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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2일. 상주-대구(4대강 자전거 종주길)

by 통합메일 2015.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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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2일 금요일



천천히 해가 떴다.


5:30


어젯밤에는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어서 상주 자전거 민박의 사진을 좀 찍어두기로 했다.


내가 잤던 2층 침대에서의 풍경이다.




문 바로 앞


정수기도 있고.. 싱크대에선 간단한 양치 정도는 가능할 듯..


문 바로 옆에는 휴대폰 충전 5핀 멀티 포트가 있다.



지난 밤 샤워했던 2층 야외 샤워장



세탁기


경쟁이 치열해서 나는 손빨래를 해서 실내에 있는 탈수기에 돌렸다.



아침 풍경은 참 호젓하다


좀 쌀쌀했다


아직 5월이었으니까


밤에 이 복도에 빨래를 널었는데


바람이 쌩쌩 불어서 빨래가 금새 말랐다.




2층에서 내려다 본 풍경



2층 복도에는 그래도 안마 의자까지 있다




2층 숙소 들어가는 문


문을 열면 바로 내가 잤던 침대가 보인다.



맨 오른쪽의 파란 지붕 건물이 자전거 주차장이다.


안장 거치할 수 있도록 철봉이 두 줄 있다.




2층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식당이다.



1층으로 내려왔다.



참 순했던 강아지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6:30에 식사하러 내려갔다.



간단한 조식


지난 저녁식사보다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밥 먹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서둘러 길을 떠났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뭔가 서둘러야 할 것 같아서 부리나케 짐을 꾸렸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처럼 짐을 바리바리 싣고 다니는 사람은 나 혼자 밖에 없었다


짐을 싸는 데 사람들이 신기한 듯 바라봤다.


어떤 아저씨 한 분께서 짐이 많아 힘들지 않냐고 물으시기에


"타다 보면 다 똑같습니다."라고 했다.


반은 진심이고, 반은 허세였던 것 같다.


7시 즈음 길을 나섰다.


주인 아주머니께 꾸벅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서는데


쑥떡을 한 덩어리 챙겨주셨다.



사실,


숙소라든지.. 저녁 식사 맛에 적잖이 실망을 했었는데..


그 쑥떡 한 덩어리에 다 녹아내렸던 것 같다.


'챙겨준다.'라는 행위가 가진 마력이 아닐까.




어제는 이 길에서 라이트를 꺼내 달고.. 두려움에 떨며 길을 헤맸는데


해가 뜨니 참 별 것 없는 길이다.



조금 가니 종주길을 만날 수 있었다.


나처럼 청주-보은을 통해서 오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멀 수 있는데..


종주길 여행자에게 있어서는 그 자전거 민박이 접근하기에 그냥저냥 괜찮을 것 같다.




어제 계획했던 대로 오늘은 낙동강 종주길을 달려보기로 했다.



아침에 머리를 안 감았더니 머리가 가렵다;



쭉 뻗은 길을 달리니 참 좋다.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달리면서 사진을 찍는 스킬이 생겼다.


혼자 달리는 자전거 도로이기에 가능한 일.



강변에는 이렇게 텐트 치고 캠핑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그런데 머지 않고 곧 산 속 업힐이 시작되고..



상당한 업힐도 나온다.


여기서 여행 처음으로 랙팩이 뒤로 떨어졌다.


업힐 경사도가 너무 가파르다보니.. 랙팩이 리어렉 뒤로 넘어가서 덜렁거리면서 뒷바퀴에 문대지고 있었다.


노란색 랙팩에 지저분하게 타이어자국이 생겨서 마음이 아팠다;



산길을 빠져나와 웬 다리를 만났다.


라이더들이 하나 둘 나를 추월해 갔다.


어떤 라이더분이 내게 "이게 낙단보인가요?"라고 물었는데


종주길을 오늘 처음 타는 나는 전혀 아는 게 없었다.






알고 보니 낙단보가 맞았다.


사람들은 인증센터 부스에 들어가서 도장을 찍고 떠났다.


나는 종주랑 별 상관이 없으니 그냥 통과했다.




