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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7 자전거 전국반주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6 (5日 군산-전주-정읍)(Bicycle Travel)

by 통합메일 2013.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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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블로그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과거에 썼던 여행기의 사진들의 링크가 다 깨져서 복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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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준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2 (1日 청주-진천-천안)(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3 (2日 천안-당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4 (3日 당진-보령)(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5 (4日 보령-서천-군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6 (5日 군산-전주-정읍)(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7 (6日 정읍-담양-곡성,석곡)(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8 (7日 석곡-순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9 (8日 순천-보성)(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0 (9日 보성-해남)(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1 (10日 해남-완도-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2 (11日 제주-중문)(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3 (12日 중문-성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4 (13日 성산-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5 (14日 제주-부산-울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6 (15日 울산-경주-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7 (16日 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8 (17日 영천-대구-가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9 (18日 가산-상주-보은-청주)완결(Bicycle Travel)





2007년 6월 15일

아침산책하는 사람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소리와 텐트에 배어들어온 햇빛에 눈을 뜹니다.

눈이 잘 떠지질 않아서 머리맡에 놓아둔 헬맷에 손을 넣어 속도계를 집어 시간을 보니

아침 5시47분이네요..



텐트 지퍼를 열어 젖히니 벌써 해가 뜬지는 꽤나 오래된 듯 깔끔하게 아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침 바람이 좀 차가운게 으슬으슬합니다.

비 올까봐 꼼꼼하게 후라이를 쳤더니 방한효과를 본듯합니다. 텐트 안은 그렇게 않 추웠는 데..

자전거랑 짐도 무사히 밤을 보낸 것 같네요..



어제 밤에는 이런 곳인줄 몰랐는 데

아침에 보니 사뭇 다르게 보입니다.

자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텐트를 궁금해했을까요;;

그래도 자전거 보고서는 아 여행객이구나 싶어했겠습니다..

학교 쪽을 보니 아침부터 몇몇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밤새도록 뭐가 '퉁퉁'거리더니 사람들 농구하는 소리였군요...

잠결에 방공포 소리처럼 들려서 전쟁난 줄 알았습니다..



무사히 첫 야영을 마무리했다는 생각에 셀프를 찍어보는 데..

허...

이건 뭐..

얼굴이 왜 이렇게 된거죠;;?

어제 90km도 않탔는 데;?

세수를 너무 일찍하고자서 그런가;?

아 저녁이 라면이긴 했습니다만.. 일찍 잤는 데....

피곤해서 쌍커풀은 지려고 했으나.. 얼굴이 부으면서 차마 못다 핀 꽃처럼 그 흔적만이

흐릿하게 남아있습니다...;; 처절하군요...



간만에 전신샷 보여드립니다 ㅎㅎ

텐트를 접은 후입니다.. 저 뒤에 파란색 원반이 텐트입니다~

추워서 천사깃털방풍자켓을 꺼내입습니다. 비니루처럼 얇은 원단인데..

그래도 입으면 은근히 든든합니다.

하의는 집에서 입던 프로프펙스 반바지입니다.

그냥 쫄바지 입고 자려다가 너무 찜찝해서 텐트에서 갈아입었는 데

텐트 구조상 낮아서 앉을 수가 없기 때문에 누워서 갈아입는 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언더웨어는 입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갈 수록 짐싸는 속도가 업그레이드 되네요



어디 씻을곳이 없을까 싶어서 학교 안으로 들어갑니다.

어제 갔던 제2학생회관이 참 좋았는 데.. 시간이 너무 이른 관계로 문이 잠겨있습니다.



그래서 캠퍼스를 방황하다가.....




어제 둘러봤던 인문대학으로 왔습니다.

아무래도 문과이다 보니까 단대도 문과가 끌립니다. 하하;;



자전거를 놓고..

들어가서 미친듯이 씻고 나왔습니다.

