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5 (14日 제주-부산-울산)(Bicycle Travel)

05:36

객실의 스피커를 통해서 "All STAFFS Ready"라고 추정되는 방송이 나옵니다.

부시시하게 눈을 뜨니 객실의 형광등 불빛이 두눈을 습격합니다.

밤새 밝은 형광등 밑에서 잤더니 눈이 않떠지는 것 같네요.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니 막내 성민이는 보이질 않고, 발업잔차형은

가방을 꾸리고 계십니다.

이틀전 1,100고지 업힐과 전날 3시간 자고 성산일출봉 올라간 것의 후유증이

오늘에서야 그 결실을 맺는 듯한 느낌이군요.

휴.. 잠을 제대로 못 잔듯 정신을 차리기가 좀처럼 쉽질 않습니다.

이틀전 1,100고지 업힐과 전날 3시간 자고 성산일출봉 올라간 것의 후유증이

오늘에서야 그 결실을 맺는 듯한 느낌이군요.

잠시 후 저도 일어나 몸과 짐을 추스리는 데 막내가 들어옵니다.

사진을 찍고 왔다는 군요.

새벽의 부산항은 해무가 자욱하게 내려있습니다.

짐을 꾸리고 자전거를 챙기러 바깥으로 나가니 부산항이 보입니다.

부산항 너머로 부산이 보이네요.. 정확히 말하면 '영도'라던가요?

셀카로 상태 점검을 하는 데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05:46

드디어 10시간여만에 육지를 밟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배 오래타기는 처음인지라 감개무량합니다.

보고 싶었다 육지야~

8월 25일의 부산은 잔뜩 찌푸린 하늘로 덮여있습니다.

비가 보슬보슬 오고요.. 우중 라이딩을 감행합니다.

네명의 인원이 앞으로의 계획을 의논해본 결과..

발업잔차 형은 집이 부산이니 여기서 여행을 끝내고..

막내는.. 울산 큰아버지 댁으로 갔다가 내일 친구들 만나러 다시 부산으로 오고

서울 큰형은 동해안을 따라서 강원도까지 올라가신답니다.

저는.. 일단은 집으로 가야하니 어느 정도까지는 서울 큰형과 동행할 것 같네요.

06:21

부산의 명물..이란 화제가 제주도를 다닐 때 종종 우리의 대화중에 대두되곤 했습니다.

'부산가면 뭐를 먹어야 겠다'하는 것이 주된 결론이었는 데..

다 먹긴 불가능할 것 같아서.. 돼지 국밥을 먹기로 했습니다.

저 뒤로 보이는 것이 부산고등학교라는 군요.. 학교가 곧 이사를 갈것 같다는

발업잔차형의 설명이 곁들여집니다.

돼지국밥 4,000원입니다.

발업잔차형께서 부산이 고향이니 마지막으로 쏘겠다고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형

돼지 국밥이 나오고

먹습니다.

부산 소주 C1의 맛도 봤습니다.

청주엔 '시원'이 있지 말입니다.

다 먹었습니다.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나른한게 또 '멍'해지는 군요.

식당을 나와서 조금 달리다보니 비가 억수로 쏟아집니다.

텐트 후라이가 판초우의 역할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곳에서 한번 시험해보자 싶어서

비를 비하면서 꺼내입고 가방과 짐에서 방수처리를 합니다.

그리고는..

부산을 빠져나가기 전에 발업잔차형의 에스코트를 받아서 부산의 볼거리들을 몇개

돌아보기로 합니다.

누리마루를 한번 가볼까 했는 데 10시부터 문을 연다고 해서 이곳은 포기고요..

해운대와 광안대교를 향해 갑니다.

06:24

이곳이.. 광안대교가 보이는 곳 같고요.

그런것 같기는 한데..

안개 때문에 다리가 잘 않 보입니다..

그것참;; 않 보입니다.

그래도 말로만 듣던 광안대교 앞에 왔는 데

과연 곳곳에서 기념촬영이 이루어지는 군요.

훈훈한 풍경입니다.

그렇게 여유를 즐기며 구경을 하고 있는 데, 옆을 보니

아저씨 한분께서 광안대교의 전경을 담고 계셨는 데

그 포즈가 가히 인상적인지라..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12mm 광각을 이용해서

도촬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자전거 짐받이 위에 올려진 침낭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셀프타이머를 이용해서

단체사진도 찍습니다.

아.. 제 판초우의 안습이군요..

09:23

광안대교에 이어 해운대도 구경하고..

송정터널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는 발업잔차형과 헤어져야 할시간이네요..

아쉽고 섭섭한 마음에 좀처럼 발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형 너무 즐거웠어요..

형과 함께 올라간 1,100고지.. 성산일출봉.. 잊지 못할겁니다.

