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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14일. 가고시마-카노야(사타곶을 포기하다)

by 통합메일 201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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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03일 수요일


한 6시에 일어났나 보다.



어제 적은대로 건물이 자꾸 흔들려서 잠을 좀 설쳤다.


자는 동안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다 싶으면 창빡에 보이는 빨래 건조대를 쳐다봤다.


내가 미친 건지 아니면 건물이 정말 흔들리는 건지 좀 가늠을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빨래 건조대가 바람에 심하게 흔들릴 때에 맞춰서 건물이 흔들리는 걸 보고


바람에 건물이 흔들리는 것으로 판단을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람에 건물이 흔들리다니.. 4층짜린데..


건물이 너무 좁고 높아서 그런가...



내 침대다..


당연한 얘기지만 침대는 1층이 무조건 좋다.


짐을 놓기에도 좋고.. 왔다 갔다 하기에도 좋다.


나는 짐을 침대와 창문 사이에 짱박아놓기 위해 이 자리를 선택했다.


1층에서 시트를 받으면 그냥 도미토리 올라와서 마음에 드는 침대에 자리를 잡으면 되는 시스템이다.




나름 높은 건물이니 베란다로 나가서 경치를 한 번 보기로 했다.



베란다에도 저렇게 화산재가 쌓여있다.




여전히 잔뜩 찌푸린 하늘


바로 앞 건물 뒤로 사쿠라지마가 보인다.


아 그러고보니 이 게스트하우스가 바로 해안에 접해 있구나


페리를 타기엔 안성맞춤의 장소이다.




뽀송뽀송한 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나가는 순간 나는 또 홀딱 젖게 되겠지.


정말 출발하기가 싫었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그냥 하루 쉬고 싶었지만


오늘이 사타곶을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오늘도 실패한다면.. 사타곶은 그냥.. 포기하는 게 되겠다.




나가기 싫어서 제 정신이 아닌 듯








옥상에 올라가보기도 했다.


레이 게바라님은 이 건물 벽에 바짝 붙여서 자전거를 주차했었다.




좁은 길을 내려간다.



1층 프런트에 있는 게스트 하우스 시설 안내도




낑낑대며 짐을 내리고..








자전거 상태를 체크했는데 좋지 않다.


일단 젖어있고..


별로 달린 것도 아닌데 화산대가 여기저기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다.


그래도 어제 게스트하우스 도착하자마자 비 맞으면서 체인에 오일링을 해주길 천만다행이었다.





자 이제 페리를 타러 가보자.


지도를 보면 배가 떠나는 곳이 점선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다.


돌고래 표시 있는 곳이 가고시마 수족관이고 그 옆이 바로 페리 선착장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간다면 조금 헤멜 수도 있기에 자세히 서술한다.



어제 패밀리마트 방향으로 쭉 달리면 그냥 선착장이 나온다.


나오는데 건물이 또 복잡하게 생겼다.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매표소가 안 보여서 매표소 찾아서 갔다.





그랬더니.. 요금은 사쿠라지마에 도착한 다음에 내는 거란다..


여직원분께서 쥬고꾸징인지 강꼬구징인지 묻더니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를 주셨다.


그리고 다시 내려갔는데 울타리 때문에.. 자전거를 실으려면 좀 돌아가야만 했다.




나는 맨 처음 사거리에서 그냥 바로 건물로 들어갔는데..


자동차들이 줄을 쫙 서있어서..


왠지 새치기를 하는 기분이 되어.. 굳이 돌아갔다.


울타리 때문에 돌아가야 한다 어차피..




돌아서 들어가면 여기까지 오게 되고..


(결국 내가 매표소 찾아들어갔던 건물이 바로 이 건물이다.)


비를 피해 건물 밑에 자전거를 세우고


여기서 교통통제를 하는 아저씨게 다가가서


"지덴샤와 고꼬데스까?"라고 물으니


맞다고 잠시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이찌방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다른 도시의 페리 선착장과는 달리 여기는..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선착장 승무직원들의 태도도 좀 무뚝뚝하고.. 그랬다.