어제 쫄바지가 땀에 너무 절고 이틀동안이나 빨지를 못해서 결국에는 눈 딱감고 빨기로 합니다..

어제 낮은 그렇게 덥더니 아침엔 왜 그리 추운지요..

물도 왜 그리 차가운지... 아무튼 빨아서 짜고.. 바로 입어줍니다.


"아흐르흐르그읅~"

그것참..

빨아서 바로 그 쫄바지를 입는다는 것..

그것은 상당히 많은 것을 함축하는 듯 하며..

군산대학 인문대 1층 남자 화장실 어느 칸에서 새어나온 저의 숨소리에도

참 많은 느낌이 함축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뭐 입은 다음에는 괜찮습니다.

사람들이 괜히 쳐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죠..

종아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물은 땀이라고 생각해주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나는 다한증 환자다 나는 다한증 환자다...'




"엘라스틴 했어요~"


비록 비누이지만 머리도 감았습니다.

날아갈 것 같네요.. 

집을 떠나 이런 공공시설물을 이용해서 세수는 물론 머리까지 감아내다니

스스로가 대견스럽게 여겨지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잘 달릴 수 있겠다는 용기가

불끈불끈 솟아납니다~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빠져나가는 데

젖은 쫄바지에 아침의 차가운 공기가 닿으니 그 기분이 참으로 가공할만합니다..

어휘가 딸려 뭐라고 형언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급한대로 일기장에 "시큼하다"라고 기록합니다.



이정표를 따라서 달립니다.

어제 자기전에 텐트에서 지도로 산업도로가 아닌 국도로 가는 길을 공부해놨기 때문에

나름대로 자신있게 달립니다.



오전 7:37

한시간 정도 달렸을까요;?

아놔.. 근데 저는 국도일꺼라고 생각하고 달려왔는 데..

이게 산업도로입니다...

처음으로 이륜차 통행금지 표시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돌려서 돌아갑니다.

가는 길에 아침 일찍부터 일하시는 현장 근로자분들이 계시길래

전주가는 길을 여쭤봤습니다.



아 이거 거의 완전 반대방향으로 왔나 봅니다;;



아침부터 길도 틀리고.. 기운이 쭉쭉 빠지네요..

그래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제 보령 동네 한바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요..

그렇게 위로를 합니다.

아침을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배가 출출한거 같아서 또 오늘 전주가는 길은 큰길 같아서

중간에 먹을 곳이 없을것 같아서 간단히라도 아침을 때우기로 합니다.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오늘도 쥬시쿨과 빵되겠습니다.(4,400)

내부에서 먹는 곳이 없는지라 나와서 먹습니다.



빵우유 사진을 찍고 있자니..

주인 아주머니께서 얼굴을 빼꼼히 내미시고는 그거 왜 찍냐고

비닐봉지 공짜로 줬다고 찍는거냐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어보십니다.


밖에서 먹는 것도 살짝 서러운데 어안이 벙벙해서;;

"아유 저 보면 아시잖아요~ 여행하다가 이렇게 먹는 것들 찍는 거예요~ 기록 기록"

하면서 오해를 풉니다.. 그래도 계속 서성거리시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으시네요..


사진을 찍다보면 이런 일도 많지만..

사실 일상다반사이고.. 이젠 인이 박혀서 뭐 괜찮습니다 하하..

하하..



전주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26번 국도..

일기장을 보니 어제 분명히 26번으로 가야지 싶었는 데

나도 모르게 21번 국도가 전주라고 딱 나오니까 그냥 따라간 모양입니다.

어제 아침에 보령에서 '동네 한바퀴'한 것도 그렇고... 서산 서천 헷깔려서 역주행 한것도

그렇고... 길을 너무 쉽게 보고 가는 듯 합니다.







9:27

큰길로 올라갑니다.

그리고는 달립니다~ 씽씽

익산을 지나가는 중입니다만.. 외곽으로 빠지는 지 도심은 보이질 않습니다.



큰 트럭이 많이 달립니다.

