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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15 일본 자전거 여행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6일. 부산-후쿠오카(뉴카멜리아호)

by 통합메일 201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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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2015 일본 큐슈 자전거 여행24일. 부산-청주(마지막회:생을 여행으로 만드는 일)

2015년 5월 26일


6번째 아침이 밝았다.



09시30분


어제 BD형을 보내고 다시 혼자가 되었지만


맛있는 것을 많이 먹은 덕분인지 어느 정도는 힐링이 된 기분이 들었다.


창밖을 보니 어쩐지 바람이 많이 부는 느낌이 드는 나무가 보였다.


출항 시간은 오후 6시


어마무지하게 시간이 많이 남았다.


천천히 여유있게 어제 봐둔 농협에 가서 추가 환전을 하기로 한다.


어제 미리 스마트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해서 인터넷 환전 신청을 해두었다.


농협 인터넷 환전 수령 후기+일본 지폐 종류



밖으로 나갔다.


여관 주인 아저씨는 카운터에서 곤히 주무시고 계셨다.



어제 형이랑 같이 지나갔던 헌책방 골목 쪽으로 향했다.


확실히 어제는 누군가와 같이 웃고 떠들며 가서 그런지 참 가깝게 느껴졌는데


이렇게 혼자가 되어 가보니 길이 하염업이 멀게 느껴졌다.


하지만 즐긴다.






아마도 동아대 부민 캠퍼스였을 것이다.


200년 여행 때는 대학생(휴학생) 신분이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지방에 대학이 있으면 호기심 삼아 한 번씩 지나가거나 들르곤 했다.


군산에서 만난 군산대는 정말 아름다웠다는 기억이다.


이 캠퍼스도 건물이 참 멋지긴 했다.


도심 속 캠퍼스 답게 웅장한 건물이..





원체 길치인지라(심함) 못 찾아갈까봐 좀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지도를 꼼꼼히 살피기도 했고, 찾아가기가 워낙 좋기도 했기 때문에 헤메지 않았다.


번호표를 뽑고 창구에서 환전 신청을 미리 하고 왔다고 하니까 (신청할 때 지점을 고르게 되어 있다.)


잠시 전산 조회를 하더니 확인이 됐다며 담당 직원에게 안내를 해줬다.


신분증만 가지고 가면 된다.


두번째 해보는 환전이니만큼 담당자가 내 신분증을 받아서 뭔가를 하는 동안


창구에 비치된 봉투에 얼마 짜리 지폐로 받을 것인지를 적어서 직원에게 내밀었다. (좋아 자연스러웠어.)






5만엔을 받았다.


청주에서 환전할 때는 1만엔 1장, 5천엔 8장, 2천엔(레어템) 10장, 1천엔 30장 이렇게 받았던 것 같다.


(천엔으로만 하려고 했더니 담당자가, 그러면 너무 많다며 대강 적당히 주었다.)


이번에는 5천엔 2장, 2천엔 10장, 1천엔 20장 이렇게 바꿨던 것 같다.



가끔 이렇게 사설 환전소가 있다.


물론 무서워서 시도는 못해봄;




다시 방으로 돌아왔는데


일기예보를 보니 불볕더위가 예고되고 있었다.


여기도 이런데 더 남쪽인 일본은 대체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모텔에서 최대한 개기다 나가야겠다는 판단이 절로 들었다.



어제 먹던 토마토가 아직도 8개 가까이 남아있어서..


잘라서 꾸역꾸역 먹었다.


이게 식사다.



시간이 남으니 자전거에 오일링도 좀 해줬다.


끈적끈적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그래서 닦기가 더럽게 힘든) 먹오프 세라믹 C3 오일이다보니


여행 내내 체인이 녹슬거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대신 사쿠라지마가.. (여행기 뒷부분 참고)


알톤 로드마스터 시리즈 프레임 절단 사고가 이슈화 된지 얼마 되지 않았던 더라


문제가 됐던 탑튜브~헤드튜브 부위를 좀 살펴봤는데 다행히 아직 잘 엉겨붙어 있었다.



