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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7 자전거 전국반주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0 (9日 보성-해남)(Bicycle Travel)

by 통합메일 201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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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블로그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과거에 썼던 여행기의 사진들의 링크가 다 깨져서 복원합니다.


<이전 목차>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준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2 (1日 청주-진천-천안)(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3 (2日 천안-당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4 (3日 당진-보령)(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5 (4日 보령-서천-군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6 (5日 군산-전주-정읍)(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7 (6日 정읍-담양-곡성,석곡)(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8 (7日 석곡-순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9 (8日 순천-보성)(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0 (9日 보성-해남)(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1 (10日 해남-완도-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2 (11日 제주-중문)(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3 (12日 중문-성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4 (13日 성산-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5 (14日 제주-부산-울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6 (15日 울산-경주-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7 (16日 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8 (17日 영천-대구-가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9 (18日 가산-상주-보은-청주)완결(Bicycle Travel)





2007년 7월 19일




06:11

아침 일찍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인지;;

처음 눈을 뜨니 4시네요;; 너무 이른 것 같아서 다시 눈을 뜨니 6시가 다 되었습니다.

황급히 텐트 밖을 보니 이미 환한게 해뜨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서둘러서 텐트를 걷고 짐을 챙깁니다.

이젠 뭐.. 짐싸는 데에 철학같은 것도 많이 생기는 것 같네요.



짐을 다 챙기고 적절한 타이밍 또 셀카를 행합니다.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셀카를 챙기려니 표정이 좀..

사실은 만화 '미스터 초밥왕'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정을 따라해봤습니다.





요런거죠?

일명 '입술까뒤집기'

ㅎㅎ;;




아무튼.. 6:30분쯤 학교를 나와서 보성을 빠져나갑니다.

안개 때문에 시야확보가 제대로 되질 않습니다.

가시거리가 50m도 채 되질 않는 것 같네요.

하지만 조심조심.. 서둘러서.. 달립니다.



15분여정도 달리니 몽중산다원이라는 곳이 나왔습니다.

안개가 급속도로 옅어져 가는 상황인지라..

이곳을 한번 찍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페달질을 멈춥니다.

이름도 '몽중산' 저 '몽'자가 아무래도 꿈 몽(夢)자 같아서 안개하고 매치가 잘되는 게

웬지 느낌이 좋습니다.



좋은 기분에 마침 다원으로 들어가는 아주머니가 계셔서 밝게 인사를 했더니

흠칫 놀라시면서 마지못해 인사를 받아주십니다.

쪼금 올라가는 데 혹시 녹차밭 가냐고 물어오십니다.

"예 사진 좀 찍을라고요"


근데 이곳은 이 시간에는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곳일거라고 하시네요;;

아..

몽중산은.. 악몽의 몽중산이군요..

서둘러 다시 돌아와서 자전거에 오릅니다.




눈에 보이는 속도로 안개가 옅어져 가는 데..

몽중산 다원 초입에서 무려 5분 정도를 까먹었습니다;;

페달의 토크를 올립니다.




07;03

"헥헥"...

체력유지고 나발이고..

안개가 사라져가는 데 아무생각도 않 납니다.

미친듯이 밟아서 결국엔 보성초등학교를 출발한지 30분만에 봇재다원에 도착하는

쾌거를 이루어냈군요.. 어제는 한시간이 넘게 걸렸는 데...

아무래도 어젯밤 자기전에 떡진 브레이크를 요래요래 만지작 거린 효과도 많이 있는 듯 합니다.







영차영차영차영차..

차영차영차영..



녹차밭산을 올라갑니다.

어제 올랐던 곳이기 때문에.. 훨씬 부담이 적군요..

역시 '사전답사'의 힘 되겠습니다.



하지만 풍광이 좀처럼 도와주질 않습니다.

답답할 정도로 안개가 껴줘야 하는 데..

전지된 녹차나무들에.. 어정쩡한 안개... 힘이 쫙쫙 빠지면서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옵니다.



