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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20일. 분고오노-벳푸(온천 보다는 배산임수)

by 통합메일 201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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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9일 화요일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셨더니 ㅋ


늦잠을 잤다.




어지간히 짐을 싸니 9시..


이거 이래가지고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라나;




이틀 동안 정든 마을도 안녕이다.



짐을 꾸려서 호텔 마당에서 자전거를 조립했다.


저 비닐은 다루미즈 오토바이 가게 아주머니께서 주신 비닐이다.


아주 큼직해서 랙팩 위에 씌우기엔 안성맞춤.



비가 그치긴 했는데.. 아직 땅은 젖어 있다.


조심해서 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길을 나섰다.


호텔 출발 시간 9시 30분



그냥 쭉 가면 오이타다.



뭐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푹 쉬어서 컨디션이 좋은 모양이다.



아직 비구름이 많이 보인다.






마을 나가는 길에 조이풀이 있길래 놓치지 않고 들러줬다.





규동 뚝딱!



급해야 하건만 이렇게 여유로운 이유는 무엇인가.


어차피 오늘은 멀리 못간다는 걸 은근히 알고 있는 것일까.



마을을 벗어나 국도를 달린다.


비가 와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여행을 시작하던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길가에 풀들이 무성하다.


인도가 제법 넓직하지만 풀에 가려 좁게 느껴진다.


저 풀숲에서 또 뱀이 나올까봐 조심조심 촉각을 곤두세우고 달린다.


(왜 비 오면 뱀이 나온다고 하지 않는가)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불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장관이었다.


비구름이 힘겹게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계곡물이 살벌하게 흘러갔다.

휩쓸리면 끝장이다.



앞으로의 길에도 종종 지뢰가 있으니 조심해야 했다.



여행하면서 맨날 파란색 버프만 쓰고 달렸는데


엊그제를 기점으로 여분의 버프들을 봉인해제했다.


가방 속에서 젖어버려서 다 빠느라 포장도 다 뜯어버려서



터널을 지나는데 신기한 게 눈에 띈다.




아마도 터널 내부에 흐르는 바람으로 이 프로펠러를 돌려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를 축전했다가 조명을 밝히는 모양이었는데


전혀 돌아가지 않는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좀 안타까웠다.



어머 벳푸가 35km 밖에 남지 않았다.



터널을 또 넘고..



이쪽엔 터널이 정말 많다.


하지만 레이 게바라 님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떤 것 처럼 보통 대개 자전거 통행로가 있다.





호텔에서 쉬면서 루트를 많이 연구했다.


이런 경우에는 10번 국도에서 잠시 벗어나 하천 둑길을 타고 달리면 되겠다고 생각


그를 위해서 길을 건너려고 하는 사진이다.



으흥.. 예상대로 좋은 길이 나왔다.



내가 가야 할 벳푸는 저 산 너머에 있다.


여기도 물이 많이 불었다.


배들..


무사히 둑길을 달려서 다시 10번 국도로 합류


많은 시간을 번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결국엔 오이타 시내를 뚫어야 하지 ㅋㅋ



때로는 이런 맨홀 뚜껑들을 밟고 지나가는 게 더 좋을 때가 있다.


얼마나 잘 만들어 놨는지.. 틈새 사이에 유격이 없어서 제법 달릴만 하다.



잘 가다가 왜 역회전을 하나 불안해 했는데 저 길로 내려가지는 않았다.



오이타 시내의 시작.


오늘의 지옥이다.


가다서다가다서다가다서다





잔꾀를 쓴다면 여기서도 강변길을 타고 10번 국도로 접근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순진하게 도시를 관통해버렸다.



오이타 시내



더워염



하아하아 끝이 보인다.



2시 30분 드디어 국도 10호선 해안도로로 들어간다.


오이타 시내를 통과하는 데 1시간 넘게 걸렸고


그 동안 손목을 너무 많이 사용해버렸다.





좋은 길을 따라 달린다.


건너편으로 넘어가도 좋을 것 같은데 방법이 보이질 않네.



버스정류장이 하나 나오고 막다른 길이다.



방금 지나온 다리로 올라가서 건너편으로 건너가야겠다.



올라가기는 잘 올라갔는데..



휴 좋군..


저 멀리 보이는 도시가 벳푸인 모양이다.


정말 가깝다.


가까워도 너무 가깝다.


싱거울 정도로...


그리고 그 뒤에 보이는 산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나도 모르게 쉬엄쉬엄 달리게 되었다.



날이 흐려서 선글라스는 올리고 다닌다.




