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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3일. 대구-창원(창원에서의 첫 캠핑)

by 통합메일 2015.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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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3일 토요일


3번째 아침이 밝았다.


6시인가 7시인가.. 충주에서 온 부자 일행이 일찍 일어나서 출발 채비를 하는 소리에 잠깐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거실에서 자는 내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고마운 배려였다.


전날의 대화에서 서로 보통 아침 일찍 움직이는 편이라고 밝혔는데


나는 그 문장이 부끄럽게 늦잠을 자버렸다.





전날 안약을 눈에 넣기도 했지만,


약도 먹었다.


감기 같은 거에 걸린 건 아니고 손목이 아파서였다.


여행을 위해서 일부러 핸들그립을 에르곤그립으로 교체를 했는데


그래서 손이 아플 거란 걱정은 거의 전혀 하질 않았는데


아니다.


매우 아프다.


특히 마우스질 할 때 바닥에 닿는 손목뼈, 그 부분이 많이 아프다.


주기적으로 쉬어주지 않으면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져온 약 중에 염증약이 있길래 먹었는데.. 이게 세균성염증에 쓰는 항생제라..


관절통증엔 별로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진통제도 가져오긴 했지만,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쓰지 않았다.





전날 입주할 때 주인 아주머니꼐서 챙겨주신 라면을 끓여 먹었다.


아침 일찍 떠난 부자 일행 역시 식사 후 깨끗하게 설거지를 하고 떠났고,


나 역시 깨끗하게 뒤처리를 하고 떠났다.


딱히 식사가 제공되지는 않지만.. 2만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라면도 제공되니 참 좋은 것 같다.



강변 하이츠.


다시 봐도 게스트하우스라는 걸 알 수 있는 표지판은 전혀 없다;



8시30분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해서 달린다.


오늘은 역시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창원으로 갈 예정이다.


창원 통영 쪽에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았다.


배가 출항하는 날까지는 시간도 널널하니 기회가 되면 통영이나 한바퀴 둘러보고 올까 싶기도 했다.


길을 검색하니 어제 내가 나인봇을 타고 돌아다닌 그 길이었다.


근데 마냥 그 길로 가면 안되고.. 오른쪽에 있는 다른 다리를 건너야했다.



저 다리다.


여기가 금호강이랑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이라서 다리(보)가 양쪽으로 있다.


아 그럼 이게 강정보인가?


이게 강정보인 모양이다;






나도 저렇게 날아서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엔 저런 걸로 여행해도 재밌을 것 같은데..


돈도 돈이지만 규제가 까다로울 것 같다.



강정보를 건너는데 브롬튼을 탄 누님들이 멋지게 지나갔다.


다들 몸매도 정말 날씬하고 멋졌다.




종주길은 지겨워서 이제 안 타려고 했는데..


네이버 길찾기를 써서 길을 찾다보니 어쩔 수 없이 타게 된다.


다음지도한테 어제 호되게 당했더니 다시 쓰기가 두려워서


자전거길찾기 기능이 지원되는 네이버 길 찾기를 써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어플리케이션이 진짜 데이터먹는 괴물이다 ㅋㅋ


한번 길을 찾아놓고 데이터네트워크를 끄고 한참 있다가 다시 데이터 켜고 하는 식으로 했다.


이게 배터리 절약하기에도 좋을 것 같았다.


스트라바를 켜고 달리니까 계속 GPS를 잡아서 배터리가 정말 빨리 소모된다.




자전거 길을 달리는데 옆에 웬 자동차가 한 대 서더니


조수석에 앉은 여성분께서


경상도 사투리로 "여기 야구장이 어디예요?"라고 물으셨다.


나도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아이고 저도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요 ㅎㅎ;;"라고 했다.






좁은 자전거 길을 지난다.


워낙 좁다.


아직 이 자전거 조향에 완벽하게 숙달이 되지 않아서 좌우 난간에 부딪힐 뻔 했다.


중간중간 앞뒤에서 지나가는 자전거들에게 길을 양보했다.