그래도 열심히 올라는 갑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정확히 1년 뒤에 저는 제가 엉뚱한 곳에 가서 녹차밭 명당을 찾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올라간 곳은 사람들이 보통 많이 찾는 그 녹차밭이 아닙니다. 그 유명한 녹차밭은 바로 옆에 낮은 곳에있습니다.)



여긴 좀 낫군요..



올라갈 수록 조금씩 괜찮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음..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보고 계속 찍습니다.

보정의 압박만 없으면 사진은 다다익선이니까 말이죠;;



그렇게 얼마간을 찍고는.. 이제는 햇빛이 너무 강해서

안개들은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건너편에 있는 산이 보일정도네요..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다 싶어서 담담하게 산을 내려옵니다.

















산을 다 내려오고요.. 결과적으로 최종적으로 뽑은 A컷은 이녀석입니다.

그냥 흰색과 초록색의 어울림만 보고 뽑았습니다.

산을 내려와 둔턱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그래도 최선을 다 했고.. 그 안개를 헤치고 30분만에 이곳에 도착해서

필사적으로 찍어댔으니.. 그래도 할만큼 한게 아닐까?

어쩌면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이곳과 나와의 인연인거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또 만족을 찾습니다.



기분이 한결 좋아지네요;;

사실 낙천적인 성격이었던 겁니다.;;









봇재다원 마당(?)에 있는 펜션 같은 겁니다.

여기에서 묵었다면 좀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어쩌면 늦잠을 자서 아예 못 찍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07:46

이제는 산을 내려갑니다.

(녹차밭은 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오늘은 해남까지 스트레이트로 갔다가 완도에서 자고 내일 아침일찍 제주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물을 마시다가 문득 프레임을 훑어보니

여기저기 돌맹이가 튀어서 도색이 찍히고 난리도 아니군요..

스티커도 상당히 노후됐습니다.

미안해지네요.







남해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경치입니다.

이후 상당히 오랫동안 내리막이라서 몇분간 편하게 달릴 수가 있네요.




내리막을 다 내려가서 평지를 달리다보니 요런게 가끔 있습니다.

방파제 같기도 하고.. 배타는 곳? 같기도 하고요?

달리다가 맘이 끌리는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봅니다.



바다네요 바다~ 휴

순천만에서도 바다를 보긴 했지만서도..

사실 거긴 바다라기보다는 뻘밭에 가까웠고..

멀리 보이는 만도 너무 멀어서 잘 실감이 않 났는 데

이제 진정으로 남해바다를 코앞에 마주하니 기분이 아주 묘합니다.



풍경이 너무 좋아서 삼각대 각 잡고 전신 셀프도 질렀습니다.



근데 쉽지 않네요.. 이건 뭐.. 자전거 폭주족?

ㅎㅎ 다만 장갑이 목장갑이라는 거^^



순광으로 찍습니다.

아 정말이지 이렇게 전신샷을 찍을 때는 삼각대가 너무 고맙고

가져오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오토매티컬하게 들 수 밖에 없습니다.






08:47

장흥군 안양면이라는 곳을 지나가는 듯 합니다.

장흥.. 장흥..

소리가 유명한 곳이던가요?

많이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얼른 해남가서 땅끝 찍고 싶은 마음에 별 관심이 않 갑니다;





신기하게도 종종 길가에 야자수가 가로수로 심어져있네요.

다만 높이가 조금.. 아담합니다.



안양면에 도착했습니다.

농협도 있고.. 집(초등학교)에.. 오.. 좋네요.





길가에 운정수퍼라는 곳이 있어서



쥬시쿨에 아이스크림 두개를 샀습니다.

콘이 먹고 싶은 지 하드가 먹고 싶은 지 자신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애로사항이

꽃 피어 버려서 결국엔 두개 다 사버렸네요^^



콘을 맛있게 먹고.. 생명수 쥬시쿨을 또 감사히 마시는 데..

"윽......"

이거 맛이 이상합니다.