저런 트럭들에 비하면 관광버스는 참 가볍다는 생각이 드는 게

다리위를 달리다 그런 차들이 지나가면.. 관광버스는 그냥 후폭풍만 좀 부는 데 비해

저런 큰 트레일러 버스들의 경우에는 돌풍이 휘몰아치고 교각이 출렁출렁거리는

스릴있는 효과를 동반합니다.

뭐.. 좀 적응되니까 재밌습니다.. 이히~ 얼쑤








히야..

전라도라 그런지 정말 평야가 많습니다..

가도가도 논이네요...

탁 트인게 그냥...


근데 달리다보니까 이거 졸립니다..

옆에서 매연들은 후끈후끈해주고..

앞에서는 역풍이 솔솔 불어주고..

무엇보다 풍경이 변하질 않으니;;

바람만 않불면 헬스장에서 싸이클 돌리는 기분일 것 같네요.

속도는 뭐 20~26km/h.. 딱 좋네요..

미친척하고 살짝 눈 감았다 떠봤습니다;; 0.5초 정도;?



10:56

전주에 왔습니다~

야호~

큰길 달린지 1시간 30분만에 도착입니다.

정말 빨리 왔네요.. 아침 일찍 출발해서 아직 정오도 않지났고.. 좋습니다.

아까 않 헤맸으면 더 빨리왔을텐데 싶어서 아쉽습니다.



이정표와 지도를 대조해보니 월드컵 경기장이 근처인가봅니다.

상당히 외곽에 있나보네요

전주를 그냥 제낄까..말까 제낄까 말까..


하면서 계속 망설입니다.



"아..놔 이거 비빔밥만 아니면 그냥 아싸리 외곽으로 빠지겠구만..."

하면서 지도를 봤는 데..

오..

살짝 포스가 있네요..

잘하면 청주 두배도 되겠습니다..

한 1.5배?

아 같은 도청소재지인데..  굽신굽신이네요.



아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래는 남원으로 해서 순천으로 갈 생각이었는 데

그렇게 하면 담양으로 포기해야하네요?

이런 변이 있나.. 하면서 계획을 수정합니다.

남원을 포기하고 담양을 살린후 순천으로 빠져야겠습니다.

메타세콰이어길을 포기할 수는 없네요.

그러려면 오늘 정읍으로 가야합니다.


정읍~정읍~



(아흙.. 크랭크나 체인 한번도 않 닦아줬더니.. 이건 뭐 장난도 아니군요..)


계속 고민을 합니다....

어머니께 전화해서 조언도 구하고요;;

어머니 의견은 그래도 전주까지 갔는 데 비빔밥은 먹어줘야하지 않겠느냐? 하시네요..

"한국관인가 거기가 유명하다는 데?"

"에이 엄마 거길 또 어떻게 찾아가~ 그냥 가다가 괜찮은 데 보이면 들어가는 거지 뭐"

"그래 그럼 그래라~"







일단 월드컵경기장을 보고..

비빔밥만먹고 다시 거꾸로 돌아와서 외곽도로를 타고 빠지기로 합니다.



11:34


아까 그곳에서 우회전해서 조금가니 바로 월드컵 경기장이네요

근데 횡단보도가 없어서 조금 무서웠습니다.

눈치껏 건너주는 센스



사람도 넣어서 찍고요~

아놔.. 근데 포즈가 또...

큰대자로 하고 찍으려고 했는 데...

무슨.. 아닐 비(非)자가 생각나는...



제대로 나오지가 않아서.. 건물만 한번더 찍어봅니다..

아 역시 내공부족이네요..



흙...






길을 돌아서 아까 그곳에서 이제 전주로 들어갑니다..




이거 뭐라고 읽어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맨 첫글자가 뭐죠?

X남제일문..인데.. X가.. '전'자인가요?

전남제일문;;?

아 뭐 그럴리가 없겠군요..


'호'자인가? 호남제일문??