종주길이 기상천외한 게 정말 ㅋ


가끔 이렇게 내려가서



터널을 통과하기도 한다.


정신줄 잠깐 놓으면 그냥 쭉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상태가 발생한다.


표지판 정말 잘 보고 가야 한다.




저 멀리 대구인가?


산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또 어제 같은 쭉 뻗은 자전거 길으 좀 달렸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자전거 타고 나온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로드 자전거를 많이 만났는데 정말이지 로드 바이크가 너무 타고 싶었다.


쭉쭉 치고 나가는 맛 ㅠㅠ



낙동강 변에는 이렇게 대규모 비닐하우스 단지가 많았다.


어떤 작물을 재배하는지 궁금했다.


천상 농군 집안의 자식인 모양이다.



꽃이 참 아름답게 심어져 있다.


좋은 풍경이다.


저 다리를 건너게 될 것 같다.



저 멀리 달성보가 보인다.


너무 덥다.


이 부근에서 정말 많은 라이더를이 나를 스쳐 지나갔다.



달성보 달성보


살짝 업힐



이 다리를 건너야 하지만





일단 휴게소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우선 편의점에 들르기로 한다.



사랑하는 아이스커피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데..


설탕이나 시럽이 안 들어간 녀석을 찾을 수가 없다.





전망대가 있어서 올라가보기로 했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편하게 올라간다.



과감하게 5층으로 가고 싶지만 엘리베이터는 4층까지만 운행을 한다.



투명 엘리베이터라서 바깥 풍경을 볼 수 있다.



4층에서 내려서 한층 더 올라간다.



사진으로 잘 표현이 힘든 것 같은데


풍경 정말 좋았다.




탁 트인 게 그냥



특히 이쪽 풍경이 좋았던 것 같다.



높은 곳에 올라서 길을 미리 좀 살펴두면 도움이 될텐데


경치에 정신이 팔려서 그럴 정신이 없었다.



풍경과 같이 셀카를 담으려니 눈이 부셔서;;;




이제 다시 내려와서 달성보를 건넌다!



바로 부산으로 갈 거라면 이 길로 가면 되지만


나는 창원으로 갈 것이기 때문에 우측으로 올라갔다.


여기서 그냥 부산으로 쭉 갔으면 그래도 개고생을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올라가니 자전거 길이라고 표시된 게 있기는 한데.. 예상대로 노면이 심히 좋지 않았다.



꽤 달렸는데 아직도 달성구다.


진짜 큰 것 같다.


혀를 내둘렀다.



창원/창녕이 보이는 걸 보니 제대로 가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가다가 자전거길이 뚝 끊어져버렸다.


혹시나 하고 들어와봤는데 그냥 농로다.





노면 진짜 장난 아니다 ㅋ


한적한 길에 들어온 김에 소변이나 보고 가기로 했다.




혹시 반대편으로 건너가면 자전거가 갈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싶어서 건너 봤는데


반대편도 마찬가지 사정이었다.


다시 건너 돌아와 그냥 차도를 달렸다.


어제 대구 들어갈 때 아우토반에 쫄아서 새가슴이 된터라.. 좀 무서웠다.


아니 많이 무서웠다; 차들 쌩쌩 달리더라.




가는 길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있길래 호기심이 생겨서 들여다 봤다.


가끔 속에 아무 것도 안 들어있는 깡통도 있던데 이건 정말로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12시다.


나무에 가려서 안 보이는데..


낚시가게 같은 게 있길래 들어가서 물과 음료수를 샀다.




가게 밖에 '김밥'이라는 글자도 있길래 김밥 있냐고 물어봤는데 없단다.


"감사합니다. 안녕히계세요." 부지런히 인사를 했지만,


한 마디도 받아주지 않는 퉁명스러운 가게였다.



아무래도 창녕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우포늪이라는 표시가 보여서 들르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사진 포인트로 유명한 


근데 얼마나 크길래 저렇게 좌로 가도 우포늪, 우로 가도 우포늪인가 하고 한 번 찾아보니.



크긴 크다.



그러고보니 남쪽이라 그런지 보리밭이 정말 많다.