유통기한은 지나지 않았는 데..

콘 먹고 나서 먹는 거라 그런걸까요?

뭔가 소독약 냄새같은 게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 모금 마시고 그냥 방치해버리고 하드를 먹음으로써 간식타임을 마무리합니다;;

(2,500)





09:42

그냥 가려고 하다가 동네도 궁금하고 돈도 좀 뽑아야 할 것 같아서 마을안으로 진입합니다.

면사무소가 듬직하게 자리잡고 있군요.



농협에 가서 돈을 뽑습니다.

이곳에서 물도 보충합니다.



11:01

강진을 지나갑니다. 점심을 먹고 갈까 하다가 그냥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이건 뭐 툭하면 패스패스군요.

길이 왕복 4차선이 되서 그래도 달리기가 한결 좋아졌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게 강진인가 봅니다.

장흥에 이어 어떤 도시일까 궁금하군요.

하지만 역시 땅끝을 찍고 싶다는 생각때문에;;



11:22

길을 가다가 너무 더워서 주유소에 들러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찾습니다.



파워에이드~ 유후(6,00)

딱 깔끔하게 원샷으로 끝내줍니다.

좀 살것 같네요. 바로 출발합니다.

근데 정말 또 정오가 가까워지니까 햇살이.. 끝내줍니다.



12:20

개나리 주유소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 매점이 있어서 좀 쉬었다 가려고 합니다.




식혜와 포카리 스웨트를 샀습니다.

아까부터 자꾸 세트로만 사게 되는 군요;;

아 뭐 하긴.. 전 가끔 식사할 때 녹차, 물, 당근주스의 삼중음료를 식탁에 깔아놓고

식사하는 것을 즐기곤 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별거 아닌 것도 같습니다.

(1,400)



셀프입니다.

코 부근에 뭐가 저렇게 묻었는 지 모르겠네요.

아.. 햇살이 참.. 살인적입니다.


쉬면서 지도를 보니.. 딱 보기에도 땅끝으로 가는 데 두가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빠르게 질러가는 거고 하나는 좀 바른 길 같은 데..

해남 시내를 통과해서 좀 돌아갑니다.


매점 아저씨께 지도를 들고가서 여쭤보니 빠르게 질러가는 건 빠른 대신에

'쇄노재'라고 재를 하나 넘어야한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꾸벅꾸벅 인사를 드리고는 나옵니다.

뭐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무조건 빠른길.. 넘는 겁니다 하하하;;







13:04

아저씨 말씀을 듣고 좀 긴장을 하고 가는 데..



(뒤돌아 찍은 사진)

사실 뭐 그렇게 빡쎈 언덕 따윈 없네요.

정녕 내장산 업힐정도의 힐을 앞으로 전라도 땅에서 다시 만날 순 없겠죠.

실로 천/만/다/행 입니다.



좀 쉬면서 114로 완도 여객터미널을 물어서 전화를 겁니다.

전라남도 지역번호 알아내는 데 힘들었습니다;;



여객터미널은 ARS자동응답으로 배선시간이나 운임가격등을 안내해주는 데

그럭저럭 서비스가 깔끔하네요.

혹시 오늘 저녁 배가 있지 않을까 싶었는 데 없습니다.

하긴 버스처럼 30분 간격으로 왔다갔다 하진 않겠죠;;

뭐 천상.. 배는 내일 타게 되겠습니다.

그것도 내일 오후 3시배네요..

간만에 여유있는 활동이 예상됩니다.



13:31


처음으로 만난 땅끝 표지판인 것 같습니다.

왠지 역풍이 또 살살 부는 것 같아서 자전거도 않나가는 것 같고..

브레이크 떡진 것도 또 자꾸 신경이 쓰이는 지라

아싸리 뒷 브레이크  암쪽에 케이블을 물고 있는 육각볼트를 풀어서 케이블을

상당히 느슨하게 만들어버렸습니다.

