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3 (12日 중문-성산)(Bicycle Travel)

2007년 6월 22일

06:30

눈을 떠보니 찜질방 중앙홀 맨바닥에 이불도 없이 그냥 널부러져 자고 있습니다.

어제 단둘이 여행온 여자애들 TV보면서 깔깔대는 목소리를 감상하다가 잠들었나봅니다.

생각해보니 바닥에 까는 매트리스도 찾아보기 힘든 신개념 찜질방이군요.

부시시한 머리를 후다닥 정돈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지만 막내도 형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찜질방 여기 저기 기웃기웃 거리다가 수면실에서 자고 있는 막내를 일단 발견합니다.

그리고 막내를 찾고 수면실에서 나오다가 목욕탕에서 올라오는 형님을 만났습니다.

"가야지"

"예, 좀 늦잠 잤네요 하하"

전날 자기 전에 막내가 완성시킨 달콤한 미숫가루를 음미하면서 의논한 결과

오늘 형님과 나는 1,100고지를 올라가고 막내는 아무래도 자전거 타는 게 몸에

익지 않은 관계로 무리인것 같으니까 샤방샤방 달리면서 관광을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됐습니다.

날씨가 좀 걱정되긴 했지만 억수같이 퍼붙는 게 아니라면 그냥 가기로 합니다.

곤히 자고 있는 막내를 뒤로 하고 발업잔차형이랑 함께 내려가서 샤워하고 옷을 입고

짐을 챙겨서 찜질방을 나섭니다.

자전거를 보니까 바닷바람+비 종합세트에 여기저기 녹이 나 있습니다.

일단 급한대로 물기를 닦아내고 체인과 케이블쪽에 구급 오일링을 행합니다.

저는 기름을 떡칠해서 타는 체질이라서 그래도 체인이나 구동부에는 녹이 별로

슬지 않았지만, 건식 오일만 살짝 발라서 빡빡 닦아 최소한의 기름만으로 달리는

발업잔차형의 아발란체 1.0은 체인이.. 이뭐병... 새빨개지기 직전입니다.

우선 1,100고지 업힐에 앞서 아침배를 채우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김밥나라는 아니고 김밥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라면1개에 김밥 3줄을 먹습니다.

저 혼자 먹으면 딱 맞을 분량인데;; 형은 매우 상식적인 사고방식으로 갖고 계신지라;;

뭐 저도 그리 배가 많이 고프지는 않았기 때문에 잘 먹었습니다.

"형 우리 오늘 잘해봐요 하하하"

천백~ 천백

여행떠나기전에 자전거 갤러리 '지제이'횽의 여행기 등에서 접해보고 너무나도
기대되고 또 두렵기도해서 이제는 어느새 경외의 대상이 되어버린 그 이름
'천백고지'를 드디어 오늘 올라갑니다.
(http://gall.dcinside.com/list.php?id=bicycle&no=40142&page=1&search_pos=-41476&k_type=1000&keyword=%EC%A7%80%EC%A0%9C%EC%9D%B4)

1,100고지 이정표가 보입니다.

멀리서 봤을 땐 6자가 뭉개져서 0자로 보였는 데 가까이서보니 6자네요..

10km가 아니고 16Km입니다..

6Km의 차이로 반올림이 되면서 꼭 20Km같이 느껴져버렸습니다;;

간혹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긴 하지만 막 퍼붓진 않아서 오히려 달릴만합니다.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이런 날이 뛰기엔 더 좋지"라고 코치님한테 말하는 게 생각나네요.

적절히 부슬부슬 내리는 비라면 체온도 내려주고 더 좋은 것 같습니다.

09:23

안개가 걷혔다.. 다시 꼈다 하는 신출귀몰한 날씨가 반복되고

형이랑 저는 계속 올라갑니다.

간혹 인심 베푸는 것 마냥 평지나 다운힐이 나오지만;;

그다지 기대할만 것은 못 됩니다.

끌바하는 건 굴욕이라고 생각하고 절대 끌바하지 않던 저였지만

1,100고지 초입의 무시무시한 업힐에서는 눈물을 머금고 자전거에서 내립니다.