귀찮아서 선글라스 안 벗고 셀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창녕이다.



앞에 산이 하나 있길래 그냥 여기서 들어가기로 한다.



영차 영차



창녕읖




터미널 앞 식당에 들어가서 무슨 찌개였던 것 같은데


혼자 왔는데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안 된다고 잘라 말하셨다 ㅋ



다행히 나가는 길에 괜찮은 식당을 찾았다.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냐고 물으니


잠시 놀란 표정으로 "해물뚝배기 드시면 되겠네요"라고 하셔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쟁반에 나오는 밥상을 보니 예전 여행 중 전주에서 먹은 식사들이 생각났다.


반찬 하나는 엄청나게 나왔는데..




밥을 먹고 나와서 자전거를 챙기는데


주인 아저씨가 나와서 말을 걸어주셨다.


옛날엔 4대강 종주길 달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요즘은 좀 줄어든 것 같단다.


나는 "지금도 꽤 많이 달리는 것 같은데 그럼 예전엔 정말 많았나 보네요."라고 했다.


"요즘 로드가 대세인데 아무래도 종주길이 로드로 달리기에 좋은 길은 아니라 그런 영향이 크지 않을까요?"


라고 말씀드리니 그런 것 같다고 하셨다.





창원까지 45km



창원으로 다가갈 수록 차들이 많아진다는 느낌이다.



쭉 가면 창원인 것 같은데..


네이버지도가 이쪽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내려갔다;



차 별로 없는 좋은 길이었다.



풍경이 정말 좋았다.


폰카로 찍어 어머니께 보내드렸다.



산 기슭에 이렇게 옹기종기 마을이 있다.


평지는 논에게 양보하고 사람은 산기슭으로



짧았지만 기분 좋은 길이었다.



달리다보니 창녕/함안보를 만났다.





꽤 열심히 달리는 기분인데.. 배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평소엔 라이딩 할 때 빕숏(어깨끈이 달린 쫄바지)를 입는데


여행 때는 소변 볼 때의 편의성을 위해서 그냥 허리까지만 오는 바지를 입었더니..


고무 스트링이 뱃살을 조여서 뱃살이 더욱더 부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앞쪽에서 MTB 탄 아저씨가 다가오셔서 말을 거셨다.


일본까지 간다고 하니까 "나도 젊을 때 그런 거나 해볼껄 그랬다"고 하셨다.


은퇴하시고 조금전 지나온 마을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시는 모양이었다.


다음달인가에 청주 청원쪽에 청남대에서 해병대 전우회 모임을 한다고 하셨다.


고향 지명만 들어도 참 반가웠다.










얼마간 자전거 도로로 달렸다.


길 참 괜찮았는데..


차소리도 안 들리고 사람도 없으니..


그리고 좌우로 풀숲이 제법 울창하니


한낮인대도 불구하고.. 을씨년스러웠다.


만일 이런 곳에서 밤을 맞이하면 정말 무섭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오는 지 모를 작은 물줄기가 흘러 큰 물이 된다.



딱봐도 지옥의 업힐


체감상 경사도가 15% 정도 되는 기분..


진짜 스트라바에 15% 찍히기도 했다.


하이브리드로 끌바하는 학생이 있길래


나는 오기를 가지고 케이던스로 감아서 올라갔다.


힘들어서 용트림도 한 번 한 듯.



이제 드디어 창원 행정구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길이 매우 좋지 않다.


공사중..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다.


길가에 세워둔 통들 때문에 더 위험하다.


게다가 만만치 않아 보이는 업힐이고..


차량 통행량도 많다.


차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정말 간.신.히 업힐을 올라왔다.




뒤에 보이는 업힐이다.


깔딱깔딱 뒤에 있는 차들이 안 보인다.



4시 20분


이제 끝이겠거니 생각했는데 갈수록 길이 더 안 좋아졌다.


갓길은 좁고 공사구간은 계속 나오고.. 놀러갔다 돌아가는 차들인지 차들도 너무 많았다.


진짜 미칠 것 같았다.



