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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07 자전거 전국반주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8 (17日 영천-대구-가산)(Bicycle Travel)

by 통합메일 2013.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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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블로그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과거에 썼던 여행기의 사진들의 링크가 다 깨져서 복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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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준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2 (1日 청주-진천-천안)(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3 (2日 천안-당진)(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4 (3日 당진-보령)(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5 (4日 보령-서천-군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6 (5日 군산-전주-정읍)(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7 (6日 정읍-담양-곡성,석곡)(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8 (7日 석곡-순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9 (8日 순천-보성)(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0 (9日 보성-해남)(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1 (10日 해남-완도-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2 (11日 제주-중문)(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3 (12日 중문-성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4 (13日 성산-제주)(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5 (14日 제주-부산-울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6 (15日 울산-경주-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7 (16日 영천)(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8 (17日 영천-대구-가산)(Bicycle Travel)

[자전거여행]2007년 할짓없어서 다녀온 전국반주(全國半走) #.19 (18日 가산-상주-보은-청주)완결(Bicycle Travel)




2007년 6월 27일

간밤에 벌레우는 소리와 방까지 들어오는 누른 동네 가로등 불빛에 잠을 못 이루었습니다.

아침 6시 30분쯤 일어나니 큰어머니께서는 벌써 일찌감치 나설준비를 마치셨습니다.

'과연..굉장히 부지런히 사시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며..

외할머니 생각도 납니다.

부리나케 마당 수돗가에서 고양이 세수만하고 저도 출발준비를 마칩니다.

일부러 서두른다는 것을 눈치채셨는 지 큰어머니께서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하시네요.

그런 큰어머니께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일찍 가야겠다고 연거푸 말씀드립니다.







08:00

그런 와중에서 아침을 주셔서 든든한 배로 큰집을 나설수가 있습니다.

어제일이 황당하셨는 지 오늘도 큰어머니께서는 '봉준인 줄 알았다~'라는 말씀을 하십니다.

하하 전 정환이예요~ 큰어머니.

안녕히 계시라고 추억때 뵙겠다고 꾸벅인사를 드리고 출발합니다.

아침의 시골길은 굉장히 상쾌한 기분입니다.

어제 들어온 길을 거슬러 다시 삼사관학교로 돌아 나갑니다.



여기서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하는 문제에 봉착하는 데..

큰집까지 들렸으니 아무래도.. 여행 출발할 때 생각했던 '그곳'에 들려야 하겠군요.

바로 '옥산서원'이라는 곳 입니다.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아버지께서 고3일때 돌아가신지라 저를 보지 못하셨습니다.

자라면서 집안 어른들께 듣기로는 할아버지께서 훈장선생님이셨다.. 유생이셨다..

뭐 그런말을 많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한다고 아버지께 말씀을 드리자 아버지께서 이곳을 한번 들려보라고

알려주신 곳이 바로 '옥산서원'입니다.

이유는? 그곳 현판을 할아버지께서 쓰셨다고 하시네요.

오.. 얼핏 듣기에도 고등학교 국사시간에 배운 '사액서원' 뭐 그런 용어도 생각나면서

꽤 굉장한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라면 말이지만요;;



아무튼 그런 연유로 옥산서원을 한번 가보기로 합니다.





09:39

큼지막한 언덕을 하나 넘으니 찐한 다운힐이 십여분동안 이어집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 길은 이따 돌아올 길이라는 거네요. 아흙..

돌아올 길만 아니면 정말 편한 마음으로 쫙 내려갔을 텐데 말이죠.

중간에 식당에 한번 묻고.. 시골길로 접어들어 버스 승강장에 앉아계신 어르신들께

한번 여쭤 더듬더듬 길을 찾아갑니다.




옥산서원초입에 달하였습니다.

자전거 짐 받이 뒤에 보면 어제 큰집에서 먹다가 쟁여둔 건빵 봉지가 묶여있습니다.