사진을 찍는 데 어떤 60대쯤 되어보이시는 아저씨 한분께서 오셔서

호의적인 태도로 "뭘 찍어~"

하시길래 "아 예~ 문이 멋있어서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디서 왔냐고 하시길래 청주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뭐 그 뒤에서 그냥 일반적인 그런 얘기들 며칠 걸렸느니..



뭐 기왕 말을 섞은 거 비빔밥집 많은 데가 어디냐고 여쭤봅니다.

바로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있답니다.

과연 비빔밥의 고장 전주 외곽부터 비빔밥집으로 도배되있나보다 싶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가려고 하는 데

아저씨께서 "막걸리나 한병 사먹고 들어가게 천원만 줘"라고 하시네요

길도 물어봤겠다.. 이거 삥뜯기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업보구나 싶은 생각에 "댁이 이 근처세요?"라고 여쭈면서 힙쌕에서 지갑을 꺼냅니다.


"응, 나 바로 요기 삼포 아파트 101동이야"라고 하시네요.

"아 예.."

하면서 지갑을 열었는 데, 천원짜리가 없네요.

옆칸에 있는 만원짜리가 전부. 그렇다고 만원짜리 드릴 수도 없고.

낭패이다 싶으면서도 다행이다 싶습니다.


"아이고 아저씨 제가 아까 아침먹고 돈을 않찾아서 지폐가 하나도 없네요 어쩌나"

"아이고 어뜨캬"

이젠 뭐 완전 대놓고 들이대십니다.

그래도 또 저도 적극적으로 힙쌕을 뒤적뒤적거려서 동전을 모아봅니다.

850원나오네요.

"아저씨 동전은 있는 데 어떻게 이거라도"

"그래 뭐 줘봐"




그거라도 접수해주시겠다고 친히 받아주시면서 (850)

"에이 이거 또 어디가서 200원 읃어야겄네"

"하하 그럼 안녕히가세요 아저씨"

"응 잘가"


후........

뭐 좋습니다.. 여행하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거겠지요.

뭐 가이드비용 냈다고 생각하고 일찍 털어버리고 아저씨가 가르쳐주신 방향으로 향합니다.

쌈박한 업힐이 기다리고 있네요.

근데 업힐을 넘어서 내리막을 내려가다보니.. 이거 좀 뭔가 이상합니다?

풍경이 어째.. 굉장히 도시 외곽으로.. 공단? 뭐 그런쪽으로 가는 것 같습니다.

아차 싶어서 얼른 차를 세우고 버스 정류장에 계신 선량한 시민들께

이쪽으로 가면 비빔밥집 나오냐고 여쭤보았습니다.

아주머니 한분이 고개를 갸웃하시면서 이쪽으로가면 아무것도 없다고 얘기해주시네요.

바로 차 돌려서 돌아옵니다.


'아.. 낚였구나....'

올라온 업힐을 다시 내려가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습니다.

아후.. 아후.. 아후.. 

어쩌겠어요 하하..

아저씨가 제대로 가르쳐주셨는 데 제가 잘못이해하거나.. 뭐..

몇분전까지는 그곳에 식당이 많았는 데 도시 정책이 바뀌면서.. 다 철거됐거나 그런거겠죠.

분명 그런것일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가려던 대로 전주 도심으로 향합니다.

전주에도 한옥마을이 있군요.


아.. 근데 가도가도.. 비빔밥집은 코빼기도 않 보입니다.








12:31

게다가 얼추 한시간을 달렸는 데...

도심이 않 보입니다-.-;;

'아니 뭐 이렇지?'

주위는 분명 길도 좋고.. 차도 많이 다니기는 한데.. 저랑은 별로 상관없는 건물들만 있고..

중요한 건 비빔밥집이 정말 하나~도 없다는 겁니다.

'전주에 유명한 거 비빔밥 아니었나? 어떻게 된거야?'

패닉에 빠지려고 합니다..