앞바퀴가 계속 들려버려서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16km짜리 업힐을 올라가려면 체력안배도 중요합니다.

저도 한장 찍습니다.

앗흥~ 형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보통 목적지가 있으면 길가에 얼마 정도 남았다고 표시가 있는 데

이곳은 결코 그런 표시가 없네요..

기어는 1-1로 놓고 올라가는 데, 오르막이 너무 높아서 힘 않들이는 페달링

따위는 할 수가 없습니다;;

올라가다 보니 휴양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초입부터 경관이 끝내주는 것이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일단은 업힐이 우선이기 때문에 내려가는 길에 들리기로 합니다.

10:56

중간 중간 못해도 30분에 한번씩 쉬는 듯 합니다.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고통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김장비닐을 씌운 가방입니다.

현재는 카메라를 꺼내기 위해 비닐을 반쯤 벗긴상태고요

하도 오래 씌워놨더니 습기가 많이 찼습니다.

안쓰럽네요;;

가도 가도 끝나질 않는 업힐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좀 제대로 나온 발업잔차횽인 것 같습니다.

온몸에서 광채가 나시네요.

1,100고지가 정말 빡쎄긴 빡쎄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 사건이 두번있었는 데

한번은 올라가는 데 커브에서 버스가 시동이 꺼져서 뒤로 얼마간 내려간다음에

다시 힘 받아서 올라온 것이고요..

또 그 뒤에 조금 올라가는 데.. 승용차 한대가 퍼져서 레카차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차주께서 자전거 타고 여기를 올라온 거냐고;; 차도 퍼지는 곳인데 대단하고 하시네요.

그 말 듣고 형이

"좀 쉬었다 가자 우리도 고장나겠다;;"

라고 하셔서 마침 저도 쉬고 싶던 차에 또 한번 쉬어갑니다.

그나저나 정상은 언제 나오는 걸까요.

업힐.. 업힐

노루가 나오나 봅니다.

형이 노루를 본적 없다고 갑자기 "노루~ 노루~" 노래를 불러주십니다.

얼쑤~

빙그레 입가에 미소가 살면서 막판에 힘이 나는 듯 합니다.

우리 힘내요 형~

열심히 달립니다~

3일 동안의 관찰결과 발업잔차횽은 산수를 좋아하신다랄까요?ㅎㅎ

자연을 사랑하는 사나이셨습니다.

식물들 보면서 제주도 오니까 식물들도 못 보던게 많다고 신기해하시고

어쩌면 제가 참 그런쪽에 너무 관심이 없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12:14

1,100고지에 도착합니다.

지제이횽 여행기 보니까 다 올라가면 뭐

'올라오느라 욕 봤습니다'이런 식으로 바닥에 쓰여있다는 데 모르겠네요.

아무래도 그건 중문이 아니라 제주쪽에서 올라오는 길에 써있는 건가봅니다.

과감하게 삼각대 세팅하고 형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아 정말 행복합니다.

다 올라오고 나니까 오히려 이 정도쯤이야 뭐 오를만 하다 싶기까지 하네요.

지금까지의 역경이 저를 많이 성장시켜준 것 같습니다.

천백고지에 있는 휴게소에서 음료수를 사 마시면서 잠시 쉬고 화장실도 다녀옵니다.

高地라는 말 처럼.. 기실 높기만 하지.. 그다지 볼 것은 없는 듯 합니다.

정오가 다 됐는 데도 변덕스러운 날씨는 그대로라서

안개꼈다가도 고개 한번 돌리고 나면 금새 화창해지고..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섬의 날씨란 원래 이런 것일까요?

아무튼 좀 쉬었으니.. 이젠 내려갈 차례입니다.

후후.. 다운힐이예요 다운힐~

미친듯한 스피드..

다운힐에서 미친듯이 쏘는 스타일인지라..

또 미친듯이 쏴버렸습니다;;

최대한 에어로다이나믹한 자세를 취하고 말이죠;;

그러다가 하마터면 산밑으로 날아갈뻔하는 사태도 벌어졌습니다만..