훨~씬 낫네요. 뭐 앞으론 그렇게 빡쎈 내리막도 없는 것 같으니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후..

"헥헥헥헥헥"



14:01

30분정도 완만하거나 좀 심한 업힐을 올랐습니다.

'재'는 재군요.. 쪼끔 힘이 듭니다.

하지만 스스로 가늠해볼 때 확실히 이런 업힐을 오르는 것이 여행 처음과 비교할 때

많이 늘었고 힘도 덜 드는 것 같습니다.

뒤로 보이는 산이 아주 쌈박하군요.



아 덥습니다.

땀이 너무 많이 나요.

'내장산을 비롯한 업힐들이 절 이꼴로 만들었어요.' 하하하

쇄노재 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합니다.




주유소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물이 졸졸졸 나오는 호스를 찾아 조심조심 세수를 하려고 하니

주유소 주인 아저씨로 사료되는 분께서 오시더니

식당 주방쪽 가면 물도 세고 더 깨끗하니 그쪽으로 가보라고 하십니다.


쫓겨나는 것 같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그쪽으로 가니 아.. 뭐 좋네요.

버프 빨고 머리까지 감았습니다;;






시간도 시간이고 오늘 아직 아무것도 먹질 않아서 점심을 먹고 가려고 합니다.

청주자출사 '푸른바람'님께서 전라도 기사식당에서 백반 꼭 먹어보라고 하신 것도 있는 데

마침 주유소 옆에 기사식당이 있습니다.

5,000원짜리 백반을 주문합니다.



짜잔..하고 음식들이 나오는 데..

매운탕에.. 제육볶음에..  각종나물들..

거기다가 입가심으로 누룽밥까지 나오는 군요..

굉장합니다. '전라도의 힘'




TV를 보면서 먹었습니다.

간만에 보는 TV라 좋군요.

박근혜 후보가 정책연설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일탈의 극이라 할 수 있는 '나홀로 여행'에서 정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뭔가 아이러니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5년 뒤에 대통령으로 당선이 됩니다.)



맛있게 점심을 뚝딱하고선 나와서 식후연을 즐기는 데 처마 밑에 이상한게 있어서 찍습니다.

꼭 무슨 구더기 더미 같네요;;




새로 빨아서 깨끗해진 버프를 다시 착용하고는 출발합니다.

내리막은 씽씽~


내리막 내려가서 얼마 달리지 않아 곧 완도와 해남이 갈라지는 길목이 나오네요.

전 오른쪽 해남쪽으로 갑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죄송하게도..

해남에 들어서자.. 자전거가 이상하게도 않 나갑니다.

그래서 두시간 동안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사진을 못 찍겠습니다;;


해남의 해안도로를 따라서 땅끝을 가는 거였는 데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반복되고 역풍에.. 타이어가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것 같은

막장 라이딩이 계속됩니다.





중간에 이런 표지판이 드문드문 많네요.

뭐 천해의 경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지만..

경치가 좋다는 것은^^



높이 있다는 거잖아요?

업힐이 기다리고 계시다는 말씀이네요.

감사히 받아들입니다만.. 휴..

해남길 이상합니다;;




길가다 보니 따라가면 꼭 비밀의 화원이 나오고 뱀 몇마리 만날 것 같은 길도 있습니다.

MTB타면 재밌으려나요?



이곳은 마늘이 특산물인 모양입니다.

바다에 인접한 곳에서 신기하네요.

실제로 밭들을 보면 마늘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16:02

햇볕이 너무 따가워서

여행 떠난지 처음으로 선크림을 발랐습니다.

따끔따끔한게 이미 너무 늦은 건 아닌가 싶네요.



업힐 업힐~

땅끝은 언제나 나올까..

또 가장 큰 문제점은 제가 이따가 완도로 가기 위해 해남을 나올 때 다시 이길을

지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큰일이네요;;




별로 그렇게 높은 경사는 아닌 것 같은 데..

미치겠습니다.

1-2로도 못 올라가겠습니다.

