.



어제는 산 속에서 지내서 그런지 다시 슬슬 도시로 들어가는 게 느낌이 생경하니 괜찮다.



보리농사가 한 창


슬슬 거둬야 하지 않는가?







골프장이 있고 그 위를 국도 교량이 지나갔다.


신기했다.


나도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골프나 쳐볼까 하는 생각도 좀 드는데..


지금은 그냥 자전거가 제일 좋은 것 같다.



우리나라처럼 큰 논이 별로 없다.


토지구획 단위가 우리보다 조금 작은 느낌


하긴 뭐 그건 자르기 나름이겠으나..



점점 도시로 들어간다.


중고차 판매상이 정말 흔하게 보였다.


사진을 보니 저기에 100엔샵이 있었구나 싶다.








길 가에 공중전화가 있길래..


얼른 들어갔다..


웜샤워 호스트에게 여행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사실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동전을 넣었는데 기계가 반응이 없고.. 동전 반환도 안 된다.


재수 옴 붙었다고 생각하려던 찰나,


반환구를 자세히 보니.. 반환구가 고장이 나서


그 안에 동전들이 걸려있었다.


손가락으로 구멍을 헤집으니 10엔짜리 동전이 쫘르륵 쏟아져 나왔다.


나는 10엔을 넣었을 뿐인데.. 한 100엔 가까이 얻은 것 같았다.


득템..


다시 동전을 넣으니 전화가 작동됐다.


몇 번의 수화음이 들리는 동안 긴장이 됐다.


맨날 영어로 쪽지만 주고 받던 사이인지라.. 전화 통화는 처음인지라..


호스트 : "네 여보세요."


나 :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일전에 웜샤워로 연락을 드린 김정환이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일본 오는 배에서 일행이 생기는 바람에 여행 일정이 변경이 되어서 선생님 댁을 방문하는 날이 변경되거나 혹은 찾아뵙지 못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니, 굉장히 쿨하게..


"네 뭐 여행이 계획대로만 흘러가면 재미가 없는 거니까요. 꼭 저희 집을 방문해야 한다는 그런 강박관념을 가지실 필요도 없습니다. 좋은 여행하세요."라고 하셨다.


감사합니다,로 전화를 끊었다.




혼다 자동차 판매점



조이풀


처음 가본 레스토랑이 조이풀이라서 거의 조이풀만 갔다.


680엔짜리 스테미나 규동만 먹었는데..


이때는 들어가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외벽에 글자들이 화려하게 쓰여있길래 (이런 게 별로 없다.) 뭔가 하고 더듬더듬 읽어보니


학원인 모양이다.




다리를 건널 때 찍었다.


철길을 건너거나, 강을 건널 때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대부분 아치형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업힐이라는 말삼.




내가 지금 '사가'시에 들어와 있구나 싶었다.


오무타는 직진 무조건 직진..


그나저나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해서..


도심은 좀 꺼려졌는데.. 길을 모르니 일단 방법이 없었다.



도로에는 이렇게 자전거는 우측으로 표시가 되어 있어서..


달리는 내내 좀 신경을 쓰면서 달렸다.



그런데 달리다보니 갑자기 나란한 반대편에 초등학생들이 뗴거지로 자전거를 타고 거리로 나오고 있었다.



똑같은 모양의 자전거를 타고 뗴로 달린다.


가급적 안 섞이려고 했는데 그만


섞여버렸다;;


남자아이들은 개구진 웃음을 흘리며 재미나게 달리고..


여자아이들은 깔깔깔 수다를 떨면서..


근데 어두운 표정으로 혼자 달리기로 그 무리를 따라가는 아이가 있어서 쟤는 뭔가 싶었다.


설마 자전거 살 돈이 없어서.......?


설마...






핸들바백 때문에 조향이 민감해서 조금 달리다가 옆으로 빠져서


아이들을 다 보내고 다시 달렸다.