그러다 간신히 괜찮은 도로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렇게 쭉 뻗은 2차선 정말 그리웠다.



창원까지 15km


집에서였으면.. 아침 운동하는 피반령 있는 가덕면사무소까지의 거리다.


한시간이면 가는 거리다.



하지만 나는 지금 뒤에 40kg에 육박하는 짐을 매달고 있고..


무엇보다 손이 아프다.


손이 아파서 그걸 기억하려고 찍은 사진다.


속도계를 보니 지금까지 70km를 달렸다.



캠핑을 한 번도 안해서 오늘은 캠핑을 해볼까 싶어서


지도에서 오토캠핑장을 찾아서 전화를 걸어봤다.


일단 처음엔 내 말을 잘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았고..


하여간 난 그냥 자전거 여행객인데 오늘 자리가 있냐는 질문을 했던 건데..


뭔가 대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으로.. 자리가 없다고 했다.


아마 자전거 캠핑이라는 행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으셨던 모양이다;


그냥 달리기도 했다.




고가 도로 때문에 잠깐 길을 내려갔는데


참외 장사가 있길래 다가갔다.


"참외 2개만 안 파시냐"고 물으니


아주머니께서 썩소를 지으시며 "웬 2개"





그리고는 5개에 5천원을 받으셨다.


5개에 5천원이라니..


저기 써있는 계산으로는 1개에 500원꼴이구만..


아무튼 참외는 먹고 싶고.. 대거리 하기 싫어서 받아들고 움직였다.



저 멀리 산을 등지고 멋진 아파트들이 많았다.


저기가 우리집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르막이 너무 힘들다.


나중에 스트라바 보니까 경사도 13~15%하는 경사였다;




가다가 너무 더워서 참외를 두 개 정도 깎아 먹었다.


OLFA에서 나온 원예작업용 칼을 가지고 다녔다.



6시


아 근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터널이라니..


터널을 피하고 싶어서 네이버 자전거 길찾기에 기댄 것인데...


어쩔 수 없다 싶어서 그냥 터널을 뚫기로 했다.


이번 여행에서 첫 터널인 것 같다.





너무 위험한지라.. 타고 달리지는 못하고


그냥 나는 인도턱을 걷고 자전거는 갓길에 붙여서 끌고 갔다.


허리가 정말 많이 아팠다.


다행히 터널이 그리 길지 않아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벌써 해가 뉘엇뉘엇 기운다.


광량이 줄어들어서 신경 쓰지 않으면 사진이 흔들릴 지경이 되었다.



처음 만난 창원인데..






아까 굴현터널 뚫고 내려올 때 동정동 쪽으로 빠지는 길을 골랐어야 했는데..


그냥.. 쭈욱 내려왔더니.. 갈 길이 좀 멀다.



그래도 자전거 길이 있는 것에 위안을 삼으며..


달린다.



아까 내가 넘어온 산이 저건가 싶다.


내일까지 쭉 느끼는 거지만 창원도 진짜 주변에 산이 많다.


하니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느낌을 준다.



지나가다 편의점에서 보급을 하기로 했다.



이제 초정탄산수를 구할 수가 없으니 트레비 탄산수로 대신한다.


역시 경상도라 그런지 롯데..



이쯤에서 오늘 가려고 했던 게스트하우스에 전화를 해봤다.


그런데 오늘 아버지 친구분들이 많이 오셔서 자리가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게 웬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솔까, 게스트하우스 때문에 창원으로 들어온 것인데..


게스트하우스가 만실이라니..


해는 저물어 가는데..




깊은 멘붕을 겪었다.


청주에 있는 아는 형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좀 했다.


푸념, 푸념, 푸념




전화를 끊고 스마트폰으로 웜샤워 어플리케이션을 켜서 창원에 사는 외국인 부부에게 1박을 부탁하는 쪽지를 보냈다.


언제 답이 올지는..........




지도를 보니 하여간.. 강이 있는 쪽으로 내려가면 뭔가 나올지 모르겠다 싶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쪽이 어차피 가려던 방향이기도 했다.




