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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7 자전거 전국반주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4 (13日 성산-제주)(Bicycle Travel)

by 통합메일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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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블로그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과거에 썼던 여행기의 사진들의 링크가 다 깨져서 복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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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준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2 (1日 청주-진천-천안)(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3 (2日 천안-당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4 (3日 당진-보령)(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5 (4日 보령-서천-군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6 (5日 군산-전주-정읍)(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7 (6日 정읍-담양-곡성,석곡)(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8 (7日 석곡-순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9 (8日 순천-보성)(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0 (9日 보성-해남)(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1 (10日 해남-완도-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2 (11日 제주-중문)(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3 (12日 중문-성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4 (13日 성산-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5 (14日 제주-부산-울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6 (15日 울산-경주-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7 (16日 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8 (17日 영천-대구-가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9 (18日 가산-상주-보은-청주)완결(Bicycle Travel)





2007년 6월 23일


4시 쯤 됐을까요?

"저벅저벅"

새벽부터 주차장을 돌면서 아침 운동하시는 동네 주민분들의 발자국 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이곳 주민들께는 성산 일출봉 주차장이 운동장인 모양입니다.

부시시 정신을 못 차리고 텐트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더니 운동하시던 아주머니들께서

"아이고 딱하지 우리 발자국 소리 때문에 총각들 잠 깨서 어쩌나" 하십니다.

아 뭐.. 괜찮습니다.. 어차피 일찍 일어나야 했으니까요

배시시 웃어드리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 잠시 멍하니 있으니 발업잔차 형도 일어나셔서

주섬주섬 텐트를 걷고 채비를 하십니다.


그러는 와중에 갑자기 어디선가 산타모 한대가 서서히 다가옵니다.

헤드라이트를 비춰서 눈이 부십니다.

"~~~~~~~"

아저씨 한분께서 내려서 뭐라고 하시는 데 자동차 엔진 소리 때문에 잘 않들립니다.

"예??"

"텐트 안된다고!"

아예..

근데 또 말이 짧으시군요.. 하하

어차피 이제 텐트 걷으려고 했는 데 한소리 들으니까 또 기분이 상해버려서

궁시렁궁시렁 대면서 짐을 정리합니다.

알고보니 그 아저씨는 일출봉 매표소 직원이셨군요..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서 출근하셔야 하니 짜증이 나실 것도 같습니다.

짐을 정리해서 자전거에 결속해놓고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일출봉을 올라갑니다.

입장료를 받는 데 24세 이상은 2,000원이고 이하는 1,000원입니다.

제가 빠른 85년생인데 얼떨결에 둘다 1,000원씩만 내고 올라갑니다.





아침에 조우하는 일출봉은 저녁에 봤던 것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군요.

자욱한 안개에 둘러쌓여 있습니다.

물론  (성산)城山이긴합니다만 이럴 땐 꼭 (성산)聖山같군요.



그 스케일 만큼이나 올라가는 길이 좀 힘이 듭니다.

아무래도 3시간여밖에 못 잔데다가 어제 1,100고지 오른 후유증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듯 합니다.

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이지 자전거 타는 근육과 산 타는 근육은 엄연히

틀린 것 같습니다.



스크림 바위예요.. 잘 보면 눈코입이 있답니다.

괜히 플래시 터트렸네요.





거의 다 올라왔습니다.

올라오고 보니 생각보다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는 군요.

30분 조금 안되어 올라온 것 같습니다.

저 멀리 성산마을이 내려다 보이네요.





오늘의 첫 셀프입니다.

헬맷은 언제나 머리에..






일출봉 전망대에 다 올라왔습니다.

커피나.. 차를 파시는 할머니께서 그 시간에 벌써 올라와서 계단 한켠에 앉아계신 것이

무척이나 신기합니다;; 그 몸을 이끌고 얼마나 힘드실지..

바람이 불고 안개가 심해서 체온이 내려가는 지 조금 춥습니다.

발업잔차형께서 할머니께서 파시는 꿀차를 사주셨습니다.

달달한게 그냥 피로가 싹 가시는 느낌이예요.



타이머 누르고 후다다다다다다닥 달려가서 셀프도 찍습니다.

이런 너무 작게 나왔네요;




저 멀리 동쪽 바다를 바라보지만..

자욱한 안개 때문에 어째 멋진 일출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어헛"

이런.. 근데 이런 높은 곳에 '토끼'가 있네요?

두세마리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차 파시는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서울에서 온 사람들이 집 토끼를 가져다가

풀어놨는 데 이 녀석들이 (새)(끼)를 치고 아주 집처럼 산다고 합니다.