어쩐지 가야할 길이 멀다는 느낌



보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하며 달렸다



굿바이 낙단보



어제 숙소에서 봤던 거랑 같은 지도다.


아직도 나는 왜 지도를 이렇게 가로로 그려놨는지 모르겠다;



어제는 상주보 쪽에서 잔 것이고..


현 위치는 낙단보..


오늘 목적지는 강정고령보다.






주행 중 셀카 시도 성공


위험한 일이긴 한데..


적어도 주변에 다른 라이더 없음은 확인을 하고 시도를 했다;



슬슬 끝없이 펼쳐진 구간이 나온다.


정말 길이 쭉쭉 뻗었다.


기본적으로는 자전거와 농업용 차량들이 같이 사용하는 길이다.



길가에 꽃들도 참 잘 심어놨다.



덥다.


8시 정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이렇게 덥다니.. 오늘 하루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뭐 그래도 아침 일찍 출발했으니 설마 어제만큼 힘들까 생각했다.




길이 너무 심심해서 이어폰을 꺼냈다.


팟캐스트나 들으며 가기로 했다.


물론, 라이딩 중에 이어폰을 끼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주변의 상황이나 내 자전거의 소리를 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근데.. 원체 길에 아무도 지나가질 않고...해서..


또 길이 원체 쭉쭉 뻗어놔서 너무 지겨워서....


귀를 완전히 막지는 않고 듣기로 했다.




13km


생각보다 진도가 쭉쭉 나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여유가 생겨서


셀카도 찍어보았다.


삼각대 펴고 셀카를 찍는다는 건 정말 심적으로 엄청나게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그렇게 잠시 쉬었다가 다시 앞으로 앞으로


이 종주길이라는 게 지루하긴 한데


그렇다고 또 정신줄 완전히 놓고 달리기에는 이따금씩 다리를 건너고


다리 밑으로 지나가고,


좌회전 우회전을 해야할 일이 생긴다.


또 자전거 도로가 끊어지고 자동차와 자전거 겸용 도로가 나올 때도 있다


때문에 바닥이나 표지판을 잘 보고 종주길이 맞는지 잘 확인하면서 가야한다.



한무리의 로드라이더들이 지나가기에 크게 인사를 했다.


어제는 혼자 국도를 타다보니 자전거 라이더를 전혀 만나지 못했는데


종주길을 달리니까 드문드문 라이더들을 만날 수 있다.



바닥에 이렇게 국토종주라고 쓰인 표지를 잘 따라서 가야 하는데


중간에 복병이 있다.


왼쪽도 국토종주, 오른쪽도 국토종주인 갈림길이 있었다.


그때 마침 스쳐 지나간 자전거 여행자 아저씨께서


저 멀리서 크게 몸짓으로 우회전이라고 알려주셔서 길을 헤메지 않을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어제 상주보 자전거 민박에 붙어 있던 국토종주 안내문에서도


좌회전을 하지 말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난다.


그 길을 위쪽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라고..


그 길을 달리게 되면 상당히 우회를 하게 된다고..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을 했건만, 그 아저씨가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락없이 좌회전을 해서 우회할 뻔 했다.





첩첩산중



그래도 길 참 잘 만들어 놓기는 했다.


강을 따라 달리다보니 딱히 오르락내리락하는 구간도 없고 참 괜찮다


노면도 매우 좋았던 기억이다.






9시 정도 되었다.


저 멀리 구미보가 보인다.


(달릴 때는 저게 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줄을 생각도 못했는데 여행기 적으려고 보니 저게 뭔지 모르겠다 ㅋ


시간~거리 상 저게 구미보라고 대충 때려맞출 뿐)




어젯밤 역시..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잡히길래(근데 신호는 잡히는데.. 과부하가 걸리는지 인터넷 접속은 잘 안 됐다.)


난생 처음 4대강 종주길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엔하위키 미러였던가.. 각 종주길에 대하 설명이 나와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대목이.. 낙동강 종주길이 상당히 난코스인데..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보급이 어렵다는 것.