혹시나 비상식량으로 쓸일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챙겨뒀습니다.




들어가는 길..

초록이 참 예쁘게 우거졌습니다.





태극문..

입구라고 생각했는 데 아니군요..




입구는 따로 있습니다.



닭도 키우네요 이 서원..



이건.. 화장실 같습니다.



이런 좁다란 통로를 통해서 들어갑니다..

이 문은.. 뭐 유생들 땡땡이치고 풍류를 즐기러 가실 때 애용하던 문인가요;?

하지만 뭐 이런 입구를 지나는 것도 묘한 즐거움을 줌에 감사합니다.

카메라에 힙쌕 백팩으로 무장한 자전거 여행객에게는 좀 두렵기는 하지만요..



아악..

근데 이게 뭐죠?

서원 토벽에 온통 낙서 투성입니다.

이 서원 유명한 관광지인걸까요? 지리적 특성상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진 않은 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보기가 별로 좋질 않습니다.

해남 시멘트벽에 전국일주 기념 글 써놓은 것들이 차라리 낫겠네요.






아무튼.. 현판을 찾습니다.




찾은 것 같습니다..

맞나요?


여기저기 곳곳에 글씨들이 많아서;; 헷깔리는 군요...





현판 앞에 바르게 서서 뵙지 못한 할아버지를 느껴볼까 했는 데;;

정오가 가까워짐에 따라 햇살이 따가워서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습니다.

그런 와중에 진품명품정신이 발동해서 현판옆의 작은 글씨들을 찍습니다.

돌아오면 아버지나 한문 잘아는 분들 한테 여쭤보려고 말이죠.


(저 작은 글씨는 "사액후 이백육십년후에 불이 나서 다시 써서 선사했다"라고 쓰여있습니다.)


http://blog.daum.net/sunny38/11775613 이 블로그에 의하면 이 현판을 쓴 사람은 한석봉이라고 합니다.











다른 글씨들도 막 찍어봅니다.

으으으..어줍잖은 생활한자 실력으론 당최 못 읽겠습니다.

한문학습의 필요성을 절감합니다.




서원 전경을 찍어봅니다.



관리가 잘 되지 않는 지 창호지는 더러워졌고.. 문고리 손잡이는 간데 없네요.






현판 배경으로 적절한 셀프 잊지 않았습니다.




서원을 한바퀴 빙 돌아나오는 데..

왠 사당.. (아니 이제 보니 무슨 '비'군요..) 같은 것도 있네요.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서원은 회재 이언적을 배향하는 곳 - 이언적은 대표적 주리론자)




이건 뭘까요? 아궁이 같은 건가요?






처마 밑으로 전등과 전선들이 조잡하게 얽혀있습니다.





커다란 아름드리 나무를 마지막으로 서원 한바퀴가 끝이 납니다.

기대한 것보다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것에 좀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길을 돌아가야 하는 수고에 굴하지 않고 이곳을 찾게 만든 저의 의지가 참 고맙습니다.




굿바이 옥산서원





11:37

다시금 아까의 찐한 내리막이 지금의 찐한 오르막이 되고..

언덕 정상에 올랐을 땐 온몸이 땀으로 범벅입니다.

휴게소에서 쉬고.. 다시 영천으로 들어가는 일 없이 바로 대구를 바라보고 직행합니다.

이런..그런데 가는 길에 터널이 있네요.





그 이름 하야.. 영천에 있다고 하여.. '영천터널'입니다.

430m 다행히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평일에.. 점심시간인지라 차도 별로 다니질 않고요..

기회를 봐서 잽싸게 내질러서 터널을 통과합니다.

이제는 터널 통과하는 데 어떤 노하우가 생기고 나아가 철학까지 형성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합니다.





터널을 지나서 30분 정도 신나게 달리고 있는 데..

뒤에서 싸이렌 소리가 들리면서 순찰차한대가 나타납니다.