육교로 잘 올라갔는데..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앞에 서니까 점검중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_-;


어쩌나 철렁했는데 가족일행이 하나 올라왔다.


덕분에 내려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가족분들 대화하는 걸 들으니까 한국인들이다!


너무 반가워서 (아 얼마만이야)


"안녕하세요" 반갑게 인사를 건넸는데..


그냥 "안녕하세요"로 인사를 받으시고는


딱히 반갑진 않으신 모양...




왜죠..





해안도로 길 위에 이런식으로 자전거와 인도 표시가 되어 있다.


카와이이



벳푸로 갑시다 이야이야오



헤헤 근데 저 산들 어쩔 거 헤헤헤



이게 무슨 표시인가 했는데


10번 국도 종점까지의 거리인 것 같았다.


모지라는 것은 시모노세키에 있는 항구의 이름이다.


거기에서도 한국으로 가는 배가 있다.


만일 제 날짜에 후쿠오카에 가는 게 불가능해진다면 시모노세키로 빠지는 건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벳푸 입성


오후 3시


빨리 온 건지 늦게 온건지 좀 아리까리..





패밀리마트에서 유부초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아침에 조이풀에서 먹은 규동 이후로 첫끼



관광지라 그런지 호텔들이 많았다.


탐스러워 보이지만 오늘은 게스트하우스로 갈 것이다.


구글에서 찾아봐도 딱 나오는 게스트하우스가 두 개나 있고..


아마쿠사 게스트하우스에서 발견한 팜플렛도 있다.



너무 일찍 온 것 같아서..


해변에 나가서 사진을 좀 찍었다.




날씨 좋으면 휴양하기 정말 좋을 것 같은 도시다.



그나저나 벳푸에 들어와보니..


배산임수의 지형이 너무 노골적이다.


저 뒤에 사진에 보면.. 산 위에 엄청난 다리 보이는가..


후달린다..


자동차 전용도로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기에 도로를 만든거야.







어머니께 일단 전화를 드렸다.


오늘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전화를 통해 말씀을 드리는 동시에 나도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이 시간에 저 산을 넘기는 너무 늦었다.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또 떠나야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아무래도 나도 제법 기대를 했던 벳푸라서.. 그냥 지나가기엔 너무 아까웠던 것 같다.





그냥 구글맵 보고 찾아가니 게스트하우스 찾기는 어렵지 않다.


구글맵 실력이 늘어서 이젠 전혀 헤메지 않는다.


초반에 오무타에서 헤메던 거 생각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해외여행에서 고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구글맵을 얼마나 잘 쓰느냐가 관건인 듯.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구글맵이 별로 안 좋은 것 같다.


잘 모르겠다.



게스트하우스라고 큼지막하게 써있어서 금방 찾음.








자전거를 위장시켜 놓고 들어간다.


돼지꼬리 자물쇠를 채워놓았다.


이것만 있어도.. 일본 여행은 괜찮은 듯



많은 게스트하우스들이 크록스 슈즈를 공용화로 사용한다.


나는 따로 쪼리를 챙겨가서 지금까지는 있어도 안 신었는데


여기서는 가방에서 쪼리 꺼내기 귀찮아서 그냥 공용 신발을 신고 돌아다녔다. 편했다.




현관에는 불로천의 약도와 가격이 붙어 있다.

100엔 ㅋ

레이 게바라 님의 블로그에서도 소개된 불로천













실내는 세월이 흘렀지만 제법 깔끔한 모습이다.



4시가 되니 1층 프런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내 앞에 남자 한 명이 나타났다


전혀 사장 포스가 아니라 그냥 대충 곤니치와 하고 목례만 했는데


카운터로 들어가길래 "아.. 샤쪼데스까?"라고 하니까 그렇단다 ㅋ


인상이 좋은 아저씨였다.








이래저래 잘 안내를 해주었다.


건물 2개를 붙여 놓은거라 실내가 상당히 컸다.


성수기가 되면 방을 다 채울 수 있을까;;


도미토리에 짐을 놓는 공간이 있어서 참 좋았다.


여기저기 짐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참 많았다.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다.


장기 투숙자가 많다는 의미일까



옥상에 유료 세탁기가 있다.


빨래를 했다.


뭐 오늘은 별로 달리지도 않았지만


빨래는 언제나 즐겁다.




관광도시이지만.. 아니면 관광도시라서 그런지


큰 건물들이 좀 있다.


아 그나저나 누가 저 뒤에 산 좀 어떻게 해줘..


배산임수의 교과서 같은 마을이다.



샤워하고 빨래도 했으니 밖으로 나갔다.