자전거 도시로 유명한 창원이다 보니 이렇게 차도에 붙여서 자전거 길이 제법 잘 되어 있었다.





물론 가다보면.. 버스 전용차로에 먹히기도 하고 그러지만 말이다.


근데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 시장이 안.상.수;;



길이 별로라 우회전을 해서 마을 하천을 끼고 달렸다.


핸드폰을 보니 해가 졌는데 아직 숙소에 못 들어갔냐는


어머니의 걱정어린 카톡이 와있었다.


어머니의 걱정까지 겹치니 뭔가 빡침이 더 깊어지는 느낌..




낯선 도시에서,


갈 곳 없이 밤을 만나면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집을 찾아 돌아가는데


나만 이렇게 길에 혼자 남겨졌다는 느낌이 들어


그 순간 매우 두려워진다.


물론 여행이 좀 길어지면 낫는 병이긴 한데


아직 여행 초반이라서 이게 후달리는 게 장난이 아니다.






정처 없이 길을 헤메다가 무슨 파티마 병원이라는 곳까지 흘러왔다.


그렇게 당하고서도 아직도 다음지도에 의존하는 김정환이었다.


자전거 여행에 다음지도는 진짜 노답이다.


일본 가서 써보니 구글맵이 제일 좋은 것 같기는 한데..


이때는 아직 구글맵을 제대로 사용할 줄을 모르던 때였다.



식물원도 있고, 동물 보호소도 있고..


하여간 무슨 관공서 같길래 들어가봤다.


알고보니 여기 창원시 농업기술원이었다.


아버지께서도 충북 농업기술원에서 근무를 하시는지라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청사 안내도에 적혀있는 저기 저 휴게시설이라는 곳에 구미가 당겼다.




어차피 이젠 날도 저물었고..


뭔가 시설 안으로 들어오니 조급함이 많이 사라진 것 같았다.


한바퀴 돌아보기로 했다.



그리고 


화장실과 공터가 갖춰진 최적의 장소를 찾아냈다;


뒤에 자이 아파트 덕분에 야경도 최고..



숙직하는 분이 계신 것 같았지만.. 일단 자리를 잡기로 했다.


손목도 아프고 해서 더이상 전진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았다.


마운트리버 캠핑 의자를 폈는데.. 짐받이 위에서 충격을 받아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다리를 이어주는 로프가 다 풀려서.. 간신히 조립을 했는데


조금만 움직이면 다리가 옥수수 털리듯 떨어진다;;








저녁을 안 먹었으니 일단 후다닥 라면을 끓여 먹고.. 참외도 깎아 먹고,, 찬 물에 커피도 타 마시고..


저 휴대용 스탠드는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캠핑에서 아주 쓸만하다.


광량 조절도 가능하고, 광량도 풍부하며, 배터리도 생각보다는 오래 간다.


이번 여행에서 한 번도 충전하지 않고 제법 잘 썼다.




다 먹고..


화장실에 들어가서 샴푸로 간단히 설거지하고..


또 샴푸로 머리 감고 샤워하고 했다.




화장실 조명이 센서등이라..


춤추면서 샤워해야 했다.


화장실 문이 통유리문이라 누가 올까 좀 걱정했지만..


내 몸이 드러나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 성격이라 그냥 고고







그리고 드디어 만난 즐거운 나의 집.


힐맨 윈드 텐트에..


에어 필로우


스패로우 스마트 자충 에어매트


싸구려 돌핀침낭


뭐 그 정도....



근데 춥다.


추워서.. 아로마 향초를 켰다. (이런 것도 가져오다니!! ㅋㅋ)


위험한 줄은 알지만 너무 추워서 켰다.


이게 아무래도 결로 때문인 것 같은데.. 휴..


텐트가 통풍이 너무 안 되서 그런 것 같은데..


하여간 꾹 참고 잤다.


추위 보다는 이따금 들리는 스포츠카의 굉음..


숙직하는 분이 순찰을 돌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뭐 그런 게 더 두렵고 걱정이 되었던 것 같다.


다행히.. 아침이 될 때까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책을 아주 조금 읽다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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