사방이 풀 천지이다 보니.. 게다가 천적도 없으니..

토끼가 살이 뒤룩뒤룩 찐게 그냥;; 기어다니네요.. 토끼인지 돼진지 이건..



06:26

한시간 넘게 서성 거리면서 일출을 기다리다가 지쳐서 일단 성산 마을 풍경부터

찍어봅니다. 이쪽도 사정은 별반 다를 것은 없습니다;;

바람 한번 불면 안개가 꼈다가도 또 한번 불면 대낮처럼 화창했다가도..

날씨 정말 제멋대로 날씨군요.


일출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좌절하고 있는 데

꿀차 파시는 할머님께서 조금 진득하게 기다리면 볼 수 있을 거라고 희망을 주셨습니다.

과연 다시 동쪽 바다를 조준하고 있자니..

점점 해가 떠오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해는 이미 아까 떴는 데

햇빛에 안개가 증발하면서 태양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꼭 무슨 일식 때 같군요..



그러다가 급기야 태양이 완연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빛이 바다에 반사되면서 굉장히 눈이 부십니다.

아.. 이거 괜찮군요.

아까 해가 수평선 위에 올라올 때 이랬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죠..









06:28

아무래도 이곳의 일출과는 인연이 없는가보다 싶습니다.

남자답게 깔끔하게 다음을 기약해야겠죠.

"하하 형 이제 그만 갈까요?"

"응 그러지 동생"


행여나 넘어질까 무서워서 조신하게 살살 산을 내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신명나게 자전거를 달려서 여객 터미널이 있는 제주로 향합니다.





형이 아침 먹고 출발할까? 하시는 것을 아침을 너무 일찍 먹으면 배가 일찍 꺼질 것 같아서

조금 달리다가 먹자고 했는 데..




아무리 달려도.. 제주도의 동쪽에는 딱히 관광지도 없고..

편의점도 없고..

식당이 밀집한 곳도 없고..




다 갈치정식집에.. 뭐 비싼데뿐입니다.



배가 고픕니다.









10:16

큰일났습니다.

배가 고픕니다.

자전거 탈 때의 주의할 점에는 이 '배고픔의 예방'도 포함되겠죠.

배고프다는 것이 느껴질 때는 이미 늦은 겁니다.

10시 정도 되니까 배가 고파서 단전에 힘이 들어가지 않음으로써 페달링의 리듬이

깨지기 시작합니다. 급한대로 물을 마시고 비상식량을 찾아보지만.. 없습니다.



길은 좋은 데.. 평속 20Km 정도로 달리는 것 같은 데..

당최 스피드가 나질 않습니다.

마지막 수단인 어기적어기적 오징어 댄싱 페달링까지 쓰게 됩니다.

'내 이 여행에서 마지막 필살기를 쓰게 될 줄은..'

정도는 아니지만.. 제주도 마지막에서 이런 꼴을 당할 줄은 몰랐던 일입니다.

아까 아침 먹고 나올껄 형한테 엄청 죄송해지네요.


그러다가 결국엔 제주시를 10Km 남겨놓고 발견한 패밀리 마트

컵라면.. 쥬시쿨.. 빵.. 엄청나게 사먹습니다.

허기는 채웠는 데 휴.. 축적됐던 에너지가 워낙 고갈된지라 힘이 쉬이 돌아오질 않네요.







11:28

그리곤 이후.. 열심히 달려서..

제주시 도착 및 여객 터미널 도착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사진을 전혀 못 찍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배 시간 부터 확인합니다.

미리 확인해놨던 것 처럼 설봉호. 오후 7시에 있네요.

약 7시간 정도 시간이 남아서;; 이거 또 시간이 붕 떠서 곤란합니다.



아직 표는 팔지 않고요.. 아무래도 오후 3시 정도는 되야 팔것 같습니다.

예매를 해놓고 어디 둘러보고 올까 싶었지만 그마저도 하루 전에 해야 한답니다.







적절한 셀카입니다.








힘들어서 멍하니 벤치에 앉아 쉬고 있는 데

문득 형께서 남은 시간 동안은 서로 개인 행동을 하자고 제안을 하십니다.

"예 뭐 그러시지요. 형은 어디라도 다녀오시게요?"

형은 근처에 가까운 해수욕장에 다녀오시겠답니다.


저는 제주시에 들어가서 게임방을 찾아서 사진이나 옮겨야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형이 출발하시고 저도 제주시로 향했습니다.

시내로 사료되는 곳에 들어갑니다.

사람이 꽤 많고 차도 많습니다.