그렇게 한 20분을 더 달립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는 데 길 건너에 한국관 광고판 같은 게 보입니다.

옆에 쌀집자전거 타신 할아버지가 계시길래 "저 할아버지 한국관이 혹시 이 근처인가요?"

여쭤보니.. "응 이 길건너면 저거 잖아"

아.. 광고판이 아니라 그냥 간판이었군요..


어머니께는 어떻게 찾아가냐고 말씀드렸는 데..

결국에 온건 한국관이네요...

뭔가 참 아이러니합니다.





맛의 고장 전주~

아 드디어 비빔밥을 먹어보겠네요..




식당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데..

뒤에서 "저기요"하고 부르는 소리가 있어 돌아보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제 또래 남자 두분이 자전거를 타고 말을 걸어옵니다.



그중 한분은 외모가 참으로 단정했는 데 그 학생이 질문을 해옵니다.

여행하시는 거냐고.. 하루에 얼마달리시냐고.. 

같은 또랜데 또 뭐 조언을 드리기가 머쓱해서 겸손겸손하게 말을 합니다.

"예 뭐 제대하고 복학하기전에 그냥 여행하는 거예요 하하; 하루에 한 80Km달리는 데

뭐 별로 힘들진 않네요. 쉬엄쉬엄 달려도 6시간 정도 달리면 80Km정도는 달려요~

해보세요 괜찮네요 재밌고 하하"


잠자는 것도 물어보시길래 비오면 찜질방 비않오면 텐트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즐거운 대화였습니다.

아.. 그 사내 참 외모가 준수하네요..  열등감 느꼈습니다;;





그 두 학생과 헤어지고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메뉴판을 주는 데.. 외관에서 느껴지는 포스에서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제일 싼 메뉴가 5,000원이군요.

마음은 이미 10,000원짜리 한국관 놋그릇 육회 비빔밥을 비비고 있습니다만

그냥 8,000원짜리 한국관 비빔밥을 주문합니다. (8,000)

왠지 여행하면서 먹을 음식들중 가장 비싼 음식이 될 것 같습니다.



오.. 드디어 나왔습니다. 비주얼이 상당히 맛깔스럽게 생겼어요.

간만에 먹는 밥이라 천천이 아껴가면서 최대한 맛을 음미하면서 먹었습니다.


하지만 금방 먹게 되네요..

평소엔 먹지 않는 반찬들도 다 식량이기 때문에 꾸역꾸역 먹습니다.






맛은!!

비빔밥입니다.

뭔가 좀 버라이어티한 맛일줄 알았는 데 비빔밥이네요.


계산을 하고 화장실도 들리고 물도 채우고 한 후에.. 식당을 나옵니다.

근데 난 분명 냉수를 떴는 데.. 물이 미지근하군요.. 




바깥에 왠.. 대학 후배중에 '임우혁'이라는 후배랑 싱크로율이 94%인 청년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아는 척을 할뻔 했습니다;;

휴.. 아찔하네요.






14:05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도시로 너무 많이 들어와 버려서 다시 나갈 수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그냥 도시를 뚫기로 합니다.

점심시간이라 그런건지.. 길에 차도 많고..

택시랑 승용차랑 정면충돌한뻔 하는 것도 목격하고;;

전주가 무서워지네요..

시내로 들어가니.. 의경들이 또 무슨 단속을 하시는 지..

여기저기 갓길에 차 세워버리고.. 인도로 올라가니 사람미어터지고..;;

체인이 빠지질 않나...



빠진 체인은 급히 내려서 그냥 급한대로 끼워버렸습니다.

간신히 정읍 이정표를 찾아서 전주를 탈출합니다.

휴... 나름 규모가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정말 힘듭니다.



달리다보니 또 아까 체인 빠졌을 때 뭐가 잘못되었는 지 뒷드레일러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네요.





첫째날 삼촌집에서 챙겨왔던 수건 하나를 희생해서 스프라켓과 체인을 나름 열심히 청소합니다.