잘 한 선택이었던 듯..






여기서 우회전이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일본은 우회전이 우리나라의 좌회전에 해당한다.


근데 그렇다고 좌회전이 우리나라의 우회전과 완전히 똑같냐면 그것도 아닌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교차로에서 빨간불이라고 하더라도 우회전은 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여기는 신호가 파란색으로 바뀌어야만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좌회전에 해당하는 이 나라의 우회전 역시도..


우리나라가 대부분의 좌회전을 신호등의 좌회전 신호로 통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파란불일 때 비보호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1차선 도로에서는 비보호 회전을 기다리는 차 때문에 교통체증이 있지 않을까?


있다.


하지만 다들 기다리고..


비보호 회전 찬스를 잡은 운전자는 높은 토크로 회전을 해서 사라져준다.


여기도 도심에서의 운전은 회전을 급하게 돈다.


눈치보기 하다가 이때다 싶으면 그냥 확 밟는 모양이다.





주의 : 보행자의 신호가 먼저 초록색으로... 니나리마스... 마지막 동사가 뭔지 모르겠다.


하여간 앞에 보이는 초등학교..


아까의 그 자전거 탄 초딩들은 저 학교로 들어간 게 아닐까 싶은데..




1시


길가에 mammy's라는 간판이 있길래 뭔가 하고 가보니


동네 중형마트였다.


밥때가 되었으니 들어가보기로 했다.





생선초밥 도시락이 한 500~600엔 했던 것 같다.


매우 싸다고 생각하고는 집어 들었다.




음음음 좋다.



깨끗이 다 먹음.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할지 몰라서 봉투째 가지고 들어갔다.


그리고 어제 익혀둔 구글 번역기 어플리케이션을 켜서


'이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하나요?" = "このゴミをどこに捨てるか?"


라고 잘 보이도록 만든 다음..


계산대 점원에게


"아노 스미마센, 고레오 조또 밋데 구다사이"라고 말 걸어서 보여주니


금방 이해하고는 그냥 봉지째 자기에게 달라고 하더니 받아서는 계산대 밑 쓰레기통에 버린다.


번역기 어플이 없으면 이런 간단한 일로도 또 옥신각신을 했을지 모르는데 참 좋았다.


고맙다고 하니까 그녀가


"강꼬꾸징데스까?"라고 물어왔다.


어제 공항 직원과 비슷한 억약으로 '꽈'를 깊이 찔렀는데


다행히 그녀와 다른 얼굴이셔서 심쿵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하니 "료꼬데스까?"라고 되물어 왔다.


료꼬? 료꼬가 뭔지 몰라서.. 음... 하다가 그냥 하이라고 하고 굿바이.


나중에 찾아보니까 료꼬는 '여행'을 의미하는 거였다.





마트를 나와서 어머니꼐 보이스톡을 걸었다.


다행히 한 번에 받으셨다.


노블 형과 헤어진 이야기를 해드리니


그래도 첫날을 그렇게 좋은 사람이랑 같이 달려서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겠다, 라고 하셨다.


그 형에게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씀드렸다.





공동묘지


낮에 보면 별 감흥이 없는데..


밤에 보면.. (후반 여행기 참고)








사가에서 오카와로 넘어가는 다리인 모양이다.


계속 메인 도로를 달리다보니.. 계속 건널목이 나와서.. 계속 힘들었다.



오무타까지는 아직도 24km가 남았다.









National University of Health and Welfare


우리나라로 치면 보건대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아까 Saga University를 그냥 지나쳐서 아쉬운 마음에 호기심이 좀 생겼다.




은근히 많이 보였던 Netz


우리에게는 생소한 자동차 브랜드인 것 같았다.


계속 메인도로 타고 가다가는 손목이 아작날 것 같아서


외진도로를 타기 위해 방향을 틀었다.




길을 잘못 든 것도 있고.. 하여간


야나가와시를 조금이라도 피해가기 위해서 방향을 틀었는데


아주 조금 효과를 본 것 같기는 하다.