차량에 달린 메가폰으로 뭐라고 방송하길래..

자전거를 세우고 창문을 들여다보니 경찰관 아저씨 두분께서 상당히 얹짢은 표정을

하고 계시네요.. 


자동차 전용도로라고 합니다.

이 다음 내려가는 곳에서 바로 내려가라고 하시길래 그러겠다고 했습니다.



만..

그냥 가야겠습니다. 한참 잘 달리고 있는 데 여기서.. 빠져버리기는 좀 너무 아까워서요.

그나저나.. 자동차 전용도로로 바뀐다는 표지는 보지를 못 했는 데 이상하네요.

하양이라는 곳을 지납니다.

동네 이름 신기하네요.. 빨강 노랑은 없겠죠?





12:44

신명나게 비포장 아스팔트(?)길을 달리고 있자니 엉덩이가 아파오는 데

오른쪽에는 포도밭이 펼쳐져있습니다.

아.. 포도 좋아하는 데 말이죠..

냉장고에 차갑게 해둔 포도를 차가운 물에 헹궈 1초에 한개씩 넘기노라면..캬

생각만 해도 입에 군침이 도는 겁니다.





13:30

드디어 대구광역시라고 합니다.

엄청나게 외곽이겠지만 2시도 안되서 대구에 도착하니 이거 좋네요.

'잘하면 오늘 집에가는 거 아냐?'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자전거 짐받이에 카메라를 올리고 셀프를 찍습니다.

이미 이제 더 이상 삼각대를 꺼내서 셀프를 찍는다는 것은 기대를 할 수 없지요;;






14:00

달리면 달릴 수록 점점 도심으로 들어가는 듯 합니다.




대구시군요..





길을 가면서 행인들께 상주가는 길을 여쭤보는 데..

큰도시가 다 그렇듯..  아무래도 현위치에서 설명을 하기는 어렵다고 하십니다.

뭐 일단 쭈욱 달리기로 합니다.








아무래도 도심은 달리기가 힘이 듭니다.

신호등에 차량들에..

쉬어갈겸 길이나 물어갈겸 좀처럼 들어가지 않던 주유소에 들리기로 합니다.

지도를 끌어안고 들어가서 상주가는 길을 여쭤보는 데..

사모님께서 들어오는 저를 보시자마자 아들 생각이 나셨는 지

깜짝 놀라시면서 힘들어서 어쩌느냐 시원한 물 주겠다.. 엄청나게 잘 해주십니다.

사장님도 큰 전도를 펼치고는 자세히 설명해주시고요..

아.. 정말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릅니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는 데 유리문을 통해서 사모님이 안쓰럽게 저를 계속

바라보시네요.. 건네주신 얼음물은 아직 녹지 않았지만.. 

일부러 뚜껑을 열고 마시는 포즈를 취합니다.

그리곤 출발합니다.





달려도 달려도..

이 광역시 참 크네요;





하지만 이렇게 뙤약볕에 고생하시는 분들 보다 힘들겠나 싶어서 달리고 또 달립니다.

사실 달리기만 하면 괜찮겠는 데.. 중간 중간 신호등에 걸리고 또 출발하는 일이

더 힘들고 짜증이 납니다.





한번 길을 헤맸다가 조금 돌아와서..

드디어 안동, 상주 이정표를 만났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요...





15:51

그 동안의 경험에 기초해서 판단해볼때 이제 대구는 거의 빠져나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느새 시간이 벌써 4시가 다 되었네요..

그럼 대구에서 몇시간을 달린 건가요?

얼추 2시간 걸려서 대구를 통과했군요.

아.. 대구광역시 참 큽니다.





진하게 선팅된 차 유리창을 이용해서 셀프를 찍어봅니다.






배가 조금 고파져서 생각해보니

큰집 나서기 전에 아침먹은 것 빼고는 아무것도 먹은 게 없군요.