특히 구미보 같은 경우는 구미 가기 한참 전에 있고


종주길 자체가 구미 시내로부터 떨어져있기 때문에 보급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종주 인증에 별 관심이 없기 때문에 역시 구미보를 지나서 계속 달렸다.



30분 정도를 더 달렸는데..


앞만 보고 달렸더니.. 웬 으슥한 터널을 지나서..


암만 봐도 쌩뚱맞은 농로가 나왔다.


그래서 이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다시 길을 돌아가니


아니나 다를까.. 길을 잘못 들었다.


나는 왼쪽길로 직전했던 것인데..


길이 갑자기 청소년야영장 같은 곳으로 꺾여있었다.


이 정도 헤멘데 그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역시 안내판을 잘 보고 다녀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하고 달렸다.







야영장 안에는 서바이벌 게임을 위한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정전 상태의 국가다 보니..


나름 교육과 수련의 장소가 되어야 할 공간에


저러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 제법 씁쓸했다는 기억이다.



다시 쭉쭉 뻗은 길이 나왔다.


사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무식하게 쭉 뻗었다.


살아생전 자전거로 이렇게 쭉 뻗은 길을 달릴 일이 얼마나 되려나;;


로드바이크로 달려보고 싶었는데..


어차피 너무 탁 트여서 역풍 때문에 그리 잘 달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쭈우우욱 뻗은 길



10시


휴게소가 나오길래 잠시 사진도 찍을 겸 쉬었다 가기로 했다.


길이 쭉 뻗어서 너무 좋은데..


그늘이 없다.. 편의점도 없다;;








뭔가.. 힘들다기 보다는..


벌써 지쳤다는 상황을 온 몸으로 표현해본다.


내가 혼자 셀카를 찍고 있으니..


젊은 여성 라이더 두 사람이 지나가다가 이내 멈춰 서로의 사진을 찍어준다.


내가 찍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누군가와 저렇게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함께 달리는 것도 참 좋겠다 싶어 부러웠다.


그러고보니 여행을 다니면서 만난 많은 사람들이 왜 나에게 '혼자서 여행을 하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럴 때는 보통.. 옛부터 애용하는 대답 "누구랑 같이 다니면 싸워서요."라는 대답을 돌려드리곤 했다.



하지만 그게 진실은 아닌 것 같고..


오히려 나는 누군가의 주장에 맞서기 보다는 수용하는 성향이기에..


나의 여행이 누군가의 여행에 잡아먹히게 되는 걸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내심 고행을 즐기는 나의 방식이 타인에게 폐가 되는 것 역시 두렵고 말이다.








가끔 이렇게 강의 외곽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있다.


우리나라 강 특유의 물냄새가 난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 모든 강의 냄새가 같은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어쩌면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먹고 쓰는 물이 모이는 강에는,


그 사람들의 체취가 가장 강하게 묻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풍경 참 좋다.


그늘만 좀 있으면 좋을텐데..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길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가로수라고 해봤자 고작 이 정도..


하긴, 이 길고 긴 길의 옆에 가로수를 채우려면


얼마나 많은 나무들이 필요할까 싶다.



지루한 길이 끝나고 드디어 강 위로 올라간다.


길을 알고 가는 건 아니고,


표지판이나 바닥에 적힌 대로 종주길 따라 가는 것이다.




다리를 건너고..


다시 저 지그재그의 통로를 이용해서 내려간다;;



라이더들이 슬슬 많이 지나가기 시작했다.


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욕심을 버리고..


천천히 천천히..


양보 얍보



근데 내려갔다가


금방 또 다시 올라간다;;


이게 무슨 개고생이란 말인가;;


이번 여행에 타고 다닌 자전거는 어지간해서는 댄싱이 안 된다;;


다행히 크랭크가 컴팩트하니 케이던스로 감아 올라갈 수밖에..




이렇게 강변 위 가로수길을 제법 오래 달리는데


오른쪽에 계속 공장지대가 이어지는 걸 보니


내가 지금 구미공단을 지나고 있는 것인가 싶었다.



강 건너를 보니 LG공장이 크게 있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어젯밤 검색해서 읽은대로 정말이지..


이 길에는 보급할만한 곳이 없다.