자전거 여행자로서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일이 없도록


방 안의 쓰레기들은 모두 분리수거해서 외부 계단에 있는 쓰레기장에 버리고


이불도 개놓고.. 대강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아무래도 짐의 부피를 좀 더 줄여야 할 것 같아서


뜨거운 커피를 위해 챙겨온 보냉보온컵을 포기하기로 했다.


저거 진짜 부피 장난 아니게 차지함 ㅋ



아저씨께 인사를 드리고


또다시 짐을 주섬주섬 내려서 다 조립1



이틀 동안 정들었던 W모텔!!!!!


(아닌 게 아니라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로도 BD형이랑은 가끔 W모텔 얘기를 한다.)



이때가 약 1시 30분


나중에 보니 좀 더 천천히 나와도 됐을 것 같은데.. 너무 일찍 나왔다.



확실히 숙소와 부산국제여객터미널의 거리는 매우 짧다.


저 멀리 커다란 배가 보인다.


팬스타 크루즈?




뭐 대략 이런 느낌








어제 BD형이랑 같이 지형정찰을 할 때 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길을 건너야겠다고 생각을 해뒀는데


막상 건너려고 하니까 세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1.엘리베이터가 작다. (들어갈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음)


2.사람이 많이 다닌다.


3.그 사람들이 양보할 생각이 없다.


자전거로 건너려고 하는 게 뻔히 보일텐데.. 뭔가 좀 양보해주거나 배려해주려는 느낌이 zero


두세번 엘리베이터를 놓치고는 그냥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50~100m 쯤 거슬러 올라가니 횡단 보도가 있었다.


다행이었고, 잘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이대로 그냥 쭈욱 터미널로 가려는데 터미널 바로 앞에 있는 식당 골목을 발견했다.


늘어선 식당들 중에서 '맛있는 불백'이라는 곳으로 골라 들어갔다.


그렇게 배가 많이 고팠던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2007년에 제주에서 부산으로 오는 배를 탔을 때..


우리 일행 모두 제대로 배를 채우지 못해서.. 배 갑판에서 몰래 밥을 지어먹다 선원에게 걸려서 눈총을 맞았던 기억이..






위치는 대략 이쯤








들어가서 인사를 하고


일전에 창녕군에서 그랬던 것 처럼


혼자인데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뭐냐고 여쭈니


바쁜데 혼자 손님이라 번거로우셨는지 한숨을 푹 쉬시고는


"돼지불백정식이요.."라고 하셨다.


점심시간이 지난 직후라서 한차례 손님들이 몰려 다녀가고


얼추 뒷정리를 하고 계시던 터인 모양


죄송한 마음에 "천천히 주세요."라고 말하고는 자리를 잡았다.


맛은 괜찮았다. 맛있었다.


언제 또 상추를 먹게 될지 모르니 쌈도 부지런히 다 먹었다.


맛있었다.


오래만에 고기를 먹는 것 같았다.


잘 먹고 계산하고 인사드리고 굿바이



그리고 드디어 바로 앞에 있는 부산국제여객터미널 입성!





아직 출항 시간이 멀어서 그런지 한산했다.

이때만해도 메르스 위기가 심하지 않아서 딱히 어떤 통제나 검역 같은 건 없었다.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지형 정찰 끝내고 서둘러 승선신청서를 작성했다.


이따 사람들이 몰리면 이거 쓰기도 애로사항이 꽃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막히는 부분이 몇 개 있었는데.. 지금은 딱히 직업이 없어서..


발령이 안 나긴 했지만 곧 발령이 날 것이니.. 직업은 그냥 '교사라고 적었다.


그리고 일본 주소를 적어야 하는데..


내 의지와 계획대로 호텔에 갈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자들끼리 서로를 재워주는 세계적 시스템인 웜샤워에서 미리 접선해둔 호스트의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냥 대충 후쿠오카에 있는 비지니스 호텔 주소랑 전화번호 적어도 될 것 같았다.