그런 와중에도 건빵은 먹기가 좀 싫고.. 뭔가 없을까 싶어서 가방을 뒤져보니

울산 편의점에서 사서 막내랑 형 드리고 저도 하나 쟁겨놓은 초코바가 나옵니다.

그런데.. 제 엉덩이에서 발산되는 열기 때문에 곤죽이 되어 있네요.

먹을까 말까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내팽개쳐버립니다.

힙쌕안이 초콜릿으로 범벅이 된 것이 짜증나기도 하고.. 집에 가기가 어렵다는 것이

짜증나기도 하고요.. 이제 대구광역시를 나가는 데 앞으로 잘 곳이 나올까 하는 것이 

짜증나기도 하고요.. 아무튼 대구광역시는 벗어나기로 합니다.

Good-bye 대구







도심을 벗어나기 신호등도 없고 좋습니다.

대구의 위성도시 같이 보이는 '칠곡'이 나오는 군요.

오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심히 기대되는 현 진행상황되겠습니다.

상주까지는 100Km넘게 남은 것 같은 데 말이죠.




그런데 길은 좋은 데 달리다보니..

해남에서 겪었던 증상이 몸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땀의 분비량이 많아지고.. 눈알이 시려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으면서 어떻게 해야하나..

길가에 버스 정류장이 있길래 허겁지겁 자전거를 세우고 앉아서 물도 마시고

눈알 운동도 하지만 상태가 쉽게 호전되지는 않네요.

그렇다고 차들 쌩쌩달리는 이곳에서.. (정류장 유리도 다 박살나있습니다) 잘수는 없고.

안절부절 오금을 저리다가 이내 곧 다시 출발합니다.

지도를 뚫어지게 관찰한 결과.. 앞으로 가면.. 가산이라는 곳으로 가면

초등학교가 있을 것 같습니다.





17:26

가산을 향해서 밍기적밍기적..

뱀 기어가듯 기어가다보니..

'덕산고개'라고 노골적으로 오르막을 예고하는 표지판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오면서도 몇번이나 그냥 이 근처 어디서 잘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가야지 싶어서 가다가.. 했는 데..

과연 내가 '고개'를 넘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언덕 오를 힘을 얻기 위해 국수집이 보이길래 아무 생각없이 아무 고민없이 바로 들어갑니다.

얼음냉국수를 시키고 물을 채우고.. 앞으로 넘게 될 언덕을 준비합니다.

느낌상 이 언덕만 넘고나면 목적지에 도착하게 될 것 같습니다.

3,500짜리 냉국수를 시원하게 마셔주고, 삐질삐질 다시 한번 도전해서 언덕을 넘습니다.

결과적으로.. 생각보다 그렇게 힘든 언덕은 아니어서 좀;;






그리고 예상했던대로..





신나는 다운힐후에 오늘 잘 곳을 찾았습니다.

'가산초등학교'입니다.





학교를 한바퀴 둘러보니..





시설이 참 잘 되어 있습니다.

비 오면 비 피할 수도 있겠군요..



수돗가를 찾을 수가 없어서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는 초등학생한테 물어보니

"따라오세요"하고 에스코트 모드네요. 하하

친절하게 알려줘서 참 고마웠습니다.


수돗가에서.. 일단 주위 경계 확실히 한 후에..

정읍에서 그랬던 것 처럼 빛의 속도로 바지를 갈아입습니다.

마음 같아선 홀딱벗고 싶지만.. 내일이면 집에 가는 마당에 지금에 와서 잡혀가고 싶진 않고요.

일단 빨래를 한 뒤에..

부산 돼지국밥집에서 챙겨놨던 아이템

'물수건'을 꺼내서 물에 적혀 구석구석 닦아버립니다.

요거.. 괜찮네요? 

여행 다 끝나가는 마당에 알게 됐다는 것이 억울할 정도입니다.

때밀이 수건같은 면도 있어 깔끔하게 시원한게.. 정말 최고입니다.





천사깃털방풍자켓으로 환복한후에..