길을 따라가다 보니 또 강변으로 내려갔는데


어느 순간 또 자전거 종주길 표시를 잃어버렸다;


잠시 당황하여 마음이 급해지긴 했지만..


오늘 출발로 일렀으니 잠시 쉬어가자 싶어 페달을 멈췄다.



가족 단위로 쉬러 온 그룹이 몇 있었다.


아버지와 남자아이가 축구공을 차주고 받고 있었다.


그걸 보는 데 어쩐지 기분이 묘했다.






전망대가 있어서 올라가보기로 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과연 이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전망대 내부에 정수기라도 있을까 기대를 했더니 아무 것도 없었다.



자전거는 이렇게 잠그고 올라갔다.


여행기들을 보면 개중에 3중으로 락을 거시는 분들도 있던데;;


난 그냥 이렇게 다이얼방식으로 된 가벼운 락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가끔.. 락을 돌려서서 자물쇠를 따보려 한 흔적을 발견한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




종주길에는 드문드문 이렇게 화장실은 부지런히 있었다.


수도가 연결된 것은 아니고.. 건물 옆에 부착된 물탱크를 이용해서 물을 공급한다.



다리를 건넌다.


내 자전거의 부피가 크고, 속도가 느리다보니..


앞 뒤에서 지나가는 자전거들을 위해서 몇 번인가 멈춰서 양보를 했다.


아직까지는 멘탈이.. 이 정도의 여유는 부릴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다리를 건너고 머지 않아..


길이 끊겨 버렸다.


울퉁불퉁한 보도블록이 나타나고..


주유소 때문에 차들이 들락날락 거리고..


휴양지가 있는지 휴양객들의 자동차도 많이 다녔다.


천천히 두리번 거리면서..


스마트폰 지도도 보면서 갔다.


종주길을 달릴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햇다보니..


4대강 종주 어플리케이션 같은 것도 없어서..



길을 잃으면 참 불안불안하다.



편의점이 있길래 보급을 하기로 했다.






사이다, 탄산수, 생수 두 병, 핫식스(물약)을 샀다.


정오가 되니 햇볕이 진짜 장난이 아니다.


슬슬 연료도 떨어지는 느낌이고..



길의 흐름을 따라서 그냥 앞으로 가니 다시 국토종주길이 나왔다.


분명 어딘가에서 표지판이 있었을텐데 내가 못 봤을 가능성이 크다


하여간 이렇게라도 다시 길을 찾았으니 다행이다.



구미를 떠나고 있는 것 같다.


울타리의 문양이 참 재미있다.




조금 더 나가다 다리 밑 그늘이 나오길래 여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12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민폐지만..


자전거 앞바퀴과 킥스탠드를 이렇게 도로 위에 걸쳐놨다;;


모래자갈 위에 높으면 킥스탠드가 푹 빠져버려서 자전거가 넘어지거나 킥스탠드가 부러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오늘 점심은.. 아깐 편의점에서 산 탄산수랑, 아침에 민박집 아주머니꼐서 주신 쑥떡이다.



셀카





쑥떡


크고 아름다워



주차해 놓은 자전거;




쑥떡 목메여

(이어폰은 아까 전에 뺐다가 점심 먹으면서 다시 끼웠다.)

떡의 양이 원체 많아서

제법 오래 진드감치 앉아 떡을 씹었다.

어머니께 사진을 보내니 맛있겠다고 하셨다.





다시 쭉 뻗은 도로..


칠곡보가 보인다.



그나저나 볕이 너무 강하다.


다리 밑에 돗자리를 깔고 누운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자전거가 잘 안나가는 것 같아서 바람을 보충했다.


성능 좋은 미니펌프인데.. 압력 게이지가 없어서.. 대강 손으로 감을 잡아가며 넣었다.




점심 먹고 딱 한 시간을 달려


칠곡보 휴게소에 도착했다.


너무 더워서 허겁지겁 자전거를 세우고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얼음물 두 개,


얼음컵에 타 먹는 커피를 샀다.



아마도 얼음컵은 공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 다음날 만나는 편의점들에서는 하나같이 다 얼음컵 돈을 받길래..