이걸 가지고 저기 보이는 뉴카멜리아 부스에 가서 내밀면


터미널이용료+유류할증료 11,000원인가를 내고


여권도 확인하고



오늘의 승선권과 리턴티켓을 받을 수 있다.


리턴 티켓에 확고하게 찍혀있는 '일자변경불가'라는 도장이 내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면 기분탓일까;



아 그리고 일본 입국할 때 제출해야 하는


1.입국심사용 입국신청서


2.세관통과용 물품신고서


도 받는다.


세번째 방문하는 일본이다 보니 대강 이거 적는 거에 크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건 알지만


적을 때마다 부담스럽다.


하여간 물품신고서에는 다 No No No No 했고


입국신청서는 아까 승선신청서와 비슷하게 적었다.



부스 앞에 있는 테이블에 작성 요령이 비치되어 있어서 그걸 보고 적으면 되니 크게 걱정할 건 없다.


다만 나는 입국신청서에 일본 내 주소를 웜샤워 호스트로 적었더니


다음날 입국할 때


입국심사대 앞에서 원활한 소화를 위해 미리 입국신청서를 검사하는 직원이


"고레와 다레데스까?" (이건 누굽니까?) 라고 물어서


"프렌드, 도모다찌데스"라고 대답했더니


"나마에 나마에"(이름 이름)이라고 하길래


"아 나마에데스까"라고 하고는 얼른 이름을 적어서 내니 다행히 그냥 잘 통과되었다.


그냥 처음부터 호텔 주소를 적을 껄 그랬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전거 부치기


티케팅 하면서 자전거 부치는 방법을 물어보니


나가서 맨 끝으로 가면 된다고 했다.


배운 대로 나가서 맨 끝으로 가면






보따리 상인들이 수출하는 물건들이 엄청나게 쌓여있다.


여기를 지나서 저기 주황색 셔츠 입은 아저씨 즈음에서 우회전 하면


X레이 검사대가 위치한 공간이 나오는데


거기에서 무전기 들고 검은색 양복을 입은 아저씨에게 


"저.. 아저씨 자전거 부치는 데가 여기가 맞나요?" 라고 물으니


"앗.. 아직은 뉴카멜리아호 타임이 아닌데 너무 빨리 오셨네요. 

이따 한 5시쯤 되면 카멜리아 담당자분이 나와계실 거예요. 

그때 오시면 됩니다. 오신 김에 자전거에 있는 짐들은 분리해서 

X레이 미리 통과해 두시고 자전거는 놓고 가세요."


참 친절하셨다. 감사했다.


최대한 신속한 동작으로 짐을 분리해서 X-레이 검사대 통과시키고 다시 조립했다.


작업 중간중간 그 아저씨께서 도와주셨다.


너무 감사해서 연신 감사하다고 굽신굽신을 했다.


기분이 좋았다.



3시 40분


가장 걱정했던 자전거 탁송 작업이 50% 정도는 끝났으니,


즉 이제 몸이 가벼워졌으니.. 1층 구석에 짱박혀서 여유를 즐기며 책을 읽었다.


자전거를 부치러 가려면 가직 1시간20분 정도 여유가 있는 상황


그런데 화장실을 다녀오니 자리가 다른 사람에게 점유되어 있길래


조금 기다렸다가 시간 맞춰 탁송장으로 갔다.


양복은 입은 직원분께 카멜리아 직원분 나오셨냐고 여쭈니


바로 앞에서 바쁘게 탁송 서류를 정리하시는 분께 나를 소개해 주셨다.


"네 만원입니다. 이건 짐 찾을 때 필요하니까 잘 챙기세요. 자전거는 일본 가서 찾으시면 됩니다."


라고 하시면서 자전거에 초록색 딱지를 붙여주시고


내게도 같은 숫자의 딱지를 주셨다.


(결과적으론 필요 없었다.)


이제는 진짜 모든 일을 다 끝냈으니


구경이나 할 겸 3층 테라스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확실히 3층은 전망이 좋았다.


카메라를 꺼내 풍경 사진을 찍었다.