핸들틀어서 다른 방향으로 길게 미끄러져 내려가는 걸로 여유있게 위기를 모면합니다.

바로 윗 사진의 풍경 때문인데요.. 좌우로 계속 산림이 버티고 있어서 간만에

나온 경치를 보니 너무 반가워서 말이죠.

저기 보이는 붉은 건물들이 아마도 탐라대 같습니다.

아까 올라 올때 보니까 안개가 쌓여서 뭔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과연.. 신비의 대학교가 아닌가 싶습니다.

올라올 때 경사도를 줄여주던 커브가 내려갈때는 다운힐의 독이됩니다.

아무튼 뭐 거의 다 내려왔네요.

순간 옆을 돌아봤더니 안개가 걷혀서 다시 한번 풍경을 찍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들은 중문일까요?

적절한 셀프입니다.

셀프찍을 정신이 없어지네요.

무튼 이제 거의 다 내려온 것 같습니다.

올라 갈 때는 2시간 30분 정도 걸리던 것이 내려올 땐 30분도 않 걸리는 것 같아 조금 슬픕니다.

중문쪽으로 내려가다가 서귀포쪽으로 빠지니 또 업힐이 있네요.

아놔.. 좀 빡쎄기도 하고.. 과도한 업힐로 인하여 배가 다 꺼져서 힘이 없습니다.

젖먹던 힘까지 다 짜내서 서귀포까지 갑니다.

식당이 있는 곳을 찾아내니 이제 살았구나 싶네요.

뼈다귀 해장국을 먹기로 합니다.

제주도는 대체적으로 물가가 사뭇 비싼편이라서 가급적 대중적인 음식을 먹는 게

싼것 같더군요... 다른 곳에도 많이 있는 음식;; 말이죠.

근데 뭐 여기는 다 그리 비싸지 않군요.

뼈다귀 해장국 2그릇을 주문합니다.

음식 기다릴 정신이 없을 만큼 배가 너무 고파서

고추나 오이부터 얼른 쌈장 찍어 먹고요

드디어 메인 디쉬가 나오고

맛있게 먹는 데

(이때는 몰랐는데 지금 보니까 저 신천지라는 글자가 참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차 사진 않 찍었다."

아.. 여행을 다니면 이런 일이 종종 많이 발생하는 듯 합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빈그릇..

흙

식당을 나와서 보니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이 바로 앞입니다.

축구장 한번도 않 가본 저인지라.. 마침 문도 열려있길래 형이랑 함께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와.. 이렇게 생겼구나.. 저게 바로 그 태풍만 오면 다 찢어진다는 그 천막인가요?

기대한 것보다 넓진 않았지만.. 그래도 축구장을 봤다는 점에서 만족스럽습니다.

난생 처음 찍는 따가리샷의 축구장 셀카입니다.

다시 나와서

축구장 전경도 찍고요~

발업잔차 형한테 부탁해서

점프샷 셀카에도 성공했습니다.

점프샷은 정말이지 타이머로는 못 찍겠어요.

이제 우리는..

제주도 동쪽으로 향해서 달립니다.

그런데 가다가 형의 자전거가 펑크나버렸습니다.

쓰레기 버리면 부정타서 그 대가로 펑크가 나는 것 같아서

결코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시던 형이었는 데..

무자비하게 펑크가 나버렸습니다.

뒷바퀴 QR인지라 능수능란하게 바퀴를 빼서는 펑크패치를 붙여버리십니다.

근데 조금 있다가 "뽕~"하는 소리와 함께 "피슈우우우우우우호로로로로로롤"하면서

또 저절로 펑크가 납니다;; 이거 아무래도 튜브 자체가 맛이 간 것 같아서

다른 튜브로 갈아버립니다.

이제는 천지연에 갑니다.

중문에 있는 천제연을 놓쳤기 때문에 꿩대신 닭이라 생각하고 가는 거지요 뭐

입장료를 2,000씩 받습니다.