3시의 햇빛은 정말 따갑네요.. 땀이 줄줄줄 흐릅니다.

청소를 해주고.. 드레일러 미세조정을 해주니 그나마 좀 나아집니다.



적절한..

참 오래간만에 찍는 것 같은 셀프입니다.

이런저런 장애물에 짜증이 많이 나서 표정이 굳어있습니다.



새로 개발되는 아파트 단지인 것 같네요.

이쯤되면 전주를 얼추 많이 벗어난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그냥 하염없이 달립니다.


달려라 달려~



김제시 '금천'이라는 곳에서 쉬어갑니다.

그나저나 언제 갑자기 김천으로 들어온건지 모르겠네요..



아.. 김제하면 과연 '평야'군요..

근데 평야는 아직 않 보입니다..

더워서.. 잘 모르겠어요;;

헤롱헤롱~




공사를 하는 데 도로 확장공사인 것 같습니다.

이런 류의 공사의 경우.. 그 구간이 상당히 길다는 특징을 갖는 데 걱정이 되네요..

과연.. 가다보니까 공사 공사 공사.. 공사현장을 옆에 끼고 달리게 됩니다..

외곽 시외 국도이다보니 그래도 빵빵거리는 차들은 별로 없군요.



16:41

속도계를 보니 77.58km를 탔습니다.

아까 군산-전주 구간이 쭉쭉빵빵 뚫려있어서 그때 많이 끊은 것 같네요.

그나저나 이노무 정읍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습니다.

여차하면 그냥 담양까지 갈 작정이었는 데 정읍까지나 갈 수 있을지 슬슬 걱정이 되옵니다.

7시 전에는 도착을 해야할텐데..



드문드문 보이던 정읍 이정표가 자주 나오기 시작합니다.

갈림길이 솔찬히 많네요..

주변에 도시들이 많은 가 봅니다.




날씨는 푹푹찌는 데 그래도 하늘이 참 예쁩니다.

아.. 맨날 실외에서 렌즈 갈아끼우고 그랬더니 CCD에 먼지 붙었네요;;

가슴이 아픕니다.

불쌍한 카메라 주인을 잘못만나서..





16:57

속도도 않나고.. 쉬엄쉬엄 달리다가 들꽃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17:12

자꾸만 쉬는 간격이 잦아집니다.

체력이 떨어진 걸까요?

아까 전주에서 밥도 간만에 먹었는 데.. 다리에 이상이 생긴건 아닌지 무섭습니다.

하긴.. 전주을 탈출하느라 진을 다 빼서... 점점 전주가 원망스러워 집니다.

휴......



주유소와 모텔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하늘이 정말 예뻤는 데 내공 부족과 귀찮아서 보정을 안함으로써.. 황입니다.






이렇게 가는 곳곳마다.. 공사중입니다.

노면이 그리 좋지는 않네요..



오.. 구름 진짜 멋있습니다... 하늘.. 구름...






땀이 너무 나서 저지 안에 줄줄 흘러서 이렇게 옷을 젖혀서 말려줍니다.

그나저나 다리랑 비교해보니 다리가 정말 많이 타기는 했군요..

타는 거 무서워서 일부러 7부 쫄바지로 선택했는 데..



18:12

아.. 정읍 13Km남았답니다.

'평속20으로 달리면 한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건가?'

속으로 계산을 해봅니다.


'그럼 7시가 넘어서 도착한다는 건데.. 후덜덜 해지면 어떻게 한담..'


일단 마지막 힘을 다해서 열심히 달리기로 합니다.

영차영차.. 세컨드 윈드가 불어주기를 바라며..



18:27

아.. 해가 뉘엿뉘엿 산 너머로 떨어져갑니다.

제 그림자도 자꾸자꾸 희미하게 길쭉해져갑니다.

힘냅시다 영차영차...