자동차 전용도로 공사 중이다.


이런 도로는 자전거와 125cc 이하의 이륜차는 달릴 수 없다.






오 이 사진 타이밍 좋구나.


우어어 나도 기차 타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지








이때는 이렇게 길이 좋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알지 못했다.




오후 3시




아리아케 엔간도로라는 게 뭔가 궁금해서 이쪽으로 왔던 것인데


역시나 자동차 전용도로였다.




자 이제부터 숨겨져 있는 자전거 길을 찾아달려야 한다



아까 그 도로를 달렸다면 이 멋진 다리를 건널 수 있었을 텐데


무리데스



둑방을 올라가서 강을 건널 방법을 찾아보기로 한다.




오 그래 저기 있는 저 다리를 건너면 되겠구나


그냥 둑방길을 따라 쭉 달리면 되는 길인데..


웬 또 공사중이라 밑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이런 통행로를 통해서 밑으로 내려간다.



무슨 장대들이 이렇게 많담.


이런 곳에서 캠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가 서둘러 지웠다.


무리무리무리




둑방 밑으로 내려갔는데 좀처럼 괜찮은 출구가 나오질 않아서 한참을 가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쩐지 기분 나쁜 이름의 강이다.



이렇게 다시 올라와서 강을 건넌다.


저 멀리 보이는게 자동차 전용도로 다리..


자전거가 서럽기는 고국이나 여기나..




오후 4시


이쯤되면 슬슬 오늘밤 어디에서 잘 것인지를 대략적으로라도 정하는 것이 안전빵이다.


앞서 자전거로 일본을 누빈 선배들께서는


여차할 때는 그냥 구글맵에 초록색으로 채워진 부분을 찾아가라고 하셨던 바 있다.


오무타 근처에서 그런 색깔을 찾아보니.


suwa park라는 이름의 공원이 있다.


어쩐지 백조를 연상시켜 기분 좋은 이름의 공원이 아닌가..


그래 오늘은 여기서 캠핑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조금 달리니..



스와 공원이 11km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11km면 진짜 껌인데.. 왜 이렇게 멀어보이는 걸까.



아.. 아이고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오무타에 들어오기는 했다.



병원 간판들인데..


이 나라 병원간판과 건물들은 아무리 봐도 적응이 안 된다..


특히 치과가 은근히 많은데 어쩜 그리 하나 같이 고어하게 생겼는지



역이 참 귀엽게 생기지 않았는가



이 길을 잠깐 올라간다.


강을 건넌 뒤에 다시 본래의 길에 합류해야 했는지..


아니면 이렇게 좀 돌아가야 했는지


어떤 게 잘 한 일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올라왔다.



산, 밭, 마을 뭐 그런 게 보인다.



또 슬슬 똥줄이 타고 있다.


혼자가 되어 밤을 맞이하고 있으니..





셀카라도 찍으며 쉬자..


선글라스랑 버프 안 벗고 찍었다는 건 어지간히 힘들다는 얘기다.




논 옆 길을 따라 간다..


페달질을 보니 내가 제법 지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교하고 시끄럽게 떠들며 귀가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아이들 중 가장 장난끼 심굴끼 많아 보이는 남자 아이 하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선글라스 틈으로 살짝 째려봐주니 흥, 하고는 달아나 버렸다.


조금 가다가 또 왜 이렇게 위험하게 뛰노냐고 마을 할머니한테 혼나는 눈치였다.




5시15분


우엉 힘들어서.. 편의점에서 보급..


편의점 옆에 무슨 호텔 광고판이 붙어 있어서 번역기 사진 스캔 기능으로 읽어보려고 했는데 잘 안됐다.




또 강을 건넌다.


아 진짜 강 억수로 많다.



저쪽이 서쪽인 듯..


해가 저물고 있었다.