형이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염치없군요.

천지연~

고등학교 수학여행 때 왔던 기억이 납니다.

이곳은 그래도 기억이 잘 나는 편이네요^^

사실 폭포보다는 이런 조경에 눈이 더 갔습니다.

'풀 깎으려면 힘들겠구나'

아직 공익 때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군요.

요런 징검다리(?)도 있고요

가본 분은 아시겠지만 천지연 진입로가 사뭇 길지요?

오랜만에 오랫동안 걸어보네요.

이렇게 오래 걸으니까 이상합니다 하하;;

페달밟는 근육이랑 걷는 근육이랑 아예 계열이 다른가봐요.

윗쪽에 나뭇가지들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사진찍기에 괜찮군요.

간만에 열심히 사진 찍으시는 형입니다.

안내판입니다.

천지연에만 사는 동식물들이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드디어 도착한 천지연..

무슨 뜻이죠?
연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요?

하늘, 땅, 그리고 못?

천지연 배경으로 적절 셀카입니다.

형도 제대로 나왔네요 하하하

천지연만 찍어봅니다.

역광이 심해서 뭐.. 말짱 꽝이네요.

역시 산천초목과 동물을 사랑하시는 발업잔차형은 오리를 촬영 중이십니다.

앗흥~ 동심에 취하신 듯

근데 둘러보다 보니.. 어제 찜질방에서 제가 감상했던 목소리의 주인들을 만나게 되네요.

"찜복 입었을 때는 그렇게 추리했었는 데 꾸미니까 사뭇 괜찮은 걸?"

형님과 저의 의견이 또 한번 그렇게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사람들의 소망이 동전이 되어 수장되어 있습니다.

발업잔차횽은 발걸음을 멈추시더니 결의에 찬 표정으로 펑크신이 떨어지길 기원하며

동전을 던지시고는 너도 던지라고 제게도 10원짜리 동전을 하나 건네십니다.

발업잔차형 동전은 골인이고.. 제것은 노골입니다.

아흙.... 전 펑크나는 건가요?

아까 봤던 징검다리를 건너갑니다.

프레이밍을 적절히 사용하니 괜찮은 풍경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색 알록달록한 색상들이 예뻐서 찍었는 데..

너무 산만하군요.

각도도 너무 비스듬하고~

이후로..

미친듯이 달립니다.

영화박물관을 한번 들려볼까 싶었지만 도착했을 땐 6시 정도 되었었고 해서

중간에 농협 하나로 마트를 들린 것을 제외하면 계속 달립니다.

큰길이 나오고 자전거 도로도 아스팔트인지라.. 평속이 25Km정도 나오겠습니다

20:24

한참을 달리다보니.. 성산이 한 5Km정도 남은 것 같습니다.

내일 아침 성산 일출봉에서의 일출보려면 오늘 밤 잠은 그곳에서 자야하기 때문에

일단 성산 일출봉까지는 가야합니다.

길가에 식당에 불이 켜져있길래 물이라도 얻을까해서 들어갔습니다.

동네 계라도 하시는지.. 아저씨 아주머니들 다 모여계신 데

삼겹살 냄새가 진동을 하네요...

염치 불구하고 일단 들어갔으니 물 좀 뜬다고 하니까

익숙하신 듯 떠가라고 하십니다.

꾸벅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물을 뜨는 데

삼겹살 냄새 때문에 정신을 잃을 것 같네요..

제가 또 원래 삼겹살을 워낙 좋아하는 지라....

힐끔힐끔 계속 쳐다보지만 끝내 얻어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하하

결국엔 어제 고산에서 형이 샀던 키커가 남은 게 있어서 그것으로 허기를 달랩니다.

저녁을 않 먹었더니 좀 힘들군요.

오늘 많이 달리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달리니까 드디어 조우한 성산 일출봉..

달리는 데 다온 것 같은 데..

바다쪽 저 멀리 뭔가 시커먼 덩어리 하나가 보여서 다가가니..

Nikon D70+TOKINA 124로 30초 노출주어 찍었습니다.

굉장하군요...