앞바퀴 뒷바퀴 바람 다 빵빵하고..

손으로 바퀴 돌려서 브레이크 붙었는 지 확인해도 이상없습니다. 허브도 잘 돌아갑니다.

그럼 문제는 결국 엔진이 퍼졌다는 건데..

그런 결론으로 마음이 기울어 가기 시작하면서.. 힘이 더욱 더 빠지는 것 같네요.




땅끝이 가까워지긴 하는 지 길가에 있는 벽에 이런 낙서들이 있네요.

서울에서 땅끝인지 땅끝에서 서울인지.. 아마 후자일 것 같은 데요..

뭐 무튼.. 제 앞에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의 타이어가 지나갔을 거란 생각을 하니..

나라고 못 하겠냐는 오기가 발동하면서 힘이 조금 나는 것 같습니다.





하..

조금 많은 거라 생각했더니..

조금이 아니라 조후낸 많네요;;

죽겠습니다;;

너무 많으니까 나만 왜 이렇게 힘든건가 싶어서 힘이 빠집니다;;

아놔.. 진짜 뭔가 이상하고 잘못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차가 않나간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말이죠;;

급기야는 내장산보다 여기가 더 힘들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시원하게 펼쳐져있는 남해바다가 보이는

'경치좋은 곳'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아고고고고~




보니 이런 팻말이 있던데..

이거 간첩이 이쪽으로 잠입했었다는 건가요??

그런거 같습니다..

북한에서 남해까지 올라면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이곳의 경치는 좋긴 정말 좋습니다.

자전거만 잘 나가주면 최고이겠는 데 말이죠..

보통 좀 쉬었다 가면 엔진이 부활하기 마련인데.. 이상이상합니다~



너무 힘드니까 오히려 사진을 많이 찍게 되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군요..

현실도피 뭐 그런거겠죠;;



17:02

경치좋은 곳 마다 서서 쉬었다 가는 것 같습니다.

그늘에 벤치에 앉아서 작은 지도를 꺼내서 대략적으로 제가 달려온 길을 훑어봅니다.

충청북도 청주에서.. 충남.. 전북..전남..

그래 그래도 참 많이 왔구나.. 강원도는 갈까 말까? 그래도 가야겠지?

아냐. .그냥 부산에서 차에 실어서 올라갈까;;

뭐 그런 생각도 들고요..

하지만 뭐 아무튼 확실한 것은 제가 참 많이 왔다는 것입니다.

손가락으로 요래요래 달려온 길을 그려나가니 앞으로 달릴 땅끝까지의 길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 자자 힘냅시다.



17:17

힘을 낼라고 했는 데..

10분 더 달리니까 땅끝인.. 좀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발생해버렸습니다.

송지면.. 갈두리

국도 최남단 땅끝이 있는 곳입니다.



마을로 들어서면 딱히 이정표가 없기 때문에 뭐 탑도 있고 전망대도 있고 그런 데가 보여서

대충 짐작으로 찾아갑니다. 

초입에 행상 아주머니들께서 몇분 계시길래 땅끝이 어디냐고 여쭤보니

손가락으로 가르쳐 주십니다.

"아.."



자전거는 가져가기가 좀 그렇겠네요.

주차장에 자전거를 묶어놓고 갑니다.

뭐.. 짐은 않 훔쳐가겠죠..ㅎ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땅끝을 향해 걸어갑니다.



가는 길에는 이런 벤치도 참 많이 있습니다.

뒤를 돌아보니 도보나 버스로 여행하시는 것 같은 여성 여행객 1인께서 뒤따라 오시네요.



좀 많이 걸어들어가야 하는 것을 깨닫고는 충격받은 표정입니다.



"이곳인가?"

하고 들어갔는 데 아니네요..

덕분에 여성 여행객 1인께 추월당해버렸습니다.



"히..."

업힐 지긋지긋하게 많이 탔는 데;;

계단도 업힐이 나와주시는 군요;; 감사히 한걸음 한걸음 쿵쿵 밟아 올라갑니다.