풍광이 멋졌는 데

빛이 너무 강해서 하이라이트로 날아가버리네요.. 아쉽기 정말 그지없습니다.







"아 당최..  정읍은 언제 나오는 겨;;?"

진짜 지칠라고 합니다...



이분은 벌써 지치셨네요..

저도 저렇게 되지 않으려면 정신 똑바로 챙겨야 쓰겠습니다.



18:44

속도계 distance를 보니 얼추 다온 것 같기는 합니다.



그러네요;;

다왔습니다... 정읍~ 정읍시입니다 하하하




내리막을 내려가자마자 우측에 학교가 있길래 간판도 않 보고 그냥 훅 들어갔습니다.





규모가 살짝 있는 학교같네요.




아.. 오늘은 여기서 잘까 싶기도 합니다.



일단 급한대로 빨래부터 하기로 합니다.

인적이 없어서.. 주위를 경계한 뒤 나름대로 으슥한 곳(그래도 트여있음;;)으로 이동하여

'빛의 속도', '빛의 속도', '빛의 속도'를 생각하며 쫄바지를 벗고 그냥 통반바지로 갈아입습니다.

그리고 옷들을 물에 적셔놓고는 저도 세수하고.. 머리감고.. 윗옷도 벗은 김에 그냥

손바가지를 만들어 물 뿌리고 훅훅 닦습니다.




천사깃털자켓입고 셀프찍는 데..

대박이군요...



19:41


아쫌 제대로... 머리도 좀 다듬고..

요건 광각으로 인물사진을 귀엽게.. 대두로 찍을 때 쓰는 앵글인데..

뭐.. no comment..입니다.

신경써서 찍었는데도 이렇게 흔들리는 걸보니 많이 어둑어둑해지긴 했나봅니다.

검은 고글을 쓰고 있다 벗었더니.. 육안으로 보기에는 더 밝아진 것 같은 데 말이죠.



수돗가에는

'대통령 각하 하사금으로 이 급수대를 세움'이라고 새겨져있습니다.


저 복무하던 충북 청원군 문의초등학교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방문해서

피아노를 '하사'한게 있었습니다.

저 나가기 몇달전에 피아노상에 팔아버렸는 데.. 20만원이던가?

학교 사람들 마음엔 대통령 하사품이니까 좀 비싸지 않을까 싶었는 데 말이죠.



양말 두켤레와 저지.. 쫄바지.. 버프를 빨았습니다.

근데 딱히 빨래를 널만한 곳이 없어서 두리번 거리던 중에 한켠에 리어카가 있어서

그 손잡이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공익할때 정말 리어카 많이 끌었는 데 말이죠..

교직원분들이 가끔 '소'같다 하시면서 불쌍해하셨습니다.

무튼.. 사람이 자주 만지는 곳은 먼지가 쌓이지 않으니 나름 깨끗하다는 생각에

그곳에 걸었습니다.




이제 저녁이라도 때워야겠다는 생각에 학교 밖으로 나가봅니다.



패밀리 마트가 있어서 들어갔습니다.





카프리 2병, 삼각김밥 3개(참치김지, 화끈불갈비찜, 전주비빔밥), 초코우유, 쥬시쿨을 샀습니다.

5,850..

아.. 또 그냥 밥 먹을껄 하는 마음이 들만도 하지만..

오늘은 그냥 괜찮네요.. 삼각김밥도 밥으로 인식을 하는 걸까요.

카프리를 쪽쪽 빠는 데 그냥 잘 들어갑니다. 한병만 마시고 한병은 세이브합니다.

전주 비빔밥은 전주에 오만정이 다 떨어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삼각 김밥들 중에서 좋아라 하는 메뉴라 골랐습니다.

쥬시쿨은 생명수니까 당근 포함이고요..

초코 우유는 나름 사치품목인데.. 먹지 않고 챙겨둡니다.



어느새 저렇게 고글을 머리에 쓰는 게 당연하게 되어버렸네요.