뭔가 지도를 엄청나게 잘못 읽어버려서 뻘짓을 했다.


그냥 208번 따라 적당히 오다가 흰색 길로 들어가면 되는 거였는데 계속 208번 따라 가다가 결국 두번이나 철길을 넘게 됐다.


철길 근처에서 담배를 피우는 고교생들을 봤다.


정말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뻐끔댔다.












보도블록이 신기해서 찍었다.


오랜만에 보도블록을 만나는 것 같았다.


박원순 시장이 예전에 일본에 왔다가 보도 블록이 별로 없는 걸 보고


이거 배워야 한다고 하셨다는데....


여행을 다 마친 입장에서... 유지보수의 편리성은 보도블록이 제일 나은 것 같다.



정신이 이상해진 것인지.. 자꾸 시내에서 길을 헤멘다.



이거 어째 간판의 느낌이 어제 잤던 료칸이랑 비슷한 것 같아서..


특히 끝에 있는 '옥천원' 중 '泉' 글자가 온천의 그 천이라서...


이 건물 사진도 찍고 아무튼 한참을 서성였다..


비지니스 호텔이나 여관 같은 거면 여기서 자볼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인데



구글 번역기로 사진을 찍어서 읽어보니 장례식장이었다 ㅋ


순간 너무 빵터져서 길거리에서 좀 웃고 말았다.


(근데 집에 와서 다시 찾아보니 장례식장은 또 아닌 것도 같고.. 연회장??)


하여간.. 이곳을 기점으로 해서 구글 번역기로 사진을 찍어서 번역하는 방법을 익혔다.


가로로 눕혀서 찍으면 안 되고 반드시 세로로 찍어야 어플리케이션이 글자를 읽을 수 있다.






하여간 저런 식으로.. 지도를 보면서 왔다고 하기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헤멨다..


나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구글맵 쓸 줄 모르면 이렇게 된다. (원체 길치이기도 하지만..)



하도 헤멨더니 정신이 몽롱하다..


드디어 스와 공원 초입에 도착!


아 진짜 감격스러웠는데


가만 보자 이때 시간이 벌써.. 6시30분이다.


해 저물기 카운트다운에 돌입한다 ㅋ



아까 익힌대로 번역기로 사진을 찍어 읽어보았는데.. 


캠핑을 금지한다거나 하는 등의 내용은 없었다.




바로 위에 아리아케 엔간 도로가 지나간다.


저걸 타면 금방 올것을 그렇게 생고생을..



그러고보니 바다가 코앞이다.


공장이 많은지 연기를 뿜는 기둥이 제법 있었다.



셀카


여기까지 왔으니 조금은 여유를 찾았다.



일단 지형정찰에 들어간다.


화장실 발견..


미리 예습했던 대로 스포츠 공원에는 남/녀/장애인화장실이 있다.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아서 사람들이 제법 있다.


특히 야구를 하는 남학생들이 한 팀? 두 팀?



공원 뒤쪽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탐스러웠는데..


조명이 없어서 너무 위험해보였다랄까..


아무튼 이따 다시 한 번 봐야 할 것 같다..









가족들에게 보낼 셀카를 찍고




삼각대를 펼쳐서 셀카


여유가 있다 이거다


하여간 다시 이렇게 바다를 만났구나




나중에 시간이 나서 찾아보니 오무타는 탄광 도시였는데


지금은 폐광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아리아케 해다.


일본 드라마 중에 니노미야 카즈나리랑 토다 에리카 나오고..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찾는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 남매들의 성이 아리아케였던 게 생각났다.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기시 유스케 원작의 '푸른불꽃'에서 아역시절 주연을 맡아서 좋아하게 됐다.



뭔가 좀 더 좋은 자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해안 도로를 따라 달려보는데.



머지 않아 도로가 끊어져 버렸다.


포기하고..... 남아있는 초록색 지역을 좀 더 정찰해보려고 했는데..