이 게스트하우스는 개인라커를 주기 때문에 거기에 카메라와 여권 등이 들어있는 핸들바백을 보관하고 나왔다.


라커의 필요성을 잘 못 느꼈는데(맨날 껴안고 다녔으니까) 써보니 확실히 몸이 가볍고 좋은 것 같다.



여기는 병원이 하나 같이 왜 이리 추레한지 모르겠다.



이 호텔 시설 구경 좀 하고 싶다.



아까 게스트하우스에 약도도 붙어 있었지만..


구글맵에 그냥 나오는 게 이 유명한 온천이다.




그런데 2011년에 작성된 레이 게바라님의 블로그에서 본 것과는 달리 삐까번쩍한 건물이...


돈을 너무 많이 벌어서 다시 지은 모양이다.


분명히 목조 건물이었는데 ㅋㅋㅋ




안에 들어가니 카운터에서 할머니가 100엔씩 받으면서 노트에 바를 정(正)을 그려나가는 게 일이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왔다 갔다 했고, 동네 노인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그래 내가 여기 살아도 맨날 오겠다.


천원인데..




나도 100엔을 내고 들어갔는데..


생각해보니까 수건을 안 들고 왔다.


짲응


250엔인가를 내고 수건을 샀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네





샤워를 하고 곧바로 욕탕에 들어오니 기분이 이상..


욕탕 내부는 정말 별 거 없다.


벽을 따라서 샤워기가 있고..


커다란 욕탕 두 개 달랑..






땅파서 하는 장사도 정말 이 정도면 막장이다.


15초에 천원씩 버는 장사면.. 엄청 남겠다.


자자손손 대대로... 부럽다.












목욕탕을 즐기진 않지만.. 남들 따라서 우유를 뽑아 마시기로




바나나우유인 줄 알고 뽑았는데 요구르트였다.


커다란 요구르트...



말끔말끔





편의점에 가서 장을 봤다.



여행하며서 술 먹는 재미에 빠진 김정환은 주류 코너에서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특히 저 노란 딱지들이 나를 유혹한다.


산토리 위스키가 5천원 밖에 안 하길래 신의 뜻이라고 생각하고는 구입


물론 액체안주 삼아 맥주도 하나 구입..



그 밖에.. 안주들을 조금 샀다..


아주 풍족하게 산다 나



아까 그 호텔인데.. 호텔 1층에 조이풀이 있다.


올~ 조이풀 잘 나가는데



헤헤 그런데.. 편의점을 나오자마자 마트가 보인다.


아 그지 같은 세상 진짜 ㅋㅋㅋ



돌아가는 길


수건을 목에 감았지롱



돌아가는 골목길..


일본 골목의 하늘은 역시 전선이 많이 지나간다.



이게 뭐여 하고 보니..


한국요리점..



한글은 전혀 없어..


여기까지와서 한국음식 먹을 생각은 없기에 대략 간판만 찍고 돌아섰따.



코인 세탁소가 있었다.


뭐.. 언젠가 한 번 써 볼 날이 있겠지.


아직까진 딱히..



저 멀리 집이 보인다.



돌아오자마자 거실에서 술을 깠다. 헤헤헤


그래 저 소시지 안주가 아주 일품이었다.


맨날 맥주만 마시다가 위스키를 마시니


훅훅 달아오르고~


그러고보니 이게 저녁이었구나;


안주의 양이 상당해서 배고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배 부르게 딱 맞게 먹었다는 느낌.


그나저나 언제부턴가 식단이 서구식이 되어버렸네.



후딱 먹어치우고 치우고


커피를 마셨다.




여기에 나 말고도 일본인 남자가 2


일본인 여자가 3 있었는데..


딱히 대화할 틈을 주지 않았다랄까...


어차피 다들 버스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인 것 같고..


나도 이제 돌아가는 길이니.. 아쉬울 건 없다 싶어서.. 굳이 말을 걸진 않았다.


하지만 '아쉬울 거 없다'는 개념이 조금 씁쓸한 건 사실.


또 한편으로는 자전거 여행자로서의 부심이 있는 것도 사실.


모르겠다.




번역기를 보고 그대로 그린 모양인데 제법 잘 그렸다.




11시쯤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도 기타큐슈까지 가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잠을 청했다.


일종의 오기 같은 게 생겼다.





거짓말이다.


모든 목표를 다 이루진 못했다.


사타곶처럼.. 스러지고 잊혀져 간 목표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실패하고는 사실 그건 중요한 목표가 아니었다고 자위한 일들이 많았지 않나.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딱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킬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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