다음에 꼭 또 만나기로 약속하면서 발업잔차형을 뒤로하고 우리 세명은 송정터널을 통과합니다.

송정터널을 지나서 이제 울산으로 가는 데..

울산가는 길에 용궁사라는 절이 있군요..

올라가는 데 업힐이 살짝 있었는 데..

도로의 요철때문에 막내의 짐받이 기둥 한쪽이 부러져버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뒷브레이크도 없는 자전거;; 기어이 한건 하는 군요..

짐이 출렁출렁거리는 자전거가 심히 불안하긴 한데..

급한대로 다른쪽 기둥에 케이블타이를 묶어서 좀 더 견고하게 응급처치를 했습니다.

용궁사에는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많았는 데..

저보다 세네살 연배이신것 같은 선생님이 아이들을 통솔하고 계셨습니다.

'나도 임용고시 완빵에 붙어서 얼른 선생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는 군요..

용궁사.. 참 아름다운 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12:59

울산이 약 15Km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힘들어하는 막내입니다.

짐도 출렁출렁하고요..

철티비에 짐받이 주렁주렁 다셨는 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스피드를 자랑하시는

파워 라이더 서울 행님이십니다.

전 업힐에선 무조건 페달링인데.. 이 형님 참 대단하십니다.

12:59

셀카도 빠질 수 없지요.

제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만..

달리다가 갑자기 패니어끈이 끈어져 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합니다.

좀 황당했긴 하지만..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있었는 지

이내 안정을 되찾고는 준비해간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서 더 견고하게 바느질을 해서

짐받이에 부착시켰습니다.

15:22

울산 시내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서울 행님 친구분을 만나서 점심을 얻어먹게 됩니다.

시내에서 좀 헤매긴 했지만 한시간 정도만에 간신히 랑데뷰~ 합니다.

아

아

아

얼마만에 먹는 고기인지요;;

갈비를 사주시는 데..

아.. 정말 행복했습니다.

울산 사시는.. 형님.. 감사합니다.

갈비를 다 먹고서는 게임방도 다녀오고 막내 자전거 짐받이도 수리할 겸 잠시 나왔습니다.

먼저 자전거포에 갔는 데 짐받이를 다는 데 7,000원이군요..

우리 막내 또 기지를 발휘해서 1,000원을 깎아버립니다;;

대단한 우리 막내..

타이어 레버를 않 가지고 다니길래.. 3,000원짜리 타이어레버 한벌을 사줬습니다.

필요할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펑크났을 때 타이어레버 없으면 정말 난감하니까요.

게임방에 가서 사진들을 올리고 사진 올리는 동안 생존신고를 합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bicycle&no=46740&page=1&search_pos=-46862&k_type=1000&keyword=%EB%94%B0%EA%B0%80%EB%A6%AC%EC%83%B7)

전면 USB포트를 못 찾아서 포기하려고 하는 데.. 알바께서 알려주시네요..

그러는 와중에 막내가 와서는.. 이제 가겠다고 인사를 하네요..

눈물이 찔끔..

이제는 서울행님과 동행하는 여행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될 듯 합니다.

우리는 천안-청주라 가까우니까 언제 한번 보자고

찐하게 악수를 하고는 막내를 보냅니다.

18:44

그런데 게임방을 나왔더니.. 시간이 벌써.. 5시가 되었습니다.

사진 올리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네요..

오늘 영천까지 지르려고 했는 데.. 이거 안되겠습니다.

어떻게 하니 망설이고 있는 데..

서울형님과 의논한 결과 결국은 오늘 라이딩은 울산에서 마치기로 합니다.

아쉽군요..

그러면 이제 잘 곳을 찾아야겠는 데..

평소처럼 텐트를 어디서 치나 생각하는 데..

부산형님께서 여관을 가자고 하시네요;;

'여관'

'여
관'

고등학교 수학 여행 때 이후로 발 딛어 본 적 없는 미지의 공간이로군요.(아마도요)

편하기도 하고.. 빨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일단 반갑기는 한데..

돈의 압박 때문에 뇌리 저편에서 먹구름이 뭉게뭉게 들이닥치는 것 같습니다만..

제가 여관비를 분담하려고 하자 형께서 말씀하시길

"너한테 부담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나는 원래 이런 도시에서는 여관에서 자니까

나 자는 김에 너도 껴서 자는 거다"라고 하시며 받지 않으시네요..

이런식으로 또 돈이 굳네요;;

21:04

여관에 들어가서 씻고 빨래를 하고 조금 쉽니다.

얼마만에 하는 빨래인지.. 아마도 3일만인 것 같군요.

쉬다가 이제 광역시에서 자게 된 기념으로.. 형과 함께 번화가를 나가보기로 합니다.

택시를 타고.. (후.. 택시~) 번화가로 가달라고 부탁합니다.