8시 30분에 배를 탔다.


무사히 배를 탔으니.. 기분이 나쁘진 않았는데..


뭐 배 타는 것도 이젠 지겹다랄까;;


하긴 그래도 이제 일본에서 타는 마지막 페리겠구나..



벌써 몸이 많이 젖어버려서 이런 작은 대기실에 잠시 들어가 있었다.


이 배는 차를 많이 싣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번듯한 객실이 없었다.




번듯한 객실이 없고 그냥 이런 식이랄까





중국 관광객들이 제법 많이 오셨다.



저 멀리 보이는 사쿠라지마..

저 구름 안에 화산재가 잔뜩 들어있겠지.



자 코앞에 보이는 사쿠라지마를 향해서.. 가고시마시를 떠난다.



내가 간다 사쿠라지마야




굿바이 가고시마





아까 관광 안내소 아주머니가 주신 리플렛을 조금 읽어봤는데..


딱히 마음이 가는 것은 없었다.




워낙 가깝다 보니..


정말 금방 도착했다.


조류가 강한지 이따금 배가 밀리는 느낌이 들었다.




배에서 내렸다.


이찌방으로 내렸던가.. 기억이 잘..


하여간 꼴지는 아니었는데..


저기 표시된 계산소를 나가기 위해 차들이 줄을 서있길래


속도 느린 내가 방해가 될 것도 같고..


비가 꽤 내렸기 때문에.. 처마 밑에서 조금 기다리다 나갔다.





어서오세요 사쿠라지마에.


매표소는 저렇게 생겼다.


나가자마자 사쿠라지마 쪽으로 가면 그 유명한 회색 패밀리마트가 있다.







아 진짜 비가 계속 온다.


비탈인지라 비탈을 따라서 빗물이 콸콸콸콸 흘러간다.




빵을 사먹었다.

이때부터 슬슬 저 과일맛 물에 맛을 들였다.

나중에 맛 별로 사먹어봤다. 근데 별로다.. 탄산수가 제일.

장갑이 벌써 다 젖었다.




산 올라가던 길에 있던 휴게소


물가가 비싸기도 했지만


일단 사람이 없다.



아악 화산재!!



비 많이 온다 많이 온다 많이 온다.



하지만 괜찮다.


차도 별로 없고 길도 나쁘지 않고.. 뭐..



화산재의 본진 답게..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신발이 벌써 이렇게..





물가 비싸다..


돌맹이가 500원 ㅋ







구름에 가려진 사쿠라지마


처음엔 그냥 찻길 달렸다. 길도 좋고..


나중에 가면 화산재에 자전거도로가 묻혀있기도 했다.



용암대피소



길바닥이 유난히 검다



날씨는 그지 같지만 풍경은 제법 쓸만해



산줄기를 따라 곳곳에 이런게 있다.


짐작하기로서는 용암이 흘러내릴 길을 만들어 준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용암들은 이렇게 바다로 흘러내려가기를..


비나이다 비나이다



크악.. 검은모래


화산재라고 해서.. 이게 막 부스러지는 담뱃재 같은 게 아니라


굳이 말하면 모래에 가깝다.


매우 미세한 모래.. 따라서 물에 닿아도.. 일부는 녹고..


검은 모래는 녹지 않고 침전되어 쌓인다.



길이 이렇게만 계속 가면 좋겠는데..


중간중간 지뢰도 있던 것 같다.


(지뢰 : 노면이 화산 터지듯이 터져 일어나 있어서 자전거가 밟으면 엄청난 충격이 가해짐)




어째 저리 자전거길이 없을까 생각하고 들여다 봤더니..


화산재가 쌓여서 자전거도로가 사라졌다.



자 이제 사쿠라지마를 거의 넘었다.




사쿠라지마를 빠져나와서 만나는 저 삼거리에서 남쪽으로 우회전


바람이 엄청나게 많이 불었고



해안을 따라서 이런 다리를 달리는데


바닥에 화산재가 매우 많이 깔려 있었고


또 그게 젖어 있었고..