종종 게임방 간판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데 힘들게 자전거를 묶어놓고 올라간 게임방들이 어찌 된 영문인지 죄다

영업을 하지 않네요..



성인게임장 같은 곳들은 많은 데.. 또 그런데 들어가긴 무섭고 말이죠;;

그러닥 어떻게 천신만고 끝에 찾은 게임방은 이게 또 USB가 들어가질 않네요.


USB허브 가져왔으면 정말 요긴하게 썼을 텐데 이럴 땐 정말 그게 참 아쉽습니다.

카드 리더기 쓰시는 분들 USB허브 꼭 가져가시길;; 연장선 말이죠.






어이가 없어서 허탈하게 다시 제주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2층에 올라가니 코인 컴퓨터가 있네요?

'에이 여기서 하면 될껄 괜히 멀리 나갔네' 하고 봤는 데 여긴 또 USB가 없습니다.

완도 여객 터미널만도 못한 제주 연안여객터미널 실망입니다.



배가 고파서 2층에 있는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사먹었습니다.

5,000원 악덕 사장님께서 손님 왔는 데 아줌마들 뭐하냐면서 여사님들을

막 구박하셔서.. 좀 민망했습니다.

밥에.. 찌개에.. 고추에.. 쌈장으로 이루어진 아주 소박하고 단촐한 식단을 맛봅니다.



밥을 먹고 있는 데 마침 막내한테 전화가 옵니다.












이틀만에 보는 막내라 그런지 참 반갑군요.

수염이 자욱한 것이 고생을 많이 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혼자서 잘 다녔다고 합니다.



너무 피곤해서 막내랑 얘기하다가 졸다가 계속 반복합니다.

형이 너무 않오셔서 전화드리니까 펑크가 두번이나 나셨다고 하네요.

정말이지 펑크 지긋지긋하게 나시네요.

슈발베 마라톤 플러스 로드 타이어 비추라고 하십니다.


꾸벅꾸벅 졸다가보니 막내가 없어져서 어디갔나 찾아다니는 데

밖에 나가니 있네요.. 그런데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습니다.

"하하 그래 신기하다"

하면서 구경을 했는 데.. 이건..

대박입니다.

(http://minihp.video.cyworld.com/pims/board/video/videobrd_view.asp?tid=47570983&item_seq=31955414&board_no=24&cpage=1&list_type=2)


자세히 보시면 초반에 저 목 부러져보고 싶어서 널부러져 자고 있는 것 나오는 군요.

눈물이 역류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에 저 때문에 완주를 못 해서 미안하더군요.

잠시 후 도착하신 형도 보시더니 대단하다고 UCC 꼭 올리라고 하십니다.

우리 막내 참 재주도 많네요.


표를 끊습니다. 완도-제주보다 멀어서 그런지 제주-완도는 36,000입니다.

큰 비싸네요~









터미널 앞에서 스탠딩 연습도 하고..

발업잔차형 클릿 신고 아발란체 살살 타보기도 하면서 놀고 있자니 어느덧 탑승시간이 다 됐습니다.

18:38

이젠 굿바이 제주도네요.

아 근데 배를 타려면 2층으로 올라가야 하는 데..

아니 2층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 데..

하하 자전거 업바해서 그게 무슨 뻘짓인지 말이죠;;


맨처음 1층 홀에서 올라가는 데 까지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그나마 할만하더군요.






티켓을 입에 물고 배타러 갑니다~






배에 탔습니다.

업바를 해서 저 계단을 올라오는 데 정신을 잃을 뻔 했네요.





자전거를 결속합니다.




막내도 결속합니다.





이제 곧 떠나게 될 제주항..

배 아랫쪽에서는 선원분들이 부지런히 출항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저기 있는 커다란 배가 바로 메가쇼킹 만화가의 신혼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제주-인천 간 여객선 <오하마나>)




새로운 일행이 생겼습니다.

배인수 형님이시네요~

서울사시고 방년 35세이시고.. 두번째 하시는 전국일주 이십니다.

와 저도 나중에 저렇게 다시금 도전할 수 있는 열정을 고이 간직하고 싶네요.




Good-bye제주


컨셉 매니저로써 즉석에서 개발해낸 설정이랄까요?

다른 멤버들도 또 뽐뿌받아서 이 포즈로 한컷씩 찍습니다.

드디어 제주도와 작별이네요.

하지만 뭐 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두번이나 더 올꺼니까요;;

하지만 다른 두 사람 특히나 발업잔차 형은 굉장히 아쉬워 하시네요.

역시.. 자연과 풍류를 사랑하시는..






점점 아스라히 제주도가 멀어져 갑니다.