앗 그런데 LCD를 통해 확인한 사진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그렇다 뭔가 문제가 있다.


주력으로 사용하던 토키나 ATX 12-24mm F4.0 렌즈의 필터가 깨진 것이다.




젠장, 아직 일본 땅 밟아보지도 못했는데 필터가 깨지다니;;


그것도 모자라서 필터가 찌그러져서 빠지지도 않는다.


결국 가지고 있던 스나이퍼코리아 블랙울프 L2 라이트로


필터 부분을 꽹가리 두드리는 시늉으로 톡톡 쳐서 마저 다 깨뜨려 떨어뜨렸다.


타원형의 렌즈알이 그대로 드러나버렸다.


어휴 이제 그냥 달리면서 사진 찍는 건 포기.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뭐 더 안전하게 된 거라고 생각하기로..


.

.

.


하지만 대체 어디에 부딪힌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원인을 모르니 그게 참 분통이 터졌다.



다시 사진을 찍어보니 제대로 찍힌다.




오랜만에 35mm 렌즈를 꺼내서 사진을 찍었다.






학산여고였나;;


수학여행을 일본으로 가는 듯..


2층 대기장에 여고생들이 넘쳐났다.


아무래도 의상 때문에 마음대로 돌아다니질 못하고 3층에 오래 머물렀다.







저 멀리 보이는 부산..




여기가 참 한적해서 오래 앉아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도 혹시 입선 시간 놓칠까봐 종종 2층에 내려가기도 하고..


2층에 사람들이 줄을 많이 서있길래 어떤 아저씨에게 혹시 이 줄이 카멜리아 줄이냐고 물었더니


뭔가 덤덤하게 일본말로 중얼중얼 하셨다.


일본 아저씨였다.


적잖이 당황하여 나도 모르게 "하이"라고 하고는 돌아섰다.


그래도 확실하게 하려고.. 1층에 내려가서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입선 시간을 물어봤다.


7시라고 하셨던가 잘 기억이......




다시 3층으로 올라왔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한 동시에 초조하다.



그런데 앞에 보니 한식당이 있었는데..


비쌀 것 같아서 관심을 1%도 주지 않았던 곳인데


웬 아줌마 일행이 생맥주가 2,500원이라고 환호하며 들어가시길래


나도 따라 들어갔다.






개시원


들어가서 맥주를 주문하니..


영업 마치는 시간이 다되어서 빨리 드셔야 한다고 했다.


"네 금방 먹겠습니다."라고 하니 곧 맥주가 나왔다.



이 소설 진짜 안 읽힌다.


미리 밝히자면 여행 끝날 때까지 못 읽었다.


김영하의 책은 이틀만에 끝냈는데..



그나저나 혹시 저게 카멜리아인가?




배 하나 빠져나가니까 그나마 2층이 좀 한산해졌다.



혹시 배고플까 싶어 아까 봐둔 식당이랑 편의점에 가봤는데..


6시가 지나지나 칼같이 셔터를 내린다.


터미널 자체가 문 닫을 준비를 하는 느낌이다.



다시 2층으로 올라왔다.


이젠 진짜 입선이다.


사람들이 줄을 쫙 섰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탔다.


줄을 오래 서는 것이 귀찮은 나는 줄이 짧아질 때까지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저 멀리에 기둥 밑에 자전거 저지를 입은 외국인이 보였다.


저 사람도 자전거 여행을 하는구나 싶어 은근히 반가웠다.


기둥 밑에 있는 콘센트 옆에 주저 앉아 아이폰을 충전하고 있었다.


어쩐지 그도 나를 약간 의식하는 것도 같았다.



7시 30분 드디어 배에 오른다.


시끄럽게 호들갑을 떠는 여학생들과 함께 기나긴 통로를 지나갔다.



역시 아까 본 그 배가 뉴카멜리아호였다.



배에 타니 긴장이 쫙 풀렸다.


좋든 싫든 하여간 이제 일본으로 가는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일본이다


430호실을 찾아 들어가니 다 남자다.