더 무서운 것은 사진에서는 장노출이라 저렇게 좀 밝은 거지만 사실 가로등도 없어서

칠흙같은 어둠이었는 데 그 어둠속에서도 동네주민들 몇분이 산책을 올라가신다는 겁니다;;

하긴.. 집이 여기면 앞마당 같기는 하겠네요.

일단 내일 올라가기로 하고 내려와서 식사거리를 찾습니다.

근데 이쪽은 또 특산물이 갈치백반이나 그런거라서 많이 비쌉니다 그런건

3~4만원하네요;; 됐다 그러고요.

민박집도 굉장히 많아서.. 동네 민박집 아주머니 할머님들의 호객행위를 떨치는 게

살짝 어렵습니다;; 좀 당황스럽네요.

동네에 치킨집이 있길래 혹합니다.

컵라면이냐 치킨이냐 갈등하다가 후라이드 치킨을 직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닭 닭 닭~

치킨을 사서 편의점 (제주도는 패밀리마트가 참 많습니다)에 가서 맥주1병, 소주1병 컵라면 1

해서 편의점 테이블에서 먹네요.

아.. 꿀맛 정말 맛있습니다.

얼마만에 먹는 닭인지요.

원래 닭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 데.. 지금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습니다.

맥주도 술술 소주도 술술..

근데 편의점 사장님께서 매장내에서 술은 안된다고 빨리 드시고 치워달라고 하셔서

좀 눈치보면서 마십니다. 하지만 밖에는 모기떼가 우리만 기다리고 있는 걸요;;

휴.. 문득 이제 육지로 가서 형은 집으로 돌아가고 다시 혼자만의 여행이 시작되면

이렇게 술 마시는 것도 끝이겠구나 싶습니다. 뭐 그래봤자 며칠간만이지만요.

참 감사하고. 완도에서 형이랑 막내를 만난 게 정말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혹여나 마음 않 맞는 사람과 팀이 됐으면 정말 슬픈 일이잖아요.

한병을 나눠마신 것 뿐인데 벌써 조금 알딸딸해진 몸을 이끌고 잘 곳을 찾습니다.

딱히 잘 곳이 마땅치 않네요.

인적이 드물고. 화장실이 가깝고 해야하는 데..

비슷한 곳이 성산 일출봉 주차장입니다;;

결국엔 성산 일출봉 주차장 자전거 거치대에 자전거를 묶고 그 지붕 밑에 텐트를 쳤습니다.

화장실도 있으니 좋지요 뭐

깔끔하게 세수를 하고.. 나니 개운하기도 하고 술 기운에 괜시리 기분이 좋아져서

절로 노래가 나옵니다.

기웃기웃 대면서 노래를 부르자니 형이 씨익 웃으면서 "술 됐네~" 하십니다.

머쓱해진 저는 "하하 그런가요?"

전광판에 쓰여진 내일 일출 예상 시각은 오전 4시 50분인가 그렇습니다.

얼른 자야겠네요.

그런데 텐트에 들어가서 속도계를 확인하면서 일기를 쓰다가 보니..

아까 1,100고지 다운힐에서 최고속도 67.7Km 찍었네요.

신기록입니다. 하하

한건 이룬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고..

좀 더 질렀으면 70인데 싶어서 아쉽기도 하고..

자꾸 눈이 감겨서 일기를 얼마 쓰지 못 합니다.

누워서 이제 자야지 하면서 mp3를 들으려고 하는 데

늘 그렇듯 저는 결코 묶은 적이 없는 데 이어폰 선은 알아서 엉켜있습니다.

'아.. 짜증나 또 엉켰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이어폰 줄을 풀다가.. 소로록 눈이 감깁니다.

이런 나 오늘 정말 힘들었나 보군요.

하지만 1,100고지는 정말 재밌었습니다.

주행거리:101.55Km
주행시간:7:19:54
평균속도:13.84Km/h
최고속도:67.7Km/h
누적주행거리:1,020.21Km (드디어 1,000Km Over^^)

사용금액: 얼추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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