처음부터 계산에 포함되어 있던 건지.. 아리송하다.


종주길 편의점에서는 얼음컵이 공짜인가 아닌가?


하여간 평소에 편의점 얼음 커피를 별로 안 마셨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후로 CU편의점을 만나면 곧잘 사 마셨던 것 같다.



이 다리를 건넜는지 안 건넜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슬슬 길이 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넋놓고 달리다보니


한 무리의 여사님들이 지나가셨다.


많은 분들이 자기 몸보다 큰 사이즈를 타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적당히 20km 내외의 속도로 달리시길래


페이스메이커 삼아서 열심히 쫓아갔다.


더위 때문에 힘들었는데 덕분에 진도를 많이 뺐던 것 같다.


나중에 급정거를 하시고 사진을 찍으려 중앙선을 넘으시는 바람에 조금 놀랐지만..


대강 예상을 하고 미리 속도를 줄이면서 접근해서 별 일은 없었다.



2시


길 안 좋아지고..


울퉁불퉁..


방향도 뭔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것 같고..




강 풍경도 이제 슬슬 지겨운데



업 다운힐 뭥미?



그런데 조금 더 달리다가 보니.


내가 방금 국도로 나가는 갈림길을 지나친 것 같은데


어째 느낌이 쎄하여 지도를 찾아보니..


여기서 나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게스트 하우스까지 갈 수 있었다.










거리는 고작 10km 남짓


종주길 도로 완전 짜증나던 참에 잘됐다 싶어 냉큼 이탈해서 국도로 나가버렸다.


(하지만 이게 내 여행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큰 실수였다.


그 길로 그냥 조금만 더 갔으면 완전 꿀 빨면서 게스트하우스까지 갈 수 있었는데


그냥 대략적인 다음지도만 보고 최단거리로 접근하다가..)





국도로 in


근데 여기 심상치가 않은 게..


큰 차들이 상당히 많이 다닌다.



2차선 지방도인데..


갓길도 거의 없고..


차들 속도가 답이 안 나온다.


신호등 사거리 앞에서 한참 관찰을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구 도로로 보이는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이름은 동곡리..


동곡초등학교 뭐 그런 기관들이 있었다.


다음 지도 자세히 보니까 구 도로가 있길래 그 길로 가면 될 것 같았다.





농협에서 돈을 찾고 잠시 쉬는데..


주차장 정자에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분이 말을 걸어 오셨다.


자신도 MTB 매니아라고 밝히시면서 어디로 가느냐고 하시기에


강정보 게스트 하우스로 간다고 하니까


바깥 쪽 큰 도로를 자전거로 절대 못 간다고 하시면서


사진의 위쪽으로 보이는 구도로를 타면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누굴 기다리는 데 상대방이 늦는 모양인지 연거푸 전화 통화를 하시면서


동호회에 잘 다는 사람들의 무용담을 들려주셔서 오랜만에 사람이랑 얘기한다 싶어


재밌기 듣다가 아쉽게 일어나서 다시 길을 나섰다.














길은


상.당.히


기상천외했다.


노면이 다 터져 일어나는 건 기본옵션이고 (아무래도 구 도로니까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았다.)


좌로 꺾었다 우로 꺾었다..


차선도 없어서 언제 맞으편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니 살금살금..


하면서 일단 어떻게 다사읍까지는 갔는데..











여기서도 뭔가.. 길을 잘못 들어서.. 상당히 높은 오르막을 오르락내리락 하다가..


쌩뚱맞게도 엉뚱한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로 들어갔다.


굳이 탓을 하자면..


다음지도다...


나침반이 대체 어느 쪽을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었다.


특히 다사 중학교 앞에서는.. 엉뚱한 다운힐을 내려와 버려서


또 그만큼의 오르막을 인도로.. 올라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그 길에 전봇대 공사 같은 걸 하는데다가


인도 폭도 좁아서 끌바로 간신히 올라가는 대대적인 굴욕을 당했다.


오늘 하루 중에 이 구간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아까 말한 대로 그냥 종주길 따라서 쭉 갔으면..