저렇게라도하지 않으며 머리가 떡이져서 봐주기가 좀 힘이 듭니다.



그렇게 저녁을 때우고 나오는 데

패밀리 마트 앞에 박스가 버려져있길래 사장님한테 박스 하나만 가져간다고 말씀드리니까

흔쾌히 그러라고 하셔서 박스를 득템했습니다.

텐트 밑에 깔고 잘 생각입니다. 히히

 




학교로 돌아가는 데 가는 길에 1층에 게임방이 있는 곳이 있어서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가게 문 앞에 자전거를 묶어 놓고 들어갑니다.

꽤 럭셔리한 게임방이네요. 흡연구역에는 컴퓨터마다 재떨이가 다 세팅되어있는  게 그냥..

편의점에서 마시지 않고 남겨둔 맥주를 한병 마시면서 생존신고를 합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bicycle&no=44587&page=1&search_pos=-43243&k_type=1110&keyword=%EB%94%B0%EA%B0%80%EB%A6%AC)


싸이도 점검하고 이것저것 한시간을 때우고 계산하려고 하니까 1,200원이네요..

럭셔리한 이유가 있었군요.. ㅎㅎ(1,200)



(다음날 아침 찍은 사진)


학교로 돌아와서 아까 그 수돗가로 가서 빨래를 걷어서 룰루랄라 놀이터로 와서

빨래는 자전거에 널고 텐트를 칩니다.



동상이 좀 있는 게 무섭긴 하지만.. 뭐 그래도요.. 여지껏 귀신은 않 나왔으니 말이죠 하하;


텐트도 치고.. 짐도 넣고 했는 데.. 가만 뭐가 허전.. 합니다.


보통 헬맷에 속도계.. 라이트.. 장갑 등을 넣어서 머리 맡에 놓고 자는 데..

장갑이 않 보입니다...


여기저기 아무리 찾아도 없습니다.



아이고.. 잃어버렸구나.. 싶어서 어디서 흘렸나..

최대한 집중해서.. 여기저기 찾아보는 데... 왔던 길 다 찾아보고..

수돗가도 가보고.. 수돗가에서 놀고 있는 중딩 언니들한테도 용기를 내어

"저 학생들 혹시 여기 장갑같은 거 떨어진거 못 봤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했는 데..

운동장 도는 분들한테 얼추 다 물어봤는 데...

아까 갔던 게임방도 빛의 속도로 밟아서 가서 물어봤는 데..

아무데도 없습니다.

제 기억에도 일단 분명히 학교까지는 끼고 왔는 데..

학교 어디에선가 흘린거 같은 데.. 없습니다..



'장갑이 없이 어떻게 여행을 한다;;?'

하는 수 없이.. 일단 텐트에 들어와 눕긴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앞이 막막하고

손발이 오그라질라고 합니다.. 뭐 일단 사면 되겠지만.. 왜 이렇게 스스로가 한심한지

모르겠네요. 자전거 사면서 맨처음 사서 신나게 끼고다닌 장갑이라 정이 많이

들어서 그런걸까요.. 휴.. 


마침 삼촌한테 전화와서 하소연을 하니 뭐 그런거 갖다 신경을 쓰냐고 합니다.

하긴 그러네요. 앞으로 힘든 일이 얼마나 많을 건데 장갑 잃어버린 것 가지고 이럴 순

없지요.. 일단 내일 아침 일찍 찾아보기로 하고.. 일단 잠을 청합니다.


라디오를 들어보려고 채널 스캔을 해보지만 시외곽이라 그런지 아무 채널도 잡히질 않네요.

그냥 mp3에 넣어온 음악들을 들으며 눈을 감습니다.



잠이드는 사이 여행은 5일차에서 여행 6일차로 넘어갑니다.


주행거리:105.38Km
주행시간:6시간50분21초
평균속도:15.4Km/h
최고속도:54.16Km/h
누적주행거리:448.69Km

사용금액: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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