어깨를 짓누르는 카메라와 렌즈와 삼각대의 무게가 한걸음 내딛을 때 마다

약 100g씩 무거워 지는 것 같습니다.



간만에 이정표를 만났는 데 말이죠

보아하니 저는 땅끝마을에서 오고 있는 것이고..

좌회면하면 땅끝탑, 우회전하면 전망대입니다.

전망대는 별 관심없고요~ 땅끝탑 고고싱합니다.



17:38

휴.. 드디어.. 땅끝에 도착했습니다.



아.. 근데 공사중이네요..

이건 뭐 가는 데마다 날씨가 꾸물꾸물하거나..전지에 조경에 공사에..;;

이번 여행 뭔가 참 잘 않 맞습니다.


휴.. 뭐 어쩔 수 없죠..

보아하니.. 저렇게 선두부를 만들어서 타이타닉 마냥 뭔가를 연출하시려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땅끝탑에 적힌 글들입니다.

"우리나라 육비주의 최남단 전라남도 
해남군 송지면 갈두리 사자봉 땅끝은
극남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01초. 여기에 조국땅의 무궁함을 
알리는 높이 10m 바닥면적 3.6m의 
토말비를 세우다."

라고 적혀있습니다.

17분38초?

저는 17시 38분에 도착했는데 묘하군요 하하



아저씨들 잠시 쉬시는 틈을 타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장 찍습니다.



탑을 배경으로도 한장 찍습니다.




땅끝을 막상 찍고 나니.. 좀 뭔가 허무하네요..

다시 완도까지 나갈 생각을 하니 그것도 막막하고요..

어느덧 다섯시니.. 오늘 해남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집니다.

음.. 그나저나 김인지 미역인지 뭔가 양식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근처에 미역파시는 할머니께서 미역 사라고.. 못 가져가면 택배로 집에 부쳐준다고 하셨지만;;

음.. 조금 망설이다가 사지 않기도 합니다.

할머니께는 좀 죄송했습니다.


땅끝탑 들어가는 길을 도로 돌아 나와서 입구에 있는 매점에 들어갑니다.

출출하거든요;






파워에이드와.. 짜장컵라면을 구입합니다.

(2,800)

아 뭐 그럭저럭 대충 출출한 속은 달랜 것 같네요.



먹으면서 매점을 둘러보니..

사탄의 인형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해버리고 맙니다.

조금 무섭군요.

얼핏 보기엔 보충역인데.




매점을 나와서 온길을 다시 돌아 나갑니다.

영 다리에 힘이 않 들어가네요..

정말 엔진이 퍼져버렸나봅니다.

허벅지가 얼얼하네요.

아.. 내장산 업힐도 올랐는 데 여기서 퍼지는가..

"퍼지는가"
"퍼지는가"
"퍼지는가"
"퍼지는가"

머리속에 메아리칩니다.

그래도 가는 데 까진 가겠다는 일념으로 달리는 데..

점점 해가 저물어가는 게 느껴지면서 오늘 잘곳이 걱정되네요.

오면서 초등학교도 못 봤던거 같은 데.. 해변에서 자야하나?

게다가.. 업친데 덮친 격으로 눈이 시려오기 시작했습니다.


24년 이 몸뚱아리를 써온 경험상 눈이 시려온다는 것은 피로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고글을 썼는 데도 불구하고 틈새로 조금씩 새어들어오는 바람에도

눈이 너무 시립니다. 



아까 예상한대로 올때의 다운힐은 무시무시한 업힐로 돌변해있었고..

겨우 올라간 업힐 이후엔 눈이 시려서 다운힐 내려가기가 무서울 정도입니다.


해는 점점 뉘엇뉘엇 서쪽 어딘가로 사라져갑니다.

오른쪽에는 바다 왼쪾에는 야트막한 산을 끼고 계속달립니다.

자꾸만 길가에 위치한 '민박'팻말이 눈에 밟힙니다.