기사님께서 울산대 근처랑 롯데(현대?)백화점 근처가 있다고 하시길래.

사람 젤 많은 곳으로 가달라고 하니까 그럼 백화점 쪽으로 가신답니다.

차 유리 너머로 울산의 밤거리가 빠르게 스쳐지나갑니다.

10분정도를 달려서 택시에서 내리니 과연 번화가는 번화가인것 같네요..

그런데 기대했던 것 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는 느낌입니다.

차들은 많군요.. 충북대 중문 정도는 가볍게 능가할 거라고 생각했는 데..

평일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형과 함께 사람 많은 곳을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좀처럼 찾기가 쉽지 않군요..

터미널도 있는 게 번화가 같기는 한데..

이거 원;; 울산에 대한 실망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롯데 영프라자인가요??

청주에도 있습니다. 하하하

이런데서 자부심을 느끼는 건 중소도시민의 비애인가요 ㅠㅠ?

계속 계속 헤매입니다.

원래 목적은 사람들 많은 곳에 가서 사람들 구경하면서 맥주 한잔 시원하게 마시고

들어오는 거였는 데;; 뭔가 이상하게 꼬이는 것 같네요.

길 건너에 택시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서 있길래

커다란 길도 건너보고요...

간만에 꺼내입은 평상복이 멋드러지군요.

맨날 저지에 쫄바지만 입었더니.. 감촉이 이상합니다.

와..

진짜는 아닌 것 같은 데..

시내 한복판에 관람차가 있어서 인상적입니다.

참 예쁘네요.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도 있군요..

청주에는 일년정도 전쯤에 생긴 것 같습니다.

한번도 가보지는 못 했습니다;;

맛있나요?

길을 건너간 곳에도 별로 사람들이 없길래..

결국에는 막장식으로.. 그냥 길 가는 대학생을 붙잡고는

"저 죄송한데 여기 근처에 사람 많은 데가 어디예요??"라고 여쭤봤습니다.

짐짓 당황스러운 기색을 잠시 비추던 그 분께서는 이내 평정을 되찾고

아까 방금전까지 우리가 있던 곳을 가리키며..

"저기가 술집고 많고 사람 젤 많은 데 거든요"라고 경상도 억양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봐도..

사람이 많다..고 하기에는 좀..

이따금씩 사람이 몰려서 많은 것 처럼 보일 때가 있긴 한 것 같습니다..

결국엔.. 그냥 포기하고는.. 맥주 전문점 같은 곳에 올라왔습니다.

창밖으로 아까 그 청년께서 말씀해주신 사람 많은 거리가 보입니다.

맥주 전문점인데..

여기서 자신있게 내놓은 걸로 보이는 맥주는 좀 비싸고요..

그냥 검소하게 생맥주를 마십니다.

안주고요

닭꼬치 같은 안주를 시켰습니다.

맛은.. 닭꼬치 맛입니다.

머스타드 소스 맛이 진한게 좀 인상적이긴 했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이쁜 아가씨가 밖에 지나가면 형과 함께 창문에 안구를 밀착시키기도 하고..

형의 옛 첫사랑 얘기도 듣고..

형의 옛날 전국일주 얘기도 듣습니다.

배울 것도 많았고.. 거의 무용담급의 스토리에 정말 재미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는 데

제가 "어떻게 보면 이 여행은 버리러 온 여행인 것 같네요"라는 말을 꺼내자

형께서 "그래 버리러 온 여행이지만 아마 너가 돌아가면 버린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는 걸 알게 될 꺼야"라고 말씀해주십니다.

그 한마디에 뭔가 이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더 견고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뙤약볕과 빗속을 뚫고 달리는 와중에서 뭔가 마음속에서 불안불안하던 것의 원인

그것은 아마도.. 좀 더 나아진 나를 발견하고 싶은 데 돌아가면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인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형의 덕담에.. 참 가슴이 뿌듯해집니다.

00:38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 이제는 자러 여관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네요.

가게를 나와서 택시를 타고 여관으로 돌아갑니다.

돌아가서는 형과 함께 TV로 스타크래프트 영상을 관람합니다.

프로게이머들를 화제로 침대에 나란히 누워 이야기를 나누는 데

형이 말씀하시다가.. 마치 건전지가 나가버린 카세트 플레이어 소리처럼

그 목소리가 살그머니 자취를 감추어버립니다.

말씀하다 주무시다니;; 엄청 피곤하신가보네요.

mp3를 찾아서 귀에 꽂고는.. 내일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집에는 언제쯤이나 도착할까.. 생각하다가 잠이 듭니다.

주행거리: 79.16Km
주행시간: 5시간 04분 52초
평균속도: 15.58Km/h
최고속도: 51.14Km/h
누적 주행거리: 1,147.73km

사용금액: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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