다시 운동장으로.. 그 벤치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풀밭이 있기는 하지만 산과 밭이랑 인접해있는지라 왠지 뱀이 나올 것 같아서

오늘은 그냥 보도블럭위에서 자야겠습니다.





18:51

저녁이 되니까 석기축구회 분이 모여서 축구를 하시는 군요.

눈도 아프고.. 피곤한게 어서 빨리 텐트치고 자고 싶은 데..

축구 오래도 하십니다;;


덩달아서 운동장 한켠 벤치에는 한 무리의 할머니들께서 앉아계셨는 데

갑자기 단체로 그네를 타시면서 축구 관람을 하십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일파만파로 퍼져나가는 것 같습니다.






결국 할일도 없고 해서..음악 들으면서..

일기도 쓰고..

건빵도 먹습니다.

비상식량 답게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는 군요.






밤 8시가 되어도 해가 완전히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 덕분에..

석기축구회분들은 끝까지 축구를 해주셨고..

빛이 거의 사라진 이후에야 텐트를 칠 수 있었습니다.



"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달렸다는 안도감에 한숨을 한번 쉬어주고..

이제는 자야겠지만.. 또 다른 방해자들이 출몰했으니..

이 동네 초등학생들입니다.



근데 또 제가 실수를 했으니.. 말을 걸어버렸습니다;;

"아저씨 오늘 여기서 잘 꺼예요?"

"그럼 내일 우리 학교 오면 아저씨 여기 있어요? 자고 있어요?"

아직 경상도인지라 아이들 말도 경상도 억양이 제법 묻어나옵니다.

자전거 여행중이고.. 여기서 잘꺼고.. 내일이면 아저씨 일찍 출발해서 아마

너네가 아저씨 볼 일은 없을꺼다~라고 말해주지만.. 

당연하게 아저씨로 여겨지는 것이 한편 좀 서럽기도 하네요;;



그렇게 대충 대거리를 해주고는

"얘들아 아저씨 이제 자야겠다" 하고선 텐트로 들어갑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안녕히 주무세요"하면서 예의바르게 나왔는 데..

제가 누워있자니까 이 녀석들이 텐트 후라이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는

저를 쳐다보는 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결국에는 조금 화난 언성으로 이야기를 하니까

말을 알아들은 건지 집에갈 시간이 된건이 아무튼 갑니다.




그나저나 오늘밤은 바람이 참 세군요..

태풍이 온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는 데 말입니다.

보도블럭위라서 팩도 박히질 않아서 그냥 텐트 위에 후라이만 얹어놓은 격인데..


조금 선잠이 들었다가 추워서 눈을 떠보니..

텐트 위가 뻥 뚤렸습니다.

후라이가 어디론가 날아가버린 겁니다.

바람이 그렇게 셌나 싶어서 신발을 신고 자전거 라이트를 손에 들고

바람의 방향을 추적해서 운동장 한바퀴를 돌면서 후라이를 찾는 데 않 보입니다.

바람도 매우 거칠게 불어서 무섭습니다;;

'아..큰일났다 어떻게 자지.. 오늘밤만 버티면 되는 데' 라고 생각하며 다시 텐트로

돌아오니.. 날아간게 아니라.. 흘러내려서 텐트 입구 반대편에 곱게 내려앉아있군요.

허탈하지만 그래도 잃어버리지 않은 게 감사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다시 좀더 견고하게 설치하고는 잠을 청합니다.



옆에는 커다란 고목나무..

거센 바람이 만들어내는 휘이이잉~ 귀신소리..

여행의 마지막이 될 밤을 아주 스펙타클하게 만들어주는 군요.

내일은 정말 일찍 일어나서 반드시 집에 가야겠습니다.



주행거리:118.14Km
주행시간:6시간 52분 21초
평균속도:17.11Km/h
최고속도:54.16Km/h
누적주행거리:1361.26Km

사용금액: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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