일본인 아저씨 한 명


한국인 남자는 나를 포함해서 4명


먼저 들어온 사람들이 창문 쪽에 위치한 콘센트를 선점했다.


그제서야 나는 내 충전기가 자전거와 함께 화물칸에 실렸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내게는 샤오미 10400mah 배터리팩이 있으니 큰 걱정은 없었다.


어차피 배 뜨면 비행기 모드로 전환할 것이기도 했고..


뭔가 여행지에서의 만남 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들 짐 부리기 무섭게 나가시길래 나도 그냥 배 사진이나 찍어두기로 했다.




환기시설이 매우 훌륭했던 흡연실



안내판을 통해서 배의 시설들을 숙지했다.





배 위에서 찍은 부산 야경인데


배가 계쏙 흔들려서 ISO를 이빠이 올려 찍었다.



3층 맨 앞에 있는 전망대 라운지..


저 아저씨가 우리랑 같은 방을 쓰는 아저씨..


저 아저씨도 나와 마찬가지로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배 안의 사진을 찍고 다녔다.



분리수거함에 적힌 일본어들..


탄다는 동사가 '모에'인 모양이다..


그런 뜼이었나.........



그나저나 가타가나를 못 읽어서 큰 일이다.


가타가나 외우려고 하루 이틀 몇 분씩 들여다보긴 했는데


게을러서 결국 못 익히고 와버렸다 ㅋ


일본 가보니 역시 예상대로 가타가나 모르면 굉장히 불편했다.



단체 관광객들부터 식사를 하고 그게 끝나면 개별 관광객들의 식사시간이다.


선내 방송으로 단체 관광객들 식사하시라고 하는데


내 귀가 정상이라면.. '장동건 여행사' 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자판기에 천엔짜리 지폐를 넣고


700엔짜리 비프카레를 뽑았다.



300엔의 잔돈을 득템했다.


외국돈 처음 써보니 역시 신기했다.



사람들 닥상데스네(많네요)


입장해서 주방 앞에 서있는 승무원에게 티켓을 주면 어느쪽 자리에 앉으라고 얘기해준다.


아마 메뉴마다 좌석이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내 옆자리에는 서로 다른 여행사의 가이드인 듯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겸상을 하고서는


나름 격식있게 인사를 나누고, 소주를 한 병 나누어 마셨는데


그 소주가 그렇게 탐나더라..





스마트폰에 담아간 일본 드라마를 보면서 제법 맛있게 먹었다.


http://movie.daum.net/tv/detail/main.do?tvProgramId=64820


마츠모토 준, 이시하라 사토미, 미즈하라 키코가 나오는 막장 드라마인데 ㅋ


아 진짜 이 정도로 막장일 줄 모르고 보기 시작했는데 좀 지칠 정도로 막장이다.


하여간 미즈하라 키코는 영화 '상실의 시대' 때부터 '참 예쁘다'라고 생각해 온 배우인지라..


그 사람 보는 맛에 꾸역꾸역 봤다.



식후 차 한 잔..


사과주스를 마신다.


아직까지는 한글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곧..






아사히가 250엔이라 무척 싸다고 생각하고 (하지만 사실 그렇게 싼 것도 아니다. 한국이랑 비슷)


1%의 망설임도 없이 뽑아서 식후땡과 겸했다.


담배 자판기가 있었는데 담배값 인상 전의 한국 담배 값이었다.


나는 일본은 역시 우리나라보다 담배값이 싸겠거니 생각하고 전혀 사질 않았는데


아니었다.


일본에 내려보니 담배값 다 4천원 이상씩 한다.







외부 갑판으로 나가서 선체를 이용해 최대한 흔들림을 억제하고


야경을 찍었는데 역시 어렵다.



세월호 사건 덕분에 그 존재를 알게 된 구멍벌



혹시 모르니 사용법을 숙지해두기로 했다.




갑판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니 크루즈 여행 같은 게 하고 싶어졌다.



입선한지 한참이 지났는데 배는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4층인가 5층 갑판까지 올라가서 사진을 찍는데


한 무리의 중년 관광객들이 왁자지껄하게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그 중에 한 분이 경상도 사투리로 말을 걸어오셨다.