바람이 육지쪽으로 불어오니까


나는 분명히 똑바로 달리는데 자전거가 밀려서


바람이 나를 차도 쪽으로 끌고 간다 ㅋㅋㅋ


어후 이거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정말 살살 달렸다.


별 것도 아닌 길인데 너무 힘들었다.






마을에 들어와서 대피소에서 잠시 쉬었다.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분.


브레이크도 많이 소모한 기분.


(이건 보통 바퀴를 빼서 들여다봐야 제대로 측정이 가능한데)


브레이크 레버를 잡아보면 장력이 많이 약해진 게 느껴졌다.


저체온증 조심해야 하는데.


자켓을 벗어서 탁탁 털어서 다시 입었다.



내가 떠나온 사쿠라지마..


사실 별 것도 없는데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한 것도 같고



터널이 보인다


야호 신난다



어후 근데 자전거 통행로도 있고


비도 피할 수 있으니


터널 좋다


터널이 좋기는 또 처음이다.



아 그런데


다루미즈라는 마을을 지날 때


스포크가 또 터졌다.


이제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또 스포크가 터지다니..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지도를 볼 수가 없어서


한참을 달려 편의점에 들어가서 지도를 봤다.





멘탈이 탈탈 털린 모습


영혼이 들어있지 않은 껍데기다.






아아아악


그런데 지도를 보니..


내가 방금 지나쳐 온 동네에 자전거포가 있었다.


이 앞으로 가면 가노야 시까지 가야 한다.


나는 동쪽이 아니라 남쪽으로 가야 하는데..


남쪽에는 정말 한참 한참 한참 가야 자전거포가 나온다.


그런데 방금 지나온 마을을 회상해보기로.. 마을이 너무 소박해서


번듯한 자전거 가게가 있어보이지 않아서... 좀 망설여진다.




하아..


모르겠다.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치질 않아서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출발했다.




<돌아가야지 뭐>




그런데 출발하고 머지 않아


억수가 내렸다.


몸이 아플 정도의 비


나는 그저 내리는 비에게 있어 땅에 솟은 작은 형상에 지나지 않았다.


쏟아붓는 듯한 비를 뚫고 가는데..


앞에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어떤 아주머니를 추월하니


아주머니께서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셨다.


아아..죄송합니다.






우여곡절 끝에 자전거 가게를 찾아갔는데


문은 열려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호호 할머니 두 분 께서 담소 중이셨다.


내가 들어가자 멍하시 보시더니


뭐라 하시면서 손을 흔드시는데 수리가 안 된다고 하는 눈치셨다.


그리곤 이어서 손짓을 하면서 뭐라고 하시는데


'신고'라는 말이 들린다.




다음 신호에서 꺾으라는 말이라는 걸 이해하고는



"사세츠 데스까?"라고 물으니 맞단다.


"시쯔레이시맛시다"라고 하고 배꼽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알려주신대로 가보니



오토바이 가게가 나왔다.


아직 비가 억수 같이 와서..


맞은편 가게 처마에 자전거를 세우고.. 들어갔는데 아무도 없다.


몇 번인가 스미마센을 외치니 아주머니가 나오셨다.


'아 또 아주머니인가..'라고 체념을 했다.


처음엔 뭔가 좀 성가시다는 표정으로 나오셔서 움찔했다.




그런데 방금 들른 자전거가게에서 이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던 건지


전반적인 내 사정을 알고 계셨다.


그러더니 좀 있으라고 하시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거시니 웬 작업복 입은 아저씨가 뛰어오셨다.


엄청 바쁘신 듯.. 서둘러 내 자전거를 살피셨다.


나는 온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지라.. 그냥 가게 내부 문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가게가 매우 협소해서 운신의 폭이 좁았다.


아저씨게서는 "될라나 모르겠다"라고 중얼거리시며


이것저것 맞춰보셨는데.. 스포크 길이 맞는 걸 찾는 건 물론이거니와..


내 스프라켓을 분해할 연장이 없어서 결국엔 포기하셨다.