강정보 코 앞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진작 들어갔을 거린데..


(이것도 다음날 알았다)




4시30분


아직까지 내가 사서 고생을 한다는 걸 몰라서 그나마 멘탈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시내에서만 2시간 넘게 허비한 기분이었다.


간신히 길을 찾아서 이제 거의 다 왔을 때의 사진이다.



게스트 하우스는 아파트 신축 단지가 들어서는 쪽에 있었다.


길이 한적해서 차도를 달리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지옥에서 천국으로 이사한 기분이었다.



여기서 우회전



내리막 길 쪼옥 내려가다 보면..



난 처음에 이게 게스트하우스인 줄 알았다.


자전거 휴게소라는 뉘앙스의 익스테리어 때문에 오해를 할 수밖에 없었다랄까..


문을 열고 들어가서 여기가 게스트하우스냐고 물어보니..


몇 번이나 이런 여행자를 대해오셨는지..


"앞 집이예요~"라고 무심하게 답해주셨다.



이게 그 문제의 앞집인데..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1층에 나인드라이브 판매대여점을 제외하면 게스트하우스라는 간판을 전혀 찾을 수가 없다.


1층 매장에 들어가서 "저 여기 혹시 게스트하우스.."라고 운을 떼자


주인은 아닌 걸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이 약간 화들짝 놀라면서


"아 네 저희예요. 이 건물 뒤쪽으로 올라오시면 되요."라고 했다.


그래서 그 말대로 건물 뒤쪽으로 가봤는데..


현관은 넘버락 자동문이고..


다음지도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거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받으셨고..


넘버락 4자리 비밀번호를 알려주셨다.




말씀해주신대로 문을 열고 자전거를 1층에 계단 밑에 들여놓고..


계단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가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3층에서 올라오셨고..


간단한 주의사항(아침에 라면 끓여먹고 설거지하고 갈 것.)을 알려주셨다.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이..


사장님께서 매우 미인이셨고.. 따님들도..


그러고보니 여기가 대구구나 했다.
















시설은 매우 좋았던 것 같다.


그냥 깔끔한 옥탑 원룸이지만..


전날 묵었던 상주보 자전거 민박이 워낙 대단해서 그런지 하여간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렇게 깨끗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다니.'



샤워도 하고..


여유롭게 책도 꺼내놓고..


이제야 뭔가 내가 그리던 여정이 시작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일찌감치 숙소에 도착했으니.. 마음이 놓이고.. 어머니께 자리 잡았다고 연락도 드리고..


그냥 앉아만 있어도 너무 좋았다.











동네를 한바퀴 둘러봤는데..


새로 조성된 동네라 그런지 뭐 딱히.. 식당 밀집 지역이 어딘지도 모르겠고 해서..


그냥 게스트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곰탕집에 가서


7천원 짜리 곰탕에 소주 한병을 먹었다.


쑥떡 이후로 처음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매우 맛있었다.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고 깍듯했다는 기억이다.




밥 먹고 동네를 한바퀴 걷는데..


나인봇 대여점이 있었다.


15,000원에 한 시간 체험이었는데..


괜찮은 가격이다 싶어서 해보기로 했다.


대여할 때 신분증을 맡긴다.


사장님 따님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이 시승 안내를 해주셨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 분도 상당히 예쁘셨다.



미인의 도시 대구였다.









정말 많은 시민들이 밤의 강변에 나와서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다리(강정보)에 접근하는 길에 조명이 너무 어두워서 적잖이 위험해 보였다.
















추천해준 코스를 나인봇을 타고 돌았다.


20km/h 락이 걸려있는 나인봇을 타고 달리니..


금방 커다란 다리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젊은이들 무리가 나인봇을 타고 갈지자 주행을 했다.


위험하다 싶어 거리를 두고 따라갔는데..


바싹 붙어 따라갔으면 위험할 정도로 막 탔다.


야간 라이딩 하는 라이더들이 그 젊은이들에게 "제발 좀 한 줄로 가라"며 싫은 소리를 했다.



나는 자전거 탈 때와 마찬가지로 틈틈이 후방도 살피고 하면서 길 우측에 붙어서 달렸다.