'자전거 타고 가느냐.. 아까부터 유심히 봤다. 어떤 외국인도 자전거 타고 가는 것 같더라.'


'그렇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렇더라고요.'로 답변했던 것 같다.


무슨 단체의 이사진들 여행이라고 하셨는데.. 온천 관광이 주요한 내용인 듯 했고


청주에서 왔다고 하니까 우리 일행 중에도 청주 사람이 있는데 하필이면 지금 이 사람이 안 보인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이 배에는 목욕탕이 있다.


때문에 목욕을 할 수가 있다.


입선하자마자 그 위치를 확인했고, 저녁을 먹기가 무섭게 욕탕으로 달려갔는데


아차, 내 수건 다 자전거에 있지.....


매점에서 200엔을 주고 얇디 얇은 수건을 샀다.


목욕탕 탈의실에 있는 라커에 핸들바백을 넣으려고 했으나 들어가질 않아서..


짐을 다시 객실에 숨겨두고는.. 목욕을 하고 나왔다.


바다 풍경이 보이는 욕실이라고 홍보가 되고 있었지만..


바다 풍경을 즐기지는 못했던 것 같다.


오래 앉아 있지는 못하고 그냥 최대한 버티다 나왔는데.. 20분 정도?


우리 집은 가족 중에 아무도 주기적으로 목욕탕을 가는 사람이 없을만큼


목욕탕이랑 친하질 않아서.. 시간을 오래 들이는 목욕은 좀 어렵다;


물론 잠깐잠깐씩 하는 건 아주 좋아한다.


개운하게 목욕을 하고


다시 자전거 저지를 입는데 뭔가.. 도로아미타불을 외는 느낌이랄까..


복도에는 젖은 머리의 여고생들이 우글대고 있었다.


샴푸 냄새가....... 아.. 아닙니다.






하여간 어디까지나 나는 무사히 배를 탄 내가 대견했고..


긴장도 풀리고..


느긋하게..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어제 지른 데이터가 아직 상당히 남아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이며, 밴드,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카톡 단체방 등등


올릴 수 있는 모든 SNS에 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잘 다녀오겠다고 안부를 전하고..


아사히 캔맥주를 연속으로 3번인가 4번인가를 뽑아 먹으면서


안주로는 자판기에서 뽑은 감자튀김!


얼마더라.. 450엔이었던가..


뭔가 아직 일본땅 밟지도 못한 상황에서 외화를 탕진하고 있다는 느낌에 조금 쎄하기는 하지만..


맥주도 맛있고.. 감자튀김도 (의외로) 꽤 먹을만했다.


적어도 충대 중문 지하에 위치한 어떤 맥주집에서 파는 감자튀김보다는 훨씬 나았다.


타코야끼도 파는 데 그것도 시도해볼까 하다가 참았다.


저래뵈도 감자튀김의 양이 제법 많다.


안주가 남아서 술을 자꾸 먹게 되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10시 30분


드디어 배가 움직였다.


배가 움직이는 순간


배 여기저기에서 탄성같은 것이 터져나왔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일본인들은 차분했고 (나도 돌아올 땐 밋밋했다)


일본으로 떠나는 한국인들의 흥분이었다.



휴대폰을 보니 아직 신호가 만빵이길래


아버지에게도 전화를 걸고


어머니에게도 전화를 걸고


동생에겐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고도 여전히 신호가 만빵이라 BD형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었다.


"형 저 진짜 훈련소 들어가는 기분인데요."


"ㅋㅋㅋ 구명벌 사용법은 숙지했겠지?"


"오와 어떻게 알았지? 형 진짜 귀신이네요."


"척하면 척이지 임마 ㅋㅋ 하여간 잘 다녀와라."


"네 한국을 잘 부탁합니다."