그 공원들은 완전 너무 근린공원이고..


개를 데리고 산책 시키는 등 유동인구가 은근히 많아서 일찌감치 GG를 쳤다.


그냥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맨 처음 골랐던 장소에서 쇼부를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구글맵 위성지도를 이용하는 방법을 배웠다. ㅋ


그냥 지형지도만 봐서는 100%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때로는 위성지도로 확인할 필요도 있다.





지형지도로 보면 그냥 초록색으로만 표시가 되어 있지만


위성지도를 이용하면 그 안에 어떤 경기장이 있는 지 알 수 있다.


결과적으로 주거지역과 가장 멀리 떨어진 맨 처음의 장소가 최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별표친 곳이 내가 캠핑한 곳이다.


(오씨 이러니까 뭔가 되게 첨단 여행을 한 기분인데..)














편의점에 가서 샌드위치랑 가츠동을 샀는데..


저녁시간에 가츠동을 사는 건 금기사항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데워드릴까요'를 한 방에 알아들어서 만족스러웠는데..


가츠동을 열어보니 이건 뭐 돈가스가 다 불어서.. 하하하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먹었다. ㅋ




다 불어 터졌쪙..


일본의 비닐봉투는 매우 얇다.


그에 비하면 한국의 비닐봉투는 매우 남자답다는 느낌이다. (응?)


일본의 분리수거 시스템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캔, 병, 페트병은 분리하여 버린다.


그런데 그 이외에 것들 : 이를테면 종이 (그래 이건 OK), 스티로폼(응?), 비닐(응?), 나무젓가락(흠)


다 태운다.


확실하진 않은 데 그런 거 같다.


묻거나 태우거나 하겠지.. 하여간 분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비닐도 분리하지 않는가?


우리 아파트만 그런가?



이 광장의 벤치에서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과의 거리는 약 1.5km


왼쪽에 밝은 부분은 테니스치는 사람들이다..


어른도 있고 아이들도 있었는데..


아이들도 "하이!"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제법 기합있게 외치며 플레이했다.




이쪽은 오히려.. 가로등이 너무 밝아서 좀 그렇고..


내 본능은 차라리 광장 한복판이 더 낫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화장실 쪽으로 가서 좀 씻었다.


화장실 바깥 쪽에 커다란 식수대가 있길래..


목위를 씻고 닦고 했다.


샤워는 무리데스



남자화장실


장애인화장실


좀 열악했기 때문이다.


혹시 충전할 수 있는 콘센트가 있지 않을까 찾아봤지만 없음!


미치노에키 장애인화장실에만 있는 모양이다.








<다음날 찍은 사진으로 대신>



씻고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니..

웬걸..

거짓말처럼 테니스 코트의 불이 다 꺼져있다.

하니 내가 한.. 2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은데..

다들 한 방에 퇴장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땡큐..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고




처음에는 그냥 비박을 할 요량으로 벤치에 에어매트 깔고.. 침낭만 덮고 누웠는데..

(누군가 왔을 때 철수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이거 영 모기도 그렇고 자꾸 침낭도 흘러내리고 해서 벌떡 일어나서 그냥 텐트 쳐버렸다.

구글맵 사용법을 익히면 익힐 수록 여행이 편해지는 것 같다.

누워서 구글맵으로 내일의 루트를 한번 따라가본 뒤에 얼른 껐다.

충전을 할 수 없으니 배터리를 아껴야 한다.

배터리팩에 아직 전기가 좀 남아있겠지만..그래도 최대한 아껴야 한다.




그리고.. 잠이 든다 든다 든다.. 모르겠다...

아리아케 엔간 도로에서 이따금 옵티머스 프라임들의 굉음이 들려서..

그 굉음이 마치 폭주족들이 몰려오는 소리처럼 느껴져서...

아니면 그 누군가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잠이 들었다가 깼다가 들었다가 깼다가...

그렇게 일본에서의 두번째 밤이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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