그냥 확 민박잡고 자버릴까?하는 유혹이 간절하네요.




달리다가 바닷가에 해변을 감상하는 용도인지 감시하는 용도인지..

대운동장 본부석? 조회대? 비슷하게 생긴 구조물이 있어서 들어가보니..

사무실에.. 화장실도 깔끔한게 최근에 세워진 곳 같은 데..

문제는 다 잠겨있네요..

그냥 처마 밑에서 잘까 싶지만.. 밤중에 사람들이 쉬하기 딱 좋은 곳이라

맘 놓고 잠이 않 올것 같습니다. 쓰레기도 많았고요.

결국엔 그냥 포기하고는 계속 달립니다.



'해양박물관'이라는 곳도 있었지만..

관리인도 있었고.. 쇠사슬로 길도 막아놔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근데 그러다가 아까 올때는 전혀 주의깊게 보지 않았던

'조각공원'이란 곳을 지나게 되네요.



'아자..'


'아싸'







19:23

허겁지겁 오르막을 올라서 공원으로 올라갑니다.

조경 참 예쁘게 잘 해놨네요.

아주 깨끗깔끔 좋습니다.



저기 저기 등나무쪽은 텐트치기도 아주 아주 좋을 것 같습니다.



관리실로 보이는 건물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보니 사람은 없습니다.

공원 조성을 한지 얼마 안되서 아직 관리진은 입주하지 않은 듯

창문으로 보니 사무기기도 아직 들어와 있지 않았습니다.

이 큰 공원에 아무도 없습니다.

밑에 차도에는 차도 별로 다니지 않고.. 관리인도 없고..

이따 저녁에 주민들이 운동하러나 좀 올까 싶은 데.. 아무래도 않 올꺼 같습니다.

휴.. 살았네요.

오늘은 여기서 자기로 결정합니다.



화장실이 있어서 허겁지겁 큰 기대를 품고 달려가니 과연 열려있습니다.



일단 화장실로 들어갑니다~

"룰루랄라" 정말이지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집니다.



조금 무섭기는 했습니다만;;

웬지 모르게 절대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확신이 들어서

옷을 다 벗고 손바가지를 만들어 나름대로 샤워란 것을 해봅니다.

물은 차가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직 그저 씻을 수 있고 바로 또 잘 수 있다는 것에

한 없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마도 이틀만인가?

양말도 갈아신고.. 자기위해 옷을 갈아입는 것도 오랜만에 해봅니다.

여유있게 아까 봐둔 그 등나무 밑에 텐트를 치고 있자니..

눈앞에 펼치는 남해의 풍광이 참으로 축복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곳에 별장 같은 거 지어놓고 살면 어떨까 하고 좀 진지하게 생각해봤습니다.





얼핏 보면 보도 블록 때문에 팩이 않 박힐것 같지만.. 잔디가 나름대로 무성하게 자라있어서

그곳의 부드러운 흙에 팩을 박으니 생각보다 참 잘 박힙니다.

등나무 천정에는 인삼밭에 햇빛 가리는 비닐천도 씌워져 있어서 비가 와도 일단은

하늘 지붕보다는 낫겠다 싶습니다.


아~ 좋습니다.


아까 까지만 해도 잘곳 못 찾아서 허둥지둥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했는 데

정말 순식간에 이렇게 바뀌네요.



19:51

마지막 셀카를 찍고는 이제 텐트로 들어갑니다.

오늘은 꼭 마치 내방에 들어가는 기분이네요.


아직 눈은 좀 아프지만 한숨자면 괜찮아질 것 같습니다.

내일은 또 여유있는 라이딩이 될 것 같으니까요^^

저물어가는 세상이 텐트위에 물드는 것을 보며 행복하게 잠을 청합니다.

아 정말 행복합니다.





주행거리: 113.17Km
주행시간: 7시간21분42초
평균속도: 15.37Km/h
최고속도: 57.88Km/h
누적주행거리: 788.68

사용금액: 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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