이런 시덥잖은 내용의 대화였는데 그러고도 이게 뭔가


한국과의 마지막 끈인 것처럼 느껴져서 좀처럼 전화를 끊지 못하고


담배나 한 대 피우러 흡연실에 들어가서 담배에 불을 붙였는데


곧이어 스킨헤드의 건장한 남성 한명(작가님) + 아까 봤던 그 자전거 저지 입은 외국인이 흡연실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라이터를 빌려달라고 하더니 국적을 밝히게 되었다.


갑작스럽게 사람과 얘기를 하게 되니 BD형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두 사람 다 제법 얼근하게 취한 듯 하여 (아마 나도 그랬겠지만 ㅋ)


조심스럽게 대화를 시작했다.


<술취한 희미한 기억을 재구성한 대화라 부정확하다>


작가님 : "두 유 해브 라이터?"


나 : "아 네 여기있습니다."


외국인 : (라이터를 받으며 한국말로) "오 감사합니다."


작가님 : "어!? 한국분이세요?"


나 : "아 네 한국인입니다."


작가님 : "어 그런데 옷차림을 보니 자전거 여행하시나 봐요. 여기 이 친구도 자전거로 여행을 한다고 하던데."


외국인 : (한국말로) "어디로 가세요?"


나 : "i'm going to around kyushu, what about you? 그냥 큐슈 한 바퀴 돌 생각입니다."


외국인 : 저도 큐슈로 갑니다.


작가님 : "큐슈 한 바퀴요? 이야 며칠이나요?"


나 : "한 3주 정도요. about 3 weeks"


외국인이랑 한국인 모두에게 대답을 하려니 한국어랑 영어를 번갈아가며 대답을 했다.


끽연을 마치고 작가님이 내게 합석을 권했다.


반가운 마음에 부리나케 짐을 챙겨서 가보니 선내 테이블에 다른 두 명의 남자가 더 함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나와 같은 방 사람들이었다.


어쩐지 낯이 익더라..



선내 테이블은 4명씩만 앉을 수 있게 의자가 고정되어 있었고


어차피 외국인(노블)만 빼고는 다들 같은 방이기도 했기 때문에 방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500엔씩 각출을 해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며 술을 마셨다.


우선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는데..


맨처음 만났던 스킨헤드의 작가님은 프리랜서도 하시고.. 전시회도 하시고.. 대학 강의도 나가시는 분이셨고.. (회화 쪽이신 듯)


그 옆의 젊은 친구는 과거 작가님의 수업을 들었고 지금은 일종의 도제관계에 있는 '수제자'(이렇게 표현했다.)였으며..


또 다른 한국분은 혼자 일본으로 휴양여행을 떠나는 포항에 사는 회사원이셨고,


외국인(노블, 35세)은 미국인인데 부산에 살고, 한국 생활 5년 째인 사람이었다.



여행에서의 만남이 그렇듯 서로의 도전과 업적을 훌륭히 받아들이는 상부상조 속에


분위기가 사뭇 훈훈했던 기억이다.


핸드폰 충전하라며 먼저 끼워놨던 충전기의 케이블을 권해주기도 하셨다.












작가님이 내 허벅지를 칭찬하셨는데


노블이랑 비교하니 내 피지컬은 진짜....... 쓰레기였다.


그러다 대화가 팔씨름으로 넘어가서 이렇게 팔씨름도 해보고 ㅋ


중간에 일본인 아저씨가 방으로 돌아오셨는데


작가님이 일본어를 꽤 잘하셔서 "아노 스미마셍 오지상"으로 시작하는 장문의 양해문을 말씀드리자


아저씨꼐서는 "유쿠리 유쿠리"(나중에 알았지만 '천천히'라는 뜻이다.)라는 말로 또 뭔가 긴 얘기를 하셨는데


집중해서 주워들어보니 일 때문에 한국을 방문했다가 돌아가시는 길인 듯 했다.


오사카인지 도쿄인지에 사시는데 돌아갈 때는 버스로 돌아가신다고.. 까지는 알아들었다.