비록 3박 4일이었지만.. 그곳에서 함께한 우리들의 추억들이 마치 제주도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우리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며칠전의 일인데도 처음 막내와 형을 만나서 같이 배를 타고 사진 찍고 같이 술 마시고

텐트치고 폭우 속에서도 미친척 라이딩하고 했던 일들이 너무나도 먼 옛날의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아서 왠지 슬퍼져 괜시리 코끝이 찡해지는 것 같습니다.

기분이 꿀꿀하네요.




선실 내부로 들어가서 구경을 합니다.

현대 설봉호.. 그러고보니 이 배가 바로 그 금강산 관광 때 쓰였던 배인가 보군요.



붸페가 있는 데.. 이건 뭐.. 8,000원.. 음.. 망설여집니다.



오락실이 있네요.

철권 3가 있어서 잠시 앉아서 몇판 해봤는 데

이건 뭐.. 난이도가 풀 XTR인지라..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결국 연이어 스테이지 1을 깨지 못하는 굴욕을 당하게 됩니다.





19:58

해가져서 어둑어둑해집니다.

배가 커서 그런지 그래도 완도에서 탔던 배보다는 출렁출렁거리는 게 확실히 덜합니다.

아까 낮에 밥을 먹은 이후 먹은 게 없고.. 그나마 터미널에서 뭐라도 사먹은 저완 달리

발업잔차형은 편의점에서 빵이랑 컵라면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드신게 없기 때문에

매점에 가서 컵라면이라도 사 먹을 요량으로 가봤는 데.. 팔질 않네요.

원래 없답니다.. 눈앞이 캄캄해지는 게.. 이거 슬슬 또 배가 고파지는 데..

이거 아무래도 오늘은 배고픔과의 사투를 벌여야만 하는 날인가 봅니다.



결국 테이블에 모여앉아서 서울 큰형이 쏘시는 맥주를 홀짝이고

발업잔차형이 짱박아뒀던 초코파이를 배급해주시고..

저랑 막내도 초코바며 칙촉 같은 과자들을 사와서 풀어놓습니다.



아 근데 맥주를 먹어서 알딸딸하고 화장실도 자주 가는 데;;

이게 좀처럼 배가 부르질 않군요..


남자 넷이서 둘러앉아 여행의 노하우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다가

서울 큰형의 밥짓기 노하우가 나왔는 데..

'밥' '밥' '밥' 아.. 맛있겠다.

그 시점에서 막내의 쇼킹제안이 부활합니다.

"우리 밥 해먹을까요?"





순간 모두의 눈이 희번득입니다.

하지만 저부터 이미 배에서 밥을 해도 될지 상당히 가치갈등에 휩싸입니다.

아무래도 올바른 일이 아닌 것 같고..

서울형님도 만류하십니다..













우리의 막내는 굴하지 않습니다.

배 뒤켠으로 가서 바람막이를 하면서 밥을 짓기 시작합니다.






종국에는 선원으로 사료되는 분께 들키지만, 아이고 라면인데 빨리 조심해서 먹겠습니다

라고 둘러대는 막내의 기지로 인하여.. 무사히 밥을 짓는 데 성공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막내 크게 될 녀석이군요.








양은냄비에 완성된 밥과..

서울 큰형이 협찬해주신 어묵과.. 쌈장..

저는 맥가이버 정신을 발휘해서 종이컵을 양분하여 간이 숟가락을 만들었습니다.

맨밥에 쌈장을 비벼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허겁지겁 냠냠 맛있게 먹는 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같습니다.


먹고나서 다 먹은 세사람도 어이가 없어서 실없이 히죽히죽 웃습니다.

빈속에 뜨신 밥이 수북히 들어갔더니 나른한게 마구마구 늘어지네요.

선실까지 걸어갈 자신이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내 힘을 내서 선실로 돌아가서는 잠을 청합니다.

막내는 밤바다를 한번 더 보고 오겠다며 다시 배밖으로 나갔습니다.

정말이지 막내의 활동성에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군요.


"형 안녕히 주무세요.."

아마도 마지막이 될 저녁인사를 형에게 건네고는 헬맷베개를 하고 누웠습니다.

아.. 제대로 씻지는 못했지만.. 배도 부르고.. 적당히 출렁출렁하는 것이

이것도 나름대로 참 행복합니다.

눈뜨면 이제 부산이겠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다 위에서 맞이하는 꿈나라에선 어떤 꿈을 꾸게 될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주행거리: 48.36km
주행시간: 2시간 52분 51초
평균속도: 16.79Km/h
최고속도: 44.53Km/h
누적주행거리: 1,068.57Km

사용금액: 약 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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