내가 들여다 보면서 아저씨랑 호흡을 맞추어 "앗따~"라고 하니까


아저씨께서는 "쏘다 앗따다"라고 하셨는데.. 뭐.. 뭔가 통한건가.


여담이지만 아저씨께서는 내 친구 중에 HSJ와 매우 많이 닮으셨다.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니 마치 자기의 일이라도 되는양 속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계셨다.


그래도 정말 한 30분 동안 내 자전거를 위해서 고생을 해주셔서


"오츠카레사마데싯다"라고 말씀드리니


아저씨께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쏘네, 오츠카렛다. 고멘네"라고 하셨다.


"아노 오지상 오까네와 좃또"라고 하면서 돈을 드리려고 했는데


한 게 없으니 받을 수 없다고 두 번씩 사양하시길래 나도 그냥 접었다.




못 고쳤지만 


두 분께서는 앞으로 내가 가야할 길이며 날씨며 수리며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저기 있는 체육대학 앞에 고칠 수 있는 곳이 있으니 가보라고 하셨다.


거기도 안 되면 가노야까지 가야 한다고..


아저씨께서 웃으시면서 가노야까지 가는 길이 아주 화끈하다고 하셨다.




거기가서 고치고 사타곶은 내일 가라고 하셨는데..


아 그게 가능할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하하




그리고 날씨 이야기를 하셨는데..


때마침 비가 그치고.. 광명이....... 광명이...


휴대폰으로 위성사진을 확인하시더니..


비(아메)는 이제 끝인 것 같다고 하셨다.


아놔.... 좀 더 진득하게 기다릴 걸 그랬나 -_-;





진짜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하나도 떨어지질 않는다.


주섬주섬 짐을 싸는데 아주머니께서 들어가시더니 랙팩에 씌우라고 커다란 비닐을 하나 주셨다.


그리고 뭇 일본인들이 그랬듯.. 내가 떠날 때까지 내 옆에서 묵묵히 나를 지켜봐 주셨다.


처음도 아니건만 그 눈빛에 어쩐지 자꾸 어머니가 생각났다.




감기 걸린다고 가다가 온천이나 사우나 들러서 목욕하라고 하시던 두 분이


일본 여행을 통틀어 후루유 온천 사람들과 함께 가장 감사했던 분들이다.












야속하게도 활짝 개어버린 하늘..

구름이 빠른 속도로 물러나고 있었다.









비 내린 후에 받는 선물


험난했던 빗길이 끝나니까.. 많은 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앙탈을 부리듯이 가늘게 울어대던 고양이







지나가다 만난 해안


구름이 낮게 깔려 흘러가고 있었다.


작게 보이지만.. 솔개가 많았다.






길에서 만난 관광안내판


저 밑에 사타곶이 보인다.


아..사타곶에 가야 하는데 이렇게 자전거가 망가지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휘감듯 올라간 나무..


여러개의 나무가 합쳐진듯한 형상..


비 온 뒤라 나무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었는데


좀 구리구리한 냄새가 났다.






가는 길이 정말 화끈했다.


업힐을 넘어 만난 전망.


풍경이 정말 좋았는데 사진으로 잘 표현이 안 되는구나





업힐이 계속되긴 하는데..


완만한 업힐이 계속 쭈우우우우우우욱 이어진다.


덕분에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았다.


브레이크 잡아줘야 하는 다운힐 보다는


건널목도 없고 꾸준히 페달질만 하면 되는 이런 업힐이 차라리 몇 만배는 더 낫다.


계속 올라와서 그런지..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구름이 매우 가깝다는 느낌이다.



깊은 산



내가 올라온 길


높은 곳에 오르니.. 또 어쩐지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기 기분에 편승하여 나는


'사타곶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자꾸 스포크가 부러지는 상태로 사타곶을 찍고 돌아오는 건 무리라는 판단을 내렸다.


어쩌면 이 여행의 가장 큰 미션은 사타곶을 포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종의 자기합리화였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때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확실히 포기하면 편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길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될 터.


혹시라도 시간이 남으면 벳푸 즈음에서 느긋하게 쉬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여기도 역시 검은 흙이다.