이렇게 즐겁게 대화를 하다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래도 나도 교육전공이고 작가님도 대학 강단에 서시는 분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교육계의 문제(정확히는 학력 인플레=대학이 너무 많음)로 주제가 넘어가면서


대한민국 교육에 딱히 책임이 없어보이는 노블형마저도 대한민국 교육이 가진 문제에 대해


뼈 아픈 고민을 하게 되는 시간도 있었는데 ㅋㅋㅋ


하여간 결과적으로 한국의 교육현실에 대한 질문 세례에 시달리던 


노블 형이 정신줄을 부여잡고 "우리 즐거운 얘기해요"라고 하면서


다들 그제서야 다시 정신을 되찾았다.


하마터면 나도 대학 조교를 하면서 종종 시달린 대학 구조조정 관련한 얘기로 한마디 거들뻔 했다;




그리고 대화 중에 작가님이 두 사람 사정이 되면 같이 달리는 건 어떠냐고 짝짓기 권유를 해주셨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미리 접선을 해둔 웜샤워 호스트에게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처음에는 고사를 했다가,


한 잔 두잔 술도 마시고, 옆에 앉아서 얘기를 해보니까 내 영어가 의외로 제법 통하는 느낌이 있어서(응?)


딱 하루만 같이 달리고 이튿날부터는 각자의 길로 my way하기로 약속을 해버렸다.


내 영어는 정말 쉣이지만, 노블형이 한국어를 좀 하고 머리가 좋다 보니까 의외로 같이 다니는 내내


의사소통에 별 어려움은 없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느낀 게, 실전회화는 정말 눈치과 두뇌회전이 중요하다는 거였다. 그리고 나는 그 두 개가 영 안 좋다는 거...)






원래 내가 생각한 루트는 시계 방향으로 도는 거였는데..


노블이 제안한 루트는 오히려 반시계방향으로 달리기에 적합했던지라..


"are you sure? are you ok?"라고 노블이 거듭 확인을 해왔다.


무슨 가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걱정스럽게 웃어보이며 일단 가보자고 했다.


"you will be so hard. there are many uphill" 대충 이런 내용의 우려에


확실히.. 원래의 내 루트로 돌아가려면 또 한 번 산을 넘어야하는 게 분명해보이긴 했지만,


나는 "I like uphill, and i trust japanese road" 뭐 이런 식으로 대답을 했던 것 같다.


(두 가지 대답 모두 개소리였다.)


술을 마시는 틈틈이 우리는 서로의 스마트폰으로 지도를 보며 내일 달릴 루트를 공유했다.


(오프라인 지도 Maps.Me가 이때 유용했다.)


사실 이 양반이 일본에 가는 게 비자 갱신 때문이라서 후쿠오카에 내리자마자


일단 한국 대사관부터 들르기로 했다.


이런 모든 경우에 있어서 노블 형은 반드시 나에게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다.


정말 매너가 좋은 외국인이었고, 그 매너가 그를 돋보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런 점에서 BD형과 닮은 면이 있었다.


양해를 구하되 비굴하지 않게 당당하게......






노블 형이 나에게 텐트를 가지고 다니냐고 묻기에 "yes I have"라고 했고,


플라이가 있는 텐트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매우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Good~~~~~~"이라고 했다.


같이 캠핑할 의향이 있냐고 묻길래 당연히 그렇다고 했다.







오프라인 지도라서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안 보였지만..


후쿠오카에서 남서쪽으로 남진.. 큐슈 내륙으로 입장하기 위해 필연적인 산을 넘는다.


그리고 제법 커다란 호수가 있는 그곳.. 그곳에서 캠핑을 하는 것


그게 일단의 목표였다.




12시~12시30분 즈음하여..


정확히 얼근한 상태로


우리는 판을 접었다.


그리고 노블 형도 우리방으로 옮겨서


각자의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타지로 가는 배에서,


일행을 만나니


그것도 미국인이니


기분이 참 묘했다.




마음 한 켠에 작은 두려움과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 것이었지만,


시커먼 바다의 인상으로 살포시 덮어두고


두근두근 잠을 청했다.






두근두근,


우릴 실은 배의 심장박동이


때때로 바닥을 타고 올라와


우리의 심장과 만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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