다리 위를 지나가는데 저 앞에서 롱보드 하나가 로켓발사되어 나를 향해 날아왔다.


그 역시도 대강 짐작을 했기에 속도를 줄였다.


잡아 주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서 못 잡았더니 롱보드를 나를 지나쳐 다리 난간 경계석에 부딪히면서 멈췄다.


날아간 보드를 쫓아서 젊은 여자분이 쪽팔린 표정으로 달려왔다.


"죄송합니다아아아"라고 하며 달려오기에


"괜찮습니다. 레인(Rayne)이네요."라고 대답해드렸다.


이때 조차도 나는 내가 지나고 있는게 강정보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모양이다.


강정보였다.


아까 종주길 이탈하지 않고 계속 달렸으면 여기에 도착했을 것이고..


게스트 하우스는 정말 여기서 코앞이다.



나인봇은 타지 않을 땐 이렇게 막다른 곳에 기대 놓으면 된다.


별로 운동신경이 없는 편인데도 금방 익숙해졌다.


400만원 정도 한다는데 좀 더 보편화가 되면 하나 사고 싶었다.



내가 지나온 길


삼각대가 없으니 엉망이다


ISO 이빠이 올렸건만






뭔가 좀 더 타고 싶기도 했는데


딱히 갈 곳도 없고..


길이에 가로등도 없이 너무 위험해서


그냥 천천히 되돌아와서 반납했다.


반납할 때 보니 그 아가씨 여전히 예쁘더라.




숙소에 돌아오니


방을 비운 사이에 들어온 손님이 계셨다.


굽신굽신 인사를 드리니 정말 밝은 얼굴로 나오셔서 맞아주셨다.



충주에서 부산까지 자저거 종주를 하시는 부자(父子)였다.


타향에서 충북 사람을 만나니 참으로 반가워 정말 단단한 악수를 했다는 기억이다.




몸이 편찮으신 외할머니를 응원하기 위해서 플래카드까지 제작해서


아버지와 아들이 국토를 달린다는 내용에 참 마음이 좋았고 부럽기도 했다.


나도 아버지와 이런 경험을 공유할 기회가 있었다면, 앞으로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와 함께 이런 경험을 한 아들이나,


아들과 함께 이런 경험을 한 아버지


모두에게 참 좋은 일이 아닐까.



내일도 계속해서 부산 하구둑을 향해 종주길을 달리신다는 말에


나는 창원쪽으로 빠진다고 말씀을 드리니 조금 아쉬워 하셨던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찐하게 술을 한 잔 하기로 약조를 드리고 서로 굿나잇을 했다.


(사실 술을 끊으셨다고 했는데ㅋ)




(사실 이때 그냥 나도 부산 하구둑까지 달렸어야 했다! 창원에 들른 것 역시 큰 실수였다!


이번 여행은 이래저래 국내 루트를 잘못 잡았던 것 같다.)










도심에서 개고생을 했지만..


저녁도 잘 먹고, 산책도 잘 하고, 동향 사람도 만나니 다시 얼굴에 여유가 깃든 모습이다.


지금은 국내의 모 작가가 표절한 것으로 더 유명해진 (그때는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미시마유키오의 '금각사'를 읽다가


탐미문학이라는 장르는 아무래도 나와 맞질 않는가 하는 생각을 하다 책을 덮었다.


나름 고민 끝에 고른 두 권의 책이 '금각사'와,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이었다.



예전부터 피곤하면 눈이 쉽게 충혈되는 체질인지라


결막염 진단을 받고 처방받은 약들을 챙겨왔다.


저기 있는 인공눈물만 넣어줘도 훨씬 살 것 같다.



깨끗한 이불을 깔고




어머니께서 하지정맥류 수술을 하셨을 때 썼던 압박스타킹을 신었다.


보기엔 흉해도.. 다리 붓기 빼는 덴 이만한 물건이 없다.


마음 같아서는 에너스킨을 신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이걸로 대신..




고단한 하루가 끝났다.


10시가 조금 넘어 잠이 들었다.


내일은 창원으로 간다.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창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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