그런데 이 높은 곳에 제법 평지가 펼쳐져 있다는 느낌


이 높은 곳에 학교가 있는지 초등학생들이 하교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지나가니 모르는 사람인데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곤니치와"하고 인사를 했다.


나도 무심한 억양으로 인사를 받았다.





아저씨가 알려준 곳까지 찾아가봤는데


자전거 가게가 아니라 여기도 오토바이 가게였다.


여기는 진짜 호호 할아버지께서 스쿠터를 고치고 계셨다.



다루미즈의 오토바이 가게 아저씨로부터 소개를 받고 왔다고 하니까 내 자전거를 슬쩍 보셨는데


스포크가 안 맞기 때문에 볼 필요도 없다고 하시는 것 같았다.


휴..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가노야노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나도 그냥 쿨하게 인사를 드리고 돌아섰다.





고산지대였지만.. 가노야는 제법 규모가 있었다.


무엇보다 해상자위대 기지가 있었다. (아니 왜?)


저기 어두운색으로 보이는 게 다 해상자위대 기지..


하여간 이제 시간도 6시가 넘어버려서 잘 곳을 찾아야 한다.


비가 언제 또 내릴 지 모르는 일이고 아직 땅도 다 젖어 있을테니 호텔에 가기로..




길 위에 잠시 서서 비지니스 호텔을 검색해서 평이 가장 좋은 곳으로 골랐다.


'비지니스 호텔 시라사기'




어째 도시가 전반적으로 어둡다는 느낌이 강했다.


하여간 여기서 우회전



직진



찾았다.


평이 좋아서 갔는데..


프런트 직원도 별로 친절하질 않고..


석식 조식 전혀 없고, 세탁기도 유료..


금액은 5,600엔 정도였던 듯..


심지어 편의점도 멀다.


왜 평점이 높은 거지?






들어가자마자 일단 짐부터 다 끄집어냈다.


아까 낮에 억수를 맞으면서 달렸더니 짐들이 젖었다.


랙팩은 괜찮은데.. 패니어에 물이 샜다.


욕탕에서 패니어를 빨았다.


샤워를 하고..




호텔 바깥 건물에 있는 세탁실에 가서 빨래를 했다.



로비에 추가 베게랑 시트가 있었던 듯..



1층에 식당이 있는데..


나는 공짜인 줄 알고 들어갔더니..


아무래도 프런트나 자판기 같은데서 티켓을 구입해서 주문해서 먹는 시스템인 모양이었다.





편의점이 좀 멀다.


250m


그렇게 먼 건 아닌가?ㅋ


빵이랑 맥주를 왕창 사다 먹었다는 기억이다.





한국 방송이 보고 싶어서 와이파이 잡은 김에 시도를 했는데


한국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고 한다.


재외교포는 웁니다.




빨래가 다 되길 기다리면서 김영하 작가의 책을 다 읽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일으킬지니라."라는 문장.


나의 여행이 힘들고, 나의 여행이 걱정으로 가득차는 이유는..


머무는 바, 무엇에 대한 집착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


남은 여정 동안 이 문장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에 대한 작가의 메시지..

아버지,,

매번 어머니 생각만 했는데 문득 아버지도 보고 싶었다.

작년에 뇌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셔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이후로 혈압약을 드시며 살아가는 처지가 되셨다.

건강히 오래 사셔서 언젠가 아들이 꽤 괜찮은 인물이 되는 날을 보셨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하아.. 사타곶을 포기했다.

포기는 편하지만,

또 한편으로 '실패'라는 측면에서 그것은 매우 뼈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포기 없는 삶, 성공으로 점철되는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

다른 누군가가 포기하는 순간에 나는 조금이라도 더 버텨내는 삶을 이어가며

여기까지 왔다고 그렇게 내 생을 이해하곤 했는데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였던 장소를 포기하게 되니 마음 한 켠이 휑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을 해볼 때 사타곶은 무리.


그렇게 생각하고 지도를 들여다 봤다.

이제부터는 동해안의 도시